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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4화 (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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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지혜는 눈물을 흘렸다.

떠나가는 시우의 옷자락조차도 잡지 못했다는 것과, 그를 잡음으로 해서 느껴야 하는 공포들, 그 두 가지가 서로 얽혀 지혜를 감정의 폭풍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자, 잡아야해. 하지만.’

지혜에게 시우는 든든한 버팀목이고, 포근한 침대다. 애틋한 감정이고 끓어오르는 사랑이다. 하지만 시우로 인해 지혜는 자꾸만 이 세계의 잔혹성을 확인하게 된다.

시우가 없었다면 지혜는 호건의 제안에 억울함을 품다가 결국 합의 했을 것이다. 작은 돈을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면서 가늠되지 않게 높은 현실의 큰 벽을 더듬다가 시간이 흘러 조금 무뎌지고, 가끔 생각나도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시우가 등진 세계는 너무 위험해.’

하지만 시우는 거침없이 그 벽을 부쉈다. 그리고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실제 세계는 지혜의 상식을 초월해버리는 잔혹하고 끔찍한 세계다. 그리고 그 세계가 지혜를 자꾸만 두렵게 한다.

“괜찮으세요?”

종업원이 울고 있는 지혜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네,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이거, 아까 나가신 분이 드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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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보석함을 건네받은 지혜의 눈동자엔 많은 복잡한 감정이 뒤엉켰다.

보석함을 열자 흑색의 보석을 백금의 테두리가 감싸고 있는 평범한 반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카페의 조명에 슬쩍 황금색의 기이한 문양이 보이곤 했다.

자신은 마지막에 그를 잡지도 못했건만, 그는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내보였다.

보고 싶다. 안고 싶다. 그에게 화도 내고 품에 안겨 울고도 싶었다. 그 끌어 오르는 감정을 지혜는 조금도 숨길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종업원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나간 지혜는 곧장 길거리로 나가 택시를 잡으려 했다.

왕복 4차선의 도로 끝까지 나간 지혜는 빵빵 거리는 차들의 크락션 소리에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 손을 내밀며 택시를 세우려 했다.

몇 대의 승합차 뒤로 빈 택시가 속도를 줄이는 것을 보며, 지혜는 지갑을 준비했고, 그 사이 지나쳐야할 승합차가 스키드마크 그리는 소리를 내며 지혜 앞에 멈춰 섰다.

드르륵!

문이 열린 승합차의 문 안으로 검은 정장의 커다란 덩치의 사내들이 순식간에 손을 뻗어 지혜를 낚아채었다.

‘아, 안 돼!’

승합차는 주변에 지나가는 이들이 그들을 이상하게 볼 사이도 없이 재빨리 현장을 떠나버렸다.

길거리에 지나가는 그 누구도, 지혜가 납치되는 장면을 전혀 보지 못하였다.

덜그럭, 덜그럭,

스르릉 스르릉

창건파의 사무실에 건달들을 모두 던져 넣은 시우는 마약상들이 정제된 마약 결정을 빻을 때 쓰는 약사발 절구를 이용해 마정석을 빻고 있었다.

창건파 사무실에는 아까 시우에게 덤벼들었던 건달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입가에 침을 흘리며 악몽을 꾸는 듯, 연신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이미 공마인으로 변한 그들은 끔찍한 악몽 속에서 환상의 고통을 진짜 인 것처럼 느끼며 계속해서 흑마나를 생성해 내었다. 그렇게 생성된 순수한 흑마나는 곧장 시우의 서클로 빨려 들어갔다.

“넌, 좀 고통스러울 거야.”

시우가 자신의 부하들에게 어떤 짓을 하는 지 똑똑히 지켜봤던 창건은 절박한 신음성을 내뱉었지만, 입을 단단히 막고 있는 헝겊에 의미 없는 외침이 되고 말았다.

“난 너희에 대해서 다 알아야겠거든.”

‘사, 살려만 주신다면, 모든 지 말해 드리겠습니다.’

창건은 그렇게 외쳤지만, 그의 절규는 시우에게 닿지 않았다.

시우는 곱게 빻은 마정석 가루를 사무실 바닥에 뿌리기 시작했다. 기이한 문양을 가진 커다란 원 두 개와 육망성 모양의 내부진이 완성되자, 시우는 완드를 휘둘러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가루로 만들어진 마법진은 완드의 휘두름에 빛을 발하기 시작하다 그대로 땅바닥에 흡수되며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렸고, 시우는 묶여 있는 창건을 마법진의 중심에 가져다 놓고 마법진을 발동 시켰다.

[발동]

우우우우우웅

불온한 진동음과 함께 마법진의 빛을 발하기 시작하다 검은 촉수들이 하나 둘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촉수들은 재물처럼 중앙에 선 창건의 코와 입 눈과 귀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 필사적으로 촉수를 피하던 창건도 귓구멍과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촉수를 피하지 못하고 결국 촉수들에게 입과 눈마저 내주고 말았다.

창건이 오공을 통해 들어온 촉수가 뇌에 닿자 더 이상 이지를 상실하고 실어인처럼 침을 흘리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그의 기억이 마법진 중심으로 펼쳐졌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의 기억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최근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시우는 창건의 계집질이나 마약질, 폭행과 강도 살인 등의 필요 없는 기억들은 모두 버려 버리고, 최근 기억에 지혜와 관련된 기억들을 찾았다.

지혜를 잡아 두고 있으니 시우를 협박해서 잡아오라는 명령. 그의 기억 안에 있는 성창파의 조직원들 얼굴과 우두머리 얼굴, 지혜가 잡혀 있을 만한 위치까지 뽑아낸 시우는 마법을 해제하고 창건마저 공마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성창파. 마성창. 이놈이 두목이다 이거지.”

차갑게 가라앉은 그의 눈동자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증명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은 건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시우는 신경질 적으로 완드를 휘둘렀다. 창건의 기억 속에 있던, 천정에 숨겨 두었던 필로폰 가루들이 일시다발 적으로 쏟아지며 건달들의 얼굴에 마구 뿌려졌다.

창건파의 건달들은 마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미친 것으로 판단 될 것이다.

그렇게 마무리 한 시우는 곧장 서울 강남의 성창파 총단으로 향했다.

지혜는 납치당했다는 놀람에 비명을 지를 세도 없이, 복면에 씌여지며 꼼짝 달싹 못했다. 바둥거리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과격한 주먹이 날아와 지혜의 온 몸을 구타했다.

여자로서 이렇게 엄청난 폭행을 당해본 것 또한 난생 처음이었다.

그렇게 몇 차례의 폭력으로 지혜는 온 몸에 힘을 하나도 줄 수 없었다. 마치 뼈가 다 부서진 사람처럼 건달들의 손에 인형처럼 이끌려 갔다.

그렇게 간 곳에서 복면이 처음 벗겨지고, 지혜의 두 눈엔 커다란 공간과 몇몇의 인원만이 보였다.

한쪽은 하얀 타일이 깔린 목욕탕처럼 꾸며진 곳이었고, 그곳에선 한 남자가 수술복을 입은 체 보기만 해도 섬뜩한 수술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고, 몇몇의 건달들이 공간을 어슬렁 거리며 흘끔흘끔 지혜를 바라보고 있었다.

공간의 정 중앙엔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고급 경양식 집에 온 듯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썰어먹는 남자가 보였다.

하얀 백발에 하얀 정장을 입은 사내는 몇 점의 고개를 입에 넣고 입가에 핏물을 뚝뚝 흘렸다.

“멍청한 짓을 저질렀어. 그냥 당했으면 보상금이나 받고 끝났을 것을.”

“누, 누구세요?”

백발의 사내가 음식을 다 먹었는지 하얀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일어서며 입가에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내의 몸체는 멀리서 봄에도 거대한 산과 같은 느낌이었다.

2미터에 가까운 키에 130키로는 너끈이 나갈 것 같은 몸체.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물렁한 살이 아닌 듯 하얀 정장은 터질 듯이 부풀어 있었다.

“글쎄. 너희 연놈들에겐 지옥의 악마쯤 될까?”

백발의 사내는 돌처럼 투박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 낸 뒤 천천히 그 손을 아래로 내렸다.

풍만한 가슴과 굴곡진 허리 라인을 지나 짧은 숏팬츠를 입은 매끈한 그녀의 허벅지를 쓸어내린 백발의 사내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두 손과 발이 꽁꽁 묶인 지혜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끈이 묶여 있지 않다해도 이 남자에게서 풍기는 무형의 투기는 일반인이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아깝군. 재미난 노리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백발의 사내는 그렇게 말한 뒤 수술복을 입은 사내에게 말했다.

“준비는?”

“다 됐습니다.”

“김세중 회장이 화가 많이 났더군. 그 놈이 꽤 심한 말을 했나봐. 이런 특별 주문은 잘 들어오지 않는 법인데. 아무리 막나가는 인간들도 자신이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이란게 있거든. 근데 자신의 자산까지 깎아먹으면서 그 놈을 이 세상에 없던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더군. 그게 무슨 뜻인지 아나?”

지혜는 공포에 질려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흐흐, 아마 너도 재미난 구경을 하게 될 거야.”

수술복 입은 남자가 백발의 사내 쪽으로 다가오면서 흘끔 지혜를 처다보았다.

“이 년 먼저 시작할까요?”

백발의 사내는 지혜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니, 그 놈 먼저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고. 그 이후에 하는 게 좋겠군.”

백발의 사내는 테이블로 돌아가 마시던 와인을 입에 털어넣더 부었다.

‘시우야, 오면 안돼!!!’

이 순간, 지혜는 부모도 경찰도 하느님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이곳에 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꼭 자신을 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시우 뿐이었다.

스륵, 스륵, 스스스슥.

검은 완드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이 패이고 그 안에 가루로 변한 마정석이 채워졌다.

[발동]

검은 인영이 작게 외치자 한순간 빛을 발하던 마법진이 은은한 검은 빛을 뿌리며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사라졌다.

일을 마친 인영은 곧장 움직여 한 건물을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 나갔다.

그 건물이란 서울 전 지역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성창파의 총단.

그리고 대한민국에선 존재 할 수 없는 마법을 가지고 준비를 하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시우였다.

강남의 번화가에 위치한 커다란 건물은 통째로 성창파가 활용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각자 자신들의 입김이 닿는 업소에 가서 계집질을 하거나 빼돌린 마약을 즐기고 있을 건달들이 하나같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연장을 준비하고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수는 대략 150명

성창파의 전체 규모를 생각하면 별 거 아니지만, 단지 평범한 민간인 하나를 잡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모습은 꽤 과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혈견파를 박살내고, 잡으러 갔던 창건파가 연락 두절이 되었다.

무슨 수를 쓰는지는 몰랐지만 꽤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은 이 바닥 생활을 좀 해본 이들이라면 모두가 느끼는 본능이었다.

처음 지혜의 납치 사진을 보고 이성이 날아간 시우는 곧장 성창파로 들어가려 했지만 시우 혼자서 100kg이 거뜬이 넘는 건달 150명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정말 전쟁을 벌일 각오로 온갖 마법을 다 쏟아 붙는 다면 3서클의 마법으로도 못할 것도 없겠지만, 이곳은 대한민국. 그리고 평화에 적응된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시우의 마법은 상상을 할 수 없는 공포의 범주가 되리라.

그렇다고 육탄전을 벌이기엔 그 수가 너무 많다.

그렇게 해서 생각한 것이 마법사로서의 전투였다.

‘과연 다크 위저드에게 이 정도 준비 시간을 주고 후회하지 않은 적들이 있던가.’

육탄전과 전면전을 제외한다면 암수와 계략으로 싸우면 되었다.

그리고 시우의 머릿속엔 아직 익히지 못했지만, 펼칠 수 있는 수 백 가지의 저주마법이 가득했다.

시우는 총단의 건물 전체에 봉쇄마법을 걸고, 저주 마법을 깔았다.

이제 마법진 하나만 더 완성시키면 건물 내부의 인간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리라.

천만 다행이라면 종업원에게 건넨 반지를 지금 지혜가 착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지혜는 마법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저주의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마지막 마법진을 만들고 발동 마법을 시전하기 직전 카랑한 목소리가 시우를 일깨웠다.

“누구냐!”

우뚝 멈춰선 시우를 보며 담배를 피려던 건달 하나가 어기적어기적 접근하기 시작했다.

건달인 자신이 다가감에도 꼼짝 않는 시우의 모습을 보며, 건달이 품에서 사시미를 꺼내 경계하기 시작했다.

“누구냐고 물었다!”

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니들이 찾는 사람.”

“뭐! 그럼 네가···.”

놀람을 표현하기도 전에 시우의 손이 더 빨랐다. 그의 손에 들고 있던 완드는 건달 손에 쥐어진 사시미처럼 변하며 순식간에 건달의 손을 잘라 내었다.

자신의 잘린 오른쪽 팔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는 것을 보고 건달이 절규의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업!”

시우는 어느새 건달의 등 뒤로 접근해 그의 입을 막고, 목을 꺾어 순식간에 그를 기절시켜 버렸다.

간단하게 건달을 제압한 시우가 마법진을 발동시키려 할 때.

건달의 손목에서 흐른 핏물이 마법진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발동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붉은 빛을 뿜으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시우는 입 꼬리를 씩 올렸다.

발동 주문 대신 핏물로서 발동이 되다니.

“놈들, 오늘 지옥을 맛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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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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