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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72화 (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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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계, 그러니까 대대로 강호라고 불리던 무림에선 천(天)이란 글자를 쓸 수 있는 자가 딱 세 명 있었다.

마교의 천마(天魔)

무당파의 선천자(善天子)

사파의 천살지존(天殺至尊)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 세 사람 이외엔 천(天)이란 글자를 쓸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이 셋 모두가 무림을 혼란에 빠지게 했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으며 종국엔 하나 된 무림의 힘 앞에 그 흔적까지 지워졌으니까.

재밌는 점은 선천지도를 표방하는 무당파에서 나온 선천자 또한 천마와 천살지존과 함께 악적으로 몰려 그 흔적이 지워졌다는 것이다.

장삼봉의 현신이라 불렸던 선천자 송무는 무당파의 무공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데 지대한 공을 이룬 사람이었고 동시에 무극의 경지를 돌파한 무인이었다.

선천자는 무당의 자랑이었고, 명예였으며 무당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송무라는 이름을 버리고 선천자라는 이름을 얻었을 땐 천마와 천살지존 못지않게 무림을 혼란 속에 빠뜨렸다.

선천자는 선이 아닌 모든 것을 악이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악은 그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가 무극에 이른 후에 강호에 출두하여 검을 들어 사마외도의 악인들을 향해 검을 들었을 때 정파의 모든 이들 두 손 들어 환영했다. 사마외도의 악이라 생각되는 이들이 선천자의 검에 사라지고 세력의 힘이 현저히 약해질수록 정파는 더더욱 선천자를 응원하고 열과 성을 다해 도왔다.

하지만 때때로 선천자는 사마외도의 중한 악인들을 용서하기도 했고, 때때로는 보호하기도 했다. 어떤 기준에 그런 것인지 선천자를 제외하곤 아무도 알지 못했다. 사마외도가 세력을 가리지 않고 선천자의 공격에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을 때. 선천자의 검은 정파로 향했다.

인간사 세 사람만 모이면 일어나는 것이 거짓과 정치질이었고, 모든 일에는 각자의 사정이라는 미명 아래 종종 정의를 벗어난 일도 일어나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선천자는 그런 모든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위악은 용서하되 위선은 용서하지 않는다.’

소림의 방장이었던 일심을 일검에 베어버린 선천자가 한 말이었다.

이 일로 인해 정파는 경악했고, 선천자의 존재를 사마외도보다 더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었다.

선천자를 공적으로 선언한 정파 무림은 모든 전력을 다해 선천자를 제거하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서로 양극을 달리는 사마외도와 달리 선천자의 무공은 정순한 도가의 것이었고, 더 깊은 깨달음을 얻은 선천자의 검을 받아 낼 수 있는 정파의 무인은 없었다.

정파 전체가 선천자 하나를 상대로 사마외도와 같이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어 갈 때쯤.

처음으로 정파는 맹을 세우고 사마외도와 손을 잡고 선천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가의 도를 깨달은 선천자를 제거하기 위해 정·사·마가 손을 잡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때 사파의 천살지존이 나타났다.

천살지존은 선천자의 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위악자였다.

선천자는 천살지존을 보자마자 검을 거두고 자리를 떴다. 천살지존의 살왕문 또한 선천자에게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긴 하였지만, 천살지존을 따르는 대부분의 무인들은 선천자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천살지존으로선 크게 아쉬움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정·사·마를 초월한 동맹이 생겨나고 그 안에 속해진 살왕문의 부흥을 위해 천살지존 또한 선천자를 제거하기 위해 검을 들게 된다.

최후의 결투.

선천자를 끝까지 몰아세운 동맹은 선천자와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천살지존과의 일대일 대결을 위한 장소를 제공했고, 선천자와 천살지존은 구십구 일을 밤과 낮으로 싸웠다.

무공의 경지는 선천자가 높았지만, 무력 외에 많은 것들을 이용한 천살지존이 결국은 대결의 승자가 되었다.

선천자의 숨을 거두고 천살지존이 지친 몸을 쉬려 할 때 동맹은 천살지존마저 제거하려 했다.

이미 천마와 선천자를 통해 무극에 다른 초월적 존재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유해한지 깨달은 동맹은 정·사·마를 초월해 누가 되었든 초월적 존재에 가까운 자들을 남겨두지 않기로 비밀리에 맹약했던 것.

결국 천살지존 또한 선천자가 죽은 곳에서 함께 목숨을 잃었고 그를 따르던 살왕문 또한 모든 절기가 불태워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전해졌다.

이는 중국 상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날의 맹약은 현대에 들어서 강호맹이 된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천마와 선천자를 비롯한 천살지존에 관련된 모든 절기는 모두 사장되고 사라지는 것이 강호맹의 불문율이었다.

‘천살지존검이라…….’

단청은 우빈의 말에 몇 번이나 천살지존검이란 말을 되뇌었다.

천살지존의 무공은 수백 년이나 무림사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 무공이 이제 와서 등장했다고 믿을 수는 없었다. 더불어 천살지존의 검은 그의 이름대로 하늘을 죽일 듯 살기 가득한 것이라고 전해졌다.

하지만 우빈의 검에는 평범함 이상의 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청이 천살지존검이란 말을 몇 번이나 되뇔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빈의 검이 특별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주 미력한 힘으로 거대한 힘을 막아서고, 힘의 크기에 상관없이 흔들림이 없었다.

천살지존검이란 말은 믿을 수 없었지만, 우빈이 가진 검이 어떠한 절기를 가지고 있음은 분명했다.

‘일단은 물러서야겠군.’

처음 강형산이 시우를 공격할 때까지만 해도 단청은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생각이었다. 그대로 시우를 제압한다면 맹으로 끌고 가면 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맹소현이 합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을 압도적으로 몰아치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특히나 시우는 연속으로 마법을 날리며 대응하고 있었지만, 전혀 조급해 보이지 않았고 그저 관망하듯 틈틈이 우빈을 바라보는 모습이 단청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만약 시우에게 조금 더 틈이 있다면 언제든 자신들을 진 안에 가둬 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기까지 계산이 끝나자 단청이 내력을 가득 담아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 대체 이게 무슨 추태요!”

“단청! 설마 저들을 비호하는 건가요?”

맹소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단청을 바라보며 외쳤다.

“저들은 아직 우리의 동맹이요! 이런 식으로 상대를 핍박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요! 자신들의 욕심으로 맹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시오!”

“단청! 넌 빠져 있어라. 너도 보지 않았느냐. 저 더러운 놈들이 무슨 사술을 쓰는지를.”

“강형! 언제까지 사실을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볼 생각이요! 화산의 검을 가진 그대가 보기에 저자가 진정 사술을 쓰는 자란 말이오?”

“…….”

화산의 검까지 들먹거리자 강형산이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을 물었다.

“장 부단주. 저들을 속박하시오. 오늘 저들의 행동은 맹의 이름에 먹칠을 하였소.”

단청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장혜란이 품속에서 부적 두 개를 꺼내어 두 사람에게 던졌다.

화살처럼 날아가던 부적은 단단한 동아줄로 바뀌어 맹소현과 강형산을 옭아매었다.

“백호단과 주작단은 두 사람을 호송해라!”

방금까지만 해도 시우와 우빈을 향해 살기를 숨기지 않았던 이들은 명령에 어리둥절하다가 단청의 추상같은 일갈에 번쩍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의 양쪽에서 속박하였다.

“소제들께 사과드립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단청이 읍하며 얘기하자 시우가 씁쓸하게 이야기했다.

“아쉽습니다.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요.”

“……관계란 다시 쌓아 나가면 되는 거지요. 오늘의 일을 용서해줄 순 없겠습니까?”

“한 번 틀어진 관계란 회복하는 데 부단한 노력이 드는 법이지요. 눈앞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먼 곳에서 회복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당신들의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듯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시우의 말에 단청은 앞으로의 일이 꽤 어렵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방법을 찾다 보면 분명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의미한 노력은 힘을 뺄 뿐이지만 시도하는 것 자체는 언제나 옳은 것이겠죠.”

시우의 말을 듣던 단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제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단청은 그렇게 일별하며 일행을 이끌고 돌아섰다.

* * *

단청은 즉시 태백정가로 돌아갔다.

정가를 나갈 때와 다르게 강형산과 맹소현이 속박되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정가의 인원들은 묘한 시선을 던졌지만,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려 하는 단청의 모습에 남궁혜자를 비롯한 누구도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강호맹의 인원들을 모두 이끌고 장소를 이동한 단청은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강형산과 맹소현의 속박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의외로 강형산과 맹소현은 크게 분노한 표정은 아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냐?”

한참 우빈과 일전을 벌이던 강형산은 멈추라는 단청의 말에 한참이나 전음으로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압도하여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진에 갇힐 위험이 있다는 그의 말에 순순히 연극에 동참해 주었다.

굴욕적인 행동이었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특히나 몇 수나 아래로 봤던 우빈이 예상외로 큰 힘을 발휘하는 바람에 꽤나 애를 먹는 상황이었고, 맹소현의 주술을 파괴하는 시우의 신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던 참이었다.

“우리 예상과 달리 그의 재주가 제법 뛰어납니다. 우리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만으로 별다른 수가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맹 단주와 장 부단주가 보기엔 어땠습니까?”

“그가 사용하는 마법은 우리 주술과는 다른 점이 너무 많은 듯해요. 당장에 그를 속박하거나 제압하는 것엔 무리가 있어요.”

“그가 쓰는 진 또한 문제예요. 만약 그 진이 아무 곳에서나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 맹에는 큰 위협이 될 거예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단청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들었다시피 정면으로 그를 상대하는 건 꽤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적대할 경우 한국에선 태백정가와 힘을 잃었지만 보타암도 가세할 것이고 그들을 따르는 상계의 세력들이 그자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일 겁니다. 더구나 그가 개인적으로 소속된 미지의 세력도 있고요. 그렇게 된다면 일이 더욱 어렵게 풀어질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지?”

“일단은 맹으로 복귀한 뒤에 다시 돌아오는 겁니다. 작은 힘으로 압도할 수 없다면 더 큰 힘으로 압도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자의 능력을 보니 맹에 꼭 필요한 능력임을 부정할 수 없겠더군요.”

“맞아요. 그가 야토가미를 어떻게 상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만으로도 맹에 큰 전력이 될 거예요. 그 능력을 가져 올 수 있다면 주작단의 힘도 더욱 성장할 거고요.”

맹소현의 말에 단청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강형산은 그에 동조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맹에 돌아가면 우리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확률은 낮다. 아무런 소득 없인 돌아갈 수 없어.”

“아닙니다. 나름대로 소득은 있습니다.”

“소득이라니?”

“그 정우빈이란 친구가 있지 않습니까.”

“천살지존검을 말하는 것이냐?”

“네. 그 정도라면 맹에서 저희를 다시 한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는 것이냐?”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완 많이 다르지만 분명 특이한 점은 있지 않았습니까?”

강형산은 자신이 직접 마주했던 우빈을 떠올렸다. 분명 매우 미약한 내력으로 자신의 강기까지 막아냈다. 이는 시우의 능력과는 달리 또 다른 위험을 예견하는 것과 같았다.

“그 마법이라는 것과 천살지존검. 이 두 가지는 맹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두 가지를 갖춘다면 맹은 더 이상 중국에만 머물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단청의 이야기를 듣던 강형산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또한 단주와 부단주 자리에만 머물지는 않겠군.”

“그건 당연한 거겠지요.”

“좋다. 어서 돌아가자.”

네 사람은 말없이 각자의 부품 꿈을 꾸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단청 일행이 돌아간 뒤 어벙한 표정의 우빈이 시우에게 물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방금의 상황은 평소의 시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상대의 무례한 행동에 비분강개하여 더 큰 힘으로 압살하는 것이 시우의 본래 모습이었다. 그는 약자를 핍박하는 악인이 아니지만 자신을 능멸하려 하는 상대를 용서하는 선인도 아니었다.

“꼴같잖은 연극을 하니 그에 장단을 맞춰 줘야지.”

강형산과 맹소현이 달려든 이후에도 단청은 차분하게 상황을 살펴볼 뿐이었다.

그의 얼굴엔 당황스런 모습이나 분노하는 모습 따윈 단 일 초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살피고 지켜보기만 하였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정리가 되지 않자 그제야 분노하는 척 연기를 하며 강형산과 맹소현을 말렸다.

아마도 그들이 압도하여 자신과 우빈을 사로잡았다면 단청의 이런 예의 바른 모습은 절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단청, 그자가 연기한 거라고?”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릴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어. 너와 나의 실력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것 같다고 생각하자 그제야 말리는 척 나선 것이지.”

“허어.”

우빈은 단청의 마지막 모습에 마음이 약해질 뻔했었다. 어리석은 동료들만 아니었다면 중국 상계의 주요 인물과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었겠구나 하는 아쉬움까지 들었던 참이었다. 하지만 시우에게 들은 이야기로 실상을 파악하게 되자 두려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인간 이상의 힘을 사용하는 상계라 하지만 실제 음모와 계략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러한 상황을 겪자 소름이 돋았다.

“인간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건 그가 하는 말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이야. 그걸 잊지만 않으면 음모와 계략에 당할 일은 크게 없으니 걱정 마.”

“그럼 일단 중국과는 크게 관계가 진척될 일이 없는 건가?”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이토록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냈는데 그냥 돌려보내면 호구 아니겠냐?”

“어, 어쩌려고?”

우빈은 시우가 웃는 모습을 보며 방금 음모를 알았던 때보다 더 큰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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