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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73화 (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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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나세요. 팀장님…… 팀장님!”

“으어허!”

전혜성이 어깨를 잡고 흔들자 책상에 앉아 졸고 있던 곽동원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어? 왜? 무슨 일이야? 야토가미가 한국에 들어왔어?”

곽동원은 얼굴에 침으로 짓이겨진 서류가 붙은 것도 모른 채 전혜성을 바라보았고, 전혜성은 혀를 차며 답했다.

“그 서류나 좀 떼세요.”

“하아, 죽겠네.”

곽동원은 무너지듯 의자에 걸터앉았다.

야토가미의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 초자연현상 연구팀은 SNH(supernatural human)팀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상계의 인원들을 모으고 새로이 훈련을 시키는 것만으로도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빴다. 다행히 군대와 국정원에서 정체를 숨기고 활동을 했던 인원들은 곧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지만 그 인원들로도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상계에 정보망을 구축하고 일본에 첩보인원들을 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노력으론 불가능한 절대적인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미화관의 한세아가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인적 정보망을 열어 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한세아가 지휘하는 미화관은 곽동원의 생각보다 더욱 대단한 정보망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선 대부분 초고위층과 지배계층의 은밀한 정보를 모으는 데 힘을 썼다면 일본과 중국에선 초고위층에 다가갈 수 없었지만, 전 방위적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이 바닥 생활을 하는 건달이나 술집 아가씨 가게에 물건을 대는 상인들과 그 주변에서 활동하는 많은 이들이 미화관의 인적 네트워크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에 상계에 직접적으로 발을 들이고 일을 하지 않았지만, 직간접적으로 상계와 연결된 인원들은 국정원의 정보망 구축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쓸모가 없었다. 정보 분석과 예측의 작업이 필요한 데 이 또한 훈련된 인원이 없어 매일 밤낮으로 야근과 숙식을 반복하며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었고, SNH 팀과 곽동원의 모습은 점점 초췌해지기 시작했다.

“가서 세수하고 오세요.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악덕 상사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악덕 부하는 네가 처음이다.”

“저라고 이러고 싶겠어요? 저도 CIRO 애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고요.”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로 국정원의 항의에도 아무런 답신을 내놓지 않았던 CIRO는 모든 대외 활동을 멈춘 것처럼 속이며 첩보전을 시작했다.

수십의 CIRO 요원들이 매일 같이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태백정가와 시우의 연구소를 염탐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국정원에서 파견된 요원들도 연락이 두절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서 야토가미의 정보는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나절만 쉬자. 지금 애들도 머리가 안 돌아가 다들 죽을 지경이라고.”

곽동원의 정보팀을 가리키자 여덟 명의 요원들이 좀비 같은 몰골로 지도와 자료들을 분석하고 있었다.

“오늘 최시우 쪽이 습격당했데요.”

“뭐! 야토가미가 벌써 들어온 거야? 언제?”

곽동원의 외침에 정보팀의 인원들이 사색이 되어 곽동원과 전혜성 쪽을 바라봤다.

“야토가미가 아니고요. 중국 상계. 강호맹이요.”

“강……호맹? 걔들이 왜? 강호맹도 야토가미랑 한 패래? 그럴 리가 없는데?”

강호맹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가뜩이나 잘 돌아가지 않는 곽동원의 머리를 거의 정지 시켜버릴 정도였다.

“강호맹이 제일 가치가 야토가미 말살인 거 모르세요? 그렇게 직접적인 공격 같은 건 아니고, 대화하다 그게 잘 안 돼서 싸움으로 번졌데요.”

“왜 싸움까지 번져?”

“강호맹에서 최시우를 자국으로 데려가려고 했데요.”

“뭐?!!! 최시우를 어떻게 알고?!”

“한라검문과 해도문이 강호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잖아요. 그쪽을 통해서 정보가 흘러 들어간 거 같아요.”

“이런 씨부럴 미친 새끼들!”

곽동원이 분노를 표출하듯 욕지기를 내뱉었다. 최시우는 현 대한민국의 최종병기와 같은 존재다 그가 없으면 지금 이 위중한 사태를 어떻게 이겨 나갈 수 있을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그런 존재를 중국에 팔아넘기려 하다니 곽동원으로썬 기가 찰 노릇이었다.

“왜 강호맹이 한국 들어온 건 모르고 있었어!!”

“지금 야토가미쪽도 다 커버가 안 되고 있어요. 강호맹까지 커버하다간 야토가미 쪽도 구멍이 더 커질 거예요.”

“에효. 그래서? 시우 군은 무사한 거야?”

“네. 다행히 큰일은 없었대요.”

“시우 군 쪽에 경호 인력이라도 붙여야 하는 거 아냐?”

“지금 우리 팀원들 중에 시우보다 강한 사람이 누가 있는 데요?”

“하긴, 그 괴물을 누가 보호해. 보호받으면 받았지. 그쪽 중국 애들은 무사하데? 그쪽이 먼저 공격하긴 했어도 괜한 명분을 주면 강호맹까지 한국에 끌어들이는 사태가 될지도 모르는데.”

“최시우도 그걸 생각했는지 그냥 서로 견제만 하고 끝났데요.”

“다행이네. 그럼 다음 주 회의는 그대로 진행되는 거지?”

“네. 일단 회의를 하더라도 정보가 없으면 모이는 이유가 없으니까 무리를 해서라도 이번 주 안으로 보고 자료를 마무리 지으려고 해요.”

야토가미와의 일전을 대비한 가장 중요한 회의다. 이 회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한국 상계가 SNH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결정되게 된다.

“그래, 조금만 더 무리 해줘. 일이 끝난 다음에 뼈가 노곤하게 늘어지도록 쉬게 해줄 테니까.”

“일단 인원 보충이나 먼저 해주세요.”

“알았어.”

“그리고 이거.”

전혜성은 중곡구 일대 부서진 건물과 도로 사진 등을 건넸다.

“이게 뭐야?”

“최시우와 강호맹 인원들이 싸우면서 생겨난 피해요. 민간인에게도 목격되어서 꽤 곤란했는데, 그쪽은 마법으로 해결했고, 이 부서진 것들만 처리 부탁한대요.”

“근데 이걸 왜 나를 줘?”

“팀장님이 그렇게 하자고 하셨잖아요. 해외는 저. 국내는 팀장님.”

“…….”

곽동원은 서류와 전혜성의 얼굴을 몇 번이나 번갈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마법으로 어떻게 안 된데?”

“그건 팀장님이 말하세요.”

“입어.”

시우는 야토가미의 무사들이 입는 풍의 옷을 건네며 말했다.

“이건 뭐야?”

“보면 몰라? 귀검사 복장이잖아.”

“아니, 그건 아는 데 이걸 왜 입냐고.”

우빈은 시우가 만든 진 안에서 가상의 적들과 전투를 벌이던 중 급작스레 소환된 상태라 정신이 없었다.

“너 약소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아?”

“힘을 길러야지.”

“틀렸어. 강대국들은 자신들 사이에 있는 약소국이 힘을 기를 낌새만 보여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절대로 힘을 기르지 못하게 해. 되레 그것을 명분 삼아 상대를 더욱 압박하지.”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데?”

“강대국들끼리 서로 죽어라 싸우게 만들어야지.”

“그게 더 어려운 거 아니야?”

“사실 그건 별로 어렵지 않아. 원수처럼 싸우던 이들은 상대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낌새만 보여도 그걸 그대로 믿어 버리거든.”

“……바보도 아니고.”

우빈은 고개를 저었다.

“빨리 입어. 한국 뜨기 전에 잡아야 하니까.”

시우는 그렇게 이야기하곤 돌아서서 완드를 허공에 휘두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연구소 잔디 주변엔 수십의 마법진들이 생겨나며 그 위로 예의 다크 나이트들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검은색 일색의 모습을 한 그들은 곧이어 우빈이 한 것처럼 시우의 명령에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고, 뒤이어 시우가 몇 번의 완드를 휘두르자 검었던 그들의 피부가 사람의 피부처럼 색을 입기 시작했다.

여전히 다크 나이트 특유의 무감각한 얼굴과 숨을 쉬지 않는 마네킹 같은 모습은 있었지만, 언뜻 봐선 인간과 구분이 불가능한 정도였다.

기이한 장관을 목도하면서 우빈은 속으로 시우의 말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약소국이라고?’

* * *

어둠이 내린 대부도 앞바다.

인적이 끊긴 시간을 틈타 일단의 무리들이 소리 없이 걷고 있었다.

제대로 된 포장도로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이백에 달하는 대인원의 발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오가는 것도 귀찮군.”

강형산이 투덜거리며 이야기하자 단청이 어르듯 말했다.

“어쩔 수 없지요. 강호맹이 한국에 진출하기 전까진 기반시설을 만들 수 없으니.”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나? 지원 병력만 받으면 되잖아?”

“맹에선 불의의 사태와 혹시 모를 불필요한 충돌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입니다.”

“쳇.”

강형산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기에 그 이상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어쨌든 한반도는 강호맹보다 야토가미에 가깝다.

강호맹이 중국 상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라검문과 해도문 두 문파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한반도에서 활동하는 한국 상계를 야토가미에 대한 완충제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한라검문과 해도문도 그걸 잘 알고 있었지만, 차후 재편될 한국 상계의 지배권을 가지기 위해 강호맹과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 중이었다.

본래라면 강호맹의 출전 인원인 강형산의 일행들은 한라검문과 해도문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편안하게 피로를 풀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았지만, 야토가미와 한국 상계 간의 긴장감이 극단으로 치닫고 실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쟁을 치른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강형산 일행의 복귀를 명령하였다.

“붙으면 붙는 거지. 노인네들 겁은 많아서.”

“…….”

“…….”

호기로운 마음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강형산의 말에 동조하는 인원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패권을 놓고 물밑에서 몇 번이나 야토가미와 일전을 벌여 봤던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야토가미의 무서움에 대해선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농담으로라도 그의 말에 동조하는 이는 없었다.

“흥!”

강형산은 자신의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은 것에 머쓱함을 느꼈는지 괜히 콧바람을 불곤 검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달조차 뜨지 않은 검은 바다 먼 곳에서 작은 불빛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 불빛들은 이윽고 거대한 무리로 변하고, 거대한 무리로 변한 불빛들은 수십 척의 어선이 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은 서해에서 활동하는 불법조업 중국어선들, 그들은 갑작스런 당의 명령으로 이곳까지 소환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인원들을 태워야했다.

“저들은 이곳에 올 때와 다른 이들이겠지?”

분위기를 바꿔보려 강형산이 맹소현에게 물었다.

다행히 맹소현도 불편함이 싫은지 일상적으로 강형산에게 답해 주었다.

“상관없어요. 저런 자들의 기억쯤은 우리 주작단이 얼마든지 바꿔 놓을 수 있으니까요.”

“흥! 그렇게 잘난 실력을 가져서 그 애송이 하나한테 쩔쩔맸나?”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오는 거죠?”

“뭐, 그냥 한 말이야.”

“우리가 아니었으면 당신들은 그곳에서 살아남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당신들을 맹에 들어오게 한 거 아냐? 맞은 바 일이나 제대로 하면서 얘기하지 그래?”

맹소현과 장혜란은 각각 모산파의 인원이었다.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주작단의 인원들 대부분이 모산파와 그 계열의 도가 수련원 계열의 인원들이 채우고 있었기에 실질적인 무력은 크지 않았다.

무인들은 주술사들을 자신의 보조 수단 정도로 생각했고, 주술과 도술을 익힌 이들은 무인을 머리에 똥만 든 바보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반 무공을 익힌 무인들과 기 주술사들은 서로만 보면 공동의 적이 나타나기 전까지 견원지간처럼 싸워댔다.

“자자, 그만하시지요. 배가 곧 들어옵니다.”

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하면 소란이 생길 수도 있다 생각한 단청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했고, 두 사람은 이내 단청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며 밤하늘에 은하수 빛을 보는 것처럼 말없이 그 장관을 감상했다.

“어?”

그때 밤하늘을 총총히 불로 수를 놓이며 인의 별자리를 만들던 배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침몰하거나 파괴되는 것 없이 지우개로 불빛을 지우듯 차례차례 배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강형산 일행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품에서 부적을 꺼내어 사방으로 부적을 날리고 눈에까지 부적을 부친 장혜란이 급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진짜예요.”

“뭐가?”

“만쇄진. 만쇄진에 갇혔어요.”

“뭐?”

강형산이 무슨 쓸데없는 소리냐며 한마디 하려 할 때.

그들의 주위로 수십 명의 인원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비처럼 끝도 없이 떨어져 내리는 인원들은 달리 경공을 쓰지도 않고 착지했으면서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음양사 복을 묘하게 무사의 것으로 바꾼 듯한 야토가미 풍의 옷을 입은 인원들을 보며 강형산 일행은 그 어느 때보다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설마…….”

지금 이 상황에서…… 아니 어느 때고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낯익은 그들의 모습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붉은 머리에 코가 유달리 긴 장신의 사내가 호쾌한 웃음을 흘리며 강형산 일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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