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다크위저드-29화 (29/200)

< 29 >

세아는 마법서적 한 장 한 장 넘기며 기록된 마법과 사용 방법을 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차근차근 보시죠? 다 파악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텐데.”

시우의 말에 세아가 정신을 차리고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시간동안 빠르게 고성능 컴퓨터 같은 두뇌를 회전시켜 시우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시우님. 이걸 주셨다는 건 제가 이걸 어떻게 쓰던 상관없다는 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생각하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질문이었지만 시우는 곧장 그녀가 하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상관없어요. 하지만 괜한 힘만 빼게 될 거예요.”

“왜 그렇죠?”

“이 세계의 것이 아니니까. 그 원리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똑같은 물건은 만들 수 없어요.”

마법 주문서는 복잡한 수식과 주문, 마나 주입의 단계를 생략하고도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마법 아이템이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보통의 마법사보다 빠른 시간 내에 마법을 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효용성은 차고 넘쳤다.

각 왕국은 주문서를 전쟁에 활용할 방법들을 고심하곤 했지만 고 레벨의 마법 주문서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과 주문서를 대량 생산 하기 위해 드는 천문학적 단위의 금액. 그리고 고 서클 마법사가 광역캔슬마법을 시전해 버리면 그 비싼 주문서가 한낱 종이 쪼가리에 지나지 않는 것 때문에 많이 활용 되지는 않았다.

어쩌면, 상계(上界)의 힘을 바라는 세아가 마법 주문서를 받는 순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 속도가 일반인에 몇 배나 빠른 것을 보면서 시우는 자신의 자그마한 도움만 있어도 미화관이 상계(上界)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아는 적잖이 실망하는 표정이었지만 책을 꼭 품으며 말했다.

“그래도, 시도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뭐, 편할 데로. 아참 그리고 부탁 하나 하고 싶은데요.”

세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말씀하세요.”

“땅을 하나 알아봐줘요. 서울 인근이면 좋고, 조금 멀어도 상관없고. 인적이 드믈면 좋겠어요.”

“서울 인근의 그런 땅이라면 농사만 지을 수 있는 그린벨트밖에 없을 텐데, 괜찮으실까요?”

“땅 위에 뭘 지을 건 아니니까. 상관없어요.”

“알겠습니다. 소녀만 믿으시어요.”

헤어짐을 아쉬워한 세아가 시우에게 포옹으로 작별인사를 대신 하려 했지만 시우는 가볍게 그녀의 손을 피해 집으로 향했다.

이미 고등학교 과정에 대한 공부는 모두 끝이 났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그저 실수를 줄이기 위한 검토에 불과했지만 시우는 그 과정 자체를 천천히 즐겼다.

집에서는 주로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대수학이나 과학 이론 연구하는 것을 즐겼다.

특히나 요즘은 컴퓨터 관련 기계 공학과 코드에 열중하는 일이 잦았다.

이(異) 세계에서 시우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지구의 지식들이었다. 지구에서 보고 들은 지식들은 많았지만 그 원리을 알지 못해 활용 못하는 것들이 많았던 탓이다.

그랬기에 지구로 돌아온 시우는 지식에 대한 허기를 채우듯 현 세계를 이루는 이론과 실험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다. 마법사로서의 본능이 그 복잡하고 어려운 공부를 즐거움으로 승화시켰다.

시우의 머리가 본래 이정도로 좋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異) 세계에서 목숨을 걸고 학업보다 몇 십 배는 더 복잡한 마법을 죽어라 익히면서 뇌의 활용도가 일반인에 비해 몇 배는 더 높아진 것이었다.

세아에게 땅을 부탁한 것도 개인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과학에 대해 공부할수록 마법과 과학을 접목시킨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의욕이 계속 생겨난 탓이었다.

“연구소를 만들면 자비스 같은 인공지능부터 만들어야 겠어.”

시우는 돌아온 세계에서 뭔 갈 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힘과 상계의 존재, 미화관이나 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이(異) 세계에서 이뤘던 것 이상으로 자신만의 세력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한 차례 그런 것들을 이뤄봤고, 그것들이 주는 즐거움 또한 대단치 않다는 것을 경험해 봤다.

지금은 그저 한 번의 생 동안 느끼지 못했던 애틋한 가족애와 평범한 생활이 주는 지루한 행복을 경험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평생 부하와 도우미를 두고 살았던 시우에게 일일이 모든 것을 직접 한다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장차 앞으로도 상계(上界)라는 곳에서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건 단순한 생각 만은 아니었다.

“힘 있는 자들은 자신보다 더 힘 있는 자를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지.”

상계의 세력을 상대하려면 자신도 혼자서만은 안된다. 그렇지만 세력을 형성하는 건 귀찮았다.

그런 사유의 끝에 생각해 낸 결과가 바로 에고가 접목된 인공지능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과 구글링으로 조사한 논문을 통해 영화 속에 나오는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은 그저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시우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에고(EGO)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인간과 비슷한 인공지능을 제작 할 수 있고, 그걸 사용해 단일 세력으로 얼마든지 상계에 대응 할 수 있겠다는 계산을 마쳤다.

“후후, 빨리 연구실을 만들어야겠어.”

벌써부터 마법과 과학을 접목시킬 생각에 즐거워지는 그였다.

“흠? 결계?”

즐거운 기분에 발걸음마저 가벼워지려던 시우의 감각을 자극 하는 것이 있었다.

“아닌가? 하지만 비슷한 것 같은데?”

결계와 비슷한 기운을 풍기는 무언가가 주택가 한 가운데 떡하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결계 앞에 선 시우는 사람들이 자신도 감탄을 내질렀다.

“호오, 굉장히 자연스럽네. 주변의 환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된 것인가?”

자신이 생각하는 결계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 결계에 한참이나 탄성을 내지르던 시우는 볼펜을 꺼내어 결계의 일부를 찢어 안을 살펴보았다.

이미 결계에 대한 분석은 다 끝난 뒤였다.

“뭐야, 저 녀석들 왜 아직 여기 있어?”

시우의 눈엔 한쪽에 쓰러져 흙먼지를 뒤집어 쓴 소혜와 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장을 쏟아 붙는 우빈의 모습이 보였다.

시우는 결계를 향해 볼펜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공간의 일부가 왜곡되고 찢어지면서 사람이 지나갈만한 큰 공간이 드러났다.

“설마 이걸 못 뚫어서 저러고 있나?”

흑포 사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시우의 얼굴을 본 순간. 그가 자신들이 찾던 인물인 것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인물이 이곳에 태연하게 들어와 있다는 것이 흑포 사내를 긴장시키게 만들었다.

그들이 이곳에 펼친 만경진은 야토가미 신쇼쿠의 상급 음양사가 일반적인 진에 특별한 주술을 접목시켜 만들어낸 절대적인 이공간이었다. 한번 들어온 이는 나가지 못하고 밖에 있던 이는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

하지만 그 공간 안을 태연하게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흑포 사내를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네놈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것이냐?”

흑포사내가 물었지만 시우는 우빈과 소혜를 살폈다.

소혜는 시우의 얼굴을 보고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우야! 얼른 경찰에 신고해 이 사람······ 들, ······어, 되게······위험···해.”

그렇게 말을 하던 소혜는 무겁게 떨어지는 눈꺼풀을 견디지 못하고 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털썩 쓰러지려 하는 소혜를 가볍게 받아든 시우는 조심스럽게 소혜를 바닥에 눕히고 우빈을 살폈다.

“상처가 꽤 깊네. 전에도 느낀 건데 넌 상계에서 꽤 약한 편인가 보구나?”

“······무, 무슨, 검만 있었어도······.”

“대체 왜 싸우고 있는 거야?”

“저자들, 암흑회 놈들이야.”

우빈과 시우가 대화를 하는 동안 백포인 하나가 살기를 가득 뿌리며 시우와 우빈에게 검을 휘둘렀다.

[거인의 손]

우빈과 대화하던 시우가 파리 쫓듯 볼펜을 슬쩍 휘두르자 달려들던 백포인의 전면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리고 백포인이 대응하기도 전에 마법진 안에서 거대한 주먹이 튀어 나와 백포인을 수십 미터나 날려 버렸다.

쾅!

겨우 건물에 부딪쳐서야 비행을 끝낸 백포인은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확실해? 너 저번에도 나한테 암흑회라고 했잖아.”

“······확실해. 저 놈들 소혜가 있는데도 나를 노리고 공격했어.”

“저기 혹시 암흑회 분들 맞으세요?”

“······.”

괴한들은 답이 없었다.

“아닌 거 아냐? 답이 없는데?”

“담력이 좋구나, 이런 상황에서 장난을 다 치고.”

시우의 물음의 답은 의외로 흑포 사내에게서 나왔다.

“혹시 날 아나?”

시우가 웃으며 물었다.

“네놈이 어떤 상황에 처한 지 깨달으면 그 입가의 미소가 처절히 후회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기억이 없는데? 시작은 마성창이 먼저 했고.”

“본 궁의 대업을 방해하는 자에게 따르는 대가는 죽음뿐이다.”

흑포 사내의 말에 시우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글세, 마성창을 상대해 본 바론 그쪽한테 그 정도의 실력은 없는 것 같은데?”

“감히 본 궁의 힘을 그 따위 시정잡배와 비교하다니.”

시우는 고개를 돌려 우빈에게 물었다.

“너 소혜 데리고 갈 수 있겠냐?”

“우린 지금 진 안에 갇혔어. 여기선 못 도망가.”

“내가 어떻게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 하냐? 갈 수 있어 없어?”

우빈은 대답 대신 등 뒤에 벌어진 상처를 내보였다.

“진짜 넌 운 좋은 줄 알아라. 내가 최근에 포션을 만들어 놓은 게 있어서 나처럼 흉은 안 남을 테니까.”

시우가 호주머니에서 붉은 색과 주황색의 포션을 두 개 꺼내어 마개를 따 우빈의 등에 부었다.

“크흑!”

상처에 닿은 포션 액들이 부글부글 거품을 일으키며 끓어올랐고, 우빈은 상처가 불에 지지는 것 같은 고통에 절로 신음을 내뱉었다.

“지금 뭐하는!”

“기다려. 상처는 금방 아물 테니까.”

시우의 말대로 쩍하니 벌어졌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며 새살이 돋아나고 벌어졌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소혜 데리고 집으로 가.”

“넌 어쩌려고?”

“나를 만나러 왔으니까. 상대해 줘야지.”

시우와 우빈의 대화를 듣던 흑포의 사내가 비웃음을 날렸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만 쉽게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

시우가 볼펜을 내리치자 볼펜이 길어지며 완드로 변하였다.

그리곤 우빈의 뒤쪽을 가로로 긋자 진의 일부가 일렁거리며 현실 세계가 나타났다.

"!!!"

“먼저 가. 난 이것들 좀 처리하고 갈 테니까.”

소혜를 어깨에 업은 우빈이 다시 한번 물었다.

“진짜 괜찮겠어?”

“네 걱정이나 해. 여기 말고 다른데에 대기하고 있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어른들이랑 돌아올게. 조금만 버텨.”

우빈이 찢어진 공간 밖을 나가려고 하자 백포인들이 기다리지 않고 몸을 날렸다.

“어딜!”

[파이어볼]

[프리즌 노바]

[윈드 커터]

“크억!”

“악!”

“아아악!”

시우의 완드 끝에서 각기 다른 세 개의 마법이 세 개씩 발사되며 백포인 세 명을 순식간에 태우고 얼리고 잘라버렸다.

시우의 어깨에선 검은 물체가 흘러내리며 시우의 몸을 감싸기 시작하고 그의 머리엔 뾰족한 챙의 검은 모자가 나타났다.

머리가 불에 타고, 손과 발이 꽁꽁 얼어붙으며 뒤이어 날아든 윈드 커터에 손과 발이 잘려나가는 괴이한 모습에 당황한 이들이 서로의 얼굴만을 보며 주춤거리고 있었다.

“뭐하는 것이냐! 당장 저 놈의 목을 가져와라!”

흑포사내의 말에 대기하던 백포인 넷이 시우에게 달려들었다.

[다크 사이트]

[다크 디퓨저]

[커스 포이즌]

[슬로우]

[디크리즈 웨지]

백포인이 시우에게 닿기도 전에 시우의 손에선 다섯 개의 마법이 캐스팅되고 발현되었다.

순식간의 사위가 어두워지며 백포인들은 몸이 진흙 안에 잠긴 것처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태백정가 보다는 실력이 떨어지네. 실력 차이 때문에 배신 말곤 이길 방법이 없었던가?”

[거인의 손]

[거인의 손]

[거인의 손]

[거인의 손]

주춤 거리는 백포인의 머리 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것을 확인한 백포인들의 눈엔 절망이 어른 거렸다. 맨 처음 거대한 마법진 안에서 무엇이 튀어나왔는지는 그들의 망막 속에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쾅! 쾅! 쾅! 쾅!

사위가 울릴 듯 거대한 진동음과 함께 네 명의 백포인이 거대한 압착 프레스에 깔린 것처럼 붉은 고깃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살인이라면 지긋지긋해서 쓸데없는 살생은 피하려 했는데. 이게 다 니들 때문이다.”

흑포 사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진을 깨고 우빈을 탈출 시킨 것도 놀랍건만, 백면궁의 정예라 할 수 있는 백면단원들이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이승을 떠났다.

압도적인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보고도 모르겠나?”

“일본과 한국 중국 그 어떤 상계(上界)에도 네놈과 같은 자를 본 적이 없다.”

“좋아, 그렇게 궁금하다면 알려주지.”

시우가 완드의 끝을 흑포 사내에게 겨누며 말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마법사 해리포터님이시다! 아바다 케다브라!”

시우의 완드 끝에서 빛을 번쩍이며 스파크를 일으키는 '평범한' [체인 라이트닝]이 흑포 사내에게 쏘아져 나갔다.

< 29 > 끝

ⓒ 진(JIN)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