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
“다들 운동회라고 너무 열심히 할 생각하지 말고 대기하면서 틈틈이 공부해. 어차피 내신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까.”
“에이~”
조례를 마친 선생이 교실을 나가자 학생들은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로움에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중곡고등학교는 지금 운동회 겸 축제 기간이었다.
학구열이 뛰어나고 학생들 간의 경쟁심이 높았지만, 아직 고등학생밖에 되지 않은 학생들은 1년 중 연인으로 발전되는 썸이 가장 많이 생긴다는 이 기간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성적이 떨어지며 고민이 많았던 소혜도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출전하는 종목에 나가기 위해 체육복으로 갈아입으려 준비하는 때에 남학생 하나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반장, 우빈이가 몸이 안 좋아서 농구 종목에 못 나가겠다는 데?”
“정말?”
소혜는 다들 들 떠있는 기간에도 공부 하고 있는 우빈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좀 해봐. 우빈이 안 나가면 우리 반 꼴찌야. 7반 놈들 잘난 척하는 꼴 안 보고 싶다.”
바로 옆 반인 7반은 중곡고에서 가장 운동신경이 뛰어난 학생들이 모인 반으로 학생들 사이에선 담임이 일 년 중 운동회 기간만을 보고 학생들을 뽑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 만큼 반성적이 가장 높은 8반을 가장 큰 경쟁자로 생각했는데, 이 때문에 7반과 8반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 치열했다.
“날 더러 뭘 어떻게 하라고….”
소혜는 한숨을 쉬곤 우빈과 마찬가지로 운동회 기간에도 공부하는 시우를 바라보았다.
소혜는 시우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우를 남자로서 생각하거나 좋아한다고 믿은 적 없었지만 정작 임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격동하는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며칠간 시우와 우빈을 피해 다니던 소혜는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며 예전처럼 편하게 대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시우와 자신의 가교 역할을 하고 무리의 중심이었던 우빈이 집안 사정이란 이유로 한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더니, 다시 학교에 나왔을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요즘 이미지 체인지 하는 게 유행인가?’
우빈의 변화 또한 시우의 변화만큼 극적이었다.
밝은 기운을 사방으로 뿌리고 누구에게나 활달하게 대하며 어떤 일에도 스트레스받지 않았던 우빈은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기운이 없어 보였다.
더구나 우빈은 전에 하지 않았던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자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일이 없었다.
운동회 기간 가장 활달하게 많은 종목에 참여할 것이라 호언장담하던 우빈이 접근도 못 할 정도의 우울한 기운을 풍기고 있으니 소혜는 대략 난감한 상황이었다.
“다른 애들은 다칠까 봐 하겠다는 애들도 없어. 아무나 좀 꼬셔 봐. 반장이잖아.”
남학생의 애원에 소혜는 고개를 저으며 시우에게 다가갔다.
“시우야…… 운동회에도 공부…… 하는 거야?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노력했지만 그녀의 행동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바보, 바보, 바보, 바보.’
소혜가 속으로 스스로를 열 번쯤 욕했을 때. 시우가 고개를 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뭐, 어차피 할 일도 없고.”
우빈이 변한 뒤론 시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몇몇 학생들이 시우에게 말을 걸어도 일상적인 대답만 할 뿐. 소혜와 우빈에게 대하던 것처럼 친근하게 대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우빈이한테 무슨 일 있어?”
“……글쎄…… 우빈이는 왜?”
우빈을 보던 시우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애가 갑자기 너무 바뀐 거 같아서. 그리고 우빈이가 농구 대회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지금 못하겠다고 해서.”
“……그거 내가 대신 나갈게.”
“네가? 너 농구 잘해?”
“그거 공을 링에 넣으면 되는 거 아냐?”
“에엑?”
“농담이야. 피해는 안 끼칠 테니까. 언제 하는지만 알려줘.”
다시금 책을 읽기 시작하는 시우의 모습에 소혜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 * *
“꺄아아악! 오빠 멋져요!”
“시우 오빠 사랑해요!”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중곡고등학교 농구장은 엄청난 수의 학생들의 관람으로 유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었다.
운동회라고 해봐야 각자 자신의 반이 참전하는 경기를 참석하기 급급하거나 친구들끼리 모여 노는 것으로 시간을 대부분 쓰는 것을 생각하면 의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학년을 불문하고 여학생들이 잔뜩 모여 열렬히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7반의 학생들은 인상이 펴질 줄 몰랐다.
“막아! 시우 막아! 쟤한테 두 명 붙으라고!”
두 학생이 바짝 붙어 시우를 상대로 물샐 틈 없이 수비했지만, 두 번의 페인팅으로 수비를 따돌린 시우의 손에선 다시금 3점 슛이 쏘아져 나갔다.
덜컹!
깔끔하게 포물선을 그린 공이 링 안으로 들어가자 다시 한번 사람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꺄아아악! 시우 오빠 파이팅!”
“나이스 슛!”
“오빠 여기 한 번 봐줘요! 저 혜정이에요!”
민서의 친구인 혜정이 그렇게 소리 지르자 자신의 코트로 돌아가던 시우가 혜정을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일대의 여학생들은 자지러질 듯 소란을 떨었다.
“야! 너 저 선배 알아?”
“알지! 나랑 되게 되게 친하고 긴밀한 사이거든!”
“긴밀하긴 개뿔.”
민서가 혜정의 옆에서 툴툴 거렸다.
“에이 민서 아가씨, 그런 나쁜 말 쓰면 못써요.”
“아, 아가씨? 이, 이게 미쳤나! 누구 보러 아가씨야!”
“한 가족이 될 건데 미리부터 호칭 정리하면 좋잖아. 호호호.”
결국 민서의 손이 혜정의 목을 감고서야 혜정의 입은 조용해 졌다.
시우는 학교 내에서 이미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왕따였던 그의 이미지는 고치려고 애쓰지 않았음에도 그가 보여주는 행동에 의해 차근차근하게 바뀌어 나갔다.
부당한 학교 폭력에 대항해 보상금을 받아내고, 한 학기 만에 전교 석차까지 성적을 올렸으며, 그럼에도 진중한 태도와 모습으로 어른스러운 행동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더불어 운동을 잘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니 여학생들의 마음이 자석처럼 시우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했다.
시우의 활약으로 7반으로부터 큰 점수 차로 승리를 거머쥔 8반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기 바빴다.
농구 경기가 끝난 시우가 반으로 돌아가려 하자 여학생들이 줄줄이 뛰어 나와 시우에게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건넸다.
한편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소혜는 시우에게 건네려던 수건을 목에 두르고 손에 든 물을 따서 마시는 척을 했다.
“그것 좀 빌려 줄래?”
“으응? 뭘?”
“수건.”
시우가 그렇게 말하자 소혜는 괜히 수건의 냄새를 맡아 보는 척했다.
“괘, 괜찮아? 내가 쓰던 건데?”
“상관없어.”
“그, 그래.”
시우가 소혜의 수건을 받아 땀을 닦아 냈다. 소혜는 알 수 없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작게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시우가 자신의 소지품을 챙길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 건 상대방을 확인한 시우가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네. 최시우입니다.”
-날세. 오늘 정가에 들릴 수 있겠는가?
전화한 사람은 정순지였다.
“무슨 일 있습니까?”
-한국 상계의 모든 사람들을 모았네. 중요한 회의가 있을 예정이네.
“결정된 사항만 알려 주셔도 됩니다.”
회의에 큰 관심이 없는 시우가 그렇게 말했다.
-……미화관도 참석을 시켰네. 자네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서천군에서 있었던 일을 끝까지 해결한 것은 미화관의 한세아였다.
아직 상계(上界)와 교류가 없었던 국정원의 전혜성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고, 본래 나섰어야 할 태백 정가는 보타암과 내부를 수습하기도 바빴다.
그런 와중에 정·재계에 많은 끈을 가지고 상계에도 발을 들인 미화관이 이번 일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상계와 정부의 교두보로서 일하자 태백 정가와 보타암도 결국 미화관을 새로운 세력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존 상계의 세력들은 미화관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 터. 이에 걱정된 정순지가 직접 시우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시우가 그렇게 전화를 끊자 소혜가 궁금한 듯 물었다.
“무슨 전환데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
“그냥……. 그룹 스터디라도 할까 해서.”
“혼자서도 잘 한다면서?”
“그냥 마음이 맞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못 하는 거지.”
소혜가 그 그룹 과외에 끼워 달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시우의 시선은 가방을 메고 먼저 하교 하는 우빈의 뒷모습을 조용하게 쫓고 있었다.
* * *
태백 정가의 태백전엔 상계의 모든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이 모여 있었다.
인류가 현대 사회에 들어서고 더 이상 무력보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시작한 이후로 서로 다른 상계 간의 교류는 없었다.
더불어 상계 안에서의 교류도 드물어 이토록 많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친목을 다질 법도 했지만 분위기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그것은 엉덩이가 무겁고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이들을 직접 태백 정가에 모이게끔 한 원인 바로 야토가미 덕분이었다.
“수십 년을 얌전히 있던 그들을 왜 굳이 건든 것이오! 그들이 움직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도 하지 못하였소!”
한라검문의 문주 한종수의 분노에 찬 열변에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 졌다.
“한 문주의 말이 거칠기는 하나. 틀린 말이 없소. 더군다나 오오가미가 될 사람을 죽이다니. 이는 그들에게 확실한 명분을 준 셈이오.”
한종수의 말을 덧붙인 것은 해도문의 문주 장만재였다.
이 두 문파는 태백정가와 보타암, 백면궁이 한반도를 삼분할 때 그다음으로 큰 세력을 이루던 곳이었다.
해방 후에는 태백 정가와 마찬가지로 상계에 진출해 각각 한라그룹과 해상상업이라는 대기업을 이루었다.
본래 태백정가와 보타암과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한 사이인지라 백면궁의 사태에서도 내부의 문제를 핑계로 일전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야토가미의 후계자를 죽인 일로 연락을 하자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재빠르게 달려왔던 것이다.
“더구나 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커다란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소. 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중국에서도 이번 사태를 가지고 태백 정가와 보타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들 하고 있소이다.”
“무슨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박문의 갈상훈이 분을 참지 못하고 끼어들자 해도문의 문주 장만재가 조용히 내뱉었다.
“그럼…… 수박문과 보타암이 야토가미를 상대 할 수 있다는 말이오?”
“…….”
장만재의 말에 갈상훈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번 일로 그나마도 인원이 별로 없었던 수박만은 겨우 다섯 사람만이 살아남았다. 더구나 보타암의 피해가 극심하여 수박문을 돕거나 보호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 이 일의 원인인 우리가 스스로 가서 목이라도 바쳐야 한다는 것이냐?”
배분이 맞지 않아 원탁에는 앉지 않았던 남궁혜자가 결국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에게 명분을 준 만큼, 우리가 먼저 나서서 그들의 화를 가라앉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지요.”
장만재가 예를 차리는 척 살짝 고개를 숙이며 얘기했지만 남궁혜자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남궁혜자가 분을 터트리려 할 때 정순지가 남궁혜자를 말렸다.
“어머님.”
정순지의 행동에 평소 같았으면 당장에 원탁 따윈 반으로 쪼개 버렸을 남궁혜자가 이를 갈며 자리에 앉았다.
백면궁의 사태로 한국 상계의 피해가 극심했고, 야토가미를 상대하기 위해선 한라검문과 해도문을 비롯한 그들의 협력이 필요 불가결이었다.
남궁혜자가 가까스로 참아내자 정형진이 나섰다.
“이번 일에 대해 누군가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애초에 백면궁이 이곳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없었겠지만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오. 애초에 그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필요가 있었소?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생존자를 남기지 않고 시체를 훼손했다던데. 애초에 그런 과격한 방식이 결국 이 사태를 만든 것 아니냔 말이요.”
장만재의 말에 한종수가 격하게 동의했다.
“맞소! 무를 익히고 도를 좇아야 하는 이가 그런 잔인한 방식으로 상대를 대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요. 애초에 백면궁을 물러나게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오.”
“이…… 이…… 썩을 것들이.”
남궁혜자가 분을 참지 못하고 기를 폭바 시키자 그녀의 옷가지가 터질 듯 부풀었다.
“어르신도 그만 고정하시지요. 애초에 그 마법사인지 뭔지 하는 게 껴드는 바람에 이 사태가 일어난 거 아닙니까. 그자와 그가 이끈다는 잡스런 집단을 야토가미에 넘기면 될 일인 것을 뭣하러 이렇게 길게 회의를 하는 겁니까?”
한종수가 그렇게 말하며 원탁 한편에 앉아 있는 한세아를 바라보았다.
“…….”
한세아는 한종수의 말에도 표정 변화가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대신 혜강 옆에 앉아 있던 갈상훈이 나섰다.
“그 말 취소하시오! 최시우와 미화관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면서!”
갈상훈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한종수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무슨 말을 취소하란 말이오? 댁이 무능해서 정체도 알 수 없는 자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 말이오?”
“갈!”
결국 혜강이 일갈을 질렀다.
“자네 말이 심한 것 같군. 아무리 상대가 두렵다 한들 같은 동료에게 그 화살을 돌릴 필요가 있는가?”
혜강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장만재가 끼어들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제가 알아본 바, 미화관이란 곳이 고급 주점에 불과한 것 같던데. 애초에 술이나 팔던 계집이 도움 좀 줬다고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상계였습니까? 보타암이나 태백 정가가 인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해도문은 미화관 따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같이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불쾌하군요.”
“…….”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한세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원탁 아래 가려진 그녀의 주먹은 핏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꽉 쥐어져 있었다.
“아니면 그건 어떠하오? 상계 전문 기생집이 된다면 받아주는 것을 고려해보는 거요. 관주란 것의 미모가 제법 반반한 걸 보면 아래 애들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으하하하”
한종수가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트리자 장만재도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이들은 아무도 그들의 웃음에 동조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대놓고 화를 낼 수 있는 이도 없었다.
결국 참지 못한 남궁혜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할 때.
태백전의 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선 인영은 아직 스무 살도 채 되어 보이지 않은 앳된 얼굴의 소년이었다.
“누가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감히…….”
문 열리는 소리에 놀라 웃음을 멈춘 한종수가 분노하듯 들어서는 소년을 바라보며 은은하게 살기를 내비쳤다.
소년이 세아의 빈 옆자리에 앉자 세아가 기다렸다는 듯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시우 님.”
시우는 장만재와 한종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지껄여 봐. 어디까지 선을 넘나 한 번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