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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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래서라뇨, 선생님, 지금 시우가 린치를 당하게 생겼다구요.”
김소혜의 위급한 말투에도 담임선생은 나태하게 급식 반찬이나 푸고 있었다.
“애들끼리 조금 장난 치나보지. 그 나이 땐 다 그러고 사는 거야.”
“그냥 장난 정도가 아녜요. 시우이는 1학기 때에도 지속적인 은따와 왕따를 당했고, 퍼클 아이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고요.”
담인 선생은 김소혜의 말이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조세형의 부모는 지역 유지이자 육성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곽희숙의 아들이었고, 그녀의 발언은 중곡고등학교를 쩌렁하게 울렸다.
그런 반면에 최시우는 대체 어떻게 들어왔는지 집안도 변변치 않았고, 그의 부모님은 육성회엔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아마도 먹고 사는 것이 만만치 않으리라.
서로 쟁쟁한 집안의 자재들끼리의 싸움이라면 긴장하고 말려 보겠지만, 요즘 애들은 지들이 건드려도 탈나지 않을 정도의 인간을 귀신같이 찾아서 건드린다.
그냥 본능인 것이다. 분출되는 호르몬을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는 아직 미숙한 짐승들의 본능.
그런 것을 자신이 나선다고 쉽게 해결될 일도 아니고 괜히 잔소리라도 했다간 곽희숙 여사가 득달같이 달려와 지 자식 기죽인다고 지랄 발광을 떨 것이 분명했다.
“그럼 가서 네가 좀 말려라. 선생님은 밥 좀 먹어야 겠으니.”
그렇게 말하곤 담임 선생은 식판을 들고 쌩하니 가버렸다.
혼자 남은 김소혜는 망연한 표정이었다.
사실 1학기 때만해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늘쌍 있는 일이었고, 그렇게 괴롭힘 당하면서도 시우의 표정은 늘 괜찮은 것처럼 보였다. 한번은 수돗가에서 코피를 닦고 몸에 묻은 피를 닦아 내는 시우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말을 걸어 보았다.
-괜찮아?
시우는 당황한 듯 주절 거리며 별거 아니라는 듯 비굴한 웃음과 함께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연신 했었다.
김소혜는 아주 영특한 학생이었고, 그게 시우의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가게 될 모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소혜는 시우가 폭행을 당하건 은따를 당하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학기 시작과 함께 돌아온 시우의 모습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감정이 무감해진 것 같았고, 폭행을 얼마나 심하게 당한 것인지 이마의 상처가 두드러져 보였다. 그리고 조세형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외쳤던 그 도와달라는 절규, 그 절규가 김소혜를 다시 움직이게 한 것이다.
‘안되겠어. 이러다간 큰일 날지도 몰라. 일단 검사인 삼촌에게···.’
급식실을 나서며 핸드폰을 들어 삼촌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낯설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소혜를 불렀다.
“반장 맞지? 나 좀 도와줄래?”
“넌···, 전학생이지? 나 지금 좀 바쁜데.”
“아마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거야. 내가 하려는 일이 네가 하려는 일이랑 비슷하거든. 아까 괴롭힘 당하던 친구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려 줄래?”
“무슨 소리야? 어쩌려구?”
“응. 일단 안내해줘.”
부드럽게 리드하는 정우빈의 모습에 김소혜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안내해 학교 뒤편 분리수거장으로 이끌었다.
퍽- 퍽- 퍽- 퍽- 퍽- 퍼퍽- 퍽-
퍼클 인원의 발길질이 사정없이 최시우의 온 몸을 짓밟았다. 최시우의 머리는 바닥에 부딪치고 팔과 다리는 까지고 깨졌다.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 까 싶을 정도로 최시우는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잘못했어! 그만! 그만! 제발! 그만!!!”
최시우의 절규가 커질 때마다 아이들의 발길질은 더 심해져갔다. 주변에서 그 광경을 구경하는 이들의 웃음소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는 이 하나 없었다.
시우는 4서클 마법으로 고통을 하나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극적인 효과를 위해 다크 스킨과 같이 보호 마법은 걸지 않았다.
시우는 상처가 나고 피가 터지는 것 같은 모습은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이 장면도 시우가 마법으로 숨겨 놓은 고성능 카메라에 모두 담기고 있었다.
“이 새끼야. 그러게 왜 감당하지도 못할 짓을 해? 어?!”
“미, 미안. 잘못했어. 그리고 이젠 못하겠어. 나 너무 힘들어.”
“하 놔. 그래서 너 힘든 거 나보고 알아 달라고?”
“제, 제발 이러지 마.”
“그럼 시키는 짓을 제대로 하던가?”
“못해. 못 하겠어. 제발 그만해.”
“야, 너 여동생 있지? 최민···서라고 했나? 니들 걔 아냐?”
퍼클 중 하나가 한쪽 입가를 올리며 말했다.
“키키 알지. 생긴 건 별론데 몸매는 쓸만해.”
“시발, 그럼 됐네.”
최시우는 됐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까지 했다면 더 이상 할 참을 필요도 없고 자료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어나려는 순간.
“거참 사상이 매우 지저분한 놈들이구만.”
정우빈이 등장했다.
조세형은 정우빈의 옆에 함께 선 김소혜를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이, 전학생. 좋은 말 할 때 상관 말고 꺼져.”
“글세, 그렇게 좋게 안 들리는 데 다시 좋게 얘기해 줄래?”
“하놔, 이런 미친 새끼가.”
가뜩이나 김소혜 때문에 날카로워져 있던 신경이 정우빈의 그 잘난 외모와 여유 있는 태도 때문에 폭발하였다.
“야, 오늘부터 저 새끼가 최시우이다. 밟아 죽여 버려.”
퍼클도 주인공처럼 등장한 정우빈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최시우를 놔두고 정우빈을 향해 달려갔다.
스무 명에 달하는 인원이었다.
혼자 남은 최시우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정우빈을 바라봤다.
‘저 x새끼는 대체 뭐지? 아까부터?’
네 명이 선두에 달려가 무작위 적으로 주먹과 발길질을 내질렀다.
합공의 기본도 모르는 공격이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장면 자체만으로도 이미 압도 되고 남을 상황. 다구리엔 격투기가 소용없는 것이 입증 된 후로 양아치들은 다대일 싸움에 더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투두두두-
한발 물러선 정우빈이 절권도의 수기를 이용해 다섯 번의 변화를 주자 네 명의 손과 발이 날아갔던 방향 그대로 돌아갔다.
어안이 벙벙한 네 사람은 다시 무차별적으로 주먹과 발길질을 내질렀다.
정우빈이 물 흐르듯 네 사람 사이를 파고들어 각 양측으로 몸통 박치기를 하자 물길이 갈라지듯 두 사람씩 옆으로 자빠졌고, 뒤이어 달려오는 양아치들을 향해 부채살 펴듯 손을 내질렀다.
퍼버버버벅-
너무 빨라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순간에 다섯이 명치를 잡고 바닥에 넘어지고, 그들을 넘어 주먹을 내지르는 상대의 팔을 잡아 꺾어 무릎 꿇리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총 열 명이 바닥에 뒹굴거나 숨을 쉬지 못해 꺽꺽 되고 있었다.
그리고 사위는 완전한 침묵. 영화에서도 보지 못할 것 같은 기이한 장면이 나타난 것이다.
“뭐해? 그만 할 거야?”
정우빈의 웃음에 조세형은 입에 거품까지 물며 외쳤다.
“시발 죽여! 죽여 버리라고!!”
아직은 조세형의 광기가 무서운 양아치들은 다시금 정우빈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정우빈은 그 난장판 속에서도 홀로 우아한 춤을 추는 한 마리의 학과 같았다.
크게 힘을 쓰지 않아도 양아치들은 픽픽 넘어가고 쓰러졌으며, 가볍게 팔과 목을 꺽어 쉽게 무력화 시켰다. 마치 어른이 작고 어린 아이들과 놀아 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와와와아아아아----
마지막으로 조세형이 엎어치기 까지 당하며 바닥에 쓰러지자, 아이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정우빈의 외모도 놀랍건만 이 비현실적인 싸움 실력까지. 중곡고등학교에 새로운 전설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조세형은 광기로 물든 듯 눈깔을 시뻘겋게 만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폐자재 중에 목이 박힌 각목을 들고 정우빈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학생들은 깜짝 놀라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안돼!”
김소혜만이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조세형이 내려친 각목의 녹슨 못이 정우빈의 머리를 찍어 내리기 직전, 번개같이 돌아선 정우빈의 발이 조세형의 복부를 강하게 강타.
마치 테니스볼이 벽에 맞고 튕겨 나가는 것처럼 뒤로 날아가 버렸다.
퍽-
“괘, 괜찮아?”
김소혜가 깜짝 놀라 정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소혜의 손길에 정우빈은 여유 만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괜찮아.”
조세형이 다시 일어섰다. 퍼클의 다른 양아치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2차전을 시작하려는 모습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퍼클의 그런 집념에 혀가 내둘러지며 두려워했지만, 정우빈만은 달랐다. 쓰레기를 보듯 경멸 가능한 눈빛으로 조세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선을 넘었다. 그만 해라.”
“누구 맘대로 끝이래! 이 x새꺄! 내가 끝이라고 할 때까지 끝이 아니야! 알아!!!”
“마지막 경고다.”
발악을 해대는 조세형을 보며 정우빈이 살기(殺氣) 슬쩍 흘려보냈다.
“허헉!”
“헙!”
“크억!”
퍼클 한정된 살기를 실어 보내자 퍼클 인원들은 마치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것처럼, 혹은 빌딩에서 낙하산 없이 떨어져 내리는 것처럼, 살인자가 칼을 들고 미친 듯이 쫓아오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스스로의 목을 잡거나, 머리를 잡고 쓰러졌고, 어떤 이는 부들부들 떨며 오줌을 지렸다. 그 와중에 조세형만이 피가 나도록 깨물며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정우빈의 살기를 감지한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피어(pear)?’
몬스터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흩뿌리는 공포심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뿌리는 것을 보며 시우는 정우빈이 확실히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퍼클은 패자가 되어 바닥에 뒹굴었다.
정우빈은 김소혜와 함께 자리를 떴고, 중곡고등학교에는 새로운 역사가 다시 쓰였다.
왁자지껄 한 무리의 소녀떼가 정우빈을 둘러 싼 채 하교하고 있었다.
정우빈은 그런 귀여운 소녀들의 재잘거림을 받아주며 한껏 청춘을 즐기고 있었다.
갖은 간식과 고백이 담긴 러브레터를 챙긴 정우빈은 팬들과 헤어져 홀로 걸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번 학교도 재미있겠어.”
“어이.”
그렇게 즐거운 청춘을 즐길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 정우빈을 누군가 딱딱하게 불렀다.
이미 한 차례 쇼로 인해 더 이상 자신에게 시비 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 정우빈의 눈엔 묘한 인물이 들어왔다.
바로 최시우이였다.
정우빈이 최시우를 도와주긴 했지만, 정우빈은 실상 이런 찐따한테 우정을 느끼거나 측은지심을 느끼는 타입은 아니었다.
자신과 최시우 두 사람의 사이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고, 오늘 도와준 건 김소혜의 관심을 얻고 중곡고등학교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일일 뿐이었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도와주고 구해준 찐따들은 마치 청춘물을 찍으려는 듯 ‘도와줘서 고마워 나랑 친구가 되어 줄래?’ 등등의 이상한 소릴 지껄이곤 했다.
그리고 시우의 딱딱한 얼굴을 보아하니 그 말마저도 잔뜩 긴장하여 하기 힘들어 보였다.
“고맙다는 말은 괜찮아. 굳이 널 돕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잘 들어가라.”
정우빈은 시우의 어깨를 툭 치곤 그를 쓱 지나쳤다. 하지만,
“이런 미친 새끼가.”
최시우는 정우빈의 어깨를 잡아채어 주먹을 날렸고, 묵직한 스트레이트가 정우빈의 얼굴에 정확하게 꽂혔다.
“엇?”
오랜만에 느껴보는 커다란 아픔보다도, 자신이 지금 찐따의 주먹에 맞았다는 충격이 더 컸다.
무도(武道)인이란 무(武)로 도(道)를 쌓아 기(氣)를 다루고 깨달음(得)을 얻는 이를 말한다.
정우빈은 이 시대에 숨겨진 무도인이고 기를 다룰 수 있었다.
단전에 기를 쌓는 순간부터 무도인들은 간극을 익히기 시작하는 데. 바로 단전을 중심으로 퍼지는 절대적인 영역을 이야기 한다.
마치 레이다처럼 그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에 대해서 느낄 수 있고 반응 할 수 있게 되는 데 오전에 조세형의 각목 공격을 보지 않고도 받아 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간극 덕분이었다.
수련의 깊이가 오래 될수록 운동장만큼 동네크기만큼 키울 수도 있지만, 정우빈은 자신의 반경 1m 정도로 간극을 펼칠 수 있었다.
무도를 오랜 기간 수련해도 이 간극 자체를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정우빈은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임이 분명했다.
“그런 내가 맞았어?”
근데 최시우란 찐따가 이 간극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파워로.
“너 대체 정체가 뭐야?”
“그건 알거 없고, 앞으로 학교에서 한번만 더 깝쭉 대면 진짜 파묻어 버린다. 그러니까 멀쩡하게 학교 다니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라.”
“너 정체가 뭐냐고?”
정우빈의 교복이 부풀어 오르며 펄럭 거리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죽을 만큼의 살기를 퍼부어 봤지만 최시우의 반응은 그저 냉담했다.
“내가 방금 한 말 이해 못했어? 조용히 다니라고 했지?”
“시발! 너 정체가 뭐야!”
정우빈의 손에서 태백기(太白氣)를 머금은 붕권이 내질러졌다.
절대 평범한 사람은 물론이고 전문적으로 단련을 한 사람에게도 저질러선 안 되는 잔혹한 짓이었지만,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이성이 날아가 버린 정우빈의 머릿속에 그저 최시우에 대한 적개심만이 가득했다.
태백기가 가득 실린 붕권을 맞는 순간 살과 뼈는 조각조각 찢어지며 5톤 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받은 것처럼 충격을 맞게 된다. 그리고 맞은 상대는 절대 살 수 없다.
붕권이 한참 내질러져 더 이상 회수 할 수 없는 상태가 돼서야 정우빈은 깨달았다.
하지만 정우빈의 걱정과는 달리 붕권은 가볍게 최시우의 손에 잡혔다.
툭.
정우빈의 손을 잡은 시우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의 주먹이 머금은 기운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새끼가. 이런 힘을 사람한테 써?”
그때부터 정우빈에 대한 무차별적 구타가 시작되었다.
정우빈이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순간에 시우는 우빈의 발을 걸고 명치를 가격하고 팔을 꺾어 전투 불능 상태를 만들었다.
정우빈은 갑작스런 시우의 공격에 깜짝 놀라 태백신권과 태백신보를 펼치며 뒤로 바짝 물러 났다.
퍼버버벙-
퍼클과 싸울 때와는 상상할 수도 없는 굉음이 공중에서 터져 나왔다.
주택가여서 분명 난리가 날 법도 했지만, 그러기 전에 이미 이 일대의 공간은 시우가 만든 가상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하- 재미난 재주를 가졌네. 그러니까 이런 힘이 있긴 있었다 이거지?”
정우빈은 긴장도는 난생처음 극한으로 올라갔다. 가족과 친척들 그리고 정가 사람들을 제외하곤 이런 힘을 받을 수 있는 이가 있을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암흑회가 자신을 잡으러 온 것인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정말 암흑회라면 정우빈은 일생일대의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체가 뭐냐?! 스스로의 정체도 안 밝힐 거냐!”
“2학년 8반 최시우.”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시우를 향해 태백신권과 소백신장이 작렬했다. 붉은 주먹과 푸른 장력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공간을 압살할 듯한 파괴적인 공격력에 시우도 본격적으로 마나를 풀어 헤쳐 두 주먹에 가득 담았다.
그리고 검은 불꽃이 이글거리듯 시우의 주먹이 태백신권과 소백신장에 작렬할 때마다 고막을 울리는 굉음이 사방으로 퍼져갔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벅-
수십 차례의 합이 교환 되는 동안, 현란한 초식을 사용하는 우빈의 권과 장이 몇 개씩 시우의 몸엔 닿았다.
태백기가 실린 공격은 다크 스킨으로 몸을 방어하고 있는 시우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진 못했지만, 시우의 공격을 원천 차단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주먹이 매번 장과 권에 막히자 조금씩 약이 오른 시우 또한 마법을 시전하며 대응했다.
[쉐도우 워리어]
시우의 발밑으로 이어진 그림자가 빠르게 진해지더니 이윽고 액체처럼 형태 변화가 시작되었다.
액체는 움찔 움찔 움직이다가 살아있는 것처럼 튀어 올라 주먹 형태로 모습을 변화 시켜 우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퍼퍽!
단전과 명치를 얻어맞은 우빈이 뒤로 물러섰다.
“쿠헉-. 그 검은 기는··· 암흑회의 사람이냐?”
“뭔 소리야. 암흑회는 또 뭔데.”
우빈은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듯 다시금 뛰어 오르며 시우에게 장을 날렸다.
장의 파괴력을 알고 있는 시우는 귀찮다는 듯 품에서 볼펜을 꺼내어 휘둘렀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검은 색의 반투명한 막이 우빈의 공격을 일소했다. 시우는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써 볼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아 조금 즐거움을 느끼는 중이었다.
“설마 이게 다는 아니지?”
시우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않은 우빈은 길가에 놓인 커텐 봉을 잡고 자신이 알고 있는 최후의 초식을 준비 중이었다.
우빈의 손에 쥔 커텐봉에서 어마어마한 압력이 느껴지며, 일순간 시우를 부숴버릴 듯 쇄도했다.
[태백압살]
시우는 살기마저 느껴지는 우빈의 공격에 잠재되 있던 전투 세포가 살아나며 찌릿하게 전율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거지. 이거야.’
이(異) 세계에서의 일평생이 전투의 연속이었다. 전투와 전쟁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 시우에게 현재는 너무 평화로웠다.
시우의 입장에선 시정잡배에 불과한 건달들은 시우의 긴장감을 끌어내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자신과 동갑인 정우빈이 자신으로 하여금 긴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지루하지만은 않겠네.’
시우는 연속적으로 우빈을 향해 볼펜을 휘둘렀다.
[윈드 커터]
[다크 실드]
[파이어 볼]
바람이 모여 맹렬하게 회전하며 우빈에게 날아들었다. 태백압살을 시전한 우빈은 미증유의 힘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보면서도 직접적으로 시우를 타격하기 위해 윈드 커터를 무시했고, 톱니바퀴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자신의 다리를 찢어발기는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크흑!’
부상은 있었지만, 아직 태백압살이 남아 있었다. 단전의 모든 내력을 쏟아 붙는 태백압살의 초식은 상대를 고깃덩이처럼 말들 터였다.
하지만 우빈의 손에 쥔 커텐봉이 시우의 머리를 직격 하려는 순간!
공간 틈새에서 튀어나온 검은색의 반투명한 막이 우빈의 일격을 거뜬하게 막고 있었다.
퍼퍼퍼퍼펑!
마지막 공격에 막이 깨지는 모습을 본 곧장 초식을 이어 가려 했다.
‘불?’
하지만 그 순간 시우의 손에서 쏘아지는 시뻘건 불덩이의 화끈한 열기에 움찔 뒤로 피했고, 시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쉐도우 워리어아 함께 우빈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우빈의 권장술 못지않는 난타 음이었다.
벽에 처박힌 우빈이 내상을 입었는지 피를 게워내며 말했다.
“니들 뜻대로 되진 않을 거다. 어머님 아버님 불효자는 먼저 가겠습니다.”
정우빈은 태백기를 가득 담은 주먹으로 자신의 천령개를 내려치려 했다.
“이런 미친!”
시우는 정우빈이 자결하려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거인의 손]을 캐스팅 했다.
정우빈의 머리 1m 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그 안에서 초록색의 커다란 주먹이 나타나 정우빈을 내려쳤다.
정우빈은 뜻대로 자결을 하지 못한 체 거대한 압력에 못 견뎌 기절하고 말았다.
“완전 미친놈이네. 뭐 맞짱 한번 졌다고 자살을 해.”
시우는 우빈에게 다가가 상태를 보았다.
이미 기절하여 곤히 잠들어 있는 정우빈을 그냥 두고 갈 순 없었다. 그리고 문제는 이 자식이 아까처럼 인간에게 사용해선 안 될 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천둥벌거숭이를 만든 사람의 면상을 좀 보고 싶었다.
시우는 우빈의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억울하게 생각 하지마, 그럼 애초에 지질 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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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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