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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22화 (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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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야야야야야아아아아악악!

검은 사신의 형체가 비명을 울리자 정가의 사람들은 심령을 보호하고 뒤로 물러섰다. 사신의 비명엔 미약한 피어 효과 외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괴랄한 모습의 사신이 주는 시각적 공포는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들에겐 약간이나마 공포감을 심어 줄만했다.

동시에 시우는 펼쳐 놓았던 다크 사이트에 색을 입히며 다음 마법을 준비 했다.

[다크 디퓨저]

시우의 완드가 가볍게 휘둘러지자, 사신은 숨을 들이 쉬는 듯 가슴을 내밀었다가 비명을 내질렀던 입에서 검은 안개를 브레스처럼 쏟아 내었다.

사방으로 퍼지는 검은 안개에 정가 사람들은 더더욱 뒤로 물러섰고, 동시에 입을 가리기 급급했다.

다크 디퓨저는 당사자의 마나에 개입해 저항성을 일으키는 마법이었다. 비교적 저 서클의 마법이었지만, 이런 효과적인 연출을 통해 사람들은 마치 절대로 들이 마시면 안되는 것인양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번 시우는 그 틈을 타 완드를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커스 포이즌]

[디크리즈 웻지]

[아이스 클라우드]

[어스 슬립]

[패럴라이즈]

사실 시우는 조금 신이 나 있는 상태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마음껏 마법을 내지를 수 있는 기회가 얼마 없었던 탓이다. 가리자면 가릴 순 있겠지만, 핸드폰부터 시작해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와 개인용 폐쇄회로 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던 탓이다.

때문에 무공을 익힌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시우는 당황 보다는 즐거움이 더 컸었다.

무공을 익힌 자가 마법을 익힌 자를 두려워하며 공론화 시킬 리 없었다.

더구나 시우 자신의 특기는 속사. 연속적으로 수십 개의 마법을 활용해 상대를 정신없이 몰아치는 것이 그의 전투 스타일이었다.

검은 안개를 들이 마신 이들은 내부에서 기가 편하게 흐르지 않는 것 때문에 덜컥 공포심을 느꼈다. 더구나 허공에 떠 있는 기괴한 형체가 인간 근원의 공포심을 건드리자, 심력이 강한 자들의 등줄기도 싸늘하게 만들 정도였다.

“사이하구나. 감히 정가의 본진에서 이리 사이한 기운을 뿌리다니. 태백진을 가동시켜라.”

정순지의 외침에 청년에서 중년쯤 되어 보이는 사내 서른여섯사람이 무사들의 무리에서 솟아오르듯 날아 올란 시우의 삼십육방을 점하고 기운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아주 어린 시절 정가에 직전제자로 받아들여져, 정가의 정통 무예를 수련하고 태백기공의 운용을 허락받은 최고의 기재들만으로 이루어진 정가 최정예 무력단체였다.

각기 인원들의 무공 수련기간은 최소 20년에서 40년. 현 가주인 정형진 조차 오십 합 이상의 손속을 나눌 경우 승패를 좌우 할 수 없는 실로 막강한 조직이였다.

시우와 가장 가까운 1열이 오른쪽으로 돌며 검기를 흩뿌리고 2열이 그 반대, 3열이 다시 그 반대로 돌며 기의 합일을 맞춰나가는 순간. 정가의 모든 인원은 검진에서 이 십 보나 물러나 피해를 최소화했다.

반대로 검진의 가장 중심에선 시우는 사방이 닫히고 하늘이 무너져 내려 그를 날카로운 칼날로 빈틈없이 찔려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니 일반인, 아니 저들이 말하는 무공에 일가를 이룬자들조차도 쉽사리 상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마법이 주를 이루는 세계에서의 전투야 신물이 날 정도로 겪어봤지만, 자연의 기를 이용한 기의 증폭방법을 사용하여 그 살기로 상대를 죽이는 기술에는 시우 조차도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렇다고 순순히 당해줄 순 없지.’

시우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대의 무감각한 감정표현은 스스로에 대한 마음의 불안을 일으키게 된다.

‘큭! 대체 정체가 뭐기에.’

더구나 삼십 육검은 이미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저주 마법에 걸려 있는 상태.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고, 기의 운용은 평소처럼 원활하지 않았다. 더불어 온 몸을 애는 듯한 추위가 그들의 집중력을 자꾸 흩으려 놓았다.

“발진!”

그럼에도 태백진은 곧장 공격을 시작하였다.

1열의 첫 번 째 공격이 시작되자, 시우의 주변으로 펼쳐진 반투명한 막이 유리창 깨어지는 소리를 내며 산산히 부서졌다.

챙챙챙챙그렁!

반투명한 막이 사라질 때마다 시우는 계속해서 새로운 반투명한 막을 만들어 내었다.

처음 시우와 1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만들어 지던 막들은 계속된 태백진의 공격에 점차 시우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슬로우]

[쉐도우 워리어]

검게 물든 대리석을 밟고 있던 삼십육검은 발바닥에서 올라오는 끈적함에 당황하여 손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바닥에서 무작위로 쏘아지는 검은 액체가 삼십육검을 무작위로 공격하였다.

퍼퍼퍼퍼퍼퍽퍽!

“이, 이건.”

“당황하지마라! 상대가 사술을 쓰고 있다. 검진을 무너뜨리지 마라.”

역시나 정예답게 쉽사리 흔들리지 않았고, 개중엔 입술을 강하게 깨물에 피가 흐르는 자도 있었다. 검진이 유지되자 바닥에서 올라오던 검은 액체들이 타격을 주지 못하고 커다란 압력에 짓눌린 듯 꼬부라졌다.

“출검!”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외치자 삼십육개의 검에서 일제히 검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미 끝장을 보려는 듯 그 기운이 얼마나 강한지 퍼렇게 일렁이는 안개가 시야로 확인될 정도였다.

시우는 급하게 배리어를 중첩하여 사방을 막았다.

창! 창! 차차차차차차창!

검기가 쏟아져 나갈 때마다 반 투명한 유리창이 깨어져 나가는 것처럼 시우의 주변을 번쩍거렸고, 그 빛이 너무도 환하여 사람들은 저마다 눈살을 찌푸리며 보아야 했다.

거대한 기운의 부딪침으로 대리석이 박살나고 뿌연 연기가 사방으로 내려앉았다.

“끌끌, 어리석은 것.”

사람들 모두가 시우의 한줌 살점조차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려 할 때, 먼지 사이로 번쩍이는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거인의 손]이 나타나 검진 일부를 때려 박았다.

쾅!!

거대한 폭발음이 일 듯 삼십육검 대원 둘이 팔과 다리가 부러진 채 너부러졌다.

이윽고 뿌연 연기 속으로 검은색의 거대한 마법진이 계속 만들어지며,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듯 계속 허공에서 내려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콰콰콰콰쾈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쾅쾅!

대리석 바닥, 검, 검진, 사람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부서졌다.

검진의 펼쳐지면 그 주변으로 생성되는 거대한 압력의 기도 연속적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과도 같은 거대한 주먹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정가의 연무장은 다연발 로켓포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초토화 되었다. 뿌연 먼지는 가라앉지 않았고 사방으로 튄 대리석 조각들이 2차 3차의 피해를 입혔다.

“바람이여.”

연무장 중심에서 옛댄 목소리가 영롱하게 울리자 거센 바람이 흙먼지를 사람들의 눈에 사정없이 흩뿌리며 사라졌고, 이내 화창하게 개어난 날씨로 돌아오며 연무장의 참상이 들어났다.

태백 삼십육검은 물론이고, 이 십 보나 물러나있던 무사들도 파편에 피해를 받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대리석이 깔렸던 흔적은 사라지고 마치 공사를 위해 마구잡이로 파여진 듯 갈색의 흙무더기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중심에 시우가 검은 색 모자와 로브를 사방으로 흩날리며 고고하게 서 있었다.

“계속 하시겠습니까.”

정순지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정가의 역사 800년간 이런 수모를 겪은 적이 있었던가.

“네놈, 결국 끝을 보고야 마는 구나.”

정순지의 말에, 시우의 눈이 더욱 차가워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파이어 브레스]

강력한 피어를 사방으로 뿌리고. 동시에 이번엔 사신의 입안에서 시뻘건 불길이 쏟아져 나와 시우의 주변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마구 흩어진 대리석 조각, 쓰러진 삼십육검 그리고 허공에 뜬 사신의 형체와 치솟는 불길까지. 정가의 사람들은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를 보는 듯 한 두려운 기분이었다.

“끝을 보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정가였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네놈! 이따위 참상을 일으키고도 그런 말이 나오느냐!”

“제가 처음 무엇을 요구하였지요?”

정순지는 그제야 머리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입안에 고인 침을 꼴깍 삼키었다.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보셨으니 대충 짐작이 가지 않으십니까?”

“네놈이 그 마법사라는 것이냐.”

“말씀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저 얼간이 놈이 말한 암흑회는 아니라는 것은 보장하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겠느냐.”

“계속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정가에 이토록 피해를 끼치고 그냥 나간이는 없었다.”

“이 싸움은 단지 그 쪽의 오해에 의해 시작된 겁니다. 단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계속 하겠다면 저도 더 이상 이 밑에 사람들의 사정 따윈 봐주지 않겠습니다.”

시우가 가리킨 곳엔 널 부러진 삼십 육검이 자신의 상처를 부여잡으며 신음성을 내뱉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정순지가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팔이 부러지거나 좀 큰 상처를 입은 자들은 많았지만, 목숨을 잃은 자는 하나도 없었다.

“넌 아직 정가의 진정한 힘을 보지 못했다.”

“정가라는 것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쓸데없는 싸움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아도 괜찮다면 계속 하시지요.”

끼야아아아아아아악!

시우가 전투태세를 잡자 검은 사신이 즐거운 듯 사방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저 아이가 너의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이냐?”

“말씀 드렸습니다. 저렇게 위험천만한 힘을 가진 자가 민간인을 상대로 힘을 남용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입니다.”

“······.”

사실 우빈은 이전 학교에서도 몇 번 무공을 사용해 상대방을 크게 다치게 만든 적이 있었다. 그런 전적이 있었기에 정순지는 시우의 말에 대꾸를 하지 못했다.

“단지 학교에 나가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냐.”

“제 요구사항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알겠다.”

“아버지!”

정현진이 득달같이 튀어 나오자 정순지가 손을 들어 그를 가로 막았다.

“돌아가라.”

“그럼 이만.”

시우가 휙 돌아서자 커다란 로브가 나부끼다 가루가 되어 스르륵 사라지고 모자도 사라졌다. 완드는 조그만 볼펜으로 변하여 그의 주머니에 끼워지자. 그저 평범한 모습의 고등학생이나 다름없었다.

정가의 사람들은 그런 시우의 모습에 얼이 빠져 도깨비에게 홀린 것이 아닌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스르릉.

그때 청아한 태백연검의 소리가 들리고, 정소빈이 허공을 접어 날아 순식간에 시우의 뒷덜미에 연검을 박아 넣었다.

“안 돼!”

그렇게 연검을 박아 넣었다고 생각한 순간. 시우의 형체가 흐릿하게 사라지며, 곧이어 소빈의 등 뒤에서 시우가 나타났다.

정형진은 재빨리 검을 뽑아 소빈을 향해 몸을 날렸지만, 시우의 손에선 이미 두 개의 마법진이 완성된 직후였다.

퍼펑!

하나는 소빈에게 하나는 형진에게 닿은 마법진은 날아든 속도보다 수배 빠르게 형체를 확인할 수도 없는 속도로 튕겨져 나갔고, 소빈은 담벼락에 형진은 태백전 건물에 박혀 들어갔다.

쿠다다다다당탕! 콰창장장!

시우가 돌아서서 정순지를 보았다.

“어떤 뜻으로 도를 이루고 어떤 정의로 무공을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따위의 편협함과 졸렬함이 당신들의 힘이라면 이 세상에 득보단 실이 많겠군요.”

“······.”

정순지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시우는 천천히 정가를 나가다 손을 휙 들었고, 현판이 딸려져 내려왔다. 단숨에 현판을 부순 시우는 그 조각은 정가 안으로 던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정가는 시우에게 두 번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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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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