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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67화 (6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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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회복하고 전열을 정비한 카가미는 즉시 움직였다.

이백오십의 전투 인력은 청와대 습격으로 오십을 잃었고 이백의 인원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백의 인원은 무인으로 구성된 동일 수의 조직과는 차원이 달랐다.

야토가미는 전국시절 귀신을 쫓는 작은 음양사 가문에 지나지 않았다.

영주에게 소속된 무사 가문의 종속된 이들은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조언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던 이들은 평민보단 낮고 노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

천문부터 시작하여 음양, 역법, 시간 계측 등을 배워 민생을 안정시키고 대부분의 현상이 천황의 뜻임을 말하기 위해 예측 등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일은 귀신을 쫓는 일이 주된 업무였다.

하지만 야토가미에서 태어난 천재 음양사 스기야마 세이메이가 나타난 뒤론 일본은 커다란 진통을 앓았다.

귀신을 쫓는 일을 넘어서 귀신의 힘을 몸에 쌓고 다루고 조종하는 힘을 개발한 스기야마 세이메이는 무사가 사는 상계 전체에 선전포고했다.

처음엔 일개 음양사 따위의 겁 없는 도전에 코웃음 치곤 했지만, 일백의 귀공을 익힌 존재들이 상계의 세력 스무 개를 초토화시킨 다음부턴 그들의 비웃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이후로 전국 각지에서 억압받던 음양사들이 하나 둘 야토가미에 모여들고, 이후 야토가미는 일백 년의 전쟁을 통해 일본 상계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을 넘어서 일본의 현실 세계까지 모두 지배하게 되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야토가미의 음양술은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 파괴력을 높일 수 있는 귀공과 음양술을 세세하게 나누고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하였다.

수천 년에 걸쳐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제자리걸음 하는 무공이 상대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카가미는 곧장 한국 상계의 거목이라 불리는 태백정가를 치기로 결정했다.

시우의 힘은 경험해보지 못한 막강한 것이었기에 그를 직접적으로 다시금 대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 상계 전체가 사라진 후엔 시우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자신들을 대항할 수 없을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물론 일단은 후퇴하여 시우를 파악하고 전력을 보강한 후 제대로 시우를 상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었지만, 동양의 최강 단체 야토가미의 카가미라는 자존심이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태백정가가 보이는 곳에 은밀하게 도착한 카가미는 낮은 음성의 귀음을 사용했다.

“귀음만쇄진을 펼쳐라.”

음양사 열 명에 의해 펼쳐지는 귀음만쇄진은 진 내부를 살기로 가득 채우는 만쇄진과 진 일대의 귀음을 모두 끌어모으는 귀음진의 장점만을 합친 야토가미 최강 절진 중 하나였다.

일반인들은 이 귀음만쇄진 안에선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으며, 무인 또한 마치 산공독에 중독된 든 무공이 흐트러지고 과도한 긴장으로 환영을 보게 되는 무서운 절진이었다.

열 명의 음양사들을 중심으로 파리한 귀기가 태백정가를 감싸기 시작했다.

투명한 물에 떨어뜨린 먹물처럼 순식간에 태백정가를 감싸 안은 귀음만쇄진에선 거리를 두고 있는 이라도 느낄 만큼 강력한 귀기가 순식간에 모여들고 있었다.

“가자.”

처음 움직인 것은 귀검조였다. 귀음만쇄진 안에서 상대들은 자신들을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 상대의 전멸이 목적인 카가미는 아주 호전적인 전략을 가지고 움직였다.

진 안에 들어서자 태백정가엔 안개가 가득 메워져 있었다.

안개를 헤치고 들어선 카가미는 경계를 서고 있는 무인들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카가미의 눈짓에 귀검사 하나가 멍하니 경계를 서고 있는 두 명의 무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귀공으로 일으킨 귀검을 이용해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목을 쳤다.

스윽.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게 검을 휘두른 귀검사는 일을 마치고 나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에 느껴져야 할 잘리는 감각과 귀검을 타고 흐르는 붉은 액체가 느껴져야 했으나, 마치 허공에 검을 휘두른 것처럼 감각과 검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베어 버린 무인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귀검사의 몸에 뜻밖의 감각이 느껴졌다.

그것은 목을 찔러 들어오는 딱딱한 검의 날카로움.

“커허헉!”

검이 곧장 목젖과 기도를 잘라 들어오는 통에 귀검사는 엄청난 고통에도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죽어갔다.

경계를 서는 무인을 처리하라고 보낸 귀검사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카가미는 걱정 없이 계속 발을 옮겼다.

귀음만쇄진 안에 이미 들어왔다는 것을 모르는 무인들은 태백정가 곳곳에서 한가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긴장감 없이 경계를 서고 있을 뿐이었다.

안개 속에 몸을 감추고 있는 카가미는 계속해서 귀검사와 귀갑사를 보내어 무인들을 처리하게 하였다.

곧장 태백전으로 향하던 카가미는 어느 순간 우뚝 발걸음을 멈추었다.

“멈춰라.”

자신이 알고 있는 바론 태백정가는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그중에서도 살인적인 땅값을 자랑하는 중곡구에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필요 이상으로 몸집을 불릴 수 없었고, 그 크기는 야토가미의 황거에 비하면 훨씬 작았었다.

하지만 카가미는 황거의 두 배에 달하는 거리를 걸었음에도 안개 사이로 뿌옇게 보이는 태백전에는 아직 당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가미가 자신의 검을 꺼내어 귀검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손잡이 길이만 30cm에 날 길이 1m 20cm에 달하는 거대한 일본도에서 초록색의 불빛이 발현하기 시작하더니 끝도 없이 길게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안개 속으로 사라진 초록빛 검날의 일부만 보이게 되자 카가미는 지체없이 태백전을 잘라내려 검을 휘둘렀다.

스삭, 슥.

몇 번이나 검을 휘둘렀지만 초록빛 귀검에 닿는 느낌은 아무것도 없었다.

카가미의 느낌에 이미 50M나 길게 뻗어간 귀검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안개를 거둬라.”

카가미의 말에 음양사들의 손이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가미와 인원들을 중심으로 감싸고 있던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고 태백정가 내부의 모습도 조금씩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뿜어져 나온 안개가 그들의 주위를 더욱 짙게 감싸기 시작했다.

“안개를 거두라 하였다!”

“저희가 한 것이 아닙니다.”

“뭣이?!”

새로이 생성된 안개는 카가미 일행을 감싸는 것으로 모자라 그들 사이에서 서로가 보이지 않을 만큼 짙게 형성되었다.

심지어 카가미 조차도 자신의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수준의 안개였다.

“귀염을 펼쳐라.”

당황하는 음양사들을 향해 카가미는 그렇게 외치며 동시에 자신도 수인을 맺어 괴조를 소환하였다.

-귀신 태우기.

카가미의 손에서 나온 타오르는 괴조는 카가미와 그의 인원들의 주변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안개를 걷어내려 하였다.

사십에 가까운 음양사가 소환한 푸른색의 귀염 또한 일대의 안개들을 걷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천천히 시야가 걷힐 때쯤 조금 안심하던 카가미의 귓가에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렸다.

“크아악!”

“커헉!”

“끄어억!”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온 비명에 카가미가 발작적으로 외쳤다.

“뭐냐! 누가 움직인 것이냐!”

“그게 아닙니다. 저희 쪽이 습격을 받았습니다.”

“습격? 귀음만쇄진에서 습격이라고?!”

귀검사의 보고에 카가미가 놀라며 물었지만, 귀검사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이번엔 반대편에서 비명이 울렸다.

“크흑!”

“아아악!”

“사, 살려…….”

“윽!”

반대편엔 음양조가 있던 곳이라 비명소리가 더 많게 느껴졌다.

“놈들을 잡아라! 귀갑사는 뭐 하고 있는 것이냐!”

카가미의 외침에 귀갑사들이 곧장 움직이며 무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섰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끄아아아악!”

“노, 놈들이 안개 속에 숨어 있다!”

“음양사! 음양사! 안개 좀 치워!”

거듭되는 습격에 귀검조와 귀갑조 음양조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큰일입니다. 피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귀공을 쓰라 이 멍청한 것들아!”

“귀공은 이미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들이 귀공의 틈을 노리고 습격을 해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무공을 익힌 자가 귀공을 습격한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던 카가미가 화를 내며 물었다.

“놈들이 안개 속에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뭐라?!”

“저희가 놈들을 치는 것처럼 놈들도 안개 속에 몸을 숨기고 저희를 공격하고 있어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된다. 귀음만쇄진에서 시전자가 공격을 받다니!”

모든 절진이 그렇듯, 귀음만쇄진 또한 시전자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인다.

음양과 오행의 조화를 비틀어 만들어낸 절진은 시전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그것을 조절하고 바꾸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그랬기에 시전자는 절진 안에 갇힌 이들을 장난감처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고 말려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런 절진 안에서 자신들이 역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카가미는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

“카가미 님. 어떻게 할까요?”

계속해서 들려오는 비명에 귀검사는 당황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급박하게 물었다.

“……귀음만쇄진을 걷어내라.”

카가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귀검사가 음양사들에게 귀음을 보냈다.

-귀음만쇄진을 걷어라!

이미 공격받는 와중에 귀음만쇄진을 만들었던 음양사 둘이 죽으면서 힘겹게 진을 유지하던 음양사들은 순식간에 귀음만쇄진을 해제하고 귀갑사 뒤로 숨어들었다.

귀음만쇄진 안 가득했던 귀기가 사라지자 귀검사와 귀갑사는 귀공을 전력으로 일으키며 습격했던 이들을 잡아내려 했다.

하지만 귀음만쇄진이 걷어졌음에도 안개는 사라지지 않았다.

거듭되는 습격에 야토가미의 인원들의 피 분수가 가미된 탓인지 회색빛의 안개는 붉은빛으로 변하였고, 습격은 계속되었다.

“크아악!”

바로 옆에서 귀갑을 펼쳐 귀검사와 음양사를 보호하던 귀갑사가 하복부를 찔러 들어오는 검에 쓰러지며 핏물을 뿜어내자. 뒤에 섰던 귀검사가 도망치려는 무인을 쫓아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크어억

안개 속으로 사라졌던 귀검사는 멀찍이서 들려오는 비명만을 남긴 채 죽어 버렸다.

붉은빛의 피 안개 속에서 야토가미의 인원들은 점점 공포감에 절기 시작했다.

상대는 보이지 않고, 자신들은 무력하게 죽어 나간다.

자신들이 상대에게 주었던 공포를 지금 똑같이 겪는 중이었다.

* * *

남궁혜자는 태백전 앞에서 크고 작은 십여 개의 마법진을 펼친 채로 서 있는 시우를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커다란 마법진과 그 앞으로 생성된 크고 작은 크기의 마법진들.

시우는 마치 기계를 조작하는 듯, 젊은이들이 하는 디제잉의 턴테이블을 조작하듯 마법진들을 돌리고 만지고 위치를 옮겨가면서 시선은 계속 야토가미를 향해 있었다.

그 미친놈처럼 보이는 행동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더더욱 놀라웠다.

맨 처음 태백정가의 담을 넘은 야토가미의 이백의 인원들은 곧장 연무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보무도 당당히 귀기와 살기를 내뿜는 그들의 모습에 태백정가의 무인들은 긴장으로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더불어 시우가 야토가미의 인원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기이한 명령까지 했던 탓에 순간적으로 시우가 자신들을 죽이려는 고도의 전략을 짠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시우의 얼토당토않은 제안에도 불구하고 남궁혜자가 시우의 말을 믿고 따르라는 말을 했고, 태백정가의 무인들은 야토가미의 인원들을 두고도 꼼짝하지 말아야 하는 생고문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연무장까지 도착한 야토가미 인원들은 곧장 연무장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마치 어딘가를 찾아가는 사람들처럼 속도를 늦추지도 않고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시우의 신호에 멍하니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야토가미의 인원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처음 귀검을 펼치고 귀갑을 펼친 이들의 모습에 바짝 긴장했던 태백정가의 무인들이었지만, 습격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딴 곳만 바라보고 있는 기이한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습격했던 무인과 눈이 마주친 귀검사가 무인을 뒤쫓기 위해 쫓아오다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놀라운 현상에 용기백배한 태백정가들은 순식간에 야토가미 인원들의 숫자를 확연하게 줄이기 시작했다.

“넌 정말 보면 볼수록 무서운 아이구나.”

“제가요? 뭐가 무섭다는 말씀이신가요?”

“네가 만든 저 기이한 절진 안에 우리 태백정가의 무인이 갇혔다고 생각해 보거라. 난 그 모습을 상상조차도 하고 싶지 않구나.”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시우는 그렇게 웃으며 대답하곤 고개를 돌려 마법진을 다시 조작했다. 부주의하게 공격을 하던 태백정가의 한 무인이 상처를 입는 바람에 위험에 처했던 것이다.

상처 입은 무인을 쫓던 귀검사는 순식간에 무인을 공격하려다가 시우가 작은 마법진 하나를 잡고 돌리자 무인 대신 땅바닥을 찌르기 시작했다.

남궁혜자는 그 모든 광경을 살펴보며 시우의 말대로 그럴 일이 절대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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