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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56화 (5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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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악 퉷!”

한종수가 목에 걸린 찐득한 핏덩이를 뱉어냈다. 핸드폰 카메라 기능으로 얼굴을 확인하니 이빨이 빠져 그나마도 험상궂은 얼굴이 이제는 보기 흉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내 이 개 같은 놈을…….”

한종수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지 거친 숨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만 흥분을 가라앉히시오. 한 문주.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소.”

옆에서 장만재가 물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검댕을 닦아 내며 말했다.

“만약 태백정가와 보타암이 계속 저자세로 나왔다면 우리도 곤란했을 거요.”

장만재의 말에 한종수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변했다.

“지금 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시오!”

“……그래도, 나중에 얻을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거래였잖소. 야토가미에 의해 태백 정가와 보타암이 사라지고 나면 한국 상계는 우리 것이요.”

장만재의 이야기를 듣던 한종수가 씩씩거리며 물었다.

“아까 그 계집이랑 애송이가 이상한 힘을 쓰던데 어떤 거 같소? 이번 일에 걸림돌이 될 것 같소?”

“한 문주에게 쓴 그 마법은 꽤 파괴력이 있지만, 내가 맞아 본 마법은 그렇게 위협적인 건 아니었소. 제법 의외의 변수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애송이 하나론 뭘 할 수 있겠소?”

“하긴…….”

“다만, 아쉬운 건 그 애송이가 야토가미의 귀술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거요. 생존자들 말로는 음양귀를 상대할 만한 무언가도 만들어 냈다는데. 그걸 얻어 내지 못한 게 참으로 아쉽소.”

“음양귀를 말이오? 그건 중국에서도 쩔쩔매는 요괴 아니요?”

장만재가 한종수의 반응을 살피며 은밀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하는 말 아니겠소. 녀석의 능력을 뺏을 수 있으면 야토가미는 물론이고 중국과도 좀 더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지 않겠냐 이 말이오.”

“…….”

장만재의 말에 한종수가 꿀꺽 침을 삼켰다.

야토가미의 힘은 매우 위협적이다.

그 작은 섬나라의 한 개 세력이 한반도를 넘어 중국 대륙을 지배할 정도였다.

그런 야토가미의 힘을 제압할 수 있다면 야토가미를 없애고 그들의 힘을 빼앗을 수 있고, 야토가미의 힘을 빼앗는다는 건 곧 중국 대륙 전체에 대적할 만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한종수가 눈을 번쩍 떴다.

“장 문주. 이거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거 아니요?”

이빨 빠진 한종수가 진지하게 이야기하자 장만재가 끌끌 웃으며 말했다.

“나도 태백 정가를 나오면서 든 생각이오.”

“한 가지 확실하게 하고 싶은 게 있소. 장 문주가 생각하기에 야토가미의 힘을 더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건 중국이라고 생각하시오, 그 애송이라고 생각하시오?”

“직접 보지 않았으니 내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소. 하지만 쓸 수 있든 없든 간에 그 마법이란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꽤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드오.”

“혹시 중국에서 우리의 이런 생각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겠소?”

“그들이 관심 있었다면 벌써 넘어오고도 남았소.”

“…….”

한종수가 어울리지 않게 고민하는 얼굴이자 장만재가 끌끌 웃으며 말했다.

“어울리지 않게 뭘 그리 걱정하시오. 그저 생각한 대로 실행하면 그뿐인데.”

“놈이 태백 정가와 보타암과 붙어먹지 않소. 딱 보니 아주 좋아 죽지 못해 안달인 거 같던데.”

한종수는 남궁혜자에게 맞은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한 문주, 왜 이렇게 감이 떨어지시오? 지금 태백 정가와 보타암의 상황이 어떻소?”

“……아!”

백면궁과의 일전으로 보타암은 이제 다른 상계의 중소 문파만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

태백 정가는 주요 정예들 대부분을 잃었고, 직계 가족을 제외하곤 정예라 할 만한 수준의 이들은 얼마 없었다.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제약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태였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법에 호소할 수 없는 상계의 특성이란 것이 이럴 때는 아주 좋게 느껴졌다.

“어찌하겠소? 같이 하겠소?”

장만재의 말에 한종수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를 말이오! 내 놈에게 직접 갚아 줘야 할 이빨 네 개의 빚이 있소!”

* * *

도쿄 지요다 구.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 중 하나인 도쿄 중심지엔 현대식 건물들 사이로 150년 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 존재했다.

규모 또한 1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이 건물은 도쿄의 노른자 땅 위에 떡하니 버티고 앉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이 건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 건물은 매년 일본 정계 지도자들의 참배로 국제적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 이유는 이 건물 자체가 동북아를 지배했던 일본의 명분 없는 침략전쟁을 정당화해주는 근거였기 때문이다.

바로 야스쿠니 신사였다.

어둠이 내린 신사 안.

출입이 통제된 시간임에도 신사 안을 걷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걷던 무리들은 점차 발걸음을 멈추고 종국엔 단 한 사람만이 신사 깊숙한 곳으로 걸었다.

그저 방문만으로도 이슈를 일으키고, 일본에 의해 침탈당하고 피해를 당했던 수많은 국가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현 일본 총리대신 이토 신조였다.

커다란 크기의 신사 건물 내부로 들어간 이토는 신사의 관리인들조차 허락되지 않은 비밀의 통로가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익숙한 듯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던 이토는 계단이 끝나는 즈음 구두를 벗고 잘 다려진 양복의 옷매무새를 점검한 후, 계단이 끝나는 부분부터 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자세로 천천히 기어가기 시작했다.

겨우 구조만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은은한 조명이 내부를 밝히고 있었고, 고개를 숙인 체 이동해야 하는 이토는 양옆으로 놓인 빈 방석들의 숫자를 세며 자신이 멈춰야 할 곳까지 계속 기어갔다.

빈 방석의 숫자가 15개가 되었을 때. 이토는 멈춘 채 우렁차게 외쳤다.

“야토가미의 성실한 일꾼이자 오오가미의 미천한 종. 이토 신조가 오오가미께 인사 올립니다!”

일국의 총리대신이 그렇게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토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 땅의 기운이 끝에 달았습니다.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의 기운이 퍼지고, 태풍과 바다는 인간의 마을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거인께서 새로운 터전을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오오가미의 종들은 이번 세대로 이 땅에서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이토는 국민을 상대로 한 그 어떤 연설 때보다 더 진심을 담아 열정적으로 말을 내뱉고 있었다.

“압제 속 인고의 시간 끝에 신의 군대를 이 땅에 다시 불러 모았습니다. 오오가미의 종들은 100년 전과 같이 지금도 언제든지 불길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고, 영원의 시간 동안 오오가미의 종으로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다시금 한국을 시작으로 이제는 동북아와 세계 전체가 오오가미의 종으로 살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토가 자신의 말에 감격한 듯, 다다미 바닥에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이야기하자 이토의 귓가로 그토록 듣고 싶었지만, 듣는 순간 끔찍한 고통을 느끼게 되는 음성이 이토에게 들려왔다.

“허락한다.”

듣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이토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말을 이어갔다.

“허나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각 국가의 상계란 존재가 오오가미의 깊은 뜻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토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이토의 귓가로 찢어질 듯한 비명들과 기괴한 웃음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깔깔깔깔깔깔”

“크헤헤, 크헤헤, 크헤헤.”

“하아아아악!”

이토는 정신을 뒤흔드는 끔찍한 소리와 온몸을 엄습하는 숨 막힐 듯한 엄청난 압력에 호흡곤란이 왔으면서도 고통스러움을 조금도 토해내지 못했다.

평생을 이어 갈 것 같았던 끔찍한 고통이 가시고 이토의 귓가로 끔찍한 음성이 다시금 들려왔다.

“조성 상계는 최시우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최, 최시우?”

이토는 오오가미의 입에서 구체적인 누군가의 이름을 처음 듣자 자신도 모르게 그 이름을 대뇌였고, 그것을 시작으로 그의 온몸에는 고통이 깃들었다.

“으읍, 으읍. 으읍.”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절대로 음성을 내뱉을 수 없었기에 이토는 자신의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을 수백 번도 더 하며 그 찰나의 고통을 견뎌내고 견뎌내었다.

그사이 끔찍한 음성은 계속해서 이토의 귓가를 울렸다.

“최시우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최시우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최시우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최시우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이토는 일이 잘 풀리는 것에 대해 안도하는 한편 최시우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졌다.

* * *

태백 정가를 나와 시우의 보폭을 맞춰 걷던 세아가 천천히 입을 벌리며 물었다.

“시우 님, 어찌하여 우빈이에게 솔직히 말하지 않고 선택을 하게 하셨습니까?”

세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시우는 며칠 전 세아에게 한국과 중국 일본의 상계를 뒤져 단전을 고치거나 회복시킬 수 있는 사람이나 물건을 찾아오게 하였다.

그로 인해 미화관은 총력을 다해 시우의 명령을 이행하는 중이었다.

“겨우 그 정도에 포기한다면 도와줄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

“친절하게 말해주셨으면 더 좋아했을 겁니다.”

“아직 우빈이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는 단계도 아니잖아. 실제로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우빈이 스스로 각오하고 선택하지 않으면 안 돼.”

“그래도 시우 님께서 새로운 힘을 주시겠다고 마음먹으셨다면 이미 다른 힘을 가진 것과 진배없지 않나요?”

“단전은 기를 모으고 기를 뿜어내는 내공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야. 관주가 익히고 있는 호흡법도 단전이 망가진 자에겐 무의미해. 다시금 힘을 가지기 위해선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거야.”

“……그렇군요.”

“인간이란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만 이겨 낼 수 있는 존재야. 이 정도의 시련도 이겨내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수련은 의미가 없어.”

시우는 냉정히 말했고, 세아는 시우의 그 냉정한 말 속에서 쓸쓸함마저 느꼈다.

‘과연 이분께선 어떤 일을 겪으셨기에 이토록 단단하고 쓸쓸한 것일까?’

세아에게 시우는 보면 볼수록 궁금해지는 인물이었다.

미친 사람처럼 싸우기도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계산해서 상대를 곤경에 빠트리기도 했다.

자신의 사람과 가족은 끔찍하게 아끼고 그 어느 누구도 섣불리 손댈 수 없는 강대한 무력을 가졌으면서도 가끔은 이렇게 보듬어 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세아는 시우에게 애교를 부리듯 그의 등에 매달렸다.

“소녀에겐 그리 차갑게 대하지 말아 주셔요. 소녀 슬플 것 같아요.”

몰캉한 가슴이 목 뒤에 닿자 달콤한 향기가 시우의 코를 간질였다.

“그만해.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한라검문과 해도문 같은 허접한 문파를 상대로 오늘과 같은 모욕을 당하고 그냥 넘어가면 절대 용서치 않겠어.”

“……알겠습니다. 그러니 소녀에게 화내지 마셔요.”

세아는 아이가 투정을 부리듯 시우에게 계속 애교를 부렸고, 숨어서 그 장면을 보던 두 사람이 시우와 세아의 눈앞에 나타났다.

“참으로 첫인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거만한 놈이구나.”

“네놈은 그 혓바닥 때문에 죽는 것이다.”

시우의 말에 대답하듯 나타난 두 사내의 등장에 세아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

“다, 당신들은!”

그녀의 물음에 답하기라도 하는 듯, 두 사람의 주위로 수십의 무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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