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다크위저드-7화 (7/200)

< 7 >

햇볕을 잠시 피하려는 듯 평범한 샐러리맨 복장의 사내가 나무 어귀에 앉아 품안에서 핸드폰을 꺼내었다.

“회장님. 네. 접니다.”

샐러리맨은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눈동자만을 천천히 돌려 한 식당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엔 아직 앳대 보이는 남학생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여학생이 조담조담 웃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 맞는 것 같습니다. 네. 조사결과 그녀는 달리 만나고 다니는 인간관계가 적었습니다. 오늘도 일주일 만에 처음 만나는 사람입니다.”

샐러리맨은 슬쩍 고개를 좌우로 꺾어가며 몸을 풀었다.

“네. 바로 데려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샐러리맨은 다시금 슬쩍 카페를 보았다. 두 사람은 이제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남학생이 먼저 걷고 여 학생은 그 옆에 붙어 금방이라도 팔짱을 끼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죽기 전에 먹는 최후의 만찬이 가장 맛있는 법이지.”

샐러리맨은 그렇게 말하곤 거대한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떡볶이, 순대, 튀김, 팥빙수, 아이스크림, 과일주스.

하루 종일 신촌일대를 돌며 데이트를 즐긴 시우와 지혜가 먹은 것들이었다.

지혜는 뭐가 그리 좋은 지. 계속 음식들을 사며 시우에게 끊임없이 먹이고 또 먹였다.

자못 너무 달달한 음료에 진저리를 치며 시우가 먹지 않으려는 시늉을 취하기라도 하면 지혜는 금세 침울한 표정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뭐지? 덩치 스타일인가?’

시우는 그저 주는 대로 받고 또 받으며 계속 음식을 섭취했다. 덕분에 요즘 탄탄하게 변해가던 그의 배가 약간 뽀양하게 나올 정도였다. 반면 지혜는 시우가 먹는 만큼 먹었음에도 그 잘록한 허리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하루 종일 먹고 즐기고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어느새 밤이 깊어져 왔다는 것도 몰랐다.

“이제 슬슬 돌아가자.”

“응? 벌써?”

“하하 벌써라니. 지금 9시야.”

“정말?”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에 만나 많이 즐기지도 못했건만 벌써 8시간이나 지났다는 말에 지혜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

“그래. 이제 그만 돌아가야지.”

“그, 그렇지.”

지혜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펴지 못했다.

얼마 만에 이렇게 마음 편하게 놀아봤던지. 아니 이렇게 신나게 즐겁게 하루를 보냈던 적이 없었다.

그동안 그녀의 삶은 치열함의 연속이었고, 가느다란 생존의 실위에서 조심스레 절벽을 건너는 광대였다.

어린 시절은 그저 불행할 뿐이었고, 세상을 알 때쯤엔 세상은 온통 두려운 것들로 가득했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선 그녀에게 공부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남자친구도 친구도, 노는 것도 즐기는 것도 모른 채 그저 공부, 공부만을 스스로에게 강요해오지 않았던가.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너무 아쉬워 하지마. 또 보면 되지.”

“또?”

“방학은 아직 2주나 남았고, 주말에는 항상 시간이 있으니까.”

말을 하며 시우는 따듯한 미소를 담아 그녀의 머리를 살짝 흐트러트렸다.

“또 볼 수 있으니까 걱정 하지마.”

“응. 고마워.”

지혜는 슬쩍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쩝.’

시우는 어쩐지 그녀의 지난 생활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다른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저 슬쩍 팔을 벌렸고, 지혜는 자연스레 그의 품에 안겨 눈물을 감추었다.

버스가 오고, 지혜는 몇 번이나 돌아보다 겨우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가 한참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준 시우는 몸을 돌려 눈빛을 바꿨다.

‘쥐새끼 같은 놈들.’

시우는 천천히 차로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검은 펜 하나를 꺼내어 천천히 도식을 그려 나갔다.

다크스킨

스트롱 업

스위프트 임펄스

널브 엑셀러레이션

프렌지

고작 2서클 보조 마법에 불과했지만, 다크스킨부터 프렌지까지 스스로에게 마법을 씌운 시우는 두 눈동자는 시뻘건 광기를 내뿜었다.

시우가 처음 눈치를 첸 건 카페에 들어서기 전. 신촌 한가운데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지혜를 보는 눈들 중에 수상한 이를 발견했었다. 애들 장난처럼 허접하긴 했지만 보고 있지 않은 듯 보고 있는 그 눈빛은 필시 이계에서 보았던 추적자들과 어쌔신들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자신이 지혜와 만났을 때 사라졌다가 다시금 나타났다. 오늘 시우가 지혜와 돌아다니며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하는 노래방까지 들어갔다 나온 것은 과연 단순한 관찰일지 아니면 일을 실행하기 위함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과연 녀석들은 밤 늦은 시간까지 두 사람을 따라다녔고, 시우는 안전을 위해 지혜를 먼저 집으로 보냈던 것이다.

아마 얼마 전 곤죽을 내 놓았던 양아치들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우이었다.

으드득.

프렌지를 건 탓인지. 분노가 가슴을 들끓게 만들고 절로 이를 갈게 만들었다.

천천히 걷는 시우의 근육은 이미 팽팽하게 당겨져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수 있었고, 신경전달속도는 평소의 2배로 뛰어 올라 있었다. 아마 마법을 풀고 나면 한동안 근육통에 시달리겠지만, 현재로선 프렌지로 인한 아드레날린의 상승분비로 몸에선 후끈 열기가 피어 오를 정도였다.

드르륵.

그때 마주 달려 오던 승합차 한 대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시우는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걸었고, 완전히 멈춘 차에서 문이 열리면 두 명의 건장한 사내가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득달같이 튀어 나왔다.

퍽! 픽!

“컥!”

이미 예상하고 있던 시우는 그들의 예상을 산산히 부수고 갑자기 그들에게 뛰어 들어 팔꿈치로 목 울대를 때려 넣고, 곧장 손가락으로 다른 한명의 눈알을 쑤셔 넣었다.

눈은 인간의 가장 여린 급소중의 급소 생전 느껴 보지 못한 이질감과 고통과 동시에 눈을 찔린 건달은 눈에서 핏물을 내 뿜으며 소리를 질렀다.

“크아아악!”

시우는 그대로 목울대를 잡고 넘어가려는 건달의 머리채를 붙잡아 무릎으로 안면을 가격했다. 승합차 쪽으로 넘어지며 비명을 지르자 승합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깜짝 놀라며 밖으로 나왔다.

“이 개새끼가!”

어느새 득달같이 튀어 나온 새로운 두 명의 사내 또한 이미 바닥에 널브러져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달들처럼 머리는 짧고 몸은 건장했다. 하지만 시우는 그들에게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어 급소만을 내찔렀다.

콱!

섬전같이 내지른 주먹이 새로이 출연한 건달의 목울대를 때렸지만, 건달은 이를 악물고 참아 내었고, 옆에 있던 건달이 시우의 옆구리를 부서져라 내리 찍었다.

“이 애송이 새끼가!”

“야이 개새끼야! 너 우리가 누군 줄 알아?”

바닥에 한 바퀴 구른 시우가 얼굴의 흙을 털어 내며 비릿하게 웃었다.

“누구긴 누구야 좆만한 인신매매단 새끼들이겠지.”

시우의 격장지계에 건달들은 입에 개 거품을 물고 시우에게 달려들었다. 시우는 한손으론 가드를 올림과 동시에 뒤로 스텝을 밟으며 빠졌고, 그러면서도 건달들의 얼굴에 타격치를 남겨 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런 시발새끼가!”

“야 당장 안 일어나?!”

시간이 지날수록 건달들은 초조해져갔다. 일 같지도 않은 일을 직접 나서게 된 것도 불만이건만 빠르게 잡아 가야 하는 납치가 점점 시간이 길어지며, 인적이 드믄 곳에 하나 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다간 경찰이 나타나는 것도 금방이었다.

초조해 하는 건달을 보며 시우가 일갈 하며 달려 들었다.

“싸울 때 생각이 길면 죽는 거야 새끼야!!”

그가 수많은 전장을 돌며 익힌 경험 중 하나였다.

마도사이자 사령관이었던 그는 그 광폭함을 마구 뿜으며 언제나 전장의 가장 선두에 섰다. 그와 함께 하는 흑기사단, 흑열사단, 흑색비행단, 흑궁단들도 언제나 시우의 방식대로 과감하고 거침 없는 전투로 상대를 압도 했다.

시우는 전장의 가장 중요한 룰을 완벽한 준비와 과감한 행동. 단 두 가지로 함축 해 놓았다. 그리고 그 룰은 현 세계로 돌아온 뒤에도 똑같았다.

뒤에 자빠진 동료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치던 건달이 귓전에서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크아악!”

그리고 그 순간 위빙으로 주먹을 피한 시우가 볼록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말아 쥔 주먹으로 건달의 한 쪽 눈을 찔러 넣은 건 순식간이었다.

건달은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것과 동시에 남은 한 눈으로 먼저 시우를 잡으려 했던 동료를 보았다. 그 동료는 이미 바닥에 널브러져 개 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었다.

건달이 눈을 부여잡고 다시 일어나려는 순간 시우는 어느새 손에 쥔 검은 돌멩이를 내려찍고 있었다.

“아, 안 돼!”

"안돼긴 뭐가 안돼!"

콱!

아연한 건달의 비명과는 상관없이 기이한 소리와 함께 딱딱한 돌맹이가 관자놀이에 박힌 후 건달은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고 건달들도 보이기 힘든 잔인한 시우의 손속에 남은 건달들은 걸음을 주춤 거리기 시작했다.

시우는 그들이 이미 기세에서 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귀신같이 감지하고 과감하게 남은 건달들에게 달려 들었다.

시우와 가까이 있던 건달 하나가 두려움에 주먹을 내지르자 시우는 몸을 숙여 그의 복부에 어깨를 대었고, 그대로 몸을 일으키며 100kg의 중량에 달할 것 같은 건달의 발을 바닥에서 떼었다가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았다.

딱딱한 아스팔트는 낙법으로 착지해도 큰 부상을 동반한다. 하물며 자세조차 잡지 못했던 건달은 턱턱 막히는 숨을 내쉬기 위해 어떻게든 폐를 움직여 보려 했다.

하지만 시우는 그런 건달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가 두 번 정도 숨을 몰아 셨을 때 이미 그의 발이 건달의 얼굴을 강하게 짓밟았기 때문이었다.

쿵쿵!

끔찍한 울림이 다른 건달의 발로 전달됐다.

숨을 몰아쉬던 건달은 이미 기절했는지 꼼짝도 않고 있었다.

“이, 이 시발 오지마!”

남은 건달은 품속에서 번뜩이는 긴 사시미를 꺼내며 좌우로 휘둘렀다.

“건달이 오지말라니. 가오 상하게 그런 소리 해도 되는 거야?”

“이, 개새끼! 무슨 개수작인지 모르겠지만,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건달은 위협을 하듯 스텝을 밟으며 한발짝 나와 칼을 휘두르고 다시 뒤로 돌아갔다.

시우는 그런 건달을 보면서 아까 안된다고 외치던 건달 옆으로 천천히 걸었다.

“글세 그 걱정은 니들이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내가 오늘 니들 본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 생각이거든.”

시우가 움직일 때마다 건달이 움찔 거렸다. 이윽고 그가 거뭍한 피가 묻은 돌을 집어 들자 두 눈이 커다랗게 커졌다.

“그러니까 잔말 말고 여기서 기절해 있는게 좋을 거야. 오늘 니네 조직은 싹 씨가 말라 버릴 거니까.”

시우가 돌을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가자 건달은 죽을힘을 다해 사시미를 휘둘렀다.

사시미를 끝까지 보던 시우는 가까스로 칼을 피한 후 그대로 돌을 건달의 면상에 박아 넣었다.

콰드득.

쨍그랑.

사시미가 바닥에 떨어지고 얼굴에 돌이 박힌 건달이 그대로 넘어갔다.

한편 승합차 안에서 시동을 걸고 대기하던 건달은 뭔가 일이 틀어졌다 생각했는지. 승합차는 문을 열어 놓은 채 다시금 도로를 타고 가버렸다.

“멍청한 새끼. 기다려라 곧 모가지를 꺾으러 가주마.”

시우는 이를 갈며 건달들의 품속을 뒤져 지갑을 모두 챙겼다. 동시에 왼쪽 다리와 오른팔을 깨끗하게 부러뜨려 놓는 것을 잊지 않고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 쯤 그 장소에서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 7 > 끝

ⓒ 진(JIN)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