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다크위저드-61화 (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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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원의 말을 들은 이 중 시우만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얘긴 꼭 자신이 상계를 가진 것처럼 하는 말 같네요. 상계의 주인이신가요?”

“……아,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를 부추겨 이득을 챙기려 하시는 거겠군요.”

시우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곽동원은 당황하여 두 손을 마구 흔들며 얘기했다.

“아, 아닙니다. 절대 그런 의도를 가진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설명하셔야 할 겁니다. 벌써 한 번 그쪽한테 실망했으니까요.”

곽동원은 바짝 긴장하여 침을 삼켰다. 일이 어렵게 되겠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여기서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한국 상계는 그동안 정부와의 연결고리를 끊은 채 유지되어왔습니다. 처음엔 부적절한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단절된 채 지내왔지만 지금에 와선 자신들 위엔 아무도 설 수 없다며 교류를 거절하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교류를 하라는 건 결국 정부가 상계 위에 서겠다는 이야기니까.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은데요. 지금 우리를 이용해 상계를 조종해 보겠다, 이런 건가요?”

“아, 아닙니다.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그런 의도가 아닙니다.”

“그럼 어떤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죠?”

시우가 몰아치자 곽동원의 얼굴은 당황이 묻어났다.

“전 조금 더 거시적인 시점으로 말하는 겁니다. 이미 한국을 제외한 일본과 중국 등이 정부와 교류를 하며 대·내외적으로 협력적인 관계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 해서 그들이 절대 정부의 통제 아래에서 명령을 일반적으로 받는 건 아닙니다.”

“내 상식으로도 굳이 정부와 교류를 하면서 서로 협력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각국의 상계는 이미 자국의 힘 안에 상계의 힘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100년 전 증명되었듯 상계의 힘이 밀리면 그 나라의 주권이 박탈당하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희 예상엔 앞으로의 국가 간의 힘겨루기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국방력 외에 상계 간의 전쟁이 힘겨루기의 승자를 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한국 상계와 한국은 똑같은 위험에 노출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곽동원은 지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한국은 상계와 정부의 교류가 제로에 가까워 타국에 비교해 보았을 때 힘의 균등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상계 자체의 힘이 있고 그들 또한 언제든 자신의 국가와 터전을 위해 나설 준비가 되어 있겠지만, 하나로 통일되지 않은 커다란 세력은 단합력 좋은 작은 세력에 얼마든지 패배하곤 한다.

그 일례가 이번 백면궁의 사태였고, 이 사건은 장차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일본과 중국은 상계의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지고 있었다.

힘이 쉬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고 안에서 서로를 죽이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확장된 그들의 힘은 언제든 주변국으로 퍼져갈 것이 분명했다.

곽동원은 그동안 국정원 골방에서 항상 이런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최시우의 존재가 이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수단이라 느껴졌고, 도박에 가까운 심경으로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교류를 원하는 거죠?”

“협력적인 관계를 원합니다. 이번 사건 때도 그랬듯 상계의 사건을 수습하기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기억 조작 능력자나 현장을 수습할 인원조차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더 큰 위기에도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시우가 세아에게 물었다.

“관주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한국 상계를 지배한다.’ 같은 말은 조금 허황된 면이 있는 것 같네요. 그런 것들을 치워두고 이야기하면 곽 팀장님의 말은 일리가 있어요. 정부와의 교류는 앞으로의 큰 전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곽동원은 사람들 몰래 탁자 아래에서 쾌재를 질렀다.

“하지만, 정부에서 언제든 상계를 지배할 야욕을 조금이라도 보일 때면 이 관계는 언제든 끊어 내 버려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들과 함께 일하느니 저희끼리 하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요.”

“……그,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이야기를 듣던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굳이 같은 뜻을 가진 사람끼리 싸우고 싶지 않거든.”

“세부 사항은 저랑 이야기를 하시는 게 어떨까요?”

세아의 말에 곽동원이 긴장이 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곽동원은 앞으로의 말이 자신이 여태껏 잘 만들어 놓은 분위기를 망치는 건 아닌가 걱정되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뭐죠?”

“저…… 대통령님과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방금 권력이 가진 강제력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아, 아닙니다. 절대 강제력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두 분께서 이야기하실 것이 있지 않을 까 생각되어서.”

곽동원의 말에 시우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곽동원의 긴장감이 극에 달할 시점에 시우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차후에 약속을 잡도록 하죠.”

곽동원과 전혜성이 차를 타고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세아가 시우에게 물었다.

“불편하시면 그런 자리는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시우 님.”

“관주가 편하게 일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거야.”

“어머. 소녀에게 또 이렇게 감동을 주시는 건가요?”

“일본이랑 중국의 움직임을 더 면밀하게 포착할 수 있겠어?”

“아직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중국 쪽의 인원을 빼서 일본으로 돌리는 건 어떨까요?”

“아니, 그렇게까진 하지 않아도 돼.”

“벌써부터 중국을 경계할 필요가 있을까요?”

“일본 야토가미를 꺾고 나면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 나서려고 할 거야. 힘의 비대칭이 깨어지는 순간 가만히 있는 건 자신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뿐이니까. 중국과 싸울 일이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건 아마 불가하겠지. 그렇다면 미리 힘을 빼놓는 게 나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정령을 부릴 줄 아는 아이들 중에 전투에 뜻이 있는 아이들도 모았습니다. 근데 그 아이들이 무인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현재 미화관의 전투 요원은 60명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중 정령을 부릴 수 있는 자들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그 수준도 각기 달라 아직 상계의 세력이라 할만한 힘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고충을 시우에게 말하니 시우는 미화관에서 일하는 여자들 중에도 전투에 뜻이 있는 이들을 뽑으라는 말을 했고, 시우의 말 대로 사람을 뽑아 인원은 보충하였지만 다른 무인들에 비해 한참이나 못 미치는 힘으로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세아는 벌써부터 걱정되었던 것.

“어차피 단체 진을 짜기 위해선 여자들도 필요했어. 지금 남자 대원들은 대부분 불과 흙에 치중되어있으니 오행진이 이뤄지지 않거든.”

“남녀를 함께 한 부대로 만드실 생각이신가요? 하지만 힘의 차이는.”

“이걸 차볼래?”

시우는 은으로 세공된 아름다운 모양의 팔찌를 받아 들었다.

“저 차를 한번 들어 보겠어?”

“차를요? 소녀가 어찌?”

“해봐.”

세아는 시우의 말을 쉽사리 믿지 못하며 중형 세단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범퍼에 손을 넣고 당연히 들리지 않을 차를 들어 보이려 애를 썼다.

그 순간

파직!

세아가 가볍게 힘을 주자 세단이 들어 올려지다 범퍼가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서지면서 차가 다시 주저앉았다.

삐용삐용삐용삐용

파손된 차량의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어머!”

세아는 놀라는 표정으로 팔찌를 바라봤다.

“힘을 증량시키는 아티팩트야. 이것들을 통해. 힘의 차이는 맞출 수 있어.”

“역시 시우 님은 대단하시군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절대적인 숫자에 밀리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숫자? 백면궁을 보고도 잘 모르겠어? 숫자는 그저 머릿수에 지나지 않아. 오행진으로 완성된 미화관의 대원들은 한국 상계의 그 어떤 세력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될 거야.”

“시우 님.”

세아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시우를 바라볼 때, 전투복을 입은 김준상이 헛기침을 하며 나타났다.

“으흠. 시우 님. 관주님.”

“준상 씨 무슨 일이죠?”

“제 차에서 경보음이 울려서.”

“어머! 미안해요. 시험을 해보다가 그만, 차는 새 차로 다시 뽑아 줄게요.”

“아뇨. 범퍼만 교체하면 될 거 같은데요. 그보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김준상의 연구소 단지의 먼 대문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우빈이 시우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 * *

중국 역사 속에서 몇 번이나 수도가 되었던 북경은 현대에 이르러 중국 발전의 중심지가 되고 문화 경제 정치 등 중국의 모든 것을 컨트롤 하는 도시로 변모하였다.

그리고 중국 상계의 지배자들도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 이곳 북경을 떠날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과거 몇 번이나 마교의 침략이 있을 때면 정도의 무림인들은 전통적으로 북경에 무림맹을 창설하여 거대한 마교 세력에 대항하여 결속력을 다졌었고, 현대에 이르러 강호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음에도 그 전통은 이어왔다.

물론, 처음 이곳에 강호맹이란 정사를 초월하는 본부를 만들 때 천년마교의 교주가 가장 많은 불만을 터트렸지만 다수의 원칙에 따라, 그리고 중국의 모든 권력과 자금이 모이는 도시라는 이유를 들어 결국 강호맹의 위치는 북경으로 정해졌다.

황제가 기거했던 자금성을 중심으로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빌딩들 중 한 빌딩의 꼭대기 층에 여섯 명의 사람들이 커다란 원탁에 앉아있었다.

원탁의 크기가 너무도 커 사람들 간의 간격은 서로 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넓었지만 그 원탁에 앉은 이들 중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소속 안에선 왕처럼 행동하는 이들이었기에 그들 사이에 이 정도 넓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현 강호맹은 화산파의 문주인 화산일검 진문형이었다. 무공의 고하로 따지자면 이 여섯 중에서 세 번째나 네 번째의 자리를 차지하는 그였지만, 강호맹의 맹주 직은 순번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누구도 진문형이 회의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지 않았다.

“다음은 한국에 관한 것이오.”

한참 중요한 회의를 끝낸 진문형은 물을 조금 마시며 중요하지 않은 의제를 발제했다.

“한국의 한라검문과 해도문에서도 도움을 요청하였소.”

진문형의 말에 선풍도골의 모습을 한 무당파 장문인 장송계가 입을 열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권리로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요?”

“잊으셨오? 매년 한라검문과 해도문에서 보호비를 바치지 않소.”

“아아, 그렇군. 근데 그게 우리 재정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받을 필요가 있겠소? 또한 한국 상계는 태백정가와 보타암이 지주로 있는 곳 아니오?”

“야토가미의 준동을 막기 위해 방어책으로 세워둔 것 아니겠소. 그들이 있어야 우리가 한국으로 움직일 때도 편할 것이고.”

“아아, 그럼 야토가미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오?”

야토가미란 말이 나오자. 회의에 관심이 없어 보였던 천년마교의 교주를 비롯한 나머지 세 사람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볼 수 없지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오. 이번에 백면궁이란 작은 문파를 이용해 한국 상계를 지배하려 했었소.”

“그래서? 어떻게 되었소?”

“보타암이 완전히 무너지고 태백정가도 큰 타격을 받았다 하오. 하지만 결국 백면궁은 전멸했다 하오.”

“그렇소?”

그들은 왠지 김이 샌 듯한 표정으로 다시 몸을 뉘였다.

“야토가미에서 새로운 힘이 생겼다 하여 궁금하던 찰나였는데, 그리 강하지 않은가 보오?”

모산파의 문주 계상학이 물었다.

“그건 아닌 거 같소. 보타암을 상대하고 태백정가를 상대할 때까지만 해도 백면궁에서 중상을 입은 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하였소.”

진문형의 이야기에 장내 분위기는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아주 오래전 야토가미를 처음 만났던 때의 공포가 되살아난 까닭이다.

그 분위기가 너무 오래가지 않도록 각 파의 문주들은 재빨리 표정을 풀었다.

“그럼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보타암과 태백정가를 몰아치던 백면궁이 한 번에 전멸했단 말이오?”

“그렇소.”

“어떻게 된 일이오?”

진문형은 잠시간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의문에 존재 때문이라는 것 같소.”

“의문의 존재?”

진문형이 탁자에 나와 있는 키보드를 두드리자 탁자 중앙에는 홀로그램으로 최시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최시우란 자요. 쓰는 힘은 마법이고 그 유래는 어딘지 알 수 없다 하오.”

“이놈 혼자서 백면궁을 쓸어 버렸단 말이오?”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렇소. 더구나 놀라운 것은 백면궁의 일행 중에 후대 오오가미가 있다는 이야기요.”

“!!”

“!!”

장내의 사람들은 저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홀로그램의 최시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믿을 수 있는 사실이오?”

“확실한 정보요. 이로 인해 지금 일본의 야토가미의 내부가 심상치가 않소.”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저놈이 백면궁을 쓸어버린 것과 내 시간을 이렇게 뺏는 게 무슨 상관인 거지?”

천년마교의 교주 혁련무궁이 차갑게 물었다.

“아마도 이 자가 쓰는 힘이 야토가미의 힘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는 것 같소.”

“그게 참말이오?”

모산파의 문주 계상학이 가장 놀라며 물었다.

“한라검문과 해도문에서 전해온 말에 의하면 그렇소. 이 자가 나타나기 전에 무적에 가까웠던 백면궁이 이 자가 나타난 후론 허수아비처럼 쓰러졌다 하오.”

“그게 참말이라면…….”

모산파의 문주 계상학의 머리가 복잡해 졌다.

아직도 중국 상계에는 유수의 거대 문파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세가 약했던 자신들이 강호맹의 맹주 자리를 하나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유일하게 야토가미에 대응할만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아아,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니.”

진문형이 계상학을 위로하듯 이야기했고 자존심이 상한 계상학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한라검문과 해도문에서 직접 나서서 이 자를 조사하려 했지만, 이 자가 쓴 사술로 인해 큰 부상을 입고 놓쳤다 하오.”

“그렇다면 우리더러 나서 달라는 이야기인가?”

“더불어 이자에게 당한 상처 때문에 단전이 망가졌다 하오 이걸 고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소.”

“허어, 필요 이상으로 바라는 게 많은 거 같소.”

“단전을 고쳐주는 건 생각해 볼 일 아니오? 강호맹 내에서도 쉽사리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얼마 없는데.”

진문형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입을 열었다.

“일단은 그들의 요청을 받아 줄까 하오.”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러시오?”

“우리 강호맹에 산하에 있는 것과 다름없는 한라검문과 해도문의 문주란 신분 때문이오. 야토가미와 태백정가의 전면전에선 나서지 말라 했지만, 야토가미와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에 야토가미를 견제하려면 그들 두 세력이 있어야 하오.”

“다른 문파들은 어떻소?”

“남궁세가와 태백정가가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다곤 하나 우리와 크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 않소. 굳이 잘 따르는 이들을 내칠 필요 없다 생각하오.”

“뭐, 난 맹주의 뜻에 따르겠소.”

장송계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이들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혁련무궁이 나서며 물었다.

“그 최시우란 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은 조사단을 파견해서 알아보려 하오.”

“우리 흑마단을 파견해도 되겠는가?”

혁련무궁의 말에 진문형의 얼굴이 잠시 딱딱하게 굳었다가 풀어졌다.

혁련무궁은 본래 이런 사건에 자교의 인원들을 움직이거나 양보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런 이기적인 자가 순순히 나서겠다는 것의 의도는 하나밖에 없었다.

“공적인 일에 사문의 제자들을 고생시켜야 되겠오? 조사단으론 백호 3단을 파견할 생각이오.”

“흥!”

혁련무궁이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끼자 진문형은 혁련무궁이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도 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호 3단 만으로 되겠소? 사술을 쓸 수 있다 하니 주작2단과 함께 파견하는 것이 어떻겠소?”

혁련무궁을 걱정하는 것은 진문형만이 아니었던지 계상학이 거들며 말하자 진문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백호 3단과 주작 2단을 보내어 최시우란 자를 데려오도록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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