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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2화 (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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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건은 중학교 때 처음 싸워봤다.

물론 호건 자신은 맞서 싸웠다고 하지만, 그를 지켜보던 그의 급우들은 그것을 한낱 폭행에 굴복한 모습이었다고 표현했다.

호건은 그 길로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고했고, 그 지역에서 꽤나 힘 좀 쓰는 호건의 부모는 그 다음날 바로 호건과 ‘싸웠던’ 학생을 퇴학시켜 버렸다.

그날 호건이 눈을 뜬 건 보이지 않는 무형의 폭력이었다.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완벽히 지켜주고 있다는 안도감과 자신감이 그의 행동을 더욱 거침없이 만들었고, 권력을 갖게 하는 순수한 폭행에 눈을 뜨게 되었다.

호건은 그 다음부터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반복하다보면 요령이 붙는 법이고, 호건의 눈에 걸린 수많은 피해자들이 호건으로 인해 지옥을 맛봤다.

사회에 나와선 직접적인 폭력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잔인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신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에 철저하게 굴복했다.

대신 지혜 같은 약자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폭력을 휘두르면서 떨어지는 자존감을 잔뜩 채워 넣었다.

법과 직위와 돈. 이 세가지만 있으면 호건은 그 누구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쾅!!

무려 12년 만에 테이블에 머리가 박히며 호건은 자신의 철벽과도 같은 신념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깨달았다.

“크윽! 어떤 새끼가”

“야. 일어나봐.”

“너 이 쌍놈의···.”

쾅!

호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호건의 머리채를 잡아 챈 시우가 그의 면상을 그대로 테이블에 박아 넣었다. 유리로 만든 테이블은 신기하게도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김호건은 이미 두 코에서 줄줄 검붉은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

“다시 일어나봐라.”

“커억! 피···피···.”

“그 피 또 보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앉는 게 좋을 거야.”

시우는 지혜 옆에 앉으며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렸다. 그 사이 종업원 하나가 벌벌 떨며 다가왔다.

“아가씨 사장님 있어요?”

“네···네. 사장님 계시는 데요.”

종업원은 계산대 안에서 슬쩍슬쩍 이편을 보고 있는 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로 사장님께 30분만 카페 빌리겠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시우의 주머니에선 백 개로 묶인 만 원 권이 툭하고 떨어졌다.

종업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사장이 손짓을 하자 돈을 가지고 갔고, 사장은 곧 다른 손님들을 밖으로 내보내었다.

“잘난 양반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해볼까?”

정신이 먹먹한 와중에 호건의 머릿속에선 자신이 코뼈 골절로 전치 4주를 받고 형사 고소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누, 누구···냐?”

쾅!

호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우는 순식간에 호건의 머리채를 잡아채어 탁자에 다시 한 번 박아 넣었다.

“과연 당신 머리가 더 단단할지 탁자가 더 단단할지 해보자고.”

“크윽!”

거듭 되는 폭행에 호건의 머릿속이 점점 새하얗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미 이마에선 코피와 비슷한 색깔의 액체가 줄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참고로 얘기하지만, 아직 고등학생이야. 생일이 안 지나서 주민등록증도 안 나왔어. 그게 뭘 뜻하는 지는 법대졸업생인 당신이 더 잘 알겠지?”

“커흑! 컥!”

호건은 이야기를 듣는 건지 피를 보는 건지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시우는 지혜가 마시던 커피 잔을 잡아채어 호건에 얼굴에 뿌렸다.

“크허허억!”

호건은 두 눈을 번쩍 뜨곤 이 당황스런 상황에 멍해진 것처럼 입을 허 벌리고 있었다.

“자. 당신의 그 대단한 회장님께서 제시하신 합의금이 얼마지?”

“······.”

“흠.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시우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호건의 머리채를 잡았고, 종업원도 사장도 지혜도 커다란 충격음에 고개를 돌렸다.

“사, 사, 삼억! 삼억! 삼억이···다.”

쾅!

호건이 묻는 말에 대답했지만, 시우는 그대로 탁자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이미 호건의 얼굴은 피범벅에 커피자국이 묻어 엉망진창이었다.

“왜, 왜···?”

“존댓말을 써야지 처음 보는 사이엔.”

“자. 정신 차리고 고개 들어봐.”

호건은 아픔 속에서도 맞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니네 회장한테 연결해.”

“······그, 그건.”

“아직 덜 맞았나? 본격적으로 한 따까리 해볼까? 왜? 경찰이 올 때까지 버텨볼래? 난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너 같은 인간 말 종에 공부만 해서 세상을 모르는 놈은 매로서 감화를 시켜야 한다고 믿으니까 말이야.”

“자, 잠깐 잠깐. 그, 그게 쉬운 일이 아니야.”

“엇? 또 반말?”

“아, 아닙니다.”

호건은 비참하고 비겁한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5분 안에 연락해. 아! 내가 쉽게 연결할 수 있는 키를 줄게. ‘혈견파’라고 말해봐.”

호건은 시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기를 들었고, 시우는 아무 일 없는 듯 싱글거리며 지혜의 눈가에 묻은 눈물을 닦아 주며 종업원에게 시원한 음료수까지 부탁했다.

종업원이 대충 만든 키위 쉐이크를 가져다 줄 무렵 호건이 조심스레 전화기를 내밀었다.

“여, 연결 됐습니다.”

“어! 여보세요? 회장님 우리 전화상으론 처음 통화 합니다?”

능글맞은 시우의 목소리가 좀 전의 상황을 잊게 만들었다.

-······

“보내주신 선물은 잘 받았어요. 내 나름대로 답장을 보냈다 생각하는 데. 마음에 드시나?”

-네놈. 정체가 뭐냐?

“그거야. 회장님이 더 잘 아시겠지. 그러려고 사람들한테 돈 뿌려가면서 이놈 저놈이 계속 날 찝쩝되게 한 거 아니요?”

-네놈이 무사할 것 같나?

“하하. 그런 회장님은 무사할 것 같아?”

능글맞은 목소리와는 반대로 시우의 눈동자는 북풍한설이 내린 것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너 이 새끼?!

“댁의 금지옥엽 개자식 서울강서병원 7층 VIP실에 누워있지? 최근에 정신 차려서 간신히 죽도 먹고 그런다면서?”

-네, 네놈이 어떻게 그걸?!

“이봐. 정보는 당신만 가지고 있는 게 아냐. 사람 부리는 것도 당신만 하는 게 아니고. 당신 아들은 물론이고 당신이 마누라, 몰래 만든 분당의 첩실도 잘 알고 있지. 그것만일까? 일가친척에 친구들까지. 당신이 내 목숨을 노린 순간부터 이미 다 파악하고 있었단 말이지.”

-너, 너 이 새끼!

“그렇다고 그걸로 뭘 하겠다는 건 아냐. 당신도 알잖아? 높은 권력과 많은 재력을 가진 새끼들은 꼭 표적의 가족 친구 연인 뭐 그런 것들을 노리고 그러지. 만약 당신이 내 주변 사람들을 건드린다면 나도 똑같이 하겠다는 의사표시일 뿐이지 그 외엔 다른 의도는 없어.”

-······.

“잘 들어. 한번만 말할게. 고삐리밖에 안 된 놈이 이런 말하면 아니꼽겠지만, 잘 새겨들으라고, 나한테 자꾸 사람 보내면, 보내는 족족 다 지옥에 처박아 버릴 거야.

그러니까 화가 풀릴 때까지 계속 보내도 돼. 뭐, 좀 열 받으면 당신 발모가지나 손모가지 하나 정도 가져갈께? 근데. 내 주변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네놈 가족, 친척, 친구, 가족의 친구, 친척의 지인, 친구의 가족까지 다 씨를 발라 버릴 거야.

고통스럽게 죽이고, 멀쩡한 시체는 하나도 안 남길 생각이야. 알아들어? 그 놈들 눈앞에서 손가락을 씹어 먹으면서 ‘이건 다 삼진그룹 김회장 때문이야.’ 라고 말 할 거야. 이 세상에 너랑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너를 욕하며 죽어가게끔 하고 최종적으로 너만 남겨둘 생각이야. 네놈의 모든 것을 다 빼앗아 버린 후에 말이지.”

-···그런 게 가능할 것 같으냐?

“당신 머리가 잘 안도는 편인 거 같은 데 잘 생각해 보라구. 대한민국 평범한 고등학생이 어떻게 혼자 혈견파 같은 조직 폭력배들을 간단하게 요리했는지.”

-······쉽지 않을 거다. 놈!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나 보군. 그건 당신이 차근차근 알아 가면 되겠지. 아참 합의 하고 싶다고 했지? 0 하나 더 붙여서 30억 넣어. 어차피 네놈에게 돈이라면 썩어 넘칠 정도로 많겠지? 10분 안에 넣어. 합의서에 사인해서 보내도록 하지.”

시우는 대답을 듣지 않고 전화기를 끈 채 호건에게 넘겼다.

호건은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삼진그룹의 회장님이 다이렉트로 연결 된 것도 놀라운 마당에 간담이 서늘 해질 만큼 협박을 하고 무례라는 말이 예의 바르게 느껴질만큼 불량스런 말투로 경고까지 날렸다.

분명 삼진그룹의 회장이라면 호건이 생각하는 무형의 폭력 그 최정점에 서 있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아니 유형의 폭력 또한 가능하리라. 그들의 힘이 이 대한민국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 눈앞의 고삐리는 그런 그들의 힘을 비웃듯이 통렬하고 신랄하게 행동했다. 호건은 본능적으로 고소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합의서 가지고 있지?”

“네···네.”

호건은 멍청한 얼굴로 조심스레 합의서를 내밀었다.

“사인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 바로 당신의 무례에 관한 거야.”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호건은 이미 시우의 기세에 압도 되어 버린 후였다.

“나한테 사과할 건 아니지. 여기 이 숙녀 분께 사과를 해야지.”

“죄송합니다. 지혜양. 제가 큰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학교에서도 잘 이야기 해 줄거 지? 동문회나 뭐 그런데 말이야. 니넨 그런 거에 되게 민감하잖아.”

“무, 물론입니다. 지혜양은 평소 예의바로고 똑똑한 아이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래. 그래야 할 거야. 만약 지혜가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너를 찾아갈 생각이거든.”

호건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저,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주변에 입술이 마르도록 칭찬과 추천이 넘치게 하겠습니다.”

“자. 합의서.”

시우가 손을 내밀고 호건은 자신도 모르게 양손으로 공손히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호건이 나가고, 지혜는 말이 없다. 시우는 슬며시 지혜의 반대편에 앉았다.

종업원이 슬쩍 와서 테이블을 치우고 갔다. 핏자국은 제대로 닦이지 않아 테이블에 실수로 붓칠을 해 놓은 것처럼 번져 있었다.

“······.”

지혜는 똑바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아직 두근거리는 심장을 잠재시키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카페에 들어와 호건의 머리를 박살내고, 일을 해결하고, 경고까지 하는 모습은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강한사람. 무엇 때문에 강한지는 알 수 없었다. 권력이나 힘 그런 헛 껍데기에 의한 불편한 갑옷 같은 강함이 아니었다.

순수한 강함. 폭력적이고, 교활하고, 잔인하기까지한 강함. 그 강함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결코 자신에게 향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세상의 가시와 독들을 막아내는 강함. 상식을 초월하고 이성을 무시하는 순수한 힘.

“이게 나야. 마음대로 합의해서 미안해.”

“왜, 왜 내 의견은···.”

시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음료수를 쭉 들이켰다.

“며칠 전 나를 노리는 조직폭력단 하나를 완전히 박살내고, 사무실에 불까지 질렀어. 사건을 해결하면서 여대생하나를 구했고, 인간 같지 않은 녀석들이라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어.”

“······.”

시우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하나도 믿기지 않았다.

“합의를 안 하면, 너한테 어떤 피해가 갈지 몰라서 내 마음대로 합의한 거야. 법적으론 네가 원하는 적법한 처벌···.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해. 대신에 네가 원한다면 어떤 복수든 대신 해 줄게.”

“···정말로, 그렇게 했어?”

지혜는 믿기지 않는 다는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응. 난 그런 놈이야.”

시우의 표정은 어쩐지 체념한 듯 담담한 듯 보였다.

지혜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시우는 티슈를 집어 지혜에게 건넸다.

지우가 티슈를 건네자 지혜는 흠짓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슬쩍 뒤로 물러섰다.

시우는 그런 모습을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 난 용서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똑같이 하겠지. 난······ 괴물이야.”

시우는 어쩐지 실수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자신의 이(異)능력은 섣불리 보여선 안 되는 법. 하지만, 다시 돌아온 세계에서 다시 시작한 인생이지만, 딱딱하게 죽어갔던 마음이 다시금 살아나게 만든 여인이었다.

한평생을 살면서 부질없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했건만, 그것을 망각하게 만든 여자였다. 만약 떠나갈 거라면 모든 진실 속에서 떠나보내고 싶었다. 거짓의 파편 따위는 남기고 싶지 않았다.

“다 잊고 지내. 미안하다.”

시우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카페를 나가버렸다.

지혜는 떠나가는 시우를 붙잡지 못하고, 그 자리에 앉아 뚝뚝 눈물만을 흘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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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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