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다크위저드-69화 (6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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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신은 눈을 감은 채 정신감응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와 연결된 10명의 음양사들 또한 류신과 마찬가지로 정신감응의 술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일반적인 대화로는 따라갈 수 없는 광속 수준의 정보교류와 분석은 짧은 시간 내에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높고 넓은 수준의 예측까지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NASA의 슈퍼컴퓨터급 분석력을 훨씬 상회할 수 있는 광활한 수준이었다.

류신이 만든 전뇌(電腦)의 술은 일반적인 수준의 음양사에겐 허용되지 않았다.

류신이 직접 가르치고 훈련시키고 개량하여 만들어낸 초대(初代)급 음양사들만이 가능한 술이었다.

류신의 집단에선 이들을 ‘10인의 술사’라 불렀다.

감은 눈두덩이만 깜빡거리며 침묵을 이어가던 11명의 이들은 류신을 시작으로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류신은 좌중을 둘러보며 음양사들의 안색을 살핀 후 그들이 술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듯 보이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오가미께서 얕보고 있는 건 확실한 거군.”

10인의 술사들은 후유증을 털어내고 저마다 입을 열었다.

“오오가미께선 1세기도 전의 인물이십니다. 그때의 인식으로 평생 살아오신 분에게 조선이 술법을 익혔다는 것은 쉽사리 믿기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중국에서 힘을 가져왔다는 것도 거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토가미의 인원은 신급 존재들에게 어떤 말도 허용되지 않았다.

더불어 절대적인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 오오가미를 사적인 자리에서 입에 올리는 것조차 중죄에 해당했고, 그의 능력을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말을 내뱉는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류신이 키운 10인의 술사임과 동시에 류신이 만든 이 공간에선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자유가 허락되기 때문이었다.

류신은 ‘가미’의 급에 올라선 뒤, 자신의 술법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함과 동시에 야토가미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집단 지성에 눈을 돌렸다.

그동안은 야토가미가 가진 절대적인 힘이 있었기에 아시아의 신으로 군림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절대적인 힘은 언제나 그 약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유로운 정보교류 기구가 필요했고, 10인의 술사를 만들어냈다.

10인의 술사는 술법으로 야토가미의 전력이 될 뿐 아니라 전략으로 야토가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럼 그의 힘은 어디서 왔을 거라 생각하는 거지?”

“그가 보여준 데로 무공에 연원을 둔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왜지?”

“그가 백면궁을 상대로 보여준 힘 때문입니다. 보타암에서 한국 상계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던 것에 반해 백면궁은 조금의 손실도 없이 그들을 끝까지 몰아세웠습니다.

하지만 최시우 그자가 참전한 뒤로 전세는 완전히 뒤바뀌어 보타암과 태백정가엔 피해가 전무했고, 백면궁과 야토가미의 인원들은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이 모두 몰살당했습니다.

만약 무공으로 가정하여 절대적인 경지의 고수라 가정을 하여도 야토가미의 인원이 그 장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은 것은 그의 힘이 무궁에 연원을 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우리와 중국의 싸움을 붙이기 위해서인가?”

“그걸 넘어서 일본과 중국의 상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일 수도 있습니다.”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

“그는…….”

10인의 술사 중 한 사람이 처음으로 말을 주저하다 이어 나갔다.

“초월적 존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수준으로 예상되지?”

“오오가미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말을 내뱉은 술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9인의 술사들이 처음으로 미묘하게 움찔거렸다.

그들 대부분은 이미 전뇌의 술을 통해 시우의 수준이 오오가미 급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차마 그 말을 내뱉을 수 없었던 것.

야토가미 내부에서 절대적인 신 그 이상으로 추앙받는 그들의 머릿속에선 이성적 판단이 아무리 정확해도 머릿속 가장 깊은 곳에 박혀 있는 오오가미에 대한 두려움은 떨칠 수 없었다.

“아니다.”

류신이 부정의 의견을 내놓자 말을 내뱉은 술사와 더불어 9인의 술사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류신은 그들과의 이런 대화 자리에서 함부로 목숨을 빼앗는 비이성적인 다른 가미들과 달랐지만, 오오가미를 모욕하는 듯한 이야기까지 참아 줄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하지만 곧이어 류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술사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오오가미 이상의 힘을 가졌을지 모른다.”

“!!!”

“헙!”

술사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가 보인 그동안의 행동을 보아 오오가미보다 더 큰 힘을 가졌거나 그리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은 그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한 듯하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그가 힘을 되찾거나 혹은 더 발전하기 전에 없애야 한다.”

“……그가 만약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면…….”

술사는 학자적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호기심이 아무리 강해도 목숨과는 바꿀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류신은 그의 그런 생각을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자조적인 결론에 의한 것인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지.”

류신은 다시금 눈을 감고 전뇌의 술을 발동했다.

한 번 사용하면 몸에 가해지는 부하가 심각하기에 일주일 이상 써선 안 되는 술이었지만 류신의 그런 행동에 10인의 술사는 어쩔 수 없이 다시금 눈을 감아야 했다.

* * *

태백정가는 잃었던 활력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일전의 야토가미와의 전투에서 시우의 활약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전투에서 일부 인원들에게 할당된 새로운 검이 야토가미가 부리는 요괴들과 귀공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태백정가의 사람들과 생존한 보타암, 그리고 그 새외 세력들은 모두 수련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우빈이에겐 연락이 없었느냐?”

태백전 앞에서 연무장에 삼삼오오 모여 수련하는 사람들을 보며 남궁혜자가 나지막이 물었다.

남궁혜자와 함께 잠시 바람을 쐬던 정형진이 대답했다.

“학교는 잘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구나.”

“중국 쪽에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단전을 고치는…….”

“지금은 야토가미와의 일전이 있지 않느냐.”

“하지만 너무 늦어지면 혹시라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잃을까 두렵습니다.”

“헛된 희망에 너무 목을 매면 고통스러워진다. ……다행히 그 아이가 있지 않느냐, 한 번 그 아이를 믿어 보자꾸나.”

차갑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 남궁혜자 또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최선이었다.

또한 시우는 그들이 그동안 겪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보여 왔다.

그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모두 이뤄줄 수 있는 전능한 신은 아니었지만, 시우가 우빈을 자신의 사람으로 달라고 이야기했을 때는 그냥 한 말은 아닐 거란 생각을 하는 남궁혜자였다.

그렇게 심란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태백전 안으로 들어가려 몸을 돌릴 때.

남궁혜자가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왜 그러십니까?”

“……사람들을 모아라. 손님이 오시는 가보구나.”

“벌써 말입니까?”

“아니다, ……중국 쪽이다.”

연무장에 모인 무인들이 대부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태백정가의 무인들이 정렬을 마칠 무렵.

태백정가의 문 안으로 4명의 젊은 남녀가 먼저 들어섰다.

“휴~ 여기가 한국 최고의 무인 집단이라는 태백정가인가? 최고치고는 크기가 너무 작군.”

“조용하지 그래. 한국인들 대부분은 중국어를 할 줄 안다.”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우리 백호 3단과 주작 2단이 들어온 것만으로도 꽉 차버리겠군.”

제집 드나들 듯 긴장감 없는 그들의 등장에 태백정가의 경계를 서던 이들의 이맛살이 찌푸려졌지만, 이윽고 그들의 뒤를 따라 들어오기 시작하는 무인들의 압도적인 기세에 숨을 멈추었다.

2열로 발맞춰 태백정가 안으로 들어서는 무인들은 그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거친 투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무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조금의 숨김도 없이 자신들과 눈이 마주치는 무인들을 향해 살기를 뿜고 투기를 뻗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윽고 하얀색과 주황색의 옷을 맞춰 입은 이백의 인원이 연무장을 비롯해 태백정가를 가득 채웠다.

무인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처음 들어섰던 4인들은 남궁혜자와 태백정가의 인원들에게 눈짓도 보내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강호맹 백호 2단의 단주 강형산이라고 합니다.”

맨 앞에 백색의 의복을 입은 이가 포권을 취하며 남궁혜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내가 보이기는 하더냐?”

남궁혜자가 은은하게 살기를 뿜으며 강형산이라 소개한 이들과 이 일행들을 압박했다.

살기를 느낀 강형산과 일행들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노골적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남궁혜자의 살기에 대응했다.

“이리 환대해 주시는 겁니까?”

“환대할 만한 이들이어야 환대해 주겠지. 이토록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애송이들을 환대해 줄 만큼 내 아량이 크지도 않구나.”

“후후, 야토가미를 상대할 힘을 얻었다는 한라검문과 해도문의 이야기가 맞았군요. 이제 저희 강호맹의 도움 따윈 필요하지 않으시다는 겁니까?”

“강호맹이 언제부터 한국 상계에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겠구나. 이번 백면궁과의 일전도 피하기 급급했지? 그러더니 이제야 굴에서 기어 나온 이유가 무엇이냐?”

“선배님, 말씀이 과하십니다. 한국 상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서로 반목하던 이들 간의 일전에 어찌 저희 강호맹이 끼어들 수 있겠습니까.”

“화산의 진문청이 매화검보다 혓바닥을 더 잘 휘두른다더니, 제자 놈의 혓바닥 또한 만만치 않구나.”

남궁 혜자의 말에 강형산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미간을 찌푸렸다.

화산파 최고 고수인 화산일검 진문청은 실제 강호맹 내에서도 무공으로 한 수 접어주는 수준이었기에 화산파의 인원들에게 그것은 언제나 열등감이었다. 진문청에게 직접 검을 사사받은 강형산은 그런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백호단 활동에 더욱 매진하는 면이 있었고, 백호단과 강호맹의 이름으로 외부 활동을 할 땐 더욱 무례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결구 두 사람의 대화에 부단주인 단청이 끼어들었다.

“……안녕하십니까. 남궁 선배님 부단주인 단청입니다. 강형이 여행으로 피로가 쌓여 조금 무례한 면이 있었으니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북경에서 예까지 걸어오기라도 하였더냐? 강호맹의 생활이 그리 어렵다면 예까지 무얼 하려 무인들을 데려왔더냐?”

남궁혜자의 비아냥거림에 태백정가의 사람들이 하나둘 웃음을 참지 못해 터트렸다.

“그만 용서해 주십시오. 남궁가가 강호맹의 주 세력은 아니긴 하나 함께한 시간이 오래지 않습니까.”

단청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고, 남궁혜자는 더 이상 말을 섞기 싫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아까 말씀드렸던 야토가미를 상대하는 일에 대해 의논하러 왔습니다.”

“강호맹이 이번 전쟁에 끼어들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확답을 드릴 순 없으나, 강호맹 또한 야토가미의 준동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것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하지만 이 정도 인원으로 도움이 되겠느냐?”

“아직 저희 또한 참전하기로 결정 난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나누러 왔을 뿐입니다.”

단청의 말에 남궁혜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전쟁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저 대화하기 위해 왔다는 자들치곤 백호 3단과 주작 2단의 무력 수준이 심히 높았다.

더구나 백호 3단은 강호맹의 외부 일을 도맡아 하는 호전적인 성격의 전투 집단과 다름없었고, 그들의 무력은 일개 방파는 압도적으로 능가할 정도로 대단했다.

물론 태백정가의 힘이 일개 백호 3단에 압도적으로 당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들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그저 단순하게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이 먼 곳까지 왔느냐?”

“야토가미의 힘을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단청의 말에 남궁혜자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단청과 강형산 그리고 주작단의 단주와 부단주는 정형진을 비롯한 태백정가의 사람들의 표정이 바짝 긴장하는 상태로 변하는 것을 보며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그자를 만나 긴히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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