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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37화 (3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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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엔 무수히 많은 토속신(土俗神)들이 존재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신(神)은 단 둘뿐이다.

한 번도 계보가 끊어지지 않은 만세일계(萬世一系)를 이루며, 팔굉일우(八紘一宇)(세계만방이 모두 천황의 지배하에 있다)의 이념으로 동북아를 지배했던 낮의 신 천황(天皇).

그리고 수백만의 일본 토속신을 지배하고 어둠 속에서 천황을 조종해왔던 밤의 신 야토가미(夜刀神).

일본 북부 훗카이도에 위치한 야토 시는 밤의 신 야토가미의 위세를 증명해주는 곳이었다.

인구 약 20만에 달하는 이 도시의 목적은 오직 하나.

야토가미를 보좌하는 것.

야토가미에 필요한 물자와 자재 인력 등 모든 것을 담당하고, 야토가미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하는 곳이 바로 이 도시의 존재 이유였다.

그 거대한 위세를 증명하듯 야토가미가 사는 황거의 중심엔 황금으로 지어진 대궁이 존재했는데. 백면궁의 궁주인 박거산은 처음 황금궁을 보고 위압감에 눌려 감히 일본 상계(上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대궁의 심처.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겠습니다.”

청년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사내가 한쪽 눈가를 실룩 움직였다.

“······.”

백색무문의 마로 만든 정의(淨衣)를 입은 사내가 소매가 긴 팔을 슬쩍 흔들었다. 무형의 투명한 기운이 청년을 뒤로 한 걸음 물러나게 했다.

거절의 의미.

청년은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 입을 열었다.

“한국에 재미난 놈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청년의 말에 사내가 이번엔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귀능갑과 흑령갑을 가진 이들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정의(淨衣)를 입은 사내가 한쪽 눈을 떴다.

하얀색의 공막 대신 끔찍한 붉은 공막을 가진 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다 청년을 바라보았다.

“더군다나 백면궁의 힘으론 한국을 지배하기 힘들지 않습니까?”

사내가 떴던 한쪽 눈을 다시 감았다.

“저도 나중에 오오가미처럼 자리에 앉아만 있어야 합니다. 그 전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해주십시오.”

사내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러다 그의 입이 달작 거렸을 때 사람의 목소리라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귀술조를 데려가라.”

“경호에는 귀검조가 더 괜찮지 않겠습니까?”

“조선의 힘으론 귀능갑과 흑령갑을 상대할 수 없다.”

“아··· 다른 힘을 가진 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십니까?”

사내는 굳어있는 인형처럼 말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SKY대학교 진학률이 전국 10위권 안에 드는 명문 중곡 고등학교에 큰 사건이 두 개나 터졌다.

첫 번째 사건은 조세형과 도재민을 중심으로 한 2학년 퍼클 들의 중상이었다.

모두가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가 심하게 부러져 목발조차 짚을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심각한 폭행사건에 학교와 학부모 측은 아연실색해졌다.

특히 도재민의 아버지인 중곡 경찰서 부서장 도광석의 분노가 가장 컸다.

중곡 경찰서는 유례없는 신속 출동으로 현장을 수색했지만 범인에 대한 단서는 잡을 수 없었고, 피해자인 퍼클 멤버들은 어떤 두려움에 휩싸여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와 형사들이 한 마음으로 어르고 다그쳐 멤버들의 입에서 한 명의 이름을 알아 낼 수 있었다.

최시우.

부서장의 불편한 심기를 파악한 형사들은 어느 때보다 신속한 출동으로 최시우의 신원을 확보 했지만 최시우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대며 임의동행에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날 친구들하고 떡볶이 먹고 부모님 가게에 가서 일을 도왔는데요?”

부서장 아들의 일관된 진술은 어떤 증거보다 강력하다는 믿음으로 형사들은 시우의 알리바이를 부정하기 위해 중곡고와 ‘자매치킨’ 일대의 모든 CCTV를 샅샅이 뒤졌다.

“보세요. 이 시간에 전 여기 있잖아요.”

자매치킨에 설치된 보안카메라와 건너편 편의점에 잡힌 시우의 모습은 그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밖에 되지 못했다.

중간에 시우의 모습이 카메라에 사라지면서 형사들은 시우를 처벌할 증거를 찾았다 환호 했지만, 화장실에 다녀온 것으로 판명되며 다시 실망감만 가졌다.

더구나 퍼클 멤버가 당한 사건 현장과 자매 치킨의 거리는 무려 10KM.

인간의 힘으로 화장실 갈 시간동안 왕복 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제가 마법사도 아니고. 그 짧은 시간에 걔네들을 어떻게 만나요?”

시우의 뻔뻔한 말에 말문이 막힌 형사들은 ‘최시우가 분명해요!’ 라는 같은 말만 반복하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파낼수록 확실해지는 최시우의 증거 앞에 결국 사건을 미결로 종결 할 수밖에 없었고, 퍼클 멤버들은 정형외과 진료 외에 정신과 진료과목이 추가 되었다.

덧붙여, 학교에선 조세형과 도재민 일당들에게 ‘마법사한테 처 맞은 놈들’이란 묘한 별명을 붙여 주었다.

두 번째 사건도 시우와 관련된 사건이었다.

중간고사 결과가 나오면서 전교 순위권에 있던 학생들이 눈을 비벼가며 전교 석차를 다시 보게 했다. 처음 보는 이름. 아니 조세형 일당에게 당하면서 이름은 유명했지만 절대 전교 석차 권내에서 보여선 안 되는 이름이 당당하게 올라와 있던 것이다.

전교 5등. 최시우.

소혜와 우빈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이 중간고사 결과에 할 말을 잃었다.

중곡고는 권내에서 알아주는 명문고. 전교 50등내에 드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백만 원짜리 과외를 받고, 수천만 원짜리 컨설팅을 받아야 그 근처라도 가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전교 150~200등 사이를 오가던 시우가 전교 5등을 했다는 것을 쉽사리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자신의 반 학생의 비약적인 성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8반 임시담임이 된 이경구는 교감한테 항의를 하고 있었다.

“그냥 넘어 가다뇨? 절대 안 됩니다. 지금 학생들과 학부모 항의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 될 지경인데 그냥 넘어가면 이거 분명 공론화 될 겁니다.”

“이봐요 이 선생! 말이 심한 거 아냐? 시우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릴 수도 있지.”

“교감 선생님. 잊으셨습니까? 시우 걔 그동안 왕따 당하던 앱니다. 그런 애가 갑자기 성적을 100등 넘게 올린다고요?”

본래 8반 담임이었던 박성철의 경질이 가장 안타까운 건 이경구 자신이었다. 그동안 육성회 회원들과 비밀거래를 통해 시험지를 빼돌리거나 기출 문제를 알려주고 수행평가 점수를 높게 처 주었다.

그 대가로 월급의 몇 배나 되는 돈을 받아왔다.

하지만 박성철이 경질 되면서 육성회와 관계가 자꾸 삐거덕 대고 있었다. 육성회의 믿음을 다시 받기 위해 평소보다 어려운 수준의 시험을 냈을 뿐 아니라 고등학생 수준의 탈을 썼지만 사실은 대수학의 개념이 필요한 문제를 두 개 넣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이 두 문제를 틀렸고, 개중에 잘 풀어낸 아이들이 한 문제를 틀렸다. 만점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이 미리 문제와 답을 알려준 소수의 학생과 최시우가 유일했다.

말은 못하지만 이경구가 최시우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명백 증거였다.

“교감선생님 옆 학교 영석 여고 시험지 누출 사건 아시죠? 그걸로 영석 여고 어떻게 됐죠?”

자식이 같은 학교에 다닌 다는 것을 숨긴 교사가 시험문제를 빼돌려 자식의 성적을 조작한 사건.

이 사건으로 영석 여고의 교감과 교장이 경질되고 영석 여고는 명문에서 이름을 뺄 수밖에 없었다.

“이 선생.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그 최시우란 학생이 ···시험지라도 빼돌렸단 말이야?”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증거는?”

“성적이 비상식적으로 오르지 않았습니까!”

“나참!”

요즘은 학생 인권이다 뭐다 말이 많다. 더구나 다년간 잘나가는 부모들의 등쌀에 피가 말랐던 교감으로선 주저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걸 알기에 이경구는 살살 교감을 달래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저도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렸다면 같이 기뻐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좋은 일이죠. 조금이라도 더 뛰어난 학생을 가르친다는 건 교사의 기쁨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번에 제가 낸 시험 문제는 분별력을 위해 제가 풀기에도 버거울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단순 암기과목이라면 모를까. 수학을 만점 받았다는 건 충분한 의심의 여지가 있는 겁니다.”

이경구는 점점 자신의 설득에 감화 되어 가는 교감의 표정을 보며 쐐기를 박았다.

“더구나 시우네 부모님은 동네에서 작은 치킨가게를 하십니다. 그 태백그룹의 우빈이란 애랑 친하긴 하지만 이런 성적 조작사건까지 커버해주진 않을 겁니다.”

이경구는 유독 ‘동네 치킨!’가게 라는 말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했고 교감은 고민하는 듯 몇 초간 말이 없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시우 학생을 불러 오세요.”

“왜 부른지 알지?”

이경구가 한쪽 발을 무릎에 올리고 발을 까닥 거리며 말했다.

“성적이 올라서 칭찬해 주시려고 부르신 겁니까?”

“이 자식이···!”

최시우의 말에 이경구가 정색하며 말했다.

“너, 딱 한번만 주는 기회야. 지금 솔직하게 다 말하면 최대한 가벼운 징계만 주고 넘어 갈 거야.”

물론 이경구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최시우는 교무실 전체에 감도는 긴장감을 바라보며 속으로 비웃음을 지었다.

다들 모르는 척 하고 있지만, 그들의 귀는 자신과 이경구의 대화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경구도 상담실이 아니라 교무실로 자신을 부른 것은 이번 일에 대해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무슨 소릴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야! 최시우! 지금 나온 네 성적이 이게 정상적인 거라고 보여?”

이경구가 전교 석차가 나와 있는 성적표를 보여주며 말했다.

“방학동안 열심히 공부 했습니다.”

“이 새끼가!”

결국 이경구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터졌다.

‘쓰레기 같은 새끼.’

박성철이 나가고 새로 들어온 이경구는 좀 다른 인간인가 싶었다.

이미 마법이라는 고차원 학문에 정통한 시우에게 고등학교 입시 시험이란 애들 장남감처럼 시시한 것이었다.

지구로 돌아온 뒤 두 달 만에 입시 공부를 다 끝마쳤지만 1학기에 비교해 2학기에 비정상적인 성적 향상은 상식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차근하게 처음엔 전교 100등 안에만 드는 성적을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첫날 수학 시험을 치루면서 시우의 생각이 바뀌었다.

시험 문제를 푸는 도중, 계산을 하지 않고, 답만 쓰며 넘어가는 학생을 본 것이었다.

시우는 곧 바로 파리만 한 패밀리어를 각반에 보내 답만 쓰며 시험을 푸는 학생들을 찾았고, 여섯 명을 더 찾을 수 있었다. 다들 난다 긴다 하는 집안의 자재였고, 부모가 학교를 제집 안방처럼 들락거리는 이들이었다.

더구나 일반 학생들은 일부러 틀리라고 만든 고차원 적인 수준의 시험 문제가 두 개나 보였다.

시우는 맘을 바꿔 국영수 중심으로 대부분의 시험을 만점을 맞았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는 기타 과목에서 몇 문제를 틀림으로써 전교 5등이라는 순위를 만들어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도록 만든 것이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점수를 맞았으면 선생님으로서 칭찬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너 과외나 컨설팅 받았어?”

“아뇨. 교과서로 공부 했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성적이 나와!”

“지금 저희 부모님이 치킨 가게 한다고 해서 제가 공부 잘 하는 게 이상한 일이 되는 겁니까?”

부모 빽이 대단했으면 시우가 이런 일을 당했을 까? 시우같은 비약적인 성적 향상이 꼭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엇나갔던 아이가 부모의 지원을 받아 수천만 원의 투자를 통해 한 학기 만에 비약적인 성적을 이룰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경우엔 의심보단 믿음이 앞서 있었다.

부모 빽을 가진 학생은 선생이 의심하기 가장 어려운 부류였고 부모가 가진 것 없는 학생은 선생이 가장 믿기 어려운 부류였다.

“이게 끝까지··· 그럼 이게 지금 네 실력이란 말이야?!”

“네.”

“하아, 이 새끼 진짜 끝까지. 그럼 증명해봐. 이거 증명 못하면 너 퇴학으로 안 끝나.”

“제가 왜요?”

“이 자식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그냥 넘어 갈 줄 알아!”

“제가 부정행위 했다고 확신하시는 건가요?”

“그래!”

시우가 교무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경구를 말리고 나서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국어와 영어 시험을 낸 교사를 보며 시우가 물었다.

“······.”

“······.”

말 없는 그들의 행동에 시우가 비웃음을 날렸다.

“알겠습니다. 하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 37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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