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다크위저드-19화 (1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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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8반 이었지.”

시우는 학년과 반이 적힌 명패를 보고선 자신의 교과서를 다시금 들여다봤다.

-2학년 8반 최시우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었건만 교과서는 찢어지고 비틀어져서 거의 걸레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 이유야 뻔 하겠지만.

탁.

문이 열림과 동시에 조롱새처럼 재잘거리던 학생들이 일제히 대화를 뚝 멈추었다. 실로 공포 영화에나 어울리는 모습이었지만 시우는 그런 그들의 행위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1학기 때 앉았던 자리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이미 90년간의 공백이 모든 한국에서의 대부분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뒷줄에 있는 책상 중 가장 더럽고 욕설이 가득 써 있는 자리에 앉자 학생들 누구도 별말하지 않았다. 그저 그 모습을 하나부터 끝까지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쟤. 진짜 제정신일까? 방학 시작하고 다신 학교 안 올 것처럼 퍼클 애들한테 개겼다는데.”

“모르지 원래 쟤 왕따 시작된 것도 주제를 모르고 까불다 그런 거 아니겠어?”

“아. 진짜 저 새끼 하나 때매 반 분위기 그지 되고. 아무튼 내가 좋은 대학 못가면 다 저 새끼 때문이야.”

“병신. 그래서 맨날 저 새끼한테 분풀이 한 거냐?”

“샌드백은 치라고 있는 거지. 보라고 있는 건 아니니까.”

“키키키 어쨌든 오늘 뭐 좀 볼만 하겠다.”

서 너 명의 남학생들이 시우를 향해 비웃음을 날리며 얘기하는 동안 시우는 그 이야기들을 다 듣고 있었다. 굳이 그런 귀찮음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지만,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고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정보가 필요로 했다.

“맞지? 맞지! 내 말 맞다니까!”

“진짜. 쫌 변한 거 같은데?!”

“야야. 저게 좀 변 한 거면, 대한민국 여자 연예인들 중에 성형수술 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거다!”

“그러게 진짜 분위기가 좀 변했다. 이마의 상처 때문인가?”

“몰라. 하여튼 그 날 민지랑 무시당한 것 때문에 얼마나 열이 받던지. 겉모습이 좀 변했다고 그렇게 잘난 척 하다가 큰 코 다치지.”

“안 그래도, 도재민이랑 조세형이 벼르고 있다고 하더라.”

“진짜? 방학 중에 만나기라도 했데?”

처음 말을 꺼냈던 단발머리의 학생이 슬쩍 주위를 둘러보고 작게 이야기 했다.

“그게, 조세형이 방학 때 최시우한테 심부름을 시켰나봐.”

“근데? 심부름을 제대로 안 했데?”

“아니. 전화에 대고 쌍욕을 퍼부으면서 경찰에 신고한다고 난리를 쳤다는 데!”

“대······박! 미친 거 아니야?”

“그러니까! 조세형이 그 일로 열이 오를 때로 올라서 도재민을 불러다가 엄청 밟았다던데.”

“그래서 재민이가 오늘 학교 안 나왔나?”

“아냐, 그건 아닐 거야.”

드르륵! 탁!

그때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리고, 얼굴에 울긋불긋 상처를 가진 한 학생이 들어섰다.

“야! 최시우!”

두 눈에 쌍심지를 켠 학생은 다름 아닌 방금 전 여학생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도재민. 도재민은 그 큰 덩치로 성큼성큼 달려가 최시우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우당탕탕.

“······컥.”

“야이 좀 만한 새끼야. 너 때문에 내가 방학 때 무슨 지랄 같은 꼴을 당했는지 알아? 어젠 존나 뻔뻔하게 잘 넘어 가더라?”

도재민은 아직 바닥에 널부러져 숨을 고르고 있는 시우의 멱살을 집어 들었다.

“너 이 새끼 진짜 뒈지고 싶어 환장했냐? 감히 퍼클한테 덤벼?”

“···그, 그게 무슨···말인지···모르겠어.”

시우는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허공에 반쯤 뜬 채로 숨을 겨우 내쉬었다.

“이 새끼가!”

팍!

재민의 발차기가 작열하고, 복부를 강하게 맞은 시우는 꼴사납게 침을 흘려가며 숨을 쉬려고 애쓰고 또 애썼다.

“야. 너 조세형한테 가기 전에 나하고 해결 좀 보자!”

도재민이 그의 두툼한 손을 들어 따귀를 내려치려는 찰나. 이번엔 앞문이 드르륵 열리며 거친 목소리가 쩌렁하게 울렸다.

“지금 뭐하는 거야! 조례시작된 거 몰라!”

학생들은 방금 전 광경을 보다가 슬쩍 각자 자기 자리로 앉았고, 도재민은 시우를 죽일 듯이 보다가 멱살을 놓고, 자리로 돌아갔다. 선생은 그 상황을 처음부터 보고 있었지만, 경멸스런 눈빛으로 시우를 잠깐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큭!’

시우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또 참았다. 이들의 꼴이 가관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학생들은 희생양을 만들고, 선생은 무시하고, 강자는 약자를 데리고 놀고 말이지.’

“오늘 전학생이 있다. 다른 학교에서 1학기를 마치고 오는 바람에 2학기부터 시작됐으니까. 모두들 많이 도와주고, 들어와라.”

문이 천천히 열렸다.

전학생이 들어서자. 여학생들의 두 볼이 괜스레 붉어지고, 남학생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중키에 비율 좋은 몸매. 작은 얼굴에 웃음이 잘 어울리는 학생은 금방이라도 여유 있는 밝은 미소를 보일 것 같았다.

“안녕. 정우빈이라고 한다. 앞으로 잘 부탁해.”

당당한 정우빈의 태도와 말투 때문이었을 까. 반 아이들은 정신을 못 차리다가 겨우 우빈이 빈자리에 앉자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들 알다시피 이제 너희도 예비 고삼이다.”

“에이···.”

저마다 학생들의 앓는 소리.

“자자! 조용해. 이제부터 시작해도 1년을 다 못할 수도 있는 게 수능이야. 그러니 2학기부턴 제대로 공부하고, 더 이상 신입생의 안일한 마음은 버리도록! 반장.”

“차렷, 경례.”

여학생의 거수경례가 끝나고 반은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새로 온 전학생은 반 아이들의 중심이 되었고, 특히나 여학생들은 은근슬쩍 부드럽게 끌림을 뿜어내는 우빈의 매력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중에 아무것에도 관심을 안 두는 척 하는 시우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저건 또 뭐야?’

다만 시우의 관심은 질투나 호감이 아닌 의문감이 었다.

우빈이 처음 들어올 때부터 느껴지는 향기.

본래는 존재 하지 않는 것.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속에서 존재하기에 맡을 수 있는 것.

그건 바로 마나의 향기였다.

얼마 전 상대했던 마성창에게선 마나의 향기를 느끼지 못했다.

공마인으로 만들어 버린 후에, 뇌를 헤집어 보고는 마성창이 내공을 쌓지 않는 외공을 익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점이 생겼는데,

첫째는 어디서 이런 외공을 익혔냐는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구결과 수련 방법 등은 찾았지만 전수 받았다거나 가르침을 받았다는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혼자 익혔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누군가 지웠을 가능성도 있었다.

두 번째는 그렇다면 내공. 실제적인 축기를 이용해 기를 쌓는 존재가 있냐는 것이었다.

어쩌다 얻게 된 천살이라는 무공서를 필사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 당당히 축기를 통해 내공을 쌓은 존재가 떡하니 시우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기연? 우연? 수련? 재능? 아님 나처럼 회귀자 인가?’

운동을 하다가 마나를 깨달았을 수도 있다. 물론, 하늘의 별을 맨 몸으로 따려고 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200억 분의 일로 한명씩 그런 존재들이 태어난다. 아니면, 옛 선도의 방식으로 수련을 통한 축기일수도 있고, 타고난 신체가 마나를 품고, 뿜어내는 신체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자연적인 향기라 하기엔 너무 진했고, 인위적이었고, 선명했다. 극명하게 자신과는 다른 자연스런 그 향기가 약간은 달갑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일에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야.’

시우는 천천히 걸레짝이 된 책을 펴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 나갔다.

드르륵!

“야! 최시우!”

갑작스레 뒷문이 열리며 들리는 쩌렁한 목소리에 시우는 ‘내 이름을 부르는게 요즘 유행인건가?’ 라는 생각이 다 끝나기 전에 몸이 훌쩍 날아갔다.

“컥! 미, 미안해···.”

시우의 처절하고 굴욕적인 모습은 사람들의 눈을 절로 찌푸리게 했다.

“등신새끼. 안 들린다. 새끼야!”

시우는 그 자리에서 곧장 조세형의 발을 붙잡고 매달렸다.

“미, 미안해, 그만해 나 너무 아파.”

“시바! 그러면 애초에 개기질 말던가!!”

시우가 바닥을 기며 비굴하게 나오자 조세형은 더욱 흉폭해지며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도, 도와줘. 누가 좀 도와줘!”

최시우는 정신없는 주먹질에서도 처절하게 손을 내밀며 도움을 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체 무슨 깡으로 내 전화는 씹어 드셨나?”

조세형은 벌써 코피가 줄줄 흐르는 최시우의 머리채를 잡아 면전에 가져다 대었다.

“앙! 대답해 새끼야.”

찰싹 찰싹

찰싹 소리마다 시우의 얼굴은 빨갛게 부어올라 원래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미, 미안해. 자, 잘못했어.”

조세형은 두 손을 싹싹 비는 최시우의 모습에 더욱 화가 솟구쳐 올라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손목을 강하게 쥔 무언가가 있었다.

“그만하지 그래? 같은 학년 친구끼리.”

“하. 어이없네. 넌 뭐냐?”

조세형의 어처구니없는 표정보다 이 순간 정우빈의 참견이 더 달갑지 않은 이가 있었다.

‘넌 뭐야 새끼야?!’

정확하게 조세형에게 복수하기 위한 자료를 쌓는 와중에 저 이상한 놈이 끼어들어서 제대로 자료를 만들지 못할 지경이었다.

“반가워 난 정우빈. 오늘 전학왔어.”

그건 바로 정우빈 어느새 정우빈은 퍼클 몇 명의 사이를 통과해 조세형의 손목을 틀어 쥐고 있었다.

“요즘 애새끼들은 상식이 없어서 개념이 없나. 셋 샐 동안 안 놓으면 넌 죽는다.”

‘너 그 손 당장 놓고 네 자리로 가지 않으면 죽는다!’

우습게도 조세형과 최시우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조세형은 몰랐지만.

“글세-?”

정우빈은 빙글 웃으며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싱긋 웃음 지었다.

“이 새끼가-!”

조세형은 우빈의 손에 잡혀 있는 손목 때문에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힘을 쓸 수 없는 무력감을 겪노라면 누구나 당황하게 마련.

조세형은 정우빈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각을 재고 있었다. 이 정체불명의 존재와 싸워서 자신의 위상을 유지해야 할지 말지를.

띵동댕동-

그 순간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고, 조세형은 봐준다는 식으로 정우빈의 손을 처내며 움직였다.

“야, 최시우, 점심시간에 보자. 끝나고 어디 도망가면 뒈진다.”

조세형 일행이 반을 나서자 최시우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우빈은 왠지 ‘고맙다’는 말을 듣길 바랬던 듯 하지만, 최시우가 별 반응이 없었어도 그러려니 하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자 이건 시험에 나오는 거야, 표시 해 놓고.”

소란스러웠던 쉬는 시간과는 달리 수업시간은 조용했다. 중곡고는 근방에서 알아주는 명문고였고, SKY 대학 진학률도 상당히 높았다.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 경쟁률 또한 치열하여 학생들 사이의 관계 또한 비틀어져 있는 부분이 많았다.

일례로 아까 최시우를 곤죽 내던 조세형과 도재민은 전교 50등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었고, 최시우는 200등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학생들의 부모직업이 학생들의 태도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많았다. 경찰 청장의 아들 국회의원의 손녀. 대기업 사장의 손자 이런 학생들의 비행은 선생도 애초에 교정하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최시우는 중곡고에 들어선 시점에서 모두 예정된 비극인지도 몰랐다.

공부를 하던 반장 김소혜는 문득 시우가 어쩌고 있나 바라보았다.

1학기 동안 바 온 바론 시우는 맞으면서 ‘도와달라거나’ ‘살려 달라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게 쉬는 시간동안 괴롭힘이 끝나면 수업시간동안은 책상에 엎드려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한번은 시우의 자리를 지나가다 시우의 눈물에 젖은 교과서를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섣불리 손을 내밀수도 없었고, 내밀어서도 안 되었다. 시우가 왕따를 당하기 시작한 건 왕따와 친하게 지내면서 였으니까.

‘뭐 하는 거야?’

당연히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을 거라 생각한 소혜의 예상과 달리 시우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눈을 떼지 않고, 필기를 하고 있었다.

잠시 뒤 시우의 코에서 피가 흐르자 시우는 콧물이라 생각하곤 대충 닦아내려 했고, 얼굴엔 핏물이 잔뜩 번졌다.

‘어, 어쩌지?’

소혜가 어쩔 줄 몰라하며, 선생님을 보자, 선생님은 이야기를 하다 말고 시우를 보곤 잠시 멈칫 하다가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

‘하아.’

소혜는 이런 학교의 모습을 보는 것이 진저리 날 지경이었다.

쉬는 시간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정리 하려는 듯 시우는 선생님이 얘기한 내용과 교과서를 비교해가며 공책에 정리를 하고 있었다.

공책 또한 여러 날의 괴롭힘 때문에 꼬깃꼬깃 지저분했다.

소혜는 슬쩍 교문에서 받은 물티슈를 내밀었다.

공부를 하던 시우가 고개를 들고 소혜를 바라봤다.

“너, 코피 자국 남았어.”

그제야 자신의 손을 확인한 시우가 번진 코피를 닦으며 말했다.

“고마워.”

그리곤 다시 하던 정리를 마저 하는 시우. 그 모습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소혜가 한 마디 했다.

“가서 선생님한테라도 말해.”

아마 조세형과 도재민에 대해서 말하는 거겠지. 생각한 시우는 소혜를 바라봤다. 흔들림 없이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소혜가 먼저 눈을 피해버렸다.

“내가 알아서 할게. 근데 괜찮아?”

“뭐, 뭐가?”

“나하고 얘기하면, 애들이 싫어 할 텐데.”

시우가 주변을 향해 손가락을 휘휘 돌리자. 소혜가 그제서야 반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며 수근덕 수근덕 대는 모습들, 마치 새로운 먹이를 찾아 헤매는 승냥이 같은 시선들에 소혜가 순간 적으로 공포심을 느낀 것은 당연했다.

“나, 난 그냥 반장이니까! 상관없잖아!”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크게 말하는 소혜를 보고 시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물티슈를 흔들었다.

“어쨌든 고마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소혜는 알아서 하라는 듯 휙 돌아섰고,

한편에서 정우빈이 그 장면을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점심시간, 선생님들의 발걸음이 교무실에 채 닫기도 전에 복도는 왁자지껄 시끄럽게 울렸고, 학생들은 신나게 급식실로 달려 나갔다.

시우도 점심을 먹기 위해 교실 문을 나가는 순간 누군가 그의 머리채를 잡아채어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듯 당겼다.

“야! 최시우! 내가 도망가지 말랬지.”

최시우는 다시금 연기에 돌입했다.

“아, 아니야. 그러려던 게 내가 차, 찾아가려고.”

최시우의 찐따 같은 모습을 보이자, 자신은 절대 타깃이 될 리 없다고 생각하는 남학생들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조세형은 정우빈을 의식해서인지 같은 학년의 퍼클 멤버 모두를 이끌고 왔지만, 정우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희 그만해!”

그때, 초롱한 목소리가 복도를 울리며 퍼클의 발걸음을 멈췄다.

목소리의 근원엔 2학년 8반의 반장이자. 중곡고 여신으로 추앙받는 김소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조세형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미모와 뛰어난 몸매에도 불구하고 퍼클에 소속된 양아치가 되지 않았던 것은 김소혜가 전교에서 순위를 다툴 만큼 우수한 인재였고 그녀의 집안 배경은 퍼클에서 두목놀이나 하는 양아치들이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모였다.

김소혜를 짝사랑하지만 다가갈 수 없었던 평범한 남학생들은 퍼클에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고, 퍼클은 자신들이 범접할 수도 없으면서 동시에 완전 무시 할 수 없는 외모를 가진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몰랐다.

아무리 어른인 척을 해도 결국 애는 애였다.

“범생이는 가서 공부나 해.”

조세형의 비아냥에 퍼클 일행들이 킬킬 거리며 웃었다.

“선생님께 말씀 드릴거야.”

“맘대로 하든가.”

선생님에게 말을 하겠다는 김소혜에 말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조세형의 집안도 만만치 않았다. 조세형은 요즘 들어 흔히 말하는 싸움 잘하고 공부 잘하고 집안 잘 사는 잘나가는 인간의 유형이였던 것이다.

“따라와 새끼야! 넌 오늘 완전 죽을 줄 알아.”

김소혜에게 마음을 가지고 있던 조세형은 자신의 행동보다는 최시우 때문에 자신이 김소혜에게 안 좋은 인상으로 찍혔다는 생각을 하곤 그 분풀이를 하기 위해 최시우의 볼을 마구 때렸다.

최시우는 자신의 볼이 점점 붉게 물들 때마다 마치 패배자인냥 고개를 푹 숙였다.

퍼클 일행이 지나가고, 복도는 최시우가 린치 당하는 것을 보기 위해 학생들이 모두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리고 그 복도 위로 마법으로 숨겨진 카메라가 붉은 불을 깜빡 거리고 있었다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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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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