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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35화 (35/200)

< 35 >

이(異) 세계에는 지구에 없는 다양한 종류의 힘들이 존재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정령의 힘.

지구보다 몇 배나 마나의 농도가 짙었던 만큼 자연 에너지의 농도도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이 높은 농도의 자연 에너지를 이용해 인간은 정령계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마법과 다른 점은 정령과 계약하기 위해선 자연 원소에 대한 타고난 친화력이 필요했다.

재능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나 수련을 통해 누구나 마법을 익힐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정령과의 계약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지구에는 정령계가 존재 하지 않기 때문에 의지와 지능을 가진 정령을 부릴 순 없었지만 자연 에너지를 이용한 유사 정령은 만들 수 있었다.

이미 나이도 있고, 수련을 통해 힘을 얻기엔 무리가 있는 미화관의 사람들을 생각해 시우가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유사 정령의 힘이었다.

“오행(五行)에 대해선 알고 있지?”

“···네, 네.”

“마법이나 무공을 익히기엔 늦었어. 익힌다 해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고. 난 바로 전력이 필요해. 이건 오행의 힘을 유형화 시킬 수 있게 도와주는 아티팩트야.”

“제가 아는 오행의 힘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건가요?”

“응. 하지만 자질이 필요해. 누구나 익힐 수 있는 마법이나 무공과는 달리 자연의 힘은 타고난 친화력이 필요하거든.”

시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불에 타오르는 소인이 입에서 불을 내뿜었다.

“어멋!”

귀여운 소인을 만지려던 세아는 그 뜨거움에 놀라 손을 뺐다.

“정령이라 부르긴 힘들지만 그냥 정령이라고 부르지. 오행의 기운에 친화력을 가진 자가 이 정령의 힘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면, 상계의 다른 세력이 무시 못 할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될 거야.”

“즉, 오행의 힘을 마법처럼 부릴 수 있다는 거군요.”

“이해가 빠르네.”

“그럼 친화력이 있는 사람은 오행의 기운을 다 다룰 수 있나요?”

“사주 같은 거 보러 갔을 때, 오행 중 무슨 기운이 세고 약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

“네, 소녀는 사주에 금의 기운이 부족해요.”

“···그것과는 크게 상관없어. 그건 그냥 사주고. 그와 비슷하게 힘을 쓸 수는 있어. 가령 화의 기운이 강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토의 기운과 금의 기운을 사용할 수 있지.”

불에 타오르던 소인이 힘을 잃더니 재가 되고, 그 재는 곧 흙으로 바뀌어 다시금 소인의 형태로 나타났다.

흙으로 만들어진 소인은 점점 은색의 색깔로 몸을 바꾸고 쇠로 만든 동상 같은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화의 기운이 강한 사람이 수의 기운이나 목의 기운을 쓸 수 있는 확률은 낮아.”

쇠로 만든 작은 동상이 녹이 슬면서 사그라지고 물 분자로 바뀌어 작은 인어의 형태로 변했다.

그 작고 앙증맞은 모습에 세아가 자신도 모르게 볼을 터치하자 인어는 입에서 작은 물줄기를 쏟아내었다.

“아! 차거.”

작은 인어는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돌린 후 나무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나무 인간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지만 그것의 영향으로 방안에 전시해둔 꽃꽂이된 꽃들이 향기를 마구 뿜어내었다.

“장난은 그만하고.”

시우가 손가락을 튀기자 나무인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떻게 하면 재능이 있는지를 알 수 있죠?”

“수정구에 두 손을 올려봐.”

세아는 시우의 말대로 수정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에 깜짝 놀라 손을 떼어냈다.

“뭐하는 거야?”

“어, 그, 그게 지금 힘이···.”

“정령을 부리는 힘이 어디 공짜로 나오는 지 알아?”

“그럼 제 생명력을 사용하는 건가요?”

“정령이잖아. 관주 몸에 있는 자연 에너지를 흡수하는 거지.”

“그럼 자연에너지는 어떻게 채우나요?”

“뭐, 호흡법이 따로 있긴 한데. 그래도 직접 채우는 게 제일 좋긴 하지. 가령 불속에 들어가 호흡법을 통해 에너지를 채운다던지. 다시 손 올려봐.”

세아는 시우의 말에 제발 불은 아니길 빌면서 수정구에 손을 얹었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수정구에 손을 올리자마자 온 몸의 힘이 빠지고 기진맥진해지기 시작했다. 정신은 아득해지고 팔과 다리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정신 차려!”

시우가 세아의 머리위에 마법진을 생성시켜 자연에너지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에너지와 빠져나가는 에너지의 팽팽한 줄다리기 사이에도 수정구는 미동이 없었다.

“흠, 친화력이 없는 건가?”

시우의 말에 세아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상계(上界)의 힘이 눈앞에 있건만 그걸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들 정도였다.

파지직

투명한 수정구 안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실망한 세아와 달리 시우는 그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으흠?”

시우는 마법진을 통해 세아에 몸에 더 많은 자연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갑작스레 넘치는 에너지에 버거워하던 세아의 눈에 이채가 뜨였다.

파지직 파지직 파지지직

수정구 내부에 전기 스파크가 요란하게 반짝이다 수정구 위로 금색의 번쩍이는 작은 소인이 몸을 일으켰다.

작은 소인은 주변을 둘러보는 듯 고개를 돌려 시우와 세아를 본 후 세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아는 한 손을 떼어 작은 금색의 번쩍이는 작은 소인에게 손을 내밀었고, 손끝으로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세아가 깜짝 놀라 손을 뒤로 떼는 순간 작은 소인과 수정구 내부의 스파크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시우님. 이건?”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축하해. 뇌전(雷電)의 힘이야.”

“좋은 겁니까?”

“경우에 따라선, 오행 외엔 특이원소의 힘은 단일한 특징만을 보이거든. 안타깝게도 다른 기운은 쓸 수 없어.”

“아닙니다. 이런 재주라도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실 겁니다.”

“관주가 정령을 자유롭게 불러 낼 수 있을 때까지 호흡법과 수정구를 통한 유형화를 계속 해야 돼.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은 아니니까. 조바심 가지지 말고.”

“아까 얘기하신 자연에너지를 채우는 방법. 저 같은 경우엔 호흡법을 하면서 전기를 맞으면 되는 건가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걸 진짜 할 셈이야?”

“하루라도 빨리 시우님의 힘이 되고 싶습니다.”

“아부 속도가 느는 군.”

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세아는 한쪽 서랍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어 전했다.

“시우님께서 말씀하신 땅을 준비해놨습니다. 인적이 드믄 곳이고 별장으로 쓰던 곳이라 3층짜리 작은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새로 지어드릴 수도 있고요.”

서류를 살피던 시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 이정도면 충분해.”

후타바 귀신산.

백면궁의 정 중앙 궁주가 기거하는 탑 꼭대기에 금포를 입은 사내가 곧 떠나게 될 후타바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궁주님. 백안단원들이 도착했습니다.”

흑포 사내의 말에 금포 사내가 몸을 돌렸다.

“최시우를 잡으러 갔던 이들은 어떻게 되었더냐?”

“그게, 직접 보고 드리겠다고 합니다.”

“데려 오라.”

금포 사내의 말에 흑포 사내가 탑 밑으로 내려갔다.

백면단원이 당한 건 그럴 수 있다 치겠지만 혈면단원과 흑면단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건 보고를 받은 금포 사내 입장에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이 패전하면서 야토가미는 일본으로 돌아왔고, 태백정가와 보타암의 밀려 백명궁도 일본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야토가미는 자신들을 동맹으로 생각 하기는 커녕 휘하의 세력보다도 못한 대접을 했다. 그 치욕의 세월을 견디어 겨우 얻어낸 힘이었다.

태백정가나 보타암에 쉽사리 꺾일 그런 힘이 아니었다.

곧이어 흑포 사내와 백안단원 셋이 올라와 금포 사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궁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되었다.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해 보라.”

“그것이···.”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려던 박병철이 고개를 들어 금포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의 두 눈엔 흰자가 사라지고 검은색 일색으로 채워졌다.

“네가 백면궁의 궁주라는 자냐?”

박병철의 입에선 절대 나와선 안 되는 말이 튀어나왔다.

“뭣이!”

이상함을 느낀 흑포 사내가 박병철의 목을 단숨에 내려치려 했다.

그때 박병철의 오른쪽에 무릎 꿇고 있던 백안단원이 몸을 일으켜 흑포 사내의 검을 막아 내었다.

“네놈이 백면궁주냐고 물었다.”

박병철의 말에 금포 사내가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당신이 죽이려 했던 사람.”

“네놈이 최시우란 말이냐?”

“그래. 당신이 보낸 선물 덕분에 내가 아주 감정이 격해 졌어.”

“제법 재주가 있는 것 같구나. 하지만 이따위 잡술로 감히 누굴 상대하려 하는지 알고 있느냐?”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 내가 이미 백면궁이란 같잖지도 않은 집단을 지우기로 결정을 했거든.”

“네놈이 감히, 백면궁을 모욕해!”

금포 사내가 일수에 박병철의 머리를 깨부수려 수도를 내려쳤다.

콰쾅!

박병철은 기민하게 움직여 금포 사내의 일격을 피했고, 그가 있던 자리는 대리석 조각이 날리며 깊게 패였다.

박병철과 박병철의 왼쪽에 무릎 꿇고 있던 백안단원이 동시에 금포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이게 너희 검법이라지?”

박병철과 백안단원의 손에선 그들이 절대 익힐 수 없었던 백면궁의 절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천요검법] [천요임인]

금포 사내를 양쪽에 둘러 싼 박병철과 백안단원의 검이 날카롭게 요혈을 노리고 들어왔다.

백면궁 내에서도 혈면단 이상만이 익힐 수 있는 절초가 펼쳐지자 금포 사내의 분노가 더욱더 치솟았다.

“네놈이 본궁의 검법을!”

금포 사내는 양손을 크게 휘둘러 천요검법을 막아내고 동시에 금빛의 장을 쏘아 두 사람의 단전에 구멍을 뚫었다.

퍼펑!

애초에 미약한 내공으로 펼 칠 수 없는 무공이었다. 방어를 도외시 했기에 금포 사내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고, 하복부에 큰 구멍이 뚫린 두 사람은 휘청거리며 쓰러질 듯 했다.

“크크크 저 살자고 제 손으로 부하를 죽이는 꼴이라니. 대업을 꿈꾸는 자의 처지가 초라하기 그지없구나.”

박병철은 그렇게 이야기 한 뒤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그의 피가 넘칠 듯 흐르고 그의 숨이 멎자. 그의 눈은 본래의 흰자와 검은자를 되찾았다.

“궁주님 괜찮으십니까?”

백안단원 하나를 처리한 흑포 사내가 금포 사내에게 물었다.

죽어가는 박병철의 모습을 보는 금포 사내는 흥분으로 인해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출궁 시기를 앞당겨라. 내 필히 한국으로 가 시우 그 놈의 목을 따겠다.”

무슨 말을 하려던 흑포 사내는 흥분한 금포 사내의 모습을 보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검은 색 일색으로 번져 있던 시우의 눈이 흰자와 검은자가 분리되며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정도면 찾아오지 않을 수 없겠지?”

박병철과의 저주마법이 끊긴 시우는 천천히 걸으며 세아가 준비해 준 땅과 건물을 보고 있었다.

꽤 넓은 규모의 잔디밭과 그 주위로 주변을 감싸듯 조경 나무들이 가득했고, 정 중앙엔 오랜 세월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3층 리 낡은 건물이 보였다.

시우는 완드를 휘둘러 마법진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시우 앞에 마법진이 나타날 때마다 낡은 건물의 먼지들이 떨어지고 벽돌들이 분리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별장 건물은 오래지 않아 골조만 남은 상태가 되었고, 시우의 마법으로 분리 되었던 벽돌들은 가루로 변하여 다시 골조만 남은 건물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시우의 눈앞에 마법진이 하나 둘 사라지고, 오랜 세월 방치되어 있던 낡은 건물은 마치 새로 지은 듯 세련된 형태로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이 썩 마음에 들었던 시우는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읊조렸다.

“어서 오너라. 진짜 지옥이 뭔지 보여주마.”

< 35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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