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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51화 (51/200)

051

“한국에서 야토가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두려워하기에 얼마나 강한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아직 스무 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시우의 이야기는 청년의 입가를 기이하게 뒤틀리게 만들었다.

“조센징치고 꽤 힘을 가졌다만 야토가미에 비할 바는 아니다.”

“저길 보고나 말하지 그래.”

다크 데몬이 한 손으로 음양귀의 목에 헤드락을 걸고 다른 한 손으로 다른 음양귀의 목을 쥐어뜯으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었다. 음양사들이 간간이 요괴들을 쏘아내어 다크 데몬을 공격했지만, 그런 작은 공격들은 데몬의 주의조차 끌지 못했다.

“네놈의 힘은 우리 음양사의 힘에 가깝구나. 하지만 음양사의 힘은 귀무사의 힘을 넘어설 수 없다.”

[귀혈검]

허공에 거대한 검이 나타났다. 빛으로 만들어진 형상의 검이 아닌 실제 형상을 가진 검이었다. 검은 기이한 연기를 내뿜으며 순식간에 날아들더니 헤드락을 걸고 있는 다크 데몬의 팔을 잘라 버렸다.

꾸아아아아아아아아악!

팔이 잘린 데몬이 고통스러워하며 음양귀들을 내팽개치고 청년에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시우의 가벼운 손짓에 데몬은 제자리에 멈춰 서며 몸을 부르르 떨다가 다시금 화풀이하듯 음양귀를 짓밟고 부서뜨렸다.

“한번 보여줘. 그 귀검사의 힘이란 걸.”

시우의 완드가 작은 마법진들을 물처럼 쏟아내며 허공에 휘둘러졌다.

[파이어 볼]

공기 방울처럼 생성된 마법진들은 이내 크기를 키워가더니 완성된 후 붉은 불덩이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스무 개의 불덩이가 청년에게 쏘아져 나갔다.

청년은 검으로 파이어 볼을 잘라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아무것도 들지 않은 왼팔로 가드를 하며 순식간에 시우에게 다가갔다.

퍼버버버버벙!

청년과 부딪친 파이어볼은 엄청난 열기와 함께 폭발음을 발생시켰지만, 연기를 뚫고 나온 청년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청년의 왼팔엔 폭발 전에 없던 거북이 등껍질 같은 것이 존재했는데. 청년이 검을 맞잡자 거북 등껍질은 서서히 투명화되며 사라졌다.

“잔재주론 진정한 실력을 확인 할 수 없지!”

귀기가 잔뜩 어린 청년의 검이 공간을 가르며 시우를 반으로 가르려 했다.

퍼퍼퍼퍽!

시우가 피한 자리로 세 줄기의 귀기가 폭발하며 뒤집힌 땅거죽 파편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언제까지 이 몸의 검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청년의 발이 신법을 펼쳐 유령처럼 시우에게 쇄도했다.

시우가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선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꿰뚫은 청년의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귀신 가르기]

청년의 검이 귀곡성을 흘리며 휘둘러졌다. 미처 피할 공간이 없었던 시우가 재빨리 배리어를 펼쳐 보았지만, 귀기가 잔뜩 어린 청년의 칼은 배리어와 함께 시우의 오른팔을 베어들어왔다.

푸칵!

청년의 검이 시우의 코트를 가르자 검은색의 코트는 폭발하듯 액체로 변환되어 사방에 검은 액체를 흘렸고, 그 사이로 시우의 피도 함께 흘렀다.

[다크 스킨]

[스트롱 업]

[스위프트 임펄스]

[널브 엑셀러레이션]

[프렌지]

[버서크]

[스트라이킹]

[헤이스트]

순식간에 여덟 개의 보조 마법을 스스로에게 건 시우가 더욱 빨라진 몸으로 뒤로 물러 서며 마법을 난사하려 할 때.

≪잡아라, 스네코스리≫

청년의 입에서 귀음이 흘러나오자. 시우가 밟고 있던 땅들이 울렁거리며 시우의 발을 잡기 시작했고, 갑작스런 움직임에 균형을 잃은 시우가 그대로 땅바닥에 넘어졌다.

“끝이다!”

귀기가 잔뜩 서린 청년의 검이 곧장 시우의 심장을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퍽!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청년 주위로 땅이 뒤집혀 일어나며 사방으로 솟구쳤다.

일격필살을 성공시킨 청년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모래 먼지가 가라앉고 청년의 시선 끝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손으로 버둥거리는 두더지 요괴를 잡고 선 시우가 서 있었다.

“생각보다 시시한 힘이군.”

꺄아악! 꺄아악!

시우가 손에 힘을 주자 버둥거리던 두더지 요괴가 펑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이제 내 차롄가?”

[커스 포이즌]

[다크 클라우드]

[다크 디퓨저]

시우의 주위로 검은 안개들이 피어올랐다.

청년은 왼손을 뻗어 안개 속으로 사라지려 하는 시우를 가리키며 귀음을 내뱉었다.

≪지져 태워라, 라이쥬≫

그의 왼손에서 뇌전이 뻗어 나가 안개 속으로 사라졌지만, 엄한 백면궁의 무인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갔다.

이윽고 피어난 안개는 청년의 주위를 완전히 감싸 한 치 앞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귀신이, 악마에게 덤비다니. 죽음을 자초할 뿐이지.”

≪불태워라, 이누호오≫

목소리가 난 곳으로 열화의 불길이 청년의 손을 타고 날아갔지만 안개 속에서 허무하게 사라졌다. 이제는 백면궁의 비명이나 전투의 소음도 안개 속에서 들리지 않았다.

[거인의 손][오버 더 아머]

금속의 갑주를 찬 거인의 주먹이 사방에서 청년을 때렸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커다란 굉음과 함께 청년을 때린 거인의 주먹이 사라졌지만, 청년의 몸엔 상처 하나 없었다. 대신 그의 몸엔 녹색의 빛으로 만들어진 갑주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이따위 장난질이 이 몸에게 통할 것이라 보는 거냐!”

“크크크,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있군. 아직도 내 마법이 장난처럼 느껴지느냐?”

청년의 몸을 감싸고 있던 빛의 갑주가 일렁거리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코에서 흐르는 한 방울의 핏방울.

뚝. 뚝. 뚝. 뚜두두두두두두둑.

코를 시작으로 입과 눈, 귀에선 끊임없는 핏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어어, 어떻게?”

“악마의 저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귀신의 힘 따위가 버틸 수 없는 곳이지.”

“크아아아아아악!”

청년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청년은 태어나 처음으로 공포심에 사로잡힌 절규를 내뱉었다.

“어아우어우어.”

그때, 녹아내리던 청년의 목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청년의 몸이 껍데기처럼 변하며 청년의 정수가 거대한 크기의 지네로 변하여 청년의 몸에서 쏟아져 나왔다.

캬아아아아악!

위급함을 느낀 지네는 곧장 결계를 뚫고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네에서 청년의 귀기를 느낀 시우가 지네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렇게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악마의 결계를 뚫고 하늘로 날아가는 거대한 지네를 향해 시우가 완드를 휘둘렀다.

[다크 체인]

백면궁의 무인과 음양사들을 사냥하던 다크 사이트가 기존의 표적에서 눈을 떼고 하늘을 날아가는 지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거대하게 펼쳐진 자신의 영역에서 무수히 많은 검은 체인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륵!

화살처럼 날아오른 수십 개의 체인에 몸체와 다리 등을 잡힌 거대한 지네가 발버둥을 치며 날아오르려 했지만, 천천히 지상으로 끌려 내려오고 있었다.

[윈드 커터][온 더 파이어]

[파이어 볼][다크 파이어]

시우의 완드에서 복합 마법진이 완성되며 불길을 머금은 윈드 커터와 검은색의 파이어 볼이 지네를 향해 연속적으로 쏘아져 나갔다.

꺄아아아아아악!

더 이상 인간의 말을 할 수 없는 지네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릿한 노린내와 함께 커다란 숯덩이로 변해 버렸다.

* * *

보타암을 급하게 수습하고, 뒤처리를 급조한 처리반과 함께 팀장에게 맡긴 전혜성은 곧장 통신망의 마비가 계속되고 있는 서천의 한 마을로 향했다.

인구 감소로 유령마을이 되어 버린 곳에 도착한 혜성은 그곳에서 살기를 풀풀 풍기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중년의 여인을 볼 수 있었다.

무언가를 찾고 있던 중년의 여인도 혜성을 보자 곧장 혜성에게 다가왔다. 엄청난 위압감과 함께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중년 여인의 등장에 혜성이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섰다.

“오, 오지 마세요!”

“넌 누구냐?! 어디 소속이냐!”

“저, 전 국정원…… 아, 아니 금강문, 아니 국정원 소속 요원입니다.”

위압감을 풍기며 다가오던 중년의 여인은 이내 발걸음을 멈추더니 나직하게 읊조렸다.

“국가의…….”

말을 하다만 여인의 말끝에 어떤 단어가 붙는지 잘 알고 있는 혜성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금강문의 제자가 이곳엔 무슨 일이지?”

“당연히 현 사태 때문에 왔습니다.”

“금강문이 백면궁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지?”

“이건 국제 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사항입니다. 당연히 저…… 희가 나서야지요.”

“국가의 도움 따윈 필요치 않다. 상계의 일은 상계가 해결할 뿐.”

중년 여성의 말을 듣던 혜성은 서서히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다름 아닌 태백정가의 정현미라는 것과 태백 정가 자체가 상계에서도 유달리 국가와 거리를 두려는 단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정현미는 그 특유의 성질이 불같아 한번 흥분하면 그 어느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그녀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정현미가 계속해서 허공에 무언가를 찾는 모습을 보이자 혜성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 혹시 무엇을 찾으시는 겁니까?”

“……진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안에 정가의 사람들이 갇혔다.”

“여, 여기도 진이 펼쳐진 겁니까?”

“알고 있느냐?”

“보타암에서 들어가 봤습니다.”

“그래?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느냐?”

“그, 그게 어떤 학생이 이렇게 공간을 그으니까. 진이 열렸는데…… 어떻게 했는지는…….”

“그 아이는 어디 있느냐?”

“아…… 그게.”

혜성은 시우가 하늘을 날아서 가버렸다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과연 상계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이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말을 믿을지 알 수 없었다.

“어디 있느냐니까!”

“그,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하늘로 사라져 버려서.”

“하늘로 사라져?”

혜성의 말을 듣던 현미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한 아이를 그리다 이내 지워버렸다.

“그 아이가 이곳에 있을 리가 없지.”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가 끊겼을 때.

시끄러운 엔진음과 함께 파손된 도로를 타고 차들이 들어섰다.

맨 앞서 들어선 지프에선 미모의 여인이 내려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먼저 오신 분들이 계셨네요?”

정현미의 피로 물든 옷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여인의 모습에 현미가 혜성에게 했던 것과 같이 위압감을 풍기며 물었다.

“너는 누구냐? 어디 소속이지?”

“저는 미화관의 관주 한세아라고 합니다. 시우 님을 모시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리면 더 알기 쉬우실까요?”

“최시우!”

“최시우?”

* * *

백면궁의 궁주 박거산은 허탈한 눈으로 최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면궁의 무인들 대부분이 최시우의 손에 죽고, 야토가미의 청년과 음양사도 모조리 죽었다. 부상자들을 습격하려던 이들은 그들을 지키고 있는 자신의 옛 부하의 손에 죽어버려. 남은 생존자는 태백 정가와 보타암의 인원들이 더 많았다.

흑면단의 단주이자. 총단주인 배동혁이 궁주에게 마지막 공격을 해 보이겠다며 이야기를 했을 때. 궁주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평생을 모셔온 궁주의 뜻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배동혁이었기에 그조차도 말없이 남은 흑면단을 모아 최시우를 공격했다.

화수불침, 그리고 금강불괴에 가까운 몸체를 자랑하는 흑령갑과 한때는 한국 상계의 일절이라 불렸던 천요흑멸검진까지 펼치며 시우에게 달려들었지만, 결국 남은 흑면단들 또한 시체로 변하여 다크 사이트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시우 한 사람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백면궁의 궁주는 처음엔 시우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죽을 지경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분노와 원망을 버리고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작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졌어야 해 ……가 ……런 힘…….”

그렇게 읊조리던 박거산은 자신의 검을 뽑아 시우에게 다가갔다.

“아까부터 뭐라 그렇게 중얼거리는 거지?”

“……내가 가졌어야 했다. 네가 가진 힘. 그 힘을 내가 가졌다면……. 모든 것이 제대로 흘러갔을 거다.”

“다 늙어서 멍청한 소릴 하네. 당신이 가졌다 해도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어.”

“빌어먹을 네놈도 보지 않았더냐! 야토가미의 그 강대한 무력을! 그건 인간의 힘으로…… 무공의 힘으로 이겨 낼 수 없는 것이었어! 내 선조의 선조도 그랬기 때문에 민족을 배신한 거야! 어차피 인간의 힘으로 이겨 낼 수 없었기 때문에.”

박거산의 이야기에 시우는 코웃음 쳤다.

“결국 무공이 약해 그 시시한 힘에 손을 뻗었다는 건가?”

“그래, 네놈이 보기엔 한없이 시시해 보이겠지. 그러니 내 어찌 억울하지 않겠느냐, 네놈이 가진 힘을 내가 가질 수 있었다면, 아니 우리 선조가 가질 수 있었다면, 우린 누구도 배신하지 않고, 누구도 핍박하지 않았을 것이야.”

“곧 죽어도 자신이 못났다는 건 인정하지 않는군.”

“그래 네놈처럼 선택받은 놈들은 아무것도 모르지. 세상이 이토록 불공평하다는 걸.”

박거산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허탈한 한숨을 내뱉었다.

시우는 불량하게 귀를 후비며 얘기했다.

“이제 와서 살려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지?”

“물론.”

박거산의 몸이 적포 괴인의 것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피부가 흑령갑을 입은 것처럼 검게 물들었다.

“최종 보스다운 자태로군.”

“야토가미의 발을 핥아 얻은 힘이다. 이것으로 한국 상계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게 왜 엄한 사람은 건드려서 이 사태를 만들었어.”

“크흐흐.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것이 내 운명인가 보지.”

“그렇게 모든 걸 받아들인 듯한 모습을 보니 뭔가 선물을 주고 싶네.”

“지금의 이 나에게 네놈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시우의 몸을 덮고 있던 코트가 서서히 축소되더니 종국엔 사라져 버리고,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완드가 형태를 바꾸어 검의 모양으로 변하였다.

“원래 악마는 지옥에 가서도 잊지 못할 후회와 절망을 주는 게 특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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