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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27화 (2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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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관리된 40대 정도의 두 여인이 태백정가의 현판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버린 것을 보곤 놀람을 금치 못했다.

“허어! 이,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두 중년의 여인은 서로 비슷하게 닮은 듯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 여인은 하얗게 샌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한 쪽은 먹물처럼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있었다.

“설마 암흑회가 벌써 들이닥쳤단 것이냐!”

하얀 머리의 여인이 그렇게 이야기 하자 검은 머리의 여인이 답했다.

“아니 예요. 할머니. 오늘 아침까지 전화를 했는걸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두 사내가 나타나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체 현판은 어딜 간 것이냐! 수리를 위해 떼어내기라도 한 것이냐?”

하얀 머리칼의 여인의 호통에도 두 사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그게 아니오라. 떠, 떨어졌습니다.”

"뭐라!!"

여인의 불호령에, 그 옆의 사내가 곧장 책임을 회피했다.

“드, 들어가시면 태상가주님께서 다 설명해 드릴 거라 하셨습니다.”

“순지 이 녀석! 대체 무슨 사고를 쳤기에 현판이 떨어져!”

하얀 머리칼의 여인은 그 말과 함께 바람처럼 정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허어!”

하얀 머리칼의 여인은 의자에 앉아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반대로 노인에 가까운 정순지와 중년의 나잇 대로 보이는 정형진, 정현민은 그 앞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물론 정소빈도 그 무리의 가장 끝에 엎드려 있었다.

“오라버니. 우리 정가가 어린애 하나한테 굴복했다는 말인가요?”

한쪽에 서서 이야기를 듣던 정현미가 그렇게 물었다.

정현미는 자신이 할머니인 남궁혜자를 모시고 중국에 다녀오는 동안 정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아니다. 현미야. 그저 서로간의 오해가 있어서 그랬을 뿐. 누가 이겼다. 졌다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런 이야기를 한 다는 것 자체가 정가가 굴복했다는 말 아닙니까?”

현미의 말에 엎드려 있던 순지가 몸을 일으켜 현미에게 일갈했다.

“현미! 네 이놈! 너의 그런 광오하고 오만한 생각 때문에 정가에 이런 일이 생겨났다는 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

정순지가 현미에게 일갈하고는 남궁혜자를 향해 이야기 했다.

“어머니. 이번 일이 명백히 우리 가문의 책임이라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승부가 끝난 후에 우리가 보여주었던 행동마저 합리화하려 한다면 우리 또한 암흑회와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아, 아버님!”

“아버지, 그건.”

“조용 하거라!! 내 선친과 조부께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시면서 일신의 안위와 안녕을 위해 정의를 오독하지 말라 하셨다. 대체 너희들은 언제부터 너희들 자체가 정의가 된 것이냐!”

정순지의 호통에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남궁혜자는 순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을 뜰 줄 몰랐다. 그렇게 한참을 보낸 후 천천히 띄여진 남궁혜자는 한층 노기가 사라진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순지 네 말이 맡다. 우리가 어떤 뜻으로 싸우고 이 가문을 세웠더냐. 우리가 암흑회를 쫓아낸 것은 우리의 일신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는 스스로를 다시 보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부서진 현판은 어머니께서 다시 만들어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니다. 네가 얘기 했듯 너희 스스로가 당당해질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달도록 하려무나.”

“네.”

“이제 그만 일어 나거라. 반성은 반성이고 빨리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남궁혜자의 말에 일동 모두 일어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정보다 일찍 들어오셨습니다.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중국에 일이 생긴 것이 아니야. 한국에 무슨 일이 생길 조짐이 보인다.”

“어떤 일 말씀이십니까?”

“암흑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남궁혜자의 말에 정형진과 현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더구나 이번엔 야토가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그 말씀은···.”

“어쩌면 100년 전의 악몽이 되 살아 날 수도 있다.”

“일본이 한국을 친다는 말이십니까?”

정순지의 말에 끔찍한 과거가 되 살아 났던 남궁혜자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그럴 리야 있겠느냐. 하지만 우리와 보타암이 무너진 다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례했는지 잘 알지 않느냐.”

100년 전 일본의 상계(上界)를 지배한 야토가미가 조선에 발을 디뎠다.

그들의 이질적인 힘 앞에 조선 상계(上界)의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무릎을 꿇었고, 궁궐의 왕후마저 지키지 못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조정과 상계간의 왕래가 잦았기에 고종은 끝까지 정가와 보타암을 믿었지만, 왕후의 죽음 앞에 더 이상 어떤 곳에도 기댈 곳이 없다 생각하여 좌절하고 말았다.

동시에 조선의 상계에선 모든 이의 힘이 모아 반격을 시도하려 했지만, 직전에 내부에서 발생한 배신자들 때문에 마지막 반격마저 패착 하여 뿔뿔이 흩어진 채, 조국이 패망하는 것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저희도 그동안 놀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중국에서 묘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말씀이십니까?”

“그들은 새로운 힘을 얻었다고 하더구나.”

“새로운 힘이요?”

“그래, 상계(上界)를 뛰어넘는 그 위의 힘. 그리고 중국의 세력들은 그 힘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럼, 중국의 힘을 빌릴 순 없는 것입니까?”

순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싸움이 계속 되고 있다. 우린 그저 우리의 힘을 믿는 수밖에 없다.”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충분히 강합니다.”

“든든하구나. 그런데 우빈이는 어딜 간 것이냐? 이 할미가 집에 돌아온다 하였는데?”

“아, 그게 지금 우빈이는 벌을 받고 있습니다.”

“벌?”

“그래서 그때 제가 딱 나타나 말했죠. ‘제 친구를 더 이상 괴롭힌다면 저도 참지 않겠습니다!’ 그랬더니 교무실이 조용해지면서···.”

우빈의 이야기마다 세아는 계속해서 맞장구를 쳐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이 보일 때마다 우빈은 더욱 열심히 세아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었고, 시우는 그 모습을 한심하게 보고 있었다.

‘저러다 제 가문의 비전까지 다 털어낼 기세네.’

시우는 혹시나 세아가 태백정가의 정보를 찾아내지 못해 우빈을 직접 찾아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지금 우빈은 세아에게 정가의 숟가락 숫자까지 다 알려줄 기세였다.

그런 우빈과 달리 심드렁이 떡볶이와 순대를 먹고 있는 시우를 보며 소혜는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 달에 수 백 만원이나 지불하는 탑 클래스 그룹과외가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에 떡볶이집 까지 쫓아온 소혜는 대가를 치룰만 했다는 생각이었다.

‘시우는 저 언니에 대해 별로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 같네.’

안도하는 자신을 보며 소혜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매운 거 못 먹어?”

시우가 물을 건네며 말하자 소혜는 더욱 홍조를 띄며 답했다.

“아, 아냐.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봐.”

시우는 그런가보다 하곤 우빈의 말을 중간에 끊고 세아에게 직구를 날렸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어쩐 일이긴··· 당연히 우리 시우 보고 싶어 왔지.”

속에 구렁이가 백마리 쯤은 있는 답변이었다.

“언니, 혹시 시우랑은 어떻게 아는 관계세요?”

“응, 시우가 어렸을 때부터 나랑 결혼하겠다고 그렇게 쫓아다녔거든. 그래서 친해졌어.”

쩔그렁

소혜의 손에 쥔 포크가 쇳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거짓말이야. 내 타입 아니거든.”

“어머! 놀랐니? 호호호호.”

세아의 웃음 소리에 세아가 즐겁다는 듯 입을 가리며 웃었고, 우빈은 헤벌레한 표정으로 세아를 바라봤다.

“농담 그만 해요. 뭐 달리 할 말 없으면 가죠? 곧 있으면 중간고사 기간인데.”

“일단 일어날까?”

“세아 누나, 괜찮으면 카페 가서 차 한잔 하실래요?”

우빈이 살갑게 웃으며 이야기 하자 세아가 우빈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어쩌지, 오늘은 시우랑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는데? 나중에 같이 갈까?”

우빈의 세아의 말에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고, 시우와 소혜는 그런 우빈을 한심하게 처다 보았다.

몇 번이나 돌아서서 손을 흔드는 우빈을 보내고 시우와 세아는 인적이 드믄 길로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말 없이 걷다 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 하자는 거죠?”

세아의 기행에 시우가 설명해 보라는 듯 물었다. 세아는 미화관에서 보았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것을 좋아하실 것 같아 준비해 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세아의 말에 시우는 말없이 세아를 보다 입을 열었다.

“다음부턴 좀 평범한 사람을 보내지 그래요? 그쪽은 너무 눈에 띄는데.”

세아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것.

세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우는 극도의 평범한 생활을 추구하고 있었다. 마성창을 박살 낼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학교 폭력은 법을 기반으로 협박으로 해결했고, 수억원의 합의금을 뜯어냈지만, 집엔 일부의 돈만을 가져다주었다.

더구나 본인에겐 왕처럼 살만한 보석이 잔뜩 있음에도 무소유를 실천하는 사람처럼 필요한 곳 이외엔 돈을 쓰지 않았다.

여기까지 조사를 마친 세아는 그런 시우에게 가장 잘 맞는 모습으로 다가가려 했다. 시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이.

“시우님을 뵈러 오는 것도 소녀의 작은 기쁨 중 하나입니다.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

“장난은 그쯤 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건. 뭔 갈 가져왔다는 거겠죠?”

세아는 빙긋 웃으며 클러치 백에서 작은 태블릿 pc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조의선인이라고 아십니까?”

“글세? 처음 듣는데?”

“그럼 화랑은 들어 보셨습니까?”

“그건 들어봤네요.”

“조의선인이란 화랑제도처럼 고구려에서 인재를 모아 양성하던 교육제도입니다. 하지만 상계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론 고구려의 조의선인과 신라의 화랑 백제의 싸울아비 등 모두가 각 국가를 대표하는 상계 집단이라고 전해집니다. 태백정가는 조의선인의 후예들입니다.”

태블릿 pc 안에는 세아가 꼼꼼하게 정리한 태백정가의 자료들이 빼곡했다. 시우는 놀라운 속도로 페이지를 속독하며 계속 넘어가고 있었다.

“고구려가 망한 후, 발해와 만주로 뿔뿔이 흩어져 오랜 유목생활을 이어오다 고려 시대에 돌아와 하급 무관으로 활동했던 정기식이 가문을 세웠고, 그 가문이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조의선인의 후예가 있다면 화랑과 싸울아비의 후예들도 있겠군요?”

“네. 상계의 힘은 저희의 힘과 달리 쉽게 변하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더군요. 말씀 하 신데로 세 개의 세력은 일제강점기까지 비등한 세력을 유지하며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죠?”

“조의선인의 후예는 태백정가가 되었고, 싸울아비의 후예는 특별한 단체를 설립하지 않고 보타암이라는 작은 절에서 그 비전을 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랑의 후예들은 지금 일본에 있습니다.”

“일본?”

“네. 아마 이 정보가 가장 필요하실 것 같아 따로 준비 했습니다.”

세아는 시우의 곁에 바짝 붙어 테블릿을 조정해 다른 창을 띄워 보여주었다.

“신라가 패망한 이후 화랑의 세력권에서 분리된 백면궁이란 작은 단체가 세력을 키워 화랑을 집어 삼켰고, 자신들을 화랑의 정통 후예라 칭해왔습니다. 힘이 비슷하여 균형을 이뤘던 세 개의 세력은 일제의 침략과 함께 그 균형을 잃었고, 일제 강점기 기간 동안 백면궁만이 조선에 남아 있었습니다.”

“조의선인의 후예와 싸울아비의 후예는 도망친 건가요?”

“아뇨, 그보다 더 나빴습니다. 일본 상계(上界)에 대항해 동맹을 맺었던 두 세력을 배신하고 그들을 일본에 넘겼습니다.”

“훗, 배신자란 말인가?”

“해방 후에 만주로 쫓겼던 두 세력은 힘을 모아 백면궁을 한국에서 쫓아냈고, 백면궁은 아직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얘기네요. 근데 왜 내가 이 정보를 필요로 할 것 같다고 한 거죠?”

“백면궁은 고향을 잃으면서 자신들의 이름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계(上界)에서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 바로 암흑회입니다.”

시우가 세아를 보며 여전히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지금 암흑회가 시우님을 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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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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