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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24화 (2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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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먹기엔 과한 상이네.”

시우의 투덜거림에 한세아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투명한 궁장 차림의 그녀가 작게 몸을 움직일 때마다 궁장 사이로 드문드문 그녀의 속살이 보였다.

그녀의 행동은 작은 버릇 하나까지도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었다. 심리학에도 정통한 그녀는 여인의 몸을 어떻게 무기로 삼아 남자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여자였다.

“상의 크기는 그 사람의 그릇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 미화관에서 이정도 상을 받을 수 있는 분은 총리님이나 재계 창업주 정도랍니다.”

그녀가 머리를 넘기며 슬쩍 목덜미를 흔들어 페로몬 가득한 향을 날렸다.

그럼에도 시우는 무덤덤하니 물 잔에 물을 따라 입안을 행구며 찬을 집어 먹을 뿐이었다.

“날 보자고 한 이유는요?”

방에 들어서면서부터 심기가 불편해진 시우는 꽤 불량스런 자세와 어투로 말했다. 세아 입장에선 새파랗게 어린 고삐리의 건방진 태도에 불쾌감을 느낄 법도 했지만, 세아의 입엔 여유가득한 미소만 지어져 있었다.

“후훗, 소녀 이렇게 앳되어 보여도 나이가 꽤 있는 편이랍니다.”

한세아는 덤덤한 시우의 태도와 말투를 지적하며 매혹적으로 웃어보였다.

뭍 남자들은 이런 그녀의 모습에서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자세를 바로잡곤 하였지만 시우는 아니었다.

“저에게 누나 소리라도 듣고 싶으신 건가요? 총리나 재계 창업주 정도나 받을 수 있는 상을 대접한다는 건 나한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 아닌가요?”

“···역시 범상치 않으신 분이네요.”

“그리고 대화를 하고 싶은 거면 걸리적거리는 파리들은 좀 치우는 게 어때요.”

“!!”

한세아는 한 번도 풀지 않았던 미소가 한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요즘 내 목을 노리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이런 거에 민감하게 반응 할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내 ‘민감한 반응’은 꽤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

한세아는 만약을 대비해 미화관을 지키는 경호원 중 암살과 침투에 특화된 특수부대 출신의 사람들을 방 곳곳에 숨겨 놓았다.

언제든 눈 깜짝할 사이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실력자들로. 하지만 시우는 그마저도 간파해 버리고 만 것이다.

“실례를 저질렀군요. 사과드리겠습니다.”

당황한 모습을 보이긴 하였지만 속으로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며 환희를 질렀다.

자신이 세워놓았던 가설이 확실시되었음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내일 학교에 가야 하거든요.”

세아의 속도 모르고 태평한 소리를 하는 시우의 모습에 세아는 부끄럽다는 듯 입을 가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혹시 상계(上界)의 어떤 곳에 적을 두신 분이십니까?”

“상계(上界)? 그게 뭔데요?”

“혹시 상계(上界)가 어떤 곳인지 모르십니까?”

“처음 듣는 데?”

시우의 말에 세아는 오히려 자신이 당황했다. 자신이 조사한 바론 시우의 힘은 상계(上界)의 것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세아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와의 대화를 이끌어 낼 시뮬레이션은 초장부터 막혀 버린 것이다.

“마성창 회장을 아십니까?”

입안의 음식을 꿀꺽 삼킨 시우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호오 그쪽도 그런 종류의 인간이 였어요?”

“소녀 바라긴 하나 그런 힘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럼 방금 그쪽이 말한 상계(上界)라는 건 그런 자들이 속한 세상을 말하는 건가요?”

“네.”

“하하. 그렇단 말이지. 상계.... 상계라. 혹시 천상계를 줄여서 말하는 건가요?”

시우의 물음에 세아는 답하지 않았다.

“하하하! 천상계라니. 자신들은 전혀 다른 곳에 사는 인간이란 말인가?”

시우는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웃으면서 음식에 가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즐거운 사냥을 위해 만찬을 즐기는 사람의 모습과 같았다.

“시우님께선 적을 두신 곳이 없으신 겁니까?”

“그렇다면요?”

“그럼 시우님과 저 모두에게 이득이 될 만한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시우가 처음으로 한세아를 바라보았다.

시우는 꽤 흥미로운 눈으로 한세아를 보기 시작했다. 행동 하나하나엔 교태가 가득 담겨 있고, 웃음과 자세 어느 것 하나 계산되지 않은 것이 없다.

시우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미 뭇 남성들이 그녀의 호감을 얻기 위해 팬티 속에 숨겨 놓은 비상금까지 모조리 꺼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숨어 있는 암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말고는 그 깊은 눈이 흔들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녀 또한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이야기였다.

“어떤 거죠?”

“미화관의 사람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미화관의 사람?”

“네. 저희의 힘이 되어 주십시오.”

세아는 정·재계의 모든 권력의 관계와 돈의 흐름을 알고 그것들을 조종하기 시작했을 때. 상계(上界)의 존재와 그 힘을 알게 되었다.

권력과 돈, 이득과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은 힘.

일반인에겐 절대로 전달되지 않고 이용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힘.

대한민국의 꼭대기에 올랐던 세아는 그 위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에 절망했다.

그리고 그 힘이 보여주는 절대적인 가치를 보며 자신의 수중에 꼭 넣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왔다.

“술집 직원이 되기엔 내가 나이가 너무 어린데?”

“후훗, 소녀도 농담을 좋아합니다.”

“재계 거물이 오가는 곳이긴 하지만, 그런 곳에 왜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죠?”

“저희 미화관은 그냥 술과 웃음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그럼?”

“정보와 사람을 사고팔지요.”

“정보 단체? 광통신과 컴퓨터가 발달한 이 세계에서 그런 정보 단체가 유용한지 의문이네요.”

시우가 이(異) 세계에서 가장 답답했던 것이 바로 정보의 전달 속도였다.

정보 교류의 속도가 느리니 사회는 일개 성(城) 중심의 폐쇄적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고, 정보를 가진 일부는 그 정보를 독점해 사회 발전을 더더욱 느리게 만들었다.

마법이라는 훌륭한 수단이 있음에도 서로간의 정보 전달은 언제나 마탑을 이용한 마법사들만의 독점적 기술이었다.

시우가 다크 위저드로써 실력이 쌓이고 아티팩트 제조로 상당한 기술을 얻었을 때. 가장 처음 만든 것이 통신구였다. 시우는 이 통신구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하여 자신의 왕국에 마구잡이로 뿌려댔고, 타국에 비해 수백 년이나 앞선 통신망을 가진 시우의 왕국은 그 발전 속도가 몇 배는 빨랐다.

“진짜 정보는 사람에게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정보, 알아서는 안 되는 정보. 그런 것 들을 이용해 이 나라를 움직이는 게 바로 저희 미화관입니다.”

이야기를 듣던 시우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 눈앞의 여성과 자신이 어떤 접점이 있어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있었겠는가. 단순히 정보만을 가진 것이 아닐 것이다. 이 여인의 머릿속은 외모보다 더 뛰어난 수퍼 컴퓨터가 움직이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다른 이에겐 미화관과 손을 잡는 다는 건 천군만만를 얻고 제갈량을 얻는 일이었겠지만, 시우 자신에겐 전혀 해당되는 일이 없었다.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네요.”

세아는 시우의 말에도 여전히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걸 잠시 봐주시죠.”

세아가 한쪽으로 물러나자 격자 문이 연달아 열리기 시작하면서 각각의 방들이 하나의 긴 복도처럼 변하였다.

드르륵 착! 드르륵 착! 드르륵 착! 드르륵 착! 드르륵 착!

그리고 각방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떤 이라도 쉽게 동요할 만한 엄청난 것들이었다.

첫 번째 방엔 현금이 가득 든 돈 가방과 금괴 수십 개가 진열되어 있었다.

두 번째 방엔 각종 명품 가방과 구두, 수트, 외제차 키, 시계와 각종 악세사리 등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세 번째 방부턴 물건이 아닌 사람이었다.

TV에서나 볼법한 눈에 확띄는 미녀들이 마치 시우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듯 서 있었다.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 또한 세아처럼 반투명한 궁장 차림이었지만 옷감을 덧대지 않아 그 속으로 육감적인 몸매와 속살이 훤히 비췄다.

평범한 남자였다면 이미 이성을 잃고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으리라.

네 번째 방엔 요리사와 심부름을 할 직원들 학자풍의 사람들과 운전기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있었고.

다섯 번째 방엔 중무장한 요원들이 빽빽하게 좁은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시우는 그 광경을 보고 잠시 놀라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정말 왕처럼 살 수 있겠네요. 이 나라를 움직인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었군요.”

“이건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 상계(上界)라는 곳의 사람들도 자신들의 가치가 이 정도인 걸 알고 있나요?”

“그들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일례로 마성창 회장에게 힘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에겐 아무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나니까 주는 거다? 기분은 좋네요.”

“어떠신가요?”

시우는 대답 대신 품에 손을 넣는 척 아공간을 열어 그 안에 보석 몇 개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세아는 그것이 시우의 대답이라 생각하며 그 보석 중 하나를 집어 살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점점 크게 띄여졌다.

‘블루 다이아몬드?’

전 세계 매장량 중 0.2% 밖에 안 된다는 블루 다이아몬드. 그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취급하는 D등급 수준의 다이아몬드였다.

크기와 무게로 대충 가늠해 보아도 수억원은 우습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그런 보석이 하나 두 개가 아니라 조약돌 놓듯 하지 않았던가.

“제가 돈과 능력이 없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거라 생각하세요?”

“소녀가 건방을 떨었군요.”

세아가 손짓을 하자 열렸던 문이 닫혔다.

“그래도 재밌었으니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죠.”

“뭔가요?”

세아가 자신의 표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활짝 웃으며 물었다. 아마 그녀의 그런 미소 한 번에 수억원의 가치를 지불한 자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시우였다.

“태백정가라는 곳에 대해 알고 싶어요.”

“태백정가라면··· 태백 그룹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가 어떤 종류의 정보를 원하는 지 알고 있지요?”

세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보를 준다면 저 또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보답하지요.”

세아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상계(上界)의 입성을 꿈꾸는 그녀가 태백정가에 대해 모를 리 없었다.

세아가 머릿속으로 그렇게 계산을 하는 사이 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세아도 정신을 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것들은 포장해서 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곳까지 어려운 발걸음 해주신 보답입니다.”

세아는 열려 있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의 물건들을 가리키며 말했고, 시우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정보단체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목표물의 욕망이 뭔지도 모르다니. 자꾸 실망감이 드네요.”

시우의 말에 세아는 실수 했다는 듯 멈칫 거리다가 대답했다.

“···아, 오늘 소녀가 실수를 많이 하네요. 아마 멋진 분을 만나 설레여서 그런가 봅니다.”

“그런 멘트는 뭔가 나올 껀덕지가 있는 분들에게 하시죠. 어쨌든 저녁은 잘 먹고 갑니다.”

시우가 방을 나서자 잠시 뒤 정복의 신사가 들어왔다.

“어떠셨습니까?”

“놀라운 사람이에요.”

“물건들을 포장하라고 할까요?”

“아뇨. 그보단 저 사람의 가족들에게 사람을 붙이세요.”

“사람을? 어떤 쪽으로 말입니까?”

“들키지 않게 경호 하도록 하세요. 24시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신사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아는 종종 신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신사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그녀였지만, 그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게 생각한 신사는 그저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신사마저 나가자 세아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발까지 쭉 펴버렸다. 그리고 시우와의 만남을 대뇌이듯 입술을 매만지며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우빈은 학교로 돌아왔다.

며칠 만에 학교에 돌아온 우빈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얼굴이 깨지고 멍이 들었으니 학생들은 궁금해 하였다. 중곡고 퍼클을 혼자서 박살 낸 우빈이 다른 누군가에게 쉽게 당하리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하지만 우빈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시우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건가?

학생들의 조잘거림에 둘러쌓여 있을 때, 머릿속으로 시우의 목소리가 울렸다. 우빈은 흠칫 놀랐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슬쩍슬쩍 눈을 돌려 시우를 돌아보았지만, 시우는 교실 한 구석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 그게 나도 학교는 다녀야 하잖아···. 학생인데···.

우빈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전음을 보내면서도 스스로의 핑계가 어처구니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우빈은 절박하게 이야기 했다.

-저, 절대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고 또 네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제발 학교만 다니게 해줘.

우빈은 징벌방에 갇히는 것을 생각하며 생에 처음 겪는 치욕의 순간을 견디고 있었다.

-좋아. 내 일을 방해하면 가만 안 둔다.

-아, 알았어. 절대 절대로 방해하지 않을게.

그렇게 우빈이 돌아오자 잠시나마 득세를 했던 퍼클들이 다시 조용해 졌다.

우빈이 없는 동안 또 다시 실컷 시우를 건드렸던 이들은 슬금슬금 시우와 우빈을 피해다녔고, 그 때문에 시우의 심기가 한동안 별로 좋지 않았다.

다행히 그것은 며칠 가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한 학생에게 삥을 뜯던 퍼클 멤버들은 우빈이 화장실에 들어오자 움찔 놀라며 하던 행동을 멈추고 긴장 가득한 눈빛으로 우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우빈 또한 화장실에 들어오며 퍼클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움찔 거리며 소변만 보고 다시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덕분에 우빈이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 믿던 학생은 절망에 빠지며 주머니에 넣어둔 모든 돈을 다 털어 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번 우빈이 얌전한 고양이처럼 퍼클 멤버들을 피해다니자 퍼클들도 슬슬 지난날의 아픔을 점점 잊어 가고 있었다.

“이 새끼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도재민의 말에 조세형이 이를 바득 갈며 말했다.

“좁x 새끼가 감히 우릴 가지고 놀았다 이거지?”

“어떻게? 애들 모아 한번 밟을 까?”

“···됐어. 어차피 그 새끼한테 볼일 있는 건 아니니까. 최시우 이 x새끼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그 새끼만 족치면 돼.”

조세형은 눈을 희번득 거리며 말했다.

“야! 최시우!”

점심시간이 절반쯤 지나갔을 때. 조세형과 퍼클 멤버 전원이 시우의 반에 우르르 들어왔다.

시우는 간만에 본 조세형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덜덜 떨었고, 조세형은 그 얼굴을 보며 이때를 기다려왔다는 듯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시우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그를 관찰하는 정우빈이었다.

‘저, 저 미친새끼들,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퍼클 멤버들은 모르겠지만, 정우빈이 보기엔 지금 조세형과 퍼클 멤버들이 하는 짓은 사자 아가리에 고개를 들이미는 것보다 더 위험한 짓이고, 번지 점프 대에서 줄 없이 뛰어내리는 것만큼 확실하게 죽고 싶은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이 새끼야! 내가 너 때문에 무슨 꼴을 당한지 알아?”

조세형은 날아오르며 시우의 가슴을 냅다 걷어차자 시우가 뒤로 발랑 넘어지며 쿵 소리가 반 전체에 울렸다.

생각보다 꽤 심한 소리에 퍼클 멤버들은 움찔하여 우빈을 보았지만 우빈은 보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돌린 체였다. 그 모습을 본 퍼클 멤버들은 더욱 득의양양하여 떼거지로 몰려들어 시우를 밟기 시작했다.

“이 새끼야! 이 병x 같은 놈아.”

“내가 존나 우습지 아주?”

퍼클 멤버들의 발길질이 계속 될 때마다 시우의 몸엔 상처가 하나씩 더 늘었고, 시우의 비명은 더욱 커져갔다.

퍽퍽퍽!

“사, 살려줘!! 누, 누가 좀 도와줘!!”

하지만 시우의 외침에도 나서는 이는 하나 없었다. 퍼클 멤버들은 폭력이 계속 될수록 점점 더 기괴한 표정이 되기 시작했으며 야차와 같은 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폭력에 중독된다는 말이 딱 맞는 모습이었다.

“살려줘, 도와줘!”

그때, 교실 앞 쪽에서 카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만해!!”

다름 아닌 반장 김소혜였다. 김소혜의 외침에 퍼클 멤버는 일순 멈춰 김소혜를 보곤 다시 발길질을 시작했고, 김소혜는 달려 들어 시우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같은 나이의 우람한 덩치의 남학생의 힘을 이겨낼 수 있는 여고생은 없었다.

“그만하라고!”

“왜? 네가 대신 갚아 줄래? 내 빚?”

조세형이 김소혜의 볼을 손으로 잡으며 물었다.

“무슨 빚!”

“내 말을 듣지 않은 빚! 네가 대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시우 괴롭히는 건 관둘게.”

“내가 왜 네 말을 들어!”

“싫음 마. 그럼 최시우가 계속 저렇게 당하는 수밖에 없지 뭐.”

“이러고도 그냥 넘어 갈 수 있을 줄 알아? 삼촌한테 말해서 이 일을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

“이런 조막만한게! 확!”

“꺄악!!”

조세형의 손이 올라가자 김소혜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고, 그때 조세형의 손을 잡는 이가 있었다.

'설마'

조세형은 강력한 악력이 자신의 손목에서 느껴지자 혹시나 우빈이 나선건가 하는 두려움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자신의 손을 잡은 이의 얼굴을 보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 하, 하. 나참.”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시우였다.

“퉤! 아 개새끼들, 왜 얼굴을 차고 난리야 가뜩이나 잘난 거 없는 얼굴 못생겨 지게.”

더구나 시우는 지금 겁대가리 없이 말을 찍찍 내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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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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