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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66화 (6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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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기조는 사건 현장 수습 인원으로 바뀌었다.

사체를 수습하면서 그들이 가장 애를 먹은 것은 귀와 코의 주인을 찾아 주는 일이었다.

시우는 대통령과의 면담도 미뤄뒀다. 사체의 코와 귀의 주인을 찾고 현장을 복구하는 데 먼저 움직였다.

건물의 부서진 부분과 핏자국을 마법으로 모두 되돌렸다.

김윤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우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겨우 현장이 수습된 이후에야 집무실에서 모인 네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경호원들이 모두 무인이었단 말인가?”

적막함 뚫고 처음 대화의 포문을 연 것은 김윤성이었다.

매일 같이 청와대에서 보던 이들이 모두 실력을 숨긴 무인이었다는 이야기에 김윤성은 꽤 큰 충격을 받은 상태.

“모두는 아닙니다. 경호원의 일부 인원들이 돌아가면서 대통령님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오늘과 같은 사태를 대비한 것이다. 상계라는 힘을 가진 집단들이 나라를 전복시킬 때 가장 먼저 노리는 것이 국가의 수장이니까.”

남궁혜자가 이야기하자 김윤성의 얼굴에 당황함이 감돌며 곽동원을 바라봤다.

“아해야. 내 말투가 거슬리는 것이냐?”

“……저렇게 보여도 한 세기를 넘게 살아오신 분입니다.”

곽동원의 말에 김윤성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하, 한 세기?”

“네가 갓난아기였을 때 이미 내 자식이 한참 장성하고 있었다.”

“그, 그게 가능한 것……입니까.”

김윤성은 의혹을 숨기지 못하며 물었다.

“불로불사의 수준은 되지 않으나 정기신을 갈고 닦으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 거기에 현대의 의학이 합쳐지면 먼 과거에 비해 몇 배나 더 오랜 시간을 살 수 있지.”

“허어.”

그 말을 듣던 김윤성은 그제야 상계가 필요 이상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던 이유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들의 힘은 단순히 일반인에 몇 배에 달하는 괴력을 발휘하는 것 이상으로 현실 세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저분처럼 오랜 시간을 영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극고의 수련과 깨달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이후에 하늘의 선택을 받은 분만이 저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입니다.”

곽동원이 설명하듯 이야기하자 남궁혜자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요는 영생을 바라는 이는 가지지 못하고 안식을 바라는 이는 영생하게 되는 부조리한 과정에 가깝다. 그러니 혹여라도 욕심을 부리지 말거라.”

“…….”

남궁혜자의 말에서 느껴지는 인생무상의 씁쓸함을 약간이나마 알고 있는 김윤성은 쉽게 그녀의 말을 납득할 수 있었다.

자신 또한 정계에 발을 붙이며 그토록 바라왔던 대통령직에 올랐지만, 그 모든 것을 이룬 후엔 그저 아무것도 없이 바라기만 했던 시절을 그리워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평생을 이 자리에 오르기만을 바랐던 사람은 느끼지 못할 무상(無常)의 허탈감과 많이 닮아 있었다.

“궁금증은 다 해소 되었느냐?”

남궁혜자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묻자 김윤성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실례를 범했습니다.”

“되었다. 모든 인간이 새로운 존재를 대하면 가지게 되는 근본적인 호기심일 뿐이다. 나 또한 일세기가 넘는 삶을 살아왔지만 저 아이를 만났을 때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남궁혜자가 시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본래는 시우 님과 대통령님과의 간단한 대면 자리였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곽동원의 말에 장내의 분위기는 다시금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건 명백한 침략의 의도라 봐야 하는 건가?”

김윤성은 아찔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분노를 터트렸다.

“상계와 현실은 엄연히 분리된 세상이라. 이 일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킬 순 없습니다.”

“그럼 만약 내가 죽었다면?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세상이 돌아갔을 거란 말인가?”

“……대타를 쓰거나, 병환으로 인한 사망 처리 되었을 겁니다.”

“허허. 이런 일이 자주 있는가?”

“아시아 지역은 이미 안정화가 되어 많지 않지만, 세계 각국엔 아직도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그 일들을 계기로 내전 등이 일어납니다.”

“그럼 우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리 상계의 인물이 일본에 넘어가 천황이라도 노려야 하는 건가?”

“…….”

“…….”

“이대로 가만히 당해야만 하는 건가?!”

계속되는 침묵에 김윤성이 답답한 듯 물었지만 곽동원의 대답은 힘이 없었다.

“일본 상계의 유일무이한 세력인 야토가미는 한 개의 세력으로 동아시아 전체를 상대했을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그들의 수장을 노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허허. 현실과 마찬가지로 상계에도 힘의 불균형이 있단 말인가.”

김윤성이 허탈한 듯 웃었다.

“일세기가 지나도 변한 건 없구나.”

그렇게 모두가 침묵을 유지할 때 시우가 입을 열었다.

“일세기가 지났으면 이제 변해야죠.”

“…….”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까지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데, 가만히 앉아 당해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시우의 시원한 말에 김윤성이 관심을 보이자 곽동원이 시우를 말렸다.

“시우 님…….”

곽동원은 혹여라도 시우가 김윤성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줄까 심히 걱정되어 말렸지만, 시우는 그다지 곽동원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

“자네…… 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남궁혜자의 이야기에 김윤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전 보이는 그대로의 삶을 살았습니다.”

진실은 아니었지만 거짓도 아니었기에 시우는 가볍게 넘겼다.

“그러고 보니 자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못 했군.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 자리에 있다 보면 때때로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전달해야 하는 일을 종종 잊곤 하지. 아무튼 사실 자네가 보여준 실력은 무인들과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자네 같은 이들이 상계에 더 있나?”

시우는 대답 대신 곽동원을 바라보았다.

“시우 님은 유일무이한 존재이십니다. 동아시아에 시우 님과 같은 능력을 가진 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힘은 시우 님 단일의 힘이시기 때문에 야토가미와의 전면전을 치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드린 거였습니다.”

“그렇군. 하지만 나는 시우 군이 한 이야기를 더 들어 보고 싶네.”

모두의 시선이 시우에게 향했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1세기가 넘도록 당하기만 했다면 이제 갚아 줘야죠.”

“곽 팀장의 이야기론 힘들다 하지 않는가? 가능한 것인가?”

곽동원은 말을 아꼈다.

그가 본 시우의 신위는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그가 내뿜는 단일의 힘과 이제 막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그의 세력으로 야토가미를 상대하라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단한 힘이긴 하지만 모든 힘이 그렇듯 무적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미 그들의 힘에 대항할 방법을 준비 해뒀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이야기를 듣던 곽동원이 놀라며 물었다.

“그렇다네. 내가 직접 봤으니 믿어도 좋아.”

남궁혜자까지 그렇게 이야기하자 곽동원은 머릿속엔 어떤 희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무력감에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

“그동안 받은 것의 10배 20배를 되돌려 줄 생각입니다.”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대항할 방법이 생겼을 뿐. 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의 선택입니다.”

김윤성은 잠시 집무실 한편에 자리한 태극기를 바라보았다.

“……굴욕과 치욕의 역사였지. 힘이 없는 건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만, 극복할 의지를 가지지 않는 것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하네.”

김윤성이 고개를 돌려 시우를 바라봤다.

“어린 자네에게 이런 큰 짐을 지워도 되겠는가?”

“상계에선 나이는 의미가 없다. 오직 의지와 힘만이 의미를 가질 뿐.”

김윤성이 남궁혜자의 말에 다시금 고개를 돌려 시우를 바라보았다.

시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앞으론 그 어떤 곳도 우리를 만만히 보지 않을 겁니다.”

김윤성은 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크흐.”

붉은 머리의 유달리 긴 코를 가진 사내가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임시로 막아 놓았던 손목과 오른쪽 팔꿈치 부근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핏물을 흘리며 파리한 안색의 카가미는 숨을 몰아쉬며 귀검사와 귀갑사들을 바라보다 한 사람을 바라보며 귀음을 내뱉었다.

-이리 오라.

카가미의 선택을 받은 이는 멍한 눈빛으로 카가미 앞에 다다랐다.

-내게 가져오라.

멍하니 다가온 귀검사가 자신의 손을 쭉 내밀었다.

그러자 카가미의 뒤에 섰던 귀검사가 도를 뽑아 멍하니 선 귀검사에게 다가갔다.

슥, 스겅.

푸쉭!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귀검사의 왼쪽 팔목과 오른쪽 팔이 잘려져 나갔고, 귀검사는 피를 흘리며 그대로 죽어갔다.

도를 휘두른 귀검사는 잘린 팔과 손을 가지고 카가미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숙인 채 숨을 몰아쉬던 카가미가 왼손을 올리자, 잘린 왼손이 천천히 날아가 카가미의 손에 붙기 시작했다.

신경과 뼈, 근육들이 서로를 잡아당기듯 기이한 모습으로 붙었다.

종국엔 손목과 팔의 경계 부분에 자잘한 상처와 확연히 다른 피부색만이 아니라면 카가미의 본래 손이었다고 믿을 만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왼손을 부착한 카가미가 오른팔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잘린 오른팔은 자신의 자리를 되찾으려는 듯 강력하게 이끌리며 카가미의 몸에 붙었고, 카가미는 자연스럽게 오른팔을 돌리며 감각을 되찾고 있었다.

그때, 음양사 한 명이 태블릿 PC를 가져와 카가미 앞에 내밀었다.

태블릿 PC 화면에는 류신이 그 창백한 얼굴로 특유의 냉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비웃어 주기라도 하려는 참인가?”

그럴 리 없다는 걸 잘 아는 카가미지만, 자신의 수치를 조금이라도 숨겨 보고자 하는 탓에 목소리가 한참이나 올라가 있었다.

-피해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귀공의 2할을 잃었다.”

-…….

귀공의 2할을 잃었다는 말에 류신도 잠시 말이 없었다. 표정의 변화는 없어도 저 자신도 꽤 놀랐으리라.

-어떤 힘을 가졌기에 귀공에 영향을 줄 정도인 겁니까?

“모르겠다. 다만 요괴라 느껴지는 검은 액체를 다루고, 무공을 사용했다.”

-그도 귀공을 사용한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주력은 어디까지나 무공. 귀공을 상대한 그 힘의 정체는 아마도 그가 다루는 검은 액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혹여 다른 무인들도 귀공에 대항을 해왔습니까?

“무력했다.”

-…….

“하지만…… 그 애송이가 쓰는 힘은 만만하지 않다.”

카가미가 자신의 왼손과 오른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오오가미의 뜻은 전달하셨습니까?

“아니. 그 애송이에게 막혔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날 더러 돌아오라는 말이냐?”

-…….

“오오가미의 뜻을 가지고 와서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갈 순 없다.”

-지금 그자를 상대하는 건 위험한 행동입니다.

“그 애송이를 상대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지. 어차피 한 명에 불과하니까.”

-……알겠습니다. 오오가미께 그 뜻을 전하겠습니다.

류신은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을 끊었다.

카가미는 처음 느껴보는 굴욕감에 분노가 스멀스멀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카가미가 양손을 벌려 소리를 지르자 그의 손으로 귀검사와 귀갑사 다섯이 끌려 들어왔다.

붉은 색의 막이 그들을 감쌌다. 그제야 위기감을 느낌 귀검사와 귀갑사가 비명을 지르며 벗어나려 했지만 그들은 두 번의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순식간에 쪼그라들고 말라가기 시작했다.

팡!

“두고 보자…….”

붉은색 막이 사라지며 방금까지 살아 숨쉬고 있던 사람들이 말라비틀어진 형체로 화해 바닥에 떨어졌다.

파리한 혈색이었던 카가미는 혈색을 되찾고 기운을 사방으로 뻗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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