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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65화 (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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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도착한 시우는 청와대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강력한 형태의 결계를 발견하고 사건이 발생했음을 예상했다.

결계의 형태는 만쇄진, 만경진과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었으나 기능은 전혀 달랐다.

간단하게 파악한 바론 외부의 유·무형의 존재를 차단하는 기능을 가진 결계.

워프 마법이 통하지 않았던 이유는 생각보다 시시했지만, 결계가 쳐져 있다는 것의 의미는 결코 시시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결계를 해석한 시우는 결계의 한 면을 찢고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캬아아아악.

시우의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있던 다크 사이트가 즐겁다며 자신의 몸을 현신시키려 했다.

“들어가 있어.”

시우의 음성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냉정하게 들렸다.

다크 사이트는 그런 시우의 감정을 깨달았는지 더 이상 기괴하게 음성을 내뱉거나 하지 않았다.

넓은 잔디를 지나 청와대 본관에 다다르자 검은 양복에 구겨진 접이식 검을 들고 죽어버린 사람들이 보였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에게 다가가던 시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체의 얼굴엔 귀와 코가 잘려있었다. 몸과 얼굴에 상처가 많았지만, 귀와 코는 죽은 후에 절단한 것처럼 깔끔한 단면이었다.

두 시체의 상태가 똑같은 것을 보며 시우는 이를 갈았다.

“짐승만도 못한 새끼들.”

“네놈은 누구지?”

시우의 귓가에 발소리와 함께 일본어가 들려왔다.

“돌아서라.”

“아직 안 죽인 놈이 있었나?”

“어디 숨어 있다 나온 놈인가 본데.”

여유롭게 저들끼리 이야기하던 귀검사 두 명은 시우가 돌아서서 손안의 완드를 검으로 바꾼 다음에도 저들끼리의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저놈은 내가 먼저 발견했으니 내가 가지겠어.”

“네놈은 벌써 한 줄 다 채웠잖아. 이거 봐. 난 아직 절반도 못 채웠다고.”

귀검사의 손에는 잘린 귀와 코가 줄에 엮여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아직 잘라낸 피가 다 마르지도 않았는지 끈적끈적하게 핏물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걸 어디다 쓸 셈이지?”

시우의 입에서 유창한 일본어가 튀어나오자 귀검사들이 놀라며 말했다.

“저놈, 일본어를 할 줄 아는데?”

“심심한데 좀 데리고 놀다가 죽일까?”

“난 먼저 산 채로 귀와 코를 자르고 싶어.”

두 귀검사는 천천히 일본도를 꺼내며 시우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두 귀검사에겐 긴장감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시우의 검에 검기가 어리자 두 귀검사는 시우에게 손가락질하며 낄낄 웃었다.

“저것 봐. 아직도 무공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미개한 놈들이라니까.”

“자기들이 왜 학살당한 건지 아직도 모르는 건가?”

“내가 들은 얘긴 데 이번에 한반도를 다시 지배할 거래. 그럼 그때 한몫 잡아 보자고.”

“난 일단 저 멍청한 놈부터 잡고 나서.”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날 때쯤 시우의 검에서 검기가 쏘아져 나갔다.

살기를 가득 품은 무서운 검기였지만, 두 귀검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정면으로 살기를 받아내던 귀검사는 그대로 검을 가로로 들어 귀력을 끌어 올렸다.

그의 일본도 주변엔 초록색의 불빛으로 만들어진 검의 윤곽이 넓게 생겨나며 방패처럼 그의 목과 상반신을 막아 주고 있었다.

귀검사는 검기를 막은 후 곧장 반격을 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검의 방패에 막혀 전해져야 할 충격음 대신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 오기 시작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귀검사는 고개를 돌려 동료를 보려 했지만, 순식간에 세상이 뒤집히며 땅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렇게 서서히 의식이 사라졌다.

“사토시! 사토시!”

동료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귀검사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려는 순간.

또 한 번의 살을 찢는 듯한 살기와 함께 그의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귀검사는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시우의 등장으로 집무실엔 정적이 감돌았다.

김윤성과 곽동원은 시우의 등장에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 못하고 숨소리마저 죽인 채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바닥에 너부러져 이미 숨이 끊긴 귀검사의 죽음에도 카가미는 동요가 없었다.

“네놈은 누구냐?”

카가미가 물었다.

“네놈이 이 짐승들의 우두머리냐?”

카가미가 원하는 답변 대신 다른 질문이 되돌아 왔다.

“내가 한 질문을 못 들은 것인가? 네놈의 정체를 밝히라 말했다.”

“짐승에게 알려 줄 이름 따윈 없다.”

“겨우 무공 따위로 건방을 떠는 것이냐?”

“무공 따위?”

“이미 본국의 귀공은 무공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카가미의 말에 시우가 피식 웃었다.

“겨우 귀신 몇 마리를 부리는 것을 공(功)이란 말을 쓰다니 섬나라 짐승들의 수준을 알겠군.”

“고노야로! 애송이 혓바닥을 조심해라! 신은 모욕을 참지 않는다!”

“네놈이 신이란 말이냐? 참으로 저급하고 쓸모없는 신이구나.”

“빠가야로!”

스걱.

카가미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순간 날카로운 칼날에 살이 베이는 소리와 함께 툭 하고 카가미의 귀가 떨어져 내려왔다.

“여기까지 오면서 귀와 코가 성한 시체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 네놈들에게도 똑같이 되돌려 줄 것이다.”

“이! 이! 이!”

카가미가 눈을 번쩍 치켜뜨며 얼굴을 붉혔다.

“가라!”

카가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네와 너구리가 번개같이 움직여 시우를 덮치려 했다.

캬아아아악!

그 순간 시우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다크 사이트가 튀어나와 지네와 너구리를 순식간에 덮쳤다.

콰직, 콰직, 콰드득, 콰드득, 퍼걱 슥.

다크 사이트는 순식간에 지네와 너구리의 온몸을 결박하고 껍질과 뼈마디를 부수며 흡수하기 시작했다.

“……! 네놈!”

카가미는 다크 사이트의 기괴한 모습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카가미가 소환한 요괴들은 기본적으로 령이었다.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실체인 셈.

그들은 소환사의 의지가 있을 때만 실체화할 수 있었다.

아무리 높은 경지의 무공을 익혀도 귀력에 손쉽게 무너지는 것 역시 귀력의 이러한 특성 덕분이었다.

하지만 다크 사이트에 잡힌 요괴들의 모습은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워하며 도망치지 못하고 있었다.

“왜? 네놈들의 ‘무적의’ 잡술이 무력화되는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인가?”

“뭔가 재주가 있는 놈이구나 하지만 이것들도 막아 낼 수 있을까!”

[귀령소환]

[사십사귀야행]

카가미가 펼친 손바닥에선 실처럼 얇은 선이 뻗어 나오기 시작하더니 실이 부풀어 오름과 동시에 집무실 전체를 메우기 시작했다.

꺌꺌꺌꺌꺌꺌

크하아아아아!

하옹옹옹옹오옹옹.

히히히히.

각종 기괴한 동물의 형상을 한 요괴부터 도깨비, 인간, 기괴한 귀신의 모습까지 찐득한 요기를 흩뿌리는 요괴들이 순식간에 시우의 전신을 덮쳤다.

시우의 검에서 은은한 검기가 어렸다.

“겨우 무공 따위로 귀공을 상대하려 하느냐!”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요괴들에 비해 시우의 검은 여유롭게 움직였다.

[천살지존검]

[천하멸살]

집무실 가득 채웠던 요기는 순식간에 시우의 살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도한 요기로 머리가 어지럽던 김윤성과 곽동원은 갑작스레 목을 옥죄어 오는 살기에 숨을 쉴 수 없었다.

무인인 곽동원마저 당황하여 목을 부여잡는 그 순간.

집무실을 가득 채웠던 요괴들이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처음엔 절반으로, 그다음엔 절반의 몸뚱이가 다시 절반으로, 그 절반의 조각들이 다시 절반으로, 그렇게 그 형체가 사라지고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 절단되어 종국엔 무수히 많은 가루로 산화되어 사라졌다.

“……이건!”

여유롭던 카가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네놈들의 힘은 이미 모두 파악했다. 삼류 무사들도 더 이상 이런 잡술에 당하지 않을 것이다.”

“어, 어떻게!”

“그건 죽어서 너희들의 신에게나 물어봐라!”

시우의 검이 순식간에 열세 번의 변화를 주며 휘둘러지자 또다시 자신을 엄습하는 살기에 카가미가 검을 들어 막아섰다.

스걱!

귀검과 귀갑으로 전신의 초록색의 빛을 두른 있는 카가미였지만 시우의 검에 어린 검기는 막지 못했고, 그의 왼손이 바닥에 떨어졌다.

“잡술을 제외하고 나니 무술 실력은 형편없군. 그러고도 도를 차고 다니는 것이 부끄럽지 않더냐?”

더 이상 귀공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카가미는 급하게 단전의 기를 끌어 올렸지만, 평생을 귀공에 매진한 그의 단전엔 미미한 수준의 기만이 있을 뿐이었고, 초식 또한 천살지존검의 장대하고 복잡한 초식에 비하면 저급한 수준의 것이었다.

시우는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천살지존검의 영역 안에선 그 어떤 생명체도 자신의 목숨을 유지할 수 없었다.

카가미의 몸이 여덟 조각으로 잘려 나갔지만 그의 몸에선 한 방울의 피도 흐르지 않았다. 되려 몸 안이 텅 빈 것처럼 힘없이 떨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집무실 천정엔 붉은색의 깃털을 가진 괴조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고 있었다.

-이것으로 끝이라 생각하지 마라!

그렇게 말한 괴조는 천장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다.

“너희들의 레퍼토리는 똑같구나.”

[다크 체인]

시우의 발아래 검은색의 체인들이 뻗어 나와 순식간에 괴조를 옭아맸다.

케에엑!

체인에 잡힌 괴조는 다시금 집무실 안으로 끌려 들어왔고, 시우는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투투둑.

그렇게 괴조의 날개와 머리가 잘리며 조금의 피가 흐르는 듯 보였지만, 떨어진 괴조의 형체도 속은 비어 있었다.

“……도망치는 재주 하나는 뛰어나군.”

시우는 천정에 가린 하늘을 바라보며 불완전하게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괴조를 보고 있었다.

남궁혜자는 청와대 입구에서 자신들을 제지하는 경비원들을 기절시키고 곧장 청와대 내부로 들어섰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강력한 결계가 자신들을 막고 있어,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찰나에 무슨 일인지 결계가 사라졌고,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곧장 본관으로 향한 남궁혜자는 죽은 무인들의 시체를 보고 그들에게 가해진 시해의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며 더욱 빨리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이 끔찍한 사태의 주인공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각오로 집무실에 다다랐을 때. 뜻밖의 얼굴을 보고 소리쳤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제가 좀 빨랐네요. 대통령님을 구하러 오신 겁니까?”

남궁혜자는 그제야 신색을 회복하고 시우에게 물었다.

“적은 누구였느냐?! 이토록 끔찍한 짓을 저지른 놈들은?”

“야토가미였습니다.”

야토가미란 말이 나오자 남궁혜자의 이가 뿌드득 갈렸다.

“천륜을 어기는 짓을 또 했단 말이냐?!”

“이번엔 다행히 제가 운 좋게 도착했습니다.”

“그래. 대통령은? 괜찮으냐?”

시우가 말없이 눈짓했다.

최고 통수권자이자 최고 권력자인 김윤성은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여인의 말투에 놀라며 곽동원을 바라봤고 곽동원은 어색한 표정으로 김윤성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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