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다크위저드-13화 (13/200)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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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시우의 어깨는 축 쳐져 있었다.

지구로 돌아온 뒤 이(異) 세계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이 점점 희미해져 갔다. 지식이나 기억력에 관한 것은 절대 잊을 리 없지만,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들은 마치 동화책을 읽은 어린아이의 기억처럼 잠재의식에 점점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이(異) 세계에서 진리를 깨달은 이후 오랫 동안 감정이 무감해지는 상태에서 과거로 돌아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차원의 단면을 지나면서 무감했던 감정들을 잃은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지금의 시우는 과거의 진리를 통달한 인간처럼 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여자에게 무감하고, 사회 병폐의 모습에도 흔들림 없던 그는 점점 감정적으로 격양되어지고 풍부해졌다.

아마도 절대 진리의 단계에 들어서기 까지 다시 인생을 사는 듯 벗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신의 마법으로도 조절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호르몬이라더니···.’

마지막 시우가 자신을 보는 눈동자에서 공포와 두려움을 보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평범한 인간으로 살 순 없겠지···.’

완전하게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면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상황에서 품에 가진 절대 힘은 그렇게 인내심이 강하지 않다.

언제고 튀어나올 힘이라면 똑똑하게 쓰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사회의 악인들.

이(異) 세계에 비하면 몇 세기나 진보된 사회에서의 그들의 욕망은 이(異) 세계의 귀족들의 열망과는 차원이 다르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회. 무한한 인구에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은 귀족들의 시선보다 더 차갑고 잔인했다. 인간이란 그들의 눈엔 그저 이면지에 적힌 글자와 다르지 않고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기계 부품과 다르지 않았다.

대단한 정의감을 가지고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시우는 자신이 쓰레기 같은 그들에게 그런 취급을 당하는 것이 싫을 뿐이었다.

저벅저벅저벅

발치에 걸리는 조약돌을 신경질 적으로 찬 시우는 조약돌이 바닥에 몇 번 튕겨 누군가의 발치에 닿는 모습을 보았다.

“···아 죄송합···.”

사과의 말을 하던 시우의 말이 멈췄다.

그리고 어두운 가로등 아래로 골목을 가득 채우며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건달 복장의 사내들을 발견했다.

저벅저벅저벅

빠지는 길이 없는 넓은 골목에서 앞뒤로 그런 사내들이 길을 막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족히 서른은 넘는 것 같은 엄청난 인원수에 일반인이라면 무 언갈 묻기도 전에 두려움에 떨며 골목 한 쪽으로 섰겠지만, 시우는 단지 쓴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이렇게 까지 다가오는 걸 모르다니.’

아무리 방심하고 있었다지만 코앞까지 오는 걸 몰랐다는 건 시우의 명백한 실수였다.

더구나 지금은 도망갈 길도 완전히 막혀 버린 상태, 시우가 끌끌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니네들 끼리 패싸움 하러 온 건 아니지?”

시우의 말에 시우를 압박하던 두 집단이 우뚝 멈춰 섰다. 앞쪽의 길막을 하던 사내들 사이로 호리한 체구에 왼쪽 눈을 길게 가로지르는 칼자국을 가진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네놈이 최시우란 멍청한 놈이냐?”

“넌 누구냐?”

“멀쩡이 끌려 가고 싶으면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애송아.”

“아닙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지나가도 될까요?”

시우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이야기 하자 사내들 몇몇이 움찔 거리며 자리를 비켜주려 했고, 칼자국 사내는 그들에게 쌍욕을 내질렀다.

“가만 안 있어! 병신 같은 새끼들. 꽤나 깡다구가 좋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회장님께서 널 왜 찾으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따라 오는 것이 좋을 거다.”

시우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품속에서 검은 펜을 꺼내어 뿌리듯 휘둘렀다. 검은 펜은 삼단봉처럼 쭉 길어지며 팔뚝만한 완드로 변했다.

동시에 시우의 어깨를 시작으로 검은 젤 같은 물체가 쭈억 펴지며 그의 상박 흉부를 감쏴고 잠시 뒤 형체 변화를 통해 흉갑으로 변해 있었다.

3서클에 오르면서 완드가 업그레이드 된 터였다. 1서클 마법사에겐 초기에 단 한번 자신의 서클을 떼어내어 완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심장에 모이는 서클 그 본연의 힘을 가져온 것이기에 마나의 양은 적어지고 파괴력이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어 고급 마법 도구를 살 수 있는 엘리트 마법사들은 대체로 사용하지 않는 마법이지만, 서클이 올라갈수록 서클에 머무는 마나와 형질 자체가 완전히 똑같은 완드로 사용하는 마법은 일반적인 마법과는 그 질 자체가 달랐다. 더불어 완드와 함께 시전자의 몸을 보호하고 보조하는 무구로서의 변화도 함께 되기 때문에 서클이 올라갈수록 완드의 활용성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시우가 이상한 짓을 하려 하자 칼자국의 사내가 일갈을 내질렀다.

“일단 잡아 족쳐!”

칼자국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단의 건달들이 시우를 향해 폭풍처럼 몰아쳤다.

시우는 완드를 들어올려 하늘을 찌를 듯 올려 마법 주문을 외쳤다.

마나탄! (magic missile)

투명한 기체가 완드에 잠시 머무르다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처음보는 기이함에 건달들은 순간적으로 마나탄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다가 마나탄이 가로등 불빛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재빨리 시우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펑! 파지지직

순식간에 날아간 8개의 마나탄이 일대의 모든 가로등을 터트리자 골목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껌껌한 암흑으로 변하였다.

그나마 건달 무리의 뒤쪽에선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어 조명을 켜보려 했지만, 앞쪽에선 둔탁한 타격감에 신음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크윽! 억! 컥!”

“크악! 으억! 시발!”

“악! 아악! 끄아악!”

목소리의 두께감에 당하고 있는 이가 예의 그 고삐리가 아니란 걸 깨달은 건달들은 더 빨리 핸드폰 조명 어플을 구동해 핸드폰을 번쩍 들려 했지만, 그때마다 형제가 없이 날아드는 둔탁한 충격음에 핸드폰이 박살나거나 놓쳐 깨지기 십상이었다.

까마득히 어두운 골목길 안 사방에서 울리는 부하들의 비명소리에 칼자국의 심경이 쌜쭉해졌다.

창건파의 보스 하창건은 총단으로부터 협박한 후 데려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대상이 고삐리라는 이야기에 그들의 조언을 한귀로 흘려 버렸다.

건달 주제에 책상에 앉아 계산기나 뚜들기는 놈들이 과연 뭘 알까.

최근 세를 넓히며 슬금슬금 자신의 나와바리를 침범하던 똥개새끼파 놈들을 초죽음으로 만들었단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안에 속임수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들처럼 마약을 취급하던 놈들이었으니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습격한다던가, 사무실에 불이 붙었으니 불을 지른 후 뒤에서 급습을 했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일 대 다수의 싸움은 그저 판타지다. 싸움은 누가 세를 더 늘리고, 더 강한 기세를 갖느냐지 누가 더 싸움을 잘하느냐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하창건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가로등이 꺼지고, 창건은 고삐리 놈이 무슨 수로 가로등을 깼냐 보다도 그 새끼가 도망가면 어떡하냐에 대해서만 걱정 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불식 시키듯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 비명소리가 자신의 멍청한 부하놈들의 비명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불 켤 생각 하지마! 눈을 적응 시켜 이 병신 새끼들아!”

창건은 이미 진작에 눈을 적응 시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행동이 워낙 기민하고 빨라 제대로 쫓기 어려웠고, 아까 뭔가 검은 옷을 입으면서 어둠속에 더 어두운 모습을 한 시우의 모습을 종종 놓치기 일수였다.

그런 반면에 검은 정장에 흰 티를 안에 받쳐 입은 건달들은 어둠 속에서도 그 모습이 훤히 보이는 지경이었다.

“시발! 주먹 내밀지 말고 몸으로 밀어 붙여!”

어차피 좁은 골목 공간을 주고 때리면서 싸우는 것보단 차라리 옴짝 달싹 못하게 한 뒤 잡는 것이 더 쉬워 보였다.

퍽! 퍽! 퍼퍼퍼퍼퍽!

한 사람의 주먹질이라곤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경쾌한 음성이 울릴 때마다 건달 하나가 쓰러지고, 자빠지며 피를 뿜었다.

가까이 있는 상대에게 주먹을 날릴 때면 완드가 손 안에 들어갈 만큼 작아져 경쾌하게 스트레이트를 날렸고, 멀리 있는 상대에게 뿌리듯 손을 휘두르면 금새 길어진 완드의 끝에서 십 여 발의 마나탄이 쏘아져 나갔다.

어둠 속에서 기민한 그림자가 움직일 때마다 건달들 서넛이 후드득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검은 그림자는 그 틈을 주지 않고 경추를 밟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싸움에 익숙한 놈이다!’

운동을 했건 특수부대를 나왔건 싸움과는 크게 연관 되는 것이 없다. 진짜 실제 싸움은 보호장구를 통해 전해지는 타격감이 아니라 실제 인간의 뼈와 살이 부딪치는 살육의 세계다.

싸움의 실력은 싸움으로만 늘고, 인간의 인체를 파괴하는 것은 그의 감각이 무뎌질때만 가능한 것이다.

고삐리 놈에겐 평범한 인간이 가져야 할 마지막 가드가 존재하지 않았다. 수 십 년은 칼잡이 생활을 한 것처럼 때리고 맞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심지어 건달 하나가 자신을 잡고 바닥에 쓰러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찔러 기이한 액체가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였다.

창건의 눈이 완전히 어둠에 적응되어 슬슬 나서려 할 때. 그는 부하들에게 소리를 지르려다 흠짓 놀랐다.

검은 옷의 고삐리는 멀쩡하게 서서 자신을 보고 있었고, 서른에 달하는 부하 놈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 그새?’

저 멀리서 비추는 빛의 잔영에 슬쩍 고삐리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얼굴에 피칠갑을 한 체 미친 사람처럼 입술을 기이한 길이까지 찢어 웃고 있었다.

“네가 마지막이야. 이리와.”

“시, 시발!”

창건은 품에서 날카롭게 벼려진 사시미 칼을 꺼내었다. 보기만 해도 흠짓 놀랄 법도 하건만 시우는 아이가 장난감을 든 것처럼 거침없이 다가왔다.

창건은 걸리는 건 모두 잘라 버리겠다는 듯 거침없이 휘둘렀다.

쉭 쉭 쉭

의도가 먹혔을 까, 창건의 거침없는 칼질에 시우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서는 듯 했다.

“존만한 새끼가···. 와봐! 와봐!”

다른 날이라면 바보 같은 짓이라며 면상에 그대로 마나탄을 날려 버렸을 시우였지만 오늘은 어딘가 분풀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시우는 거침없이 걸어 들어가며 사시미 칼을 덥썩 잡아 버렸다.

뿌드득.

“헉!”

사시미를 타고 뜨끈한 핏물이 창건의 손을 타고 내렸다. 하마터면 깜짝 놀라 칼을 놓칠 뻔 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시미에 두 손을 다 올려 그대로 시우를 찔러 들어갔다.

필사적인 창건의 힘에 시우의 손에 잡힌 사시미가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끼기기긱.

다크 스킨으로 보호 하고 있다지만 사시미 정도의 날카로움과 그의 손의 압력. 그리고 밀려 들어오는 창건의 힘을 모두 방어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의 손에선 핏물이 터지듯이 흘러넘치며 적막한 골목 안에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게 했다. 바로 그때, 칼을 잡고 있던 시우의 손에 슬슬 밀어나며 창건과 시우과 마주보게 되었다.

“병신, 도구를 쓰는 놈들은 이래서 안되는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복부 아래,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 하복부에서 엄청난 충격이 느껴지며 창건의 눈알이 뒤로 뒤집혔다.

“이, 이런 개새···.”

그나마 끝까지 한 손을 놓지 않던 창건이지만, 시우는 고환을 걷어 찬 후 그대로 사시미를 든 창건의 손을 옆구리와 팔 사이에 넣고 팔의 정상적인 각도 반대방향으로 꺾어 버렸다.

뿌드득.

“꺼어어억!”

어두운 밤 아래서 붉은 핏물과 허연 뼈다귀가 훤히 보였다.

“고마워, 덕분에 오늘은 좀 덜 심란해졌네. 그래도 살아선 못 돌아 갈 거야.”

고통에 몸부림 치던 창건이 눈물 콧물을 쏟으며 뒤로 물러 서려했다. 하지만 하복부와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온 몸을 지배하고 있는 고통은 그의 의지를 손쉽게 무시하고 있었다.

“자, 잠깐 잠깐 잠깐만!”

창건은 처절하게 뒤로 물러서며 그렇게 얘기했다.

“왜?”

“주, 중요한 전달 사항이 이, 있어요. 꼬, 꼭 보셔야 합니다.”

“뭔데?”

창건은 시우의 맘이 바뀌기 전에 얼른 주머니에 든 핸드폰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반대방향으로 꺽여진 팔을 가지고 핸드폰을 꺼내는 일은 요원하였다.

시우의 침묵이 점점 무겁게 느껴지자, 창건은 왼손으로 핸드폰을 꺼내어 총단에서 받았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개새끼들···.”

핸드폰의 밝은 빛이 시우의 얼굴을 비추자 웃음 짓고 있던 시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렇게 잠시, 창건은 자신이 살아 돌아갈 수 있겠다 안도 할 때쯤.

시우의 흉갑이 모래바람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손안에 든 완드도 주르륵 바닥에 흘러 내려 홍건하게 검은 물을 이루었다.

검은 물과 검은 모래는 기하급수적으로 양을 늘려 가기 시작했다.

어두운 골목길이지만 서울의 하늘은 어둡지 않았다. 적응되며 주변의 사물도 다 식별이 가능했지만, 이내 검은 물과 검은 모래가 일대를 가득 검게 물들였다.

창건은 자신의 시야에서 모든 것들이 어둠보다 더 어두운 무언가에 잠식 되는 것을 보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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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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