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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68화 (6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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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투가 끝난 태백정가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사망자는 전무했고 경미한 부상을 입은 몇몇의 무인들밖에 없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무인들 중 그 누구도 고양감에 절어 있지 않았다.

무인들은 하나같이 오늘 벌어진 일에 대해서 스스로가 즐거워해야 할지 두려워해야 할지 잘 알 수 없었다.

야토가미의 무적에 가까운 귀공과 음양술은 해방 이후 무인들에게 전설로만 내려오는 무서운 이야기와 같았다.

하지만 실제 부딪친 그들의 전력은 자신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두려운 존재였고,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난관과도 같았다.

산이 너무 높으면 올라갈 엄두를 낼 수 없고, 두려움이 너무 크면 주먹을 쥘 수 없다.

서천군에서 생존한 자들 대부분이 무력감에 검을 들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내왔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두려움을 한순간에 박살 내 버린 존재가 있었다.

시우.

첫 만남을 시작으로 거듭되는 만남 속에서 시우가 남궁혜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남 몰래 시기하던 무인들은 시우를 평가 절하하고, 자신들의 무공에 대한 자긍심을 드높였다.

하지만 야토가미를 상대로 보여준 시우의 압도적. 아니 절망적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완전무결한 힘에 무인들은 과연 자신들이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야토가미 인지 시우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더구나 그는 등장 때마다 괴이하고 잔혹한 마법들을 이용해 상대를 더욱 잔인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그의 그림자에서 생성된 다크 사이트가 징그러운 이빨로 웃으며 야토가미의 시체들을 섭취하는 모습을 보며 무인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정에 몸을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콰드득, 콰드득.

철천지원수이고 자신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침략한 야토가미였지만, 똑같은 인간이란 존재가 기이한 생물에 잡아 먹히는 모습을 보는 건 무인들에게도 고역이었다. 다크 사이트의 행동을 살피던 무인들을 하나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들의 시선은 양팔이 잘린 채 시우와 남궁혜자 앞에서 무릎 꿇고 있는 카가미에게 쏠려 있었다.

붉은색의 머리는 산발이었고, 몸엔 난 큰 상처들에선 계속 꾸역꾸역 피가 흘렀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핏발 선 눈동자엔 힘이 빠진 채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놈은 대체 누구냐…….”

“최시우.”

“무슨 힘을 가진 것이지? 이렇게……이렇게…….”

‘무력하게’란 단어를 차마 올릴 수 없었던 카가미는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야토가미의 인원들이 대부분 죽어 나갈 때. 더 이상 참지 못한 카가미는 자신의 전력을 폭발시켜 일대를 모조리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 강대한 폭발에 자신의 야토가미 귀검사와 귀갑사가 휘말리는 것은 당연했지만, 더 이상 카가미는 참지 않았다.

그렇게 시우가 만든 진이 깨지고, 태백정가로 나왔을 때. 카가미는 다시 한번 요괴들을 소환해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모조리 죽이려 했다.

무공을 익힌 무인의 검은 당연하게 통과해야 했던 요괴들은 마치 실체를 잡힌 것처럼 무인의 검에 손쉽게 소멸되었다.

마치 실체가 없는 공기를 실체로 만들어 잘라내는 것처럼, 그들은 전력을 다하지도 시우처럼 특이한 술을 쓰지도 않았다.

그렇게 실체가 잡히면 평생을 무공을 수련해온 무인의 검 앞에 요괴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귀공을 상대할 수 있는 거지?”

시우는 태백정가의 무인에게서 검 하나를 받아 들며 빙글빙글 돌리며 보여주었다.

“제귀철이라는 거야.”

“제귀철?”

“그래, 귀신을 제압하는데 특화시켜 손질된 철이다. 중국에서 나는 귀한 것이지. 중국 상계에서 제한하기에 많이는 보유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너희를 상대할 정도는 가졌지.”

“거짓말! 중국이 그런 물건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중국은 동양의 상계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를 자랑한다.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만큼 무수히 많은 문파들이 나타났다 사라졌고, 그중에 소실된 무공도 많았지만 그보단 보존되어 계속 내려져 온 무공들이 많았다.

그랬기에 상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제멋대로 무공을 익혀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한두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대 문파 간의 분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랬기에 중국 상계는 하나의 초월적 단체인 강호맹을 만들고 상계의 힘을 가진 사람들 모두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중국 상계는 일본 상계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거대한 세력이 전체를 지배하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숫자에서 오는 압도적인 크기의 힘.

전성기엔 오천에 가까운 귀무사의 규모를 자랑한 야토가미도 숫자만으로는 중국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숫자에도 밀리지 않는 것을 넘어 중국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무공이 야토가미의 귀공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 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패전한 뒤 후퇴한 야토가미의 뒤를 쫓지 못하고, 그저 강자가 물러난 것에 만족하며 안도했던 중국이었다.

그런 중국에서 귀공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면 한국 상계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상계마저도 중국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중국 상계 내부에서도 일부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너희도 주력 기술이나 힘을 공공연하게 자랑하나 보지?”

“중국에서 우리 귀공을 상대할 방법을 알아냈다는 것이냐?!”

카가미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저게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시우는 다크 사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중국의 사술을 전문적으로 익힌 주술사가 만들어낸 악마의 액체다. 주로 인간의 시체를 파먹고 귀신을 잡아먹지. 이 검과 저 괴상한 것은 일부일 뿐이야. 너희 야토가미를 상대할 방법은 모든 것이 밝혀졌다.”

“강호맹이 감히 우리 야토가미를 상대하려 한다는 것이냐?”

“잘 모르겠는가? 이미 강호맹은 조선과 일본 전체를 손안에 넣으려 하고 있다.”

“웃기는 소리. 아시아의 진정한 신은 오오가미 뿐이다.”

“아쉬운 이야기지만 이미 한국은 중국의 편에 서기로 했다. 너희 야토가미가 중국의 거대한 힘에 얼마나 무력한지 잘 알았으니 망설이던 사람들도 결국 중국 쪽에 서게 되겠지.”

“이미 강호맹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단 말이냐?”

“물론 대외적으론 잘 드러나지 않겠지만, 이런 것만 봐도 잘 알지 않겠나?”

시우가 검을 휘휘 휘두르며 이야기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남궁혜자는 한참 야토가미를 말살하다 말고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침묵을 부탁했다.

그리고는 카가미를 진에서 꺼내어 제압한 후 말도 안 되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카가미는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었다. 혹여나 시우가 마음이 변해서 살아서 나간다 해도 절대로 놓아 줄 생각은 없었다.

그랬기에 카가미와의 의미 없는 거짓말만 늘어놓는 대화가 어떤 효용이 있는지 남궁혜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너희는 주인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아시아의 진정한 지배자는 오직 한 분이시다.”

“그거야 네 생각인 거고, 자신의 부하가 죽어 나가는 데도 아무것도 못 하는 신 따위를 누가 진정한 신이라고 인정이나 할까?”

“내 비록 네놈의 손에 죽는다만 넌 필히 오오가미 손안에서 잔인하게 죽을 것이다. 그것은 내 장담할 수 있다.”

“죽는 놈이 장담해 봤자 전혀 무섭지 않아.”

“무사답게 죽을 수 있도록 해 다오.”

“무사?”

카가미가 팔뚝까지 잘린 왼팔을 내밀며 말했다.

시우는 카가미의 그런 행동에 비웃음을 흘렸다.

“한낱 짐승에 불과한 놈이 쓸데없는 격식을 다 따지는구나.”

시우가 카가미를 발로 차버렸다.

뻥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붕 떠오른 카가미는 중력을 따라 추락하며 드러난 큰 상처들 사이로 장기마저 내뿜었다.

“커흑! 컥컥!”

“네놈들이 인간 이하의 짓을 할 때부터 이미 네놈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짐승에게 자비 같은 건 사치일 뿐이지.”

시우는 바닥에 누운 카가미의 가슴에 발을 대고 천천히 심장을 찔러 들어갔다.

“악마 같은 놈…….”

카가미는 자신의 심장을 향해 검이 조금씩 찔러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천천히 죽어갔다.

시우가 검을 뽑아 피를 털어 내자 다크 사이트가 스륵 다가와 카가미의 몸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콰드득, 콰드득.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무인들은 다시금 인상을 찌푸렸고, 시우도 인상을 쓰며 한마디 했다.

“소리 내면서 먹지 마. 복 달아나.”

시우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무인들이 정신이 팔린 사이 시우는 검을 주인에게 돌려주고는 궁금한 것이 많아 보이는 남궁혜자에게 다가갔다.

“당최…… 방금 일어난 일들은 또 무엇이냐?”

“저 카가미라고 하는 놈 뒤로 한 놈이 더 붙어 있더군요. 카가미가 잡힐 때부터 죽기 직전까지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어요.”

시우와의 일전 끝에 부상을 입고 무력해진 카가미가 시우 앞에 제압당하자 시우는 카가미의 머리로부터 이어진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아마도 카가미의 눈과 귀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카가미도 그걸 알고 있는 듯 죽기 직전까지 정보를 물어왔었다.

시우는 아마도 지금 지켜보고 있는 자가 그동안 야토가미의 인원들의 머릿속을 뒤져보지 못하게 제약해 놓은 인물일 거라 예상했다.

“아마도 놈들에게도 꽤 실력 있는 법사가 있나 봅니다.”

“허어…….”

죽기 직전까지 술법을 통해 정보를 캐내는 야토가미, 그리고 그 술법을 파악하고 가짜 정보를 흘려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시우.

남궁혜자는 과연 어떤 것에 놀라야 할지 헷갈렸다.

“흐음.”

냉막한 표정에 잘생긴 미남자는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그는 방금 카가미가 죽을 때까지 정신을 연결시켜 놓았던 탓에 그 후유증을 견뎌내야 했다.

“어째서지?”

류신이 사용하는 정신감응의 술은 류신에게 아무런 제약도 주지 못한다.

카가미 같은 고레벨의 술을 부릴 줄 아는 자라면 류신도 쉽사리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없지만, 지금은 카가미가 허용할 때에는 언제든 그와 정신감응을 이을 수 있었다.

카가미도 자신이 정신감응의 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필요한 정보를 다 얻은 뒤에 카가미의 정신에서 빠져나오려던 류신은 마치 끈적한 본드 통에 빠진 것처럼 그의 머릿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욱신.

카가미가 느낀 심장이 꿰뚫리는 고통을 똑같이 느낀 류신의 심장이 욱신거리는 듯 아파왔다.

“나를 보고 있던 것인가?”

가슴을 쓸어내리던 류신은 문득 시우가 카가미가 아니라 그 속에 자신을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황거의 중심 대궁의 꼭대기 정신감응의 방에서 나온 카가미는 대궁의 심처로 이동했다.

창문 하나 없는 어둑한 방, 불길을 비추는 촛불 몇 개가 피어 있는 방은 지난 소집 때에도 지금에도 하나도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

류신은 곧장 정신감응의 술을 이용해 오오가미에게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모두 전달했다.

“어떻게 할까요.”

한참이나 말이 없던 오오가미가 눈을 뜨고 입을 열어 기괴한 음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야가미를 중국에 보내라. 나루카미와 함께 놈을 죽여라.”

“야가미는 보내지 않는 것이 어떨까요?”

오오가미는 말이 없었다. 그저 그 핏발 가득한 꺼림칙한 눈동자로 류신을 꿰뚫을 듯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자가 기만작전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과 저희가 싸우면 모든 이득은 한국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야가미는 중국으로 보내라.”

류신은 더 할 말이 많았지만 조용히 고개를 조아렸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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