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 >
거대한 위압감과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이며 바닥에 내려 선 존재에 만쇄진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모였다.
아직 체 약관도 되어 보이지 않는 앳된 얼굴에 조금은 특이해 보이는 이마의 흉터. 무릎 아래 까지 내려오는 검은색의 롱코트와 그 안으로 사라지는 검은 날개와 손에 쥔 완드까지.
무엇 하나 평범해 보이지 않는 시우의 등장에 사람들은 생각을 멈추고 그저 시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생명의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사십에 달하는 백포인의 시체 위로 내려선 시우는 무감하게 주변을 둘러보다 적포인의 발밑에서 죽어가는 우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우빈을 짓밟고 있던 적포인은 시우의 시선이 자신에게 오자 잠시간 흠칫 놀랐다.
‘제길···.’
바로 정신을 차린 적포인은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어린 시우에게 압도 되었다는 사실이 수모를 느끼며 시우가 신경 쓰고 있는 듯한 우빈의 다른 팔 하나마저 부러뜨렸다.
우드득.
우빈은 더 이상 반응할 힘도 없는지 몸을 부르르 떨기만 할 뿐이었다.
무감하게 그 장면을 보던 시우는 천천히 발을 옮겨 우빈에게 다가갔다.
시우가 아무런 긴장감도 없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더욱 분노가 치솟은 적포인은 귀능갑을 개방시키며 몸을 부풀렸다.
뼈와 근육이 분리 되었다 다시 붙으며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는 괴인으로 변하자 단전에서 내공이 용솟음치며 전신으로 퍼져갔다.
“우워어어어어!”
우빈을 밟고 있던 괴인은 시우에게 위협을 하듯 비명을 질렀고, 적포 괴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당했던 태백 정가와 보타암의 생존자들은 그의 굉음에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발 치워.”
하지만 괴인의 끔직한 음성은 시우에게 조금의 흔들림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무심하게 괴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시우에 세배는 됨 직한 몸을 가진 괴인을 초라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멍청한 애송이!”
괴인은 온 몸에 퍼진 내공을 끌어 올려 천요검법을 시전 했다.
그의 검에선 천요검법 특유의 괴이한 비명이 울리며 동시에 검날이 열 두 개로 나뉘어 시우를 단숨에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리려 했다.
끼야야아악!
시우는 완드를 가볍게 휘둘러 배리어를 중첩으로 펼쳤다.
[배리어][온 더 스톤]
퍼버버버버벙!
검기와 부딪친 중첩된 배리어가 터져 나가며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렸다.
태백 정가의 사람들은 괴인의 검기에 시우가 끔찍한 꼴을 면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가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에 다시금 시우를 바라봤다.
괴인의 검은 시우의 배리어에 막혀 허공에서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
괴인은 뒤이어 검을 회수하여 다시금 시우의 요혈을 노리고 검을 뻗어냈다.
하지만 이번엔 시우가 더 빨랐다.
[파이어 볼]
미처 괴인이 피하기도 전에 시우의 완드에서 만들어진 다섯 개의 마법진이 뜨거운 열기를 품은 파이어 볼로 변하여 괴인의 얼굴과 손발에 각각 격중하고, 괴인은 살이 타 들어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크아악!”
[다크 자벨린]
물러서는 괴인의 머리 위로 검은 창들이 생겨나며 괴인의 손과 발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치솟는 불로 인해 망막이 타버려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었던 괴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보았지만 모든 창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크 체인]
촤르르르.
시우의 그림자에서 검은색의 체인이 튀어 나와 불을 끄기 위해 그리고 창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괴인의 몸을 감쌌다.
“크악!”
아직 몸의 불을 끄지 못한 괴인이 체인에 속박 당하며 시우에게 다시금 끌려갔다.
[다크 파이어]
괴인이 끌려 올 때마다 시우는 왼손에 피운 검은 색의 불길을 괴인의 온 몸에 던지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괴인의 온 몸은 기름에 젖은 것처럼 맹렬하게 타올랐다.
[다크 파이어]
괴인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시우는 계속해서 손에 만든 불을 시우에게 던졌다. 그 거대한 몸뚱이가 타오를 때마다 일대에는 비릿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꺼억, 어억, 억.”
불길이 혀와 목젖까지 태워버리자 괴인은 더 이상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바닥에 고꾸라졌다. 괴인이 죽었지만, 그의 몸에 붙은 불길은 꺼지지 않은 채 계속 타올라 괴인을 끔찍한 형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
“······.”
단지 찰나의 시간동안 그렇게 괴인 하나를 끔찍한 방법으로 죽이자 백면궁의 무인들은 서로를 보며 눈치만 살폈다.
시우는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건 상관 하지 않는 다는 듯 평온하게 우빈에게 다가갔다.
아공간에서 꺼낸 붉은 포션 하나를 입에 물리고 주황색의 포션을 뻥 뚫려 버린 단전에 부었다.
살이 타 들어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울컥울컥 피를 쏟아 내던 우빈의 단전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주 미약하게 드문드문 이어지던 숨소리가 조금씩 안정을 되찾자 우빈은 그제야 겨우 눈을 떠 시우를 볼 수 있었다.
“시···, 시우야···.”
“···특훈 했다며, 꼴이 이게 뭐냐?”
시우의 말에 우빈은 힘없이 웃음 지었다.
“가, 가족··· 정가··· 사람들을 부탁··· 해.”
“멍청한 놈. 네 걱정이나 해.”
“소, 소중한 사람들이야··· 꼭··· 꼭···.”
그렇게 말하던 우빈은 시우의 마법에 의해 다시금 잠 들었다.
시우는 우빈을 안고 태백 정가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 했다.
그때, 강대한 에너지의 집합체가 시우의 머리 위에 모여 들어, 거대한 검의 형상으로 변하였다. 녹색의 빛으로 이뤄진 검은 거대한 압력을 품고 그 칼날에 걸리는 모든 것을 파괴할 듯 시우에게 내리쳐 졌다.
푸칵!
녹색의 검이 시우에게 내려쳐지기 직전 시우의 발밑에서 형성된 다크 사이트가 몸을 쭉 일으켜 녹색의 검을 막아섰다. 한 개의 핏발 선 눈동자와 거대한 이빨이 제멋대로 난 입을 가진 다크 사이트는 녹색의 검을 만들어 낸 자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크약! 크약! 캬약!
마치 저 놈이 범인이라고, 저 자를 죽이라고 말하는 듯 다크 사이트는 괴이한 비명을 계속 질렀다.
“호오! 이 몸의 검을 막다니. 대체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우빈을 안은 시우가 돌아서며 야토가미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너도 백면궁의 잔당이냐?”
“이 몸을 그런 허접한 집단의 소속으로 보다니 실망이군.”
청년의 말에 시우는 차갑게 돌아섰다.
“아니면 꺼져라. 엄한 놈과 함께 있다 죽지 말고.”
“으하하핫! 궁주 자네도 들었소? 이 몸을 죽이겠다 하지 않소?”
그렇게 웃던 청년의 얼굴에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귀검]
그리고 허공에는 녹색의 빛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검이 두 자루가 더 생겨났다.
세 자루의 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 뒤 작두처럼 동시에 내리쳐졌다.
거대한 압력과 사방으로 퍼지는 살기에 백면궁의 무인들과 태백 정가의 무인들도 내상을 입지 않기 위해 내공을 끌어 올리는 것에 급급했다.
퍽 퍽 퍽!
거대한 압력을 예상한 듯 다크 사이트도 몸을 확연하게 부풀려 녹색의 검을 막았다.
찐득한 액체의 형태였던 다크 사이트는 녹색의 검을 막아서다 핏발 선 눈동자가 둘로 절단되어 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악!
다크 사이트가 고통스럽다는 듯 비명을 내질렀다.
시우는 무감하게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엄살 피우지 마. 먹고 회복해.”
시우가 그렇게 말하자 다크 사이트는 그 괴이한 입을 쭉 찢으며 미소를 짓는 듯 보였고, 눈은 절단 된 체 입만 움직여 백포인들의 시체가 가득 한 곳으로 가 그들의 시체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
으드득. 으드득.
백포인의 시체를 먹어치우자 둘로 조각났던 핏발 선 눈동자가 하나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마치 먹이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몸을 크게 부풀리며 백포인들의 시체를 감쌌다.
시우가 남궁혜자에게 다가가자 시우의 정체를 몰랐던 보타암의 생존자들이 시우를 막아서려 했다.
백면궁의 무인들을 상대하긴 했지만, 그가 펼치는 마법이나 잔혹한 살해 방법 등은 그들에게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신호를 주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기 전에 태백 정가의 무인들이 그들을 제지하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으십니까?”
시우가 무복을 붉은 피로 가득 물들인 남궁혜자에게 물었다.
이미 내부가 진탕되어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엄청난 인내심으로 고통을 참아내며 남궁혜자가 답했다.
“여긴 어찌 알고 왔느냐?”
“이 녀석한테 전화를 받았습니다.”
“허허··· 우빈이가··· 너를 사지로 이끈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심각한 남궁혜자의 말에 시우가 웃으며 말했다.
“방금 보셨지 않습니까?”
“저들을··· 상대 할 수 있겠느냐?”
시우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상이 깊으신 거 같은데. 운기요상술 같은 걸 가지고 계십니까?”
“만물의 조화가 담긴 태백신공에 당연히 현묘한 운기요상술의 비법이 있지.”
“하하하.”
시우는 웃음을 터트리며 주머니에서 붉은 색과 주황색의 포션들을 대량으로 꺼내었다.
“지금은 바로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길 수 없으니 일단 이걸로 응급처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필요하시면 운기요상술도 하시면 좋겠군요.”
“이 위험한 곳에서 말인가?”
시우의 말대로 남궁혜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인들에게 외상보다 내상치유가 먼저였다. 특히나 우빈처럼 심각한 경우에는 무공을 다시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공을 이용해 내상을 치료 한다는 건 조그마한 외부 충격에도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주화입마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랬기에 위급한 상황에서도 섣불리 내상치료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제가 보호 해 드릴 테니 위급한 것만 먼저 치료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다른 능력은 다 좋은데 치유 쪽으론 영 별로라.”
“자네가 말인가?”
“정확히는 제가 아니라. 이것들입니다.”
시우의 말과 함께 바닥에 커다란 소환진 두 개가 생겨났다.
[소환][다크 나이트]
검은 빛을 뿜으며 나타나는 거대한 몸체의 괴인의 모습에 태백 정가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모습이 방금 전까지 목숨을 걸고 상대했던 적포 괴인의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검은색에 뒤덮여 있다는 것이었다.
“저들과 똑같이 생겼지만, 제가 부리는 것들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 정말인가?”
“네. 그럼. 최대한 빨리 끝 낼 테니 조금만 참아 주세요.”
시우는 그렇게 이야기 하곤 다시금 전장으로 향했다.
녹색의 검은 이미 사라져 온데간데없었다.
야토가미의 청년을 바라보던 시우의 시선이 그 옆에 선 궁주에게로 향했다.
시우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시우의 맥락 없는 인사에 궁주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물었다.
“넌 누구냐? 감히 백면궁의 대업을 방해하고···.”
“어? 벌써 날 잊은 거야? 내가 보낸 선물을 꽤 마음에 들어 했던 걸로 아는데?”
시우가 장난 스레 칼로 찌르는 듯 한 몸짓 취해 보이자. 박거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네놈이··· 최시우였구나!”
< 48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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