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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41화 (41/200)

< 41 >

인생을 다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모든 기억을 경험을 가지고 산다는 건 똑같은 인생을 반복하면서 좋은 것만 고를 수 있는 것인가?

자신이 익히고 배웠던 모든 것을 기억하고 다시 실행 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

명상 속에 잠긴 시우는 자신의 두 번째 삶에 대한 정의를 찾고 있었다.

6서클.

이(異) 세계에서 말하는 진정한 마법사의 반열에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7서클은 인간 이상의 존재. 선택받은 이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한다면 6서클은 인간의 수준으로 그 극의에 닿는 것을 이야기 했다.

한 번 갔던 길이기에 시우에겐 어렵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6서클에 도달해야 할 새로운 깨달음을 찾아내야 했다.

어둠이 깔린 커다란 지하 공동(空洞).

천정엔 뜨문뜨문 박힌 마법구가 은은한 불빛을 밝히고 있었고, 바닥에선 푸른색의 마법진이 지상에 펼쳐진 마법진과 연결되어 시우에게 막대한 양의 마나를 쏟아 붙고 있었다.

은은한 푸른빛들의 사이로 검은 색의 룬어가 새겨진 마법 띠가 시우의 주위를 뱅뱅 돌고 있었다.

20년 전에 배운 고차원 방정식을 어제 배운 것처럼 풀어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40년 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받았던 감동을 계속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랬기에 다시금 오르는 길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번의 인생을 살았다는 건. 그 길에 대한 답을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쿠르릉

시우의 주변을 천천히 돌던 마법의 띠가 커다란 진동음을 내며 모양새가 깨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공동의 중앙에 선 시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새로운 서클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던 서클 형성이 서른두 번째의 실패를 맞이한 것이다.

마법의 띠들이 다시금 안정을 찾자 시우는 다시금 차분하게 마법의 띠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우의 주변에 유형화된 마나들이 다섯 개의 띠들 위에 모이기 시작하더니 룬어를 유형화시키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다시 한 번 거대한 진동음과 함께 유형화 되어 가던 마법의 띠가 와르르 무너졌다.

시우의 입가에서 한 움큼의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시우의 옷은 핏물로 범벅이 되었고, 몸에선 땀에 전 냄새가 진동을 했다.

‘겨우 6서클이다.’

지난밤부터 몇 번이나 시도해 오던 6서클의 실패에도 시우는 지칠 줄 몰랐다.

이(異) 세계의 마법사들이 한 번의 서클 붕괴에도 탈진하여 쓰러지는 것에 대비해 보면 그의 연속된 시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첫 번째 삶에 대한 경험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이번에야 말로!’

이미 심신이 지친 상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힘을 짜내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바닥의 마법진은 전보다 더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시우의 심장에 형성된 서클은 마법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응축시켜 흑마나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철가루만큼 유형화 된 흑마나는 시우의 몸에서 발산되어 대기를 둥둥 떠다니다가 자력에 이끌리듯 자신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여섯 번째의 마법띠가 서서히 유형화 된다. 이미 시우의 몸을 멤 돌고 있는 마법의 띠들은 흔들림 없이 계속 움직였고, 여섯 번째의 마법띠는 움직이기는커녕 유형화도 자꾸 흔들렸다.

파스스.

결국 마법의 띠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부서지려는 순간. 눈을 번쩍 뜬 시우의 입에서 단발마의 비명이 튀어 나왔다.

“크아악!”

젖 먹던 힘까지 짜낸 시우의 입술은 덜덜 떨리고,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갔다.

흔들리던 마법의 띠가 다시 유형화를 이루고 점점 그 색깔이 진해지기 시작했다.

드르릉.

꼼짝 하지 않던 마법의 띠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마법의 띠와 속도를 맞추기 시작하고 종국엔 다섯 개의 띠와 속도를 맞추어 정확하게 시우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마법의 띠와 마법진에선 점점 밝은 빛의 빛 무리가 쏟아져 나오더니 어두웠던 공동을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는 빛으로 채우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시금 어두워진 공동에선 천정의 은은한 빛만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중앙에 선 시우는 지친 듯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하아. 하아. 퉤!”

입 안 가득 고인 핏물을 내뱉은 시우는 고개를 들었다.

시우는 손바닥을 펴며 손 안에서 마법진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워프] [소환] [강림]······.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던 각종 6서클의 마법진들이 시우의 손 안에서 선보여지기 시작했다.

띠리리리.

그때 시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시우가 전화를 받자 전화 반대편에선 한세아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우님. 모두 준비를 끝냈습니다.

“알겠어. 곧 가지.”

전화를 끊은 시우는 손에 쥔 마법진을 해제하며 동시에 가벼운 세탁 마법으로 핏물과 땀 냄새를 먼저 지웠다.

“이제 좀 위저드라 할 만 하겠네.”

손에 쥔 볼펜을 휘두르자 완드로 변했고, 그의 어깨로부터 검은 액체가 로브가 아닌 롱 코트로 변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현대에 맞는 모습에 시우는 흡족해 하며 완드를 가볍게 휘둘렀다.

[워프]

간단한 주문과 함께 완드에서 마법진이 생성되자 시우의 눈앞엔 어두운 공동과 정반대되는 햇살이 가득한 곳이 보였다.

“다들 각오는 하고 왔는지 모르겠군.”

워프 안으로 발을 디디자 시우의 모습이 사라졌다.

“귀신산이 비었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는 건. 백면궁이 우리 태백정가를 향해 오고 있다는 말이냐?”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항공루트를 사용하지 못하는 그들은 배를 타고 올 수밖에 없는데. 시간상으로 보았을 때 아직 내륙에 발을 디디지 않았다는 것은 저희 쪽을 향해 오고 있다고 생각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형진의 말에 남궁혜자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항공루트는 확실하게 통과 할 수 없는 것이냐?”

“한국과 일본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은 그들이 한국에 들어오려면 모두 복잡한 절차를 이용해야하고 그리고 그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한국에 발을 디디는 순간 저희 인원들에 의해 들킬 수밖에 없습니다. 암흑회의 인원들이 민간인에게 모습을 들킬 위험을 자초할 일 없을 겁니다.”

혹시나 인원을 분산하여 들어온다면 그것 또한 각계격파라는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대규모의 인원이 움직인다는 건 그런 위험성이 항시 존재했다.

“그럼 앞으로 어찌 할 셈이냐?”

“보타암과는 하루 세 번 정기적 연락을 계속 이어가고, 정가는 대외 업무를 모두 정지할 생각입니다.”

“일반인들은 어찌 할 것이냐? 지금 정가에 와 있는 상계의 인원들을 보필하기도 버거운 상황일 텐데.”

“본가의 무인들이 충분히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거라. 무고한 피해자는 있어선 안 되겠지.”

무공의 높은 경지로 인해 자신의 또래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남궁혜자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이자. 정형진이 애써 웃으며 위로했다.

“할머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흰 분명히 막아 낼 수 있습니다. 과거와 지금은 다릅니다.”

“그래. 잘 알고 있다. 그때완 다를 것이다.”

남궁 혜자 또한 애써 웃어 보이며 미소를 보여주었지만, 실상 속으론 예상 할 수 없는 적들의 용태에 점점 불안감만 쌓여 가고 있었다.

‘어찌, 100년이나 지났음에도 이토록 불안한 것이냐.’

남궁혜자는 문득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시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아이가 진정 힘이 될 수 있을까?’

어스름한 노을이 산등성이에 걸려 있는 시각.

암자의 사정으로 한동안 방문객의 출입을 금한 보타암엔 평소보다 더 많은 인원들이 보타암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승려들은 공양시각이 다 되었음에도 평소처럼 조용한 가운데서 밥을 먹지 못하고, 보타암을 돕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을 위해 공양을 준비하느라 분주하였다.

하나하나 특이한 복장의 사람들은 일렬로 줄을 서는 와중에도 서로의 안부를 묻기 바빴고, 일반인들에겐 부족하게 느껴질 만한 암자의 공양에도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스님. 공양시간입니다.”

갈상훈의 이야기에도 혜강은 고개를 저었다.

“손님들이 먼저 들고난 다음에 먹겠네.”

“어른께서 먼저 식사를 하셔야 젊은 사람들이 편히 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허허 그런가?”

“세속의 법도가 그러하니. 어서 식사를 하시지요.”

“가세. 자네도 얼른 공양을 해야지.”

그렇게 공양간으로 걷던 혜강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스님?”

혜강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갈상훈이 딱딱하게 굳은 혜강의 얼굴을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왜 그러십니까? 스님.”

“자네 혹시 새 소리를 들었는가?”

“새 소리요?”

보타암의 내부엔 많은 인원의 목소리로 왁자지껄하여 새 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아까부터 새 소리가 들리지 않네.”

“······.”

혜강의 이야기에 갈상훈이 내력을 끌어 올려 사자후를 내질렀다.

-잠시 조용!

갑작스런 갈상훈의 사자후에 보타암에 모인 상계의 인원과 승려들이 모두 갈상훈과 혜강을 돌아보았다.

정적이 감도는 보타암엔 새소리는커녕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잎사귀 비비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님. 혹시···.”

그렇게 갈상훈의 머릿속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써지려 할 때쯤. 보타암의 입구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크아악!”

“기습이다! 기습! 크허억!”

밥을 먹던 자들, 줄을 서던 자들 할 것 없이 자신들의 풀어 놓은 무기를 찾으러 가기 위해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고, 그사이 백포와 적포, 흑포를 입은 백면궁의 무인들이 보타암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끝에 백면궁의 궁주인 박거산과 총단주 배동혁 야토가미의 청년과 음양사 무리가 느긋하게 보타암의 땅을 밟았다.

“궁주님. 명령을.”

배동혁이 박거산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박거산이 저 멀리 대웅전 앞에 선 혜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에 보타암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마라.”

“존명!”

배동혁의 대답과 동시에 백면궁의 무인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고 보타암을 돕기 위해 모여든 무인들의 목을 쳐내기 시작했다.

무기를 쓰지 않는  수박문주 갈상훈을 비롯한 수박문의 문도들이 대응이 제일 빨랐다.

혜강이 있는 대웅전에서 갈상훈 주변을 맴돌던 수박문의 문도들은 다른 이들이 무기를 챙기고 전투를 하기 전까지 시간을 끌기 위해 전력을 다해 백면궁도들을 막았다.

팔괘오행에 기초한 십삼세는 공세보다는 수세에 치중했는데, 백면궁도들이 일제히 검을 찔러 들어오면 수박문도는 그 검세를 날카롭게 파고들어 측면에서 권각을 꽂아 넣고, 그들의 검진을 일순 흩트렸다.

문주 갈상훈의 손에 기가 어리고 한 호흡에 여덟 번의 내지름으로 권기가 작렬했다.

일대의 백포인들이 수 걸음이나 물러서며 입가에 피를 토했다.

“우아아아!”

갈상훈의 위세에 준비를 마친 보타암의 무인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수박문은 기세를 몰아 선두에 선 백포인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일제히 땅을 박차고 그 기운을 모아 백포인들의 가슴에 권기를 꽂아 넣는다.

퍼퍼펑!

강대한 권력에 공기가 폭발하며 백포인들에게 일제히 충격을 주었다.

백면궁의 기세가 꺾였다 생각한 보타암의 무인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어 백포인들을 덮쳐갔다.

챙챙챙!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귀를 쨀 듯한 금속성이 울렸다. 동시에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칼에 맞아 죽는 이가 속출했다.

“크흑!”

“컥!”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수의 보타암 무인들에서 사상자는 더욱 많이 나왔다.

70년 전 백면궁과 야토가미라는 공동의 적을 한반도에서 몰아낸 한국의 상계(上界)는 평화의 시절을 보냈다.

더구나 현대전에서 사상자가 나올 정도의 위험한 전투를 경험해보지 못한 한국 상계(上界)의 무인들에 비해 70년간 오늘만을 기다리며 합을 맞춰온 백면궁의 무인들의 공격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가장 선두에 섰던 갈상훈이 자신의 요혈을 노리고 들어오는 3개의 검을 동시에 처내며 두 손을 벌리고 회전하며 뒤로 물러섰다.

양손에 모인 수기가 원형의 형태를 이루며 자신을 노리던 세 명의 백포인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강력한 수기의 위력에 혼비백산 한 백포인 둘이 양 옆으로 몸을 피하며 갈상훈에게 짓쳐 들었고, 남은 백포인만이 자신이 알고 있는 천요검법의 최고절초를 뿌리며 수기에 대응해 갔다.

파파파팍!

우드득.

수기를 막아서던 백포인의 가슴이 심하게 뭉개지며 기괴한 소리와 함께 백포인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갈상훈에게 짓쳐 들던 백포인들은 동료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계속 갈상훈의 요혈을 노렸다.

그들의 지독함에 치를 떤 갈상훈은 재빨리 자세를 잡으려 했지만, 한 번 엉킨 손속은 제때 풀리지 않았다.

“문주님!”

그때 자신을 부르는 필사적인 외침에 서늘한 감정이 든 갈상훈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지만, 대응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늦었다.’

조금만 빨랐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백포인은 이미 갈상훈의 지근거리에 다가와 누군가의 핏물로 번진 검을 내려치고 있었다.

“갈문주! 숙이게.”

혜강의 음성에 갈상훈은 치욕을 머금고 나려타곤의 수법으로 바닥을 뒹굴었다.

그 순간 갈상훈에게 짓쳐 들던 백포인들이 커다란 금수인에 맞고 피를 토하며 달려왔던 방향으로 날아갔다.

동시에 갈상훈 옆으로 날아온 혜강이 사방으로 금수인을 날리기 시작했다.

부처님의 손처럼 커다란 크기의 금색 손이 강력한 힘을 머금고 사방으로 흩뿌려지자 대응하려던 백포인들은 검이 부러지고 내상을 입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왜 이리 불필요한 피를 보는 것인가?”

혜강의 등장은 보타암의 인원들과 백면궁의 인원들을 멈춰 서게 하기에 충분했다.

혜강의 눈은 백면궁의 궁주 박거산을 향해 있었다.

박거산 또한 혜강의 말에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를 배덕자 취급하고 고향에서 쫓아낸 자가 할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그대들은 민족을 배신하고,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동포를 핍박하였다. 그런 행위조차도 정당화 하려 하는 가?”

혜강의 말에 박거산은 쓴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래. 역사는 강자에 의해 기록 되는 것일 뿐이지. 우리의 역사가 오욕으로 물든 건 우리가 패했기 때문이고. 하지만 미래의 역사는 우릴 정당화 하고 그대들을 부정할 것이네.”

“우리를 넘어 설 수 있겠는가?”

“······.”

박거산이 총단주를 향해 눈짓을 보냈고, 고개를 끄덕인 총단주가 적포인들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일제히 적포인들이 백포인들 앞에 섰고, 곧이어 그들의 몸이 붉게 달아오르며 서서히 부풀기 시작했다.

“이미. 그대들의 힘을 넘어선지 오래네.”

혜강을 비롯한 보타암의 모든 무인들의 눈이 경악으로 가득해졌다.

< 41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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