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다크위저드-21화 (2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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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빈은 검은 어둠 속에서 공포스런 상대에게 계속 쫓겨 다녔다.

그는 날 때부터 숱한 강자들을 만났다.

그의 누나인 정소빈, 아버지인 정형진, 할아버지인 정순지, 증조할머니인 남궁혜자까지. 하지만 그들에게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지금 실감하고 있었다.

단전에 내력은 가득 했건만 공포심에 얼어붙은 마음이 내력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추격자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우빈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즐겁다는 듯 잔인하게 웃고 있는 입모양을 보게 되었다.

정우빈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괴로움으로 비명을 질렀다.

“으어어어억!!!”

우빈은 눈앞의 어둠이 가시고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공간이 자신이 늘 보던 약화전의 병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재 빨리 온 몸을 더듬고 천령개를 확인했다. 손과 발엔 붕대가 감아져 있었고, 몸에도 두터운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온 몸의 통증은 심했지만, 크게 부러지거나 다친 곳은 없었다.

“일어났니?”

그는 깜짝 놀라 음성이 들린 곳을 돌아보자 그곳엔 자신보다 더욱 심하게 부상당한 모습의 정소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 누나. 어떻게 된 거야?”

“아픈 곳은 없고?”

“그 팔은 뭐야? 누가 처 들어 오기라도 한 거야?”

정우빈은 무공을 배운 이후로 단 한 번도 정소빈을 이긴 적이 없었다. 그녀는 여자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월등한 재능을 가지고 차기 태백정가를 이끌 당주로 키워지는 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심하게 다친 모습으로 정우빈 옆에 있었던 것이다.

“최시우. 그 사람 누구니.”

“최시우? 최시우! 그래. 맞아 그놈 암흑회의 소속 되 있는 암자가 확실해. 기습적으로 날 공격해서 이 꼴을 만들어 놨어.”

“암흑회··· 확실해?”

“대체 무슨 일인데?”

“어제 그 사람 널 대리고 정가를 방문했어.”

“그리고?”

“지금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널 기다리고 계셔.”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좀 알아듣게 설명 해봐.”

최시우는 정우빈의 학생증에 적힌 주소와 자신이 보고 있는 현판을 보면서 몇 번이나 확인을 거듭했다.

“여기가 맞나? 서울에 한복판에 이런 집이 다 있어.”

태백정가(太白鄭家)

조선시대의 한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이 건물의 위용은 엄청 났다. 부자들이 사는 한남동 중심에 이런 거대한 시설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 같았다.

“태백정가··· 태백그룹이랑 연관된 건가?”

태백정가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시우가 생각해 낸 것은 바로 대기업 태백그룹이었다.

건설부터 시작해 철강, 섬유, 제조 등에 무수히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태백그룹은 삼진그룹 못지 않은 글로벌 대기업이었다.

“하긴 이놈이 힘을 가지고 있는 거 보면, 가전 무공일 가능성이 크지.”

우빈의 나이를 감안할 때, 정리된 마나를 스스로 익혔다고 보기 어려웠다. 더구나 우빈이 보여준 움직임과 초식들은 상당히 체계화 된 교육을 받았다는 반증이었고, 특권에 가까운 그런 교육은 가전무공 이외에는 달리 생각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힘 있는 자가 권력과 돈을 마다하지 않는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냐?”

자신 또한 이(異) 세계에서 여의도만한 커다란 궁정을 가졌던 것을 깔끔하게 잊은 듯 시우는 뻔뻔하게 답했다.

“하긴, 마성창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줘야 하나?”

외공을 익힌 마성창이 서울 전역을 지배하는 조직의 보스였다.

그보다 강력한 힘인 우빈의 무공이 대를 이어 무공이 전해졌다면 태백정가의 크기 또한 약소하리라 생각하는 시우였다.

한쪽에 정우빈을 들고 있던 최시우는 거추장스러운 정우빈을 한쪽으로 내 던지곤 초인종을 눌렀지만, 안에선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시우는 품안에서 검은 볼펜을 꺼내어 잠금해제 마법을 실현하려 했지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친구 부모님 좀 뵈러 왔습니다.”

검은 양복의 사내 둘은 시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쪽에 널브러진 학생을 보다가 깜짝 놀라 다가갔다.

“도, 도련님!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너 대체 뭐야! 도련님을 어떻게 한 거냐?!”

사내 한명이 투기를 마구 발산하며 시우를 압박했지만, 시우에겐 강한 선풍기 바람보다도 못한 기운이었다.

“내가 그런 건지, 아님 내가 구해준 건지 어찌 알고 그렇게 이야기 하십니까?”

“이놈! 도련님이 어떤 분인 줄 알고! 그냥 이리 될 리 가 없는 분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하겠습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똑바로 얘기하지 않으면 멀쩡하게 이곳을 걸어 나가지 못할 거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저 자식이 민간인한테 써선 안 될 무서운 힘을 쓰더군요. 그거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해야 겠습니다.”

‘무서운 힘’이란 말에 두 사람이 움찔 거리며 서로를 봤다. 잠시간의 눈빛 교환 후 두 사람은 더욱 차가운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그 민간인이라는 게 너를 이야기 하는 것이냐?”

“네. 오늘은.”

“그렇다면 왜 너는 멀쩡하고 도련님은 이렇게 크게 다치신 거냐.”

“그거야 내가 더 강하니까.”

“호오. 네놈 스스로 수상한 인물이라는 말이렸다.”

사내가 내공을 일으켜 살기를 쏘아 붙였다. 단순한 투기 이상으로 날카로운 기의 폭풍이 시우를 덥쳤지만, 시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두 사내는 바싹 긴장하며 싸울 준비를 했다.

“그냥 대화만 하러 온 겁니다. 문 좀 열어 주시겠습니까? 아니면 안에 이야길 전해 주시던지요.”

“미친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사내는 곧장 기수식을 펼치며 화살처럼 시우에게 나아갔다.

시우는 이미 정우빈을 통해 이들의 무술이 어느 수준인지를 파악했기에 더 이상의 귀찮은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고, 2서클의 염력 마법을 이용해 휙 하니 사내를 정가 안쪽으로 던져버렸다.

“뭐, 뭐야! 정체를 밝혀라!”

“들어가서 말할 테니까. 문이나 열어.”

“쉽게 들어 갈 수 있을 거 같으냐!”

사내가 정우빈을 감싸며 결연히 외치자 시우는 더욱 피곤함을 느꼈다.

“하아. 진짜. 그럼 박살내고 들어가는 수밖에.”

시우가 다시금 [거인의 손] 마법을 이용해 단단한 오동나무로 만들어진 현관을 때려 부수려는 순간.

현관 안에서 비상벨이 울리며, 부산스럽게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들렸다.

“호오. 뭔가 이벤트 같은 건가?”

곧이어 현관문이 열리고 태백정가의 내부가 훤하게 들여다보였다.

정가의 사람들은 평소 훈련이 완벽하게 되어 있는 듯 몇 초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수많은 인원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대열을 정비해 모여 있었다.

그 수만 족히 백 명에 달하고 그들 하나하나가 무공을 익혔다고 생각한다면 현 대한민국에서 무력 그 자체만으로 이들을 당해 낼 수 있는 이가 있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래봐야, 첨단 무기 앞에선 무용지물이겠지만.’

최시우는 당당하게 현관을 넘어 내부로 들어섰다.

내부는 커다란 연무장 네 개를 중심으로 한옥과 현대식의 디자인이 적절하게 가미된 거대한 건물들이 북쪽과 남쪽에 나뉘어져 있었고, 전문적으로 무공을 익히는 이 외에도 내부에선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건물 이곳저곳에선 미약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시우는 정가를 들어서자마자 걸음걸이마다 다크 사이트를 통해 정가 일대를 마기로 채우기 시작했다. 싸우러 온 건 아니지만 울려퍼지는 비상벨과 공터에 모인 기백의 인원들을 보아 쉽사리 대화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대는 누구기에 정가에 소란을 일으키는 가!”

하얀 수염이 인상적인 노인이 정면에 서서 쩌렁하게 외쳤다. 정가의 태상가주 정순지였다.

“저는 저 천둥벌거숭이와 함께 학교를 다니고 있는 최시우라 합니다.”

시우의 가리킴에 사람들의 시선이 사내가 업고 있는 정우빈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떡이 된 정우빈의 몰골을 보며 저마다 탄식을 내뱉었다.

“저 아이는 자네가 저렇게 만든 것인가?”

“자신이 가진 힘이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르고 날 뛰기에 정신을 차리게끔 교훈을 주었습니다.”

“교훈이라니. 저 아이가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할 정도로 어리석은 아이가 아닐 텐데.”

“민간인인 저를 상대로 이상한 기운을 쓰더군요. 이렇게 였던가?”

최시우가 우빈이 처음 내질렀던 붕권을 똑같이 따라하며 시연하자 사람들의 입에선 놀람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의 주먹에서 태백기가 똑같이 구현된 것이다.

“지금 쓰는 그 기가 우리 태백정가의 것임을 알고 있는가?”

시우는 정순지의 노기어린 말에 쓴웃음이 나왔다.

민간인에게 위험한 기운을 쓰는 것보다 자신들의 무공을 빼앗겼다는 것에 더 화를 내는 모습이 우스워 보였던 것이다.

“위험한 기운을 썼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나보지요?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는데.”

“······자네는 멀쩡하고 저 아이는 저리 되었으니 저 아이의 행동이 옳은 것이었겠지. 다시 묻겠다. 자네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럼 저도 묻고 싶군요. 저 녀석과 할아버님이 쓰시는 그 기운은 대체 무엇입니까? 그게 흔히 말하는 무공이란 것입니까?”

“허허! 무공도 모르는 자가 우빈이를 저리 만들었다? 지금 나를 농락하는 것이냐!!”

시우는 더 이상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지 자신 외에도 마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무협소설에서나 등장하는 무공을 쓰는 사람들이란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을 뿐. 그들이 폐쇄적으로 살고자 한다면 억지스런 교류는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마법사로서, 연구자로서의 호기심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별 수 없지요. 제가 다니는 중곡 고등학교는 저런 위험한 놈이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저 녀석을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 시켜 주시고, 저의 생활권역 안에 들어오지만 않게 해주신다면 저도 다른 볼일은 없습니다.”

“지금 내 질문이 어려웠나? 자네가 쓴 그 기운. 어떻게 얻어낸 것인가? 사술을 사용한 것인가?”

시우는 마법사고 마법사는 모든 마나를 느끼는 사람이었다.

싸움의 도중 붕권이 내질러 질 때, 우빈의 몸 안에서 순식간에 움직이는 마나의 흐름을 느꼈고, 그것이 발현되는 순간 거대한 압력을 가진 힘으로 변환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시우도 어렵지 않게 그 힘을 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을 상대가 믿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별달리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몰랐던 것뿐이다.

“그, 기로라고 하나요? 그게 너무 단순해서 금방 알았습니다. 사술?은 뭔지 잘 모르겠네요.”

“이놈!!!! 감히 만물의 조화가 담긴 태백신공을 단순한 무공이라 하였다!!!”

“뭐 얼마나 조화가 담긴지 모르겠지만, 단순한건 단순한 겁니다. 쉬워서 알아 차렸는데 뭘 어떻게 말해드릴까요?”

계속 되는 정순지의 호통에 시우도 슬슬 인내심이 다다르고 있었다.

“네놈이 쉽사리 입을 열 생각이 없나 보구나! 여봐라!!”

노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관문이 닫히고, 연무장에 모인 무인들이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노인의 옆으로 선 중년의 남자와 정우빈과 비슷한 또래로 여자도 살기를 풀풀 풍기며 최시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이러실 생각입니까?”

“네놈이 스스로 입을 열기 전엔 이곳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

“할아버님이 쓰시는 무공이란 걸 알려 주신다면 저도 알려 드릴 맘이 있겠지만, 단순히 이런 식으로 강압적으로 하는 건 싫군요.”

“잠시 후에도 네놈의 그 혓바닥에 제 멋대로 말을 할 수 있는 지 두고 보겠다.”

점잖은 말과는 다르게 강력한 살기를 내뻗으며 말하는 정순지의 행동에 시우의 인내심도 결국은 동이 나 버렸다.

힘과 권력 돈이 있는 자가 그렇듯 정순지의 행동도 그 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정순지를 점잖게 넘어갈 시우가 아니었다.

“나 참. 무공이란게 도를 닦는 거 아니었던가? 도를 닦았으면 좀 점잖게 대화로 풀 법도 한데. 귀찮게.”

“이놈!! 여봐라! 당장 저 놈을 내 앞에 무릎 꿇게 하라!”

시우는 가방을 내려놓고, 품안에서 볼펜을 꺼내었다.

그가 볼펜을 허공에 내려치자 팔뚝만한 완드로 변하였다. 동시에 그의 어깨에서 시작한 검은 액체가 시우의 온 몸을 감싸며 거대한 로브로 변신하였다.

성창파와의 혈전 이후 공마인들에게서 헌납 받은 흑마나로 이룬 4서클의 결과였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모자처럼 위로 길고 옆으로 챙이 넓은 검은 모자까지 씌워지자, 그의 온 몸에선 흘러넘치는 흑마나가 안개처럼 은은하게 퍼졌다.

정순지는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역시나 사이한 자로구나.”

“그렇게 궁금해 하시니 저에 대해서 하나 알려 드리죠. 제가 활동하던 곳에선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가 둘 있었습니다. 드래곤과······.”

시우의 말이 끝나기 전에 무사 여덟이 팔방을 조이며 동시에 검을 내리쳤다.

민간인이 아니라는 판단에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은 것이었다.

완드의 검은 연기는 허공으로 스러지며 검은 색의 마법진을 만들어 내었다. 시우의 주위를 빙두른 여덟 개의 마법진.

그 마법진이 만들어낸 반투명한 검은 색 막이 태백기를 가득 품은 검을 막았다.

동시에 마법진 속에서 검은 손 마흔 개가 튀어 나와 무사들을 무차별 적으로 타격하고 종국에는 목을 잡고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불의의 습격에 날아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나간 무사들.

“크헉!”

“컥컥!”

“쿠엑”

심력이 약한 자들은 내력의 손상 때문에 피까지 쏟아 내게 되자 장내의 분위기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저 다크 위저드 시우였습니다.”

시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검은 사신의 형체가 그의 몸에서 쑥 뽑아져 나와 허공을 가득 메웠다.

태백정가의 하늘에 떠오른 거대한 검은 사신의 형체가 어두컴컴한 아가리를 쩍 벌리자 지옥에서나 울릴 법한 소름 끼치는 음성이 태백정가 구석구석 울렸다.

끼야야야야야아아아아악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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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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