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
파치직!
일직선으로 뻗어나간 체인 라이트닝은 곧장 흑포 사내를 튀겨 버릴 듯 했다.
흑포 사내는 전력을 다해 기를 끌어 모아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번갯불을 검으로 쳐냈다.
흑포 사내의 검이 체인 라이트닝을 쳐냈지만 체인 라이트닝은 그대로 두 개로 갈라져 검이라는 전도체를 가진 적포 사내들에게 작렬했다.
순식간에 번갯불에 공격을 당한 적포 사내들이었지만, 잠시간 몸을 부를 떠는 것으로 체인라이트닝을 견뎌 내었다.
시우가 신기한 눈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호오.”
“네놈. 꽤나 재미난 재주를 가지고 있구나.”
흑포 사내가 자신의 검에 남은 정전기를 털어내며 말했다.
“아무리 무공을 익혔다고 해도, 좀 이상한데? 대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마법과 무공의 절대적 차이 중 하나라면, 바로 원기에 대한 특성일 것이다.
마법은 무공과 달리 그 힘을 막거나 쳐 낸다 해도 그 특성이 남는다. 노바 프로즌이 작열한 공간엔 서리가 내리고, 파이어 볼이 터진 공간엔 불꽃이 남는다.
체인 라이트닝도 마찬가지. 약화 되었다고는 하나 1만 볼트에 달하는 번갯불을 맞고도 멀쩡할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네놈이 알 것 없다. 그저 본 궁의 대업에 차질을 준 것을 죽어가면서도 후회 하거라.”
흑포 사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적포인 둘의 모습이 시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채챙!
그들이 나타난 것은 바로 시우의 뒤쪽.
시우의 뒤를 점거한 그들은 지체하지 않고 시우에게 검을 찔러 넣었고, 시우가 걸친 검은 색의 로브와 그림자가 각각 튀어나와 적포인의 검을 막은 것이다.
‘꽤 빠르군.’
[슬로우]
[디크리즈 웨지]
적포인의 발을 묶기 위해 두 개의 마법을 연달아 걸었지만, 적포인들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채챙!
이번엔 뒤돌아 있던 시우의 양쪽 목덜미를 향해 검이 찔러 들어왔다.
‘이런.’
시우의 몸을 감싼 로브의 반응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찔러 들어온 두 개의 검이 시우의 목에 작은 생체기를 내었다.
시우는 지체 않고 몸을 굴려 사방으로 다크 사이트를 펼쳤다.
캐스팅을 해도 목표물을 잡을 수 없었기에 다크 사이트를 통해 마법을 시전 할 생각이었다.
다크 사이트가 시우 주변으로 공간을 감쏴며 전면으로 쏘아져 나가자. 허공에서 두벌 발을 찬 적포인이 동시에 시우에게 검기를 쏘아 냈다.
슈슝!
윈드 커터완 비교도 안 될 묵직한 검기가 시우의 목덜미와 심장을 향해 쏘아졌고. 시우는 곧장 배리어를 중첩 시켜 펼쳤다.
펑펑펑펑펑!
가까스로 네 개의 검기를 박살 낸 후 검기가 사라지자 그 틈을 타고 적포인들은 다시금 시우의 요혈을 찔러 들어왔다.
‘이 자식들, 마법사와 싸우는 법을 알고 있는데?’
태백 정가의 무사들에 비해 암흑회의 무사들은 복잡하고 정밀한 틈을 타고 들어와야 하는 마법사와의 전투를 잘 알고 있는 듯 하였다. 그들은 시우가 캐스팅 하지 못하도록 계속 견제하고 마법이 자신들에게 작렬하지 않도록 시우의 사각만을 선택해 피해 다녔다.
[프로즌 노바]의 얼음 알갱이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잠시라도 적포인들의 움직임을 느려지게 만드려는 수단이었지만, 적포인들에겐 소용이 없었다.
[프로즌 노바]의 마법이 사라지고, 시우가 완드를 재빨리 흩뿌려 다음 마법을 준비하려는 순간.
적포인 하나가 시우의 옆구리를 깊게 찔러 들어갔다.
푸욱!
“커윽”
로브를 뚫고 들어간 검이 연한 살을 파고들자, 시우의 입가에선 핏물이 흘렀다.
적포인은 재빨리 검을 비틀어 장기를 손상시키고 시우의 권역 안에서 빠져 나오려 했다.
그 순간, 검을 잡고 있던 로브가 돌돌 말려가며 적포인의 검과 그의 팔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피를 흘리던 시우의 모습은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고, 공격을 당했다고 생각한 시우는 로브에 잡힌 적포인 뒤에서 나타나 중첩시킨 [윈드 커터]를 적포인에게 날렸다.
단숨에 통나무쯤은 잘라 버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절삭력을 가지고 적포인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갔다.
스겅!
뼈와 살이 잘려 나가는 소리와 함께 핏물이 사방을 적셨다.
‘목을 노렸는데.’
시우는 단숨에 적포인을 없앨 생각으로 목을 베려 했지만, 적포인은 마지막 순간 몸을 비틀어 로브가 잡고 있던 자신의 오른팔을 잘라 버린 것이었다.
적포인을 잡고 있던 로브가 순식간에 시우의 몸으로 다시 돌아오고, 남은 적포인의 검격을 막는 한편, 시우의 손에선 피를 흘리는 적포인을 향한 마법들이 작렬했다.
[다크 터치]
[체인 라이트닝]
[더블 체인]
완드 끝에선 번갯불이 작렬하고, 다크 사이트에선 사람 머리통 만한 기괴한 손들이 튀어나와 적포인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아슬아슬하게 체인 라이트닝과 다크 터치를 피한 적포인이 흑포 사내의 앞에까지 다달아서 더블 체인에 돌돌 몸이 말려 다시금 시우에게 이끌려 가고 있었다.
흑포 사내는 한쪽 팔이 잘린 체 체인에 주박 되어 끌려가는 신세의 적포 사내를 보고도 미동이 없었다.
그런 흑포 사내에게 적포인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당주님. 허락을.”
적포 사내가 그 말을 끝으로 시우에게 다시금 끌려가자 흑포 사내가 말했다.
“귀능갑을 개방하라.”
“존명.”
대답과 함께 체인에 주박 되어 있는 적포인도 시우의 주변에서 틈을 노리던 적포인도 조금씩 신체의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얼굴이 옷 색깔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근육에 비정상적으로 혈류의 양이 늘어났다. 적색의 도복 형식의 옷은 부풀어 오르는 근육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찢겨 나가기 시작했다.
적포인을 주박하던 체인도 부풀어 오르는 적포인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깨져 나갔다.
쨍그랑!
찌지지직
-크어어어어!
-크아아아아!
이미 인간의 모습을 잃은 듯 변해가는 두 사람의 입에서 짐승의 울부짓음과 같은 소리가 울렸다.
“대체 정체가 뭐야?”
놀라는 표정의 시우의 눈엔 일반인의 두 배는 될 법한 엄청난 크기의 괴인 둘이 시우를 보며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증조 할머님!”
소혜를 업고 태백정가에 도착한 우빈은 연무장에서 남궁혜자를 보고 반가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우리 증손자 고생했다. 어떻게 된 것이냐?”
“암흑회가 습격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빨리 말이냐? 그럼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느냐?”
“아닙니다. 지금 학교 근처에서 시우와 싸우고 있습니다.”
“시우?”
“일전에 저희 가문과 소란이 있었던 그 아이입니다.”
“아아. 현판을 부쉈다는 그 아이 말이냐? 왜 그 아이가 암흑회와 싸우고 있는 것이냐?”
“잘은 모르지만, 제가 아닌 시우를 노리고 온 것 같았습니다.”
“태백정가가 아니라 그 아이를 노리고 왔다고? 이게 어찌···.”
“어머니. 일단 어서 그 아이를 구하러 가는 것이 우선 일 듯 싶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암흑회가 노리고 있다면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말이 옳다. 순지와 형진인 이곳에 남고 현미와 현민이는 나를 따라라.”
“직접 가시렵니까?”
“그래. 지체할 시간이 없다.”
“증조할머님 저도 가겠습니다.”
소혜를 한쪽에 잘 눕힌 우빈이 무사가 건넨 자신의 검을 챙기고 따라 나섰다.
“아니다. 넌 그 아이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 보거라. 암흑회가 그 아이를 노리는 거라면 그 아이의 가족들 또한 가만히 둘리가 없다.”
남궁혜자는 과거 백면궁에게 당했던 일들을 기억해내며 말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뒤에 섰던 소빈이 나서자 순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 열을 데리고 가거라. 혹시 상계(上界)의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정체를 들켜선 안 된다.”
“알겠습니다.”
태백정가의 사람들은 세 무리로 나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놈에게 이 힘까지 볼일 줄은 몰랐다. 영광으로 알거라.”
“그렇게 자랑할 만한 힘인 거 확실해?”
“귀능갑(鬼能鉀)을 입은 혈면인의 얼굴을 보고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두고보면 알겠지.”
먼저 움직인 것은 시우였다.
시우의 완드가 평소보다 짧은 움직임으로 작은 마법진을 수없이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완드 끝에선 물 흐르듯 손바닥 만한 작은 마법진이 셀 수 없이 허공을 맴돌았고, 마법진에선 만경진을 가득 채울 듯 수백 개의 마나탄이 혈면인과 흑포인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처음 마나탄을 피하던 혈면인들은 미처 피하지 못한 마나탄의 파괴력이 강력하지 않은 것을 알고 그대로 시우를 향해 돌진하였다.
꽤 강력한 파괴력을 품은 마나탄이 거대한 몸체의 혈면인들의 몸에 닿을 때마다 공기방울 터지듯 터져나갔고, 시우는 재빨리 로브와 [쉐도우 워리어]로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파바팟! 파파팍!
거대한 몸체에도 불구하고 혈면인들의 속도는 여전하였다.
시우는 근근히 방어마법으로 그들의 공격을 막고 있었고, 공격은 요원해 보였다.
[파이어 볼]
시우의 완드 끝에 주먹만한 불덩어리가 일렁이자 한쪽 팔이 잘린 혈면인이 바닥을 박차고 시우의 뒤를 잡았다. 시우가 쏘는 마법은 파괴적이었지만, 날아올 순간을 파악해 피하면 그뿐이었다.
주먹만한 불덩어리가 허공을 맴도는 것을 보고, 시우에게 검을 찔러 들어가던 혈면인은 얼굴에 어리는 화끈한 열기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허공을 향해 쏘아지던 불덩어리가 마치 실에 묶인 것처럼 자신을 향해 방향을 틀어 날아왔던 것.
“크윽!”
바닥을 박차고 허공을 두 번 박차 방향을 세 번이나 바꿨지만, 불덩어리는 여전히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펑! 화르륵!
“크아악!”
끝내 피하지 못한 불덩어리가 안면을 강타하면서 폭발음과 함께 얼굴과 어깨에 화상을 입혔다.
“끝내주지? 타겟 마법이라는 거야.”
혈면인들의 변화 직후 마나탄에 타겟 마법을 걸어 혈면인들의 몸에 타겟 좌표를 새겼던 것.
시우의 말과 함께, 완드의 끝에서 윈드 커터가 중첩되기 시작했다.
“얼마든지 피해봐.”
수십 개의 윈드커터가 맹렬히 회전하며 두 혈면인에게 날아갔다. 몇 번이나 방향을 바꾸며 피하던 혈면인들은 끝까지 쫓아오는 윈드 커터를 검으로 쳐내다가도 몇 개를 놓쳐 온 몸 곳곳에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의 몇 배나 단단해진 피부와 회복력 덕분에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크흐흐, 언제까지 이따위 잡술로 상대할 셈이냐?”
벌어진 상처가 회복되는 것을 보며 혈면인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잡술? 조금 단단한 몸을 가졌다고 꽤 건방진 소릴 하는 구나.”
시우의 전방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 났다.
네 개의 마법진에선 맨 처음 백포인을 짓이겼던 거대한 손이 튀어 나와 혈면인을 짓이길 듯 쏘아져 나갔다.
쾅쾅쾅쾅!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뿌연 먼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왔다.
혈면인들은 전혀 영향 없다는 듯 먼지를 뚫고 시우를 향해 지처들었다.
[패럴라이즈]
[페인 시크]
[커스 디케이]
구체화 된 형태가 없는 저주 마법 세 개가 혈면인들의 몸을 스치고 지나쳤다.
그저 빛으로 된 면에 몸이 통과 된 듯 아무런 고통도 없었지만, 시우의 앞에 다달을 때쯤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 쓰지 않는 저주 마법이지만, 너희들은 인간이라 볼 수 없는 존재니까 괜찮지?”
[다크 픽]
다크 사이트가 울컥 거리며 날카로운 송곳 모양으로 변해 혈면인들을 향해 짓처 들었다.
복부와 하반신을 뚫어 버릴 듯 거침없이 지처드는 모습에 혈면인들은 필사적으로 몸을 뒤로 뻗었지만, 그곳엔 이미 시우가 준비한 [거인의 손] 마법진이 나타나 혈면인들을 송곳을 향해 억지로 밀어 넣었다.
푹푹푹푹푹!
“크아아악!”
“컥 커커컥!”
다크 사이트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쐐기들에 온 몸이 구석구석 뚫린 혈면인들은 몇 번이나 꿈틀 거리며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그들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거인의 손에 의해 결국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다크 사이트는 혈면인들이 흘리는 피를 모조리 흡수하는 것도 모자라 혈면인의 몸에 남아 있는 피마저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인간의 두 배에 달하던 크기의 혈면인은 어느새 말라비틀어진 미라 모양으로 변해버렸다.
말라 비틀어져가는 혈면인의 존재가 관심도 없는지 시우는 그들을 지나쳐 흑포 사내를 향해 완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크 위저드에게 피맛을 보게 했으니. 너희 암흑회는 오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거다.”
시우의 말에 흑포 사내가 마른침을 삼켰다.
< 30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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