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
‘고삐리?’
아무리 자신들의 아버지들의 배경이 대단하다하더라도 이런 현장을 그대로 걸리면 귀찮아 지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종철과 친구들은 고개를 돌려보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체형이나 얼굴 등을 보았을 때. 아직 고등학생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순진한 소년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뭘 안심하고 그러냐?”
찰칵!
찰칵!
찰칵!
순식간에 4-5방의 사진을 찍은 소년은 액정이 깨진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나참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새벽에 윤간은 좀 아니지 않냐?”
핸드폰을 잘 가무리한 소년은 한손에 들고 있던 펜을 휘리릭 손안에서 돌렸다. 다름 아닌 이제 막 1서클을 완성하고 집으로 가다 검은 마나가 급작스럽게 생겨나고 있는 것을 알고 그 곳에 온 시우였다.
“이런 시팔새끼가 저리 안꺼져!”
“야이 미친새끼야 저 새끼 사진 찍었어. 저 새끼부터 조져야지!”
“이런 좆만한 새끼가 완전 미쳐가지고 반말을 찍찍 내뱉고 말이야.”
근택은 지혜의 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때고 전력으로 시우에게 달려갔다. 혹시라도 이 고삐리가 도망쳐서 사건 현장이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손쓸 일이 많아졌다.
“짐승한테 존댓말을 쓰는 건 어느 당나라 문화냐!”
시우는 펜을 쥐었던 손을 뒤로 감춘 후 근택을 향해 달렸다. 그리곤 근택의 주먹이 단숨에 시우의 얼굴에 내리 찍히려는 순간.
빡!
등 뒤로 숨었던 손엔 검은색의 단단한 목검이 근택의 머리를 전력을 다해 내리쳤던 것이다.
시우는 근택의 대각선 방향으로 몸을 피하고 근택의 뒤에서 그의 머리를 다시 한 번 내리쳤다.
빡!
근택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그 모습에 눈이 뒤집힌 종철과 친구들이 동시에 시우를 덮쳤다.
시우는 앞으로 나아가던 방향을 틀어 뒤로 달리다가 제일 처음 달려온 녀석의 얼굴을 향해 돌아서며 전력으로 목검을 휘둘렀다.
시우의 근육에선 근육이 바짝 당겨지는 뚜둑 소리가 들리며 목검은 무거운 속도로 내려쳐졌다.
과거 이세계에서 쓰던 카이론가의 비전 검술 드레이자 크레쉬 였다.
퍽!
“아악!”
달려오던 녀석은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방어했지만 전력으로 친 힘에 검술 비전의 힘이었다. 이미 팔은 너무나도 쉽게 부서지고, 근육을 파열하여 달려온 이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었다.
“끄아아악!”
시우는 쉬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은 녀석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퍽!
이번에도 주저앉았던 녀석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시우는 그대로 돌진하며 오른쪽 인영의 얼굴을 향해 전력으로 목검을 휘둘렀고, 그 인영이 가까스로 피하며 몸통 박치기로 시우를 벽으로 밀어냈다.
그 사이 쓰레기봉투를 집은 또 다른 녀석이 시우의 머리를 내리쳤고, 갖은 쓰레기가 시우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시우는 자신을 벽면으로 밀어 내고 있는 녀석의 등을 팔꿈치로 내려찍음과 동시에 얼굴을 향해 무릎을 올려 찼다.
퍽!
운 좋게 얼굴에 맞았는 지 녀석은 코피를 쏟으며 고개를 쳐들었다. 그 순간 시우는 다시금 목검을 휘둘러 녀석의 관자놀이를 부술 듯 휘둘렀다.
빡!
두 눈을 뒤집어 까며 혼절한 녀석을 뒤로 쓰레기봉투를 내던졌던 녀석에게 다가가 상단을 내려찍었다.
녀석은 무모하게도 한 팔로 머리를 막으며 뒤로 넘어갔고, 시우는 그대로 녀석의 팔을 부러뜨렸다.
뻑! 우득!
그리고 주체하지 않고 녀석의 얼굴을 발로 뭉갰다.
“피, 피해요!”
그 순간 지혜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지만 이미 일을 벌어지고 말았다.
뻑!
종철은 어디서 주었는지 쇠파이프로 시우의 얼굴로 휘둘렀다.
‘늦었다!’
지혜의 목소리에 재빨리 돌아서 쇠파이프를 확인했지만 이미 늦었다. 다행이 정통으로 관자놀이를 맞지 않았지만 거친 쇠파이프가 기이한 소리를 내며, 시우의 이마에 깊은 상처를 내었다.
“큭!”
털썩. 시우의 한쪽 다리가 구부러졌고 종철은 그대로 다시금 파이프를 내리치려 했다.
시우는 자신의 이마로부터 흐르는 피를 확인하기도 전에 목검을 역도로 잡고 한쪽 발을 피며 그대로 종철의 얼굴을 찔러버렸다.
뻑!
눈을 살짝 빗나간 목검이 종철의 광대를 부수고 피부를 찢었다.
“크아악!”
종철이 파이프를 놓치고 얼굴을 부여잡는 순간 시우는 일어나 종철의 얼굴을 다시금 목도로 가격했다.
“커허헉!”
종철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하나 둘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질 때부터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엄청난 두려움이 갑자기 온몸을 엄습해 꼼짝 못하게 했다.
마침 눈에 보였던 파이프로 녀석을 내리 찍었지만 녀석은 마치 괴물인 것 마냥 자신의 얼굴을 찢고 부쉈다.
“커헉! 커헉! 너, 너, 내가 누, 누군지···. 끄아악!”
종철이 뒤로 물러서며 외치는 동안 시우의 목검이 종철의 오른쪽 다리를 부러뜨려 버렸다.
“퉤. 네가 누군지 알아야 되냐? 이 개 새꺄?”
이마가 깨진 채 그 흐르는 핏망울이 눈에 들어갔는지 눈을 번들거리며 이죽거리는 시우를 보며 종철을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사, 살려줘. 살려줘. 제발. 뭐, 뭐든 다 줄게. 나, 도, 돈 있어. 돈 더, 더 필요하면 얼마든지.”
“쯧쯧 짐승은 끝까지 이라도 갈지. 죽어라 새끼야.”
시우는 그대로 일어나 종철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아, 안돼요!”
지혜의 비명소리에 시우의 목도가 정확히 종철의 머리끝에 멈춰 섰다. 종철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멍한 표정이었다. 그의 바지에는 진한 물자국이 서서히 번져갔다.
“왜요? 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을 용서해줄 맘이라도 있는 거예요?”
“그, 그건 아녜요.”
“그럼? 난 솔직히 상관없어요. 근데 이 근방에 사는 그쪽은 또 어디선가 이놈들을 보게 될껀데. 괜찮아요?”
“법으로 해결할 거예요. 경찰서에 끌고 가서 법의 단죄를 받게 하겠어요.”
지혜의 말에 시우는 빙긋 웃었다.
“그래요. 그렇게 하세요. 단······ 나는 끌어들이면 안돼요.”
시우는 곧장 녀석들의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모두 꺼내었다.
그리곤 하나하나 학생증들을 자신의 핸드폰 사진으로 찍었고, 그 학생증을 모아 지혜에게 주었다. 그리고 지갑에 있던 돈들을 모두 꺼내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전 이만···흐음.”
몸을 돌리려던 시우는 지혜의 몸을 쓰윽 둘러보곤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바지와 팬티는 벗기기 전에 자신이 나타나서 온전했지만, 남방과 브라는 완전히 찢어져서 도저히 제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지혜의 가슴이 워낙 크고 탱탱한 탓에 찢어진 옷들 사이로 봉긋하게 솟아 있었다. 지혜는 자신의 가슴이 나와 있는 지도 모르고 멍하니 시우를 바라보았다.
한손엔 목검을 들고 머리에서 흐르는 피는 아프지도 않은지 붉게 물든 눈과 피가 흐르는 입으로 씨익 웃고 있었다.
“자요.”
시우는 자신이 입고 있던 져지를 지혜에게 주었다. 그리곤 주체 없이 돌아섰다.
“저기요! 잠깐만요!”
“?”
“머리···괜찮으세요?”
“이거요? 괜찮아요.”
시우는 손을 털며 괜찮다고 말했다.
“제가 나중에 치료비라도 드릴 수 있게 연락처 좀 주세요.”
“괜찮습니다. 치료비는 이미 이놈들 지갑에서 꺼냈어요.”
“그래도, 제가 나중에 보답이라도 할 수 있게···.”
지혜는 다시금 울 것 같은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제길.’
사실 시우는 지혜 같은 미녀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따는 것보다 그로인해 혹시나 모를 나중에 생겨날 귀찮은 일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저랑 하나만 약속하세요.”
“뭐, 뭔데요?”
지혜의 얼굴이 환해졌다.
‘참 자기 표정 관리 못하는 누님이네.’
시우는 실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절대 저를 경찰서나 그와 관련된 곳에 연관되지 않겠다고요.”
“알겠어요.”
시우가 있다면 일이 쉽게 풀리겠지만 없다고 해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자신이 당한 상처와 정황증거들만으로도 쉽게 고소 할 수 있었다.
시우는 그렇게 확답을 들은 후에야 지혜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찍고 자신의 핸드폰이 울리는 것까지 보여주면서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최시우입니다.”
지혜는 시우의 이름을 몇 번이나 곱씹으면서 핸드폰에 저장했다. 그 사이 시우는 모든 상황을 보고 있는 종철에게 다가가 목검으로 종철의 국부를 지그시 눌렀다.
“너한테도 얘기할게. 만약에 날 경찰서에 끌어들이거나 그 외에 귀찮게 하면 정말로 팔·다리 못 쓰는 불구로 만들어 버릴 거다. 알겠냐?”
“으윽! 네, 네. 아, 알겠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은 잊어라.”
그렇게 말하며 시우는 종철의 머리를 내리쳐 완전히 기절시켜버렸다.
“가죠. 경찰서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시우의 말에 지혜는 엉거주춤 일어났다. 워낙에 절박하게 저항한 탓에 온몸이 욱씬거리고 아팠다. 시우는 지혜의 것으로 보이는 파일철과 가방을 챙겨 지혜에게 주었다.
“그 옷 입으라고 준건데.”
시우는 아직도 덜렁 나와있는 가슴을 보며 말했고, 지혜는 황급히 몸을 돌려 시우의 져지를 입었다. 지혜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어스름했던 해가 완전히 뜨기 시작하고 지혜가 들이닥친 파출소는 난리가 났지만 시우는 평화롭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목검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사이 볼펜으로 돌아와 있었다.
‘역시 과거에 익혔던 무술들은 전혀 사용하질 못하는 구나.’
대마도사까지 오르며 익혔던 수많은 실전 무술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선 모든 동작들이 연결 지어 나열되어있었지만 아직 몸은 하나도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체시력등과 순발력 등은 완전히 없는 것과 같아서 알면서도 피하질 못했다.
본래 마법사들은 신체의 약점 등에 의해 격한 운동을 못하는 존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근원의 마나에 대한 신체의 발현 등을 보면 정화되지 않은 마나는 신체를 자연과 비슷하게 바꾸지만 서클로 정화된 마나는 에너지였다. 그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신체는 당연히 튼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세계의 대부분의 마법사들 또한 체력적으로 약하디 약한 존재였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고질화된 연구병과 만성귀찮음에 의한 신체능력감소에 의한 것이었다.
간단하게 물을 마시는 것 조차도 마법을 이용하여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마법사들이 신체 능력이 올라갈 일은 천년이 지나도 없었다.
‘하지만 난 달랐지.’
시우는 마법을 익힐수록 신체가 강하게 변해가는 것을 느끼며 신체달련과 무술 수련 등을 빼먹지 않았다. 결국 여러 가지의 이점들이 모이고 모여 시우를 대마도사의 길로 들어서게 했던 것이다.
욱씬욱씬
머리를 좀 쓴 탓인가. 머리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길. 더럽게 아프네.”
시우는 아공간을 열어 포션 하나를 꺼내 상처에 붇고 주문을 외우며 볼펜을 이마에 대었다. 볼펜에선 회색의 빛이 일렁거리며 시우의 상처를 감쌓다.
“크윽!”
아직 큐어나 힐링 같은 회복 마법 등은 언감 생신 꿈도 꿀 수 없어 고통을 참아가며 봉합마법을 실행했다.
마나가 매개체가 되어 괴사한 두 곳의 살을 잘라내고 새로 드러난 상처를 연결하였지만 상처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많이 쓰이는 마법이지만 순수하게 찢어지고 하나로 합쳐지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군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마법이었다.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현대식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시우는 머릿속으로 어떤 무술이 좋을지 생각하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검도? 복싱? 흠. 유도는 좀 그렇고 복싱이 낫겠다.’
앞으로의 방향을 정한 시우는 오늘의 싸움을 복기하듯 되짚어 보았다. 앞서 생각했던 대로 훈련되지 않은 몸은 머릿속에 그리는 싸움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만약 1서클을 개방하지 못했다면 쓰러지는 건 자신이었을 수도 있었다.
더불어 검은 마나의 특성 아닌 특성덕분에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무시할 순 없었다. 검은 마나의 특성은 광기와 흉폭함.
과도한 광기가 아픔을 감소시키고 몸을 민첩하게 만든다. 온 몸에 퍼진 검은 마나는 마법을 발현하지 않는 순간에도 사용자의 심력과 반응하여 온 몸을 컨트롤 한다.
그리고 그 흉폭함. 이계에서도 다크 계열의 사용자들이 배척받았던 이유가 그 잔인한 흉폭함 때문이었다. 싸움을 갈구하는 본능. 상대를 봐주지 않는 잔인함. 검은 마나의 그 중독성이 심력의 대부분을 차지할 때마다 대륙엔 검은 마나 유저들에 의한 크고 작은 파란들이 일어났었다.
더불어 시우 자신도 마법을 시작할 때 검은 마나가 아니었다. 접신의 경지라 불리 우는 7서클을 이룬 뒤 마나의 특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모든 마나를 아우를 수 있었던 것.
앞으로도 검은 마나의 흉폭함과 광기는 어느 정도 조절을 해야 할 큰 과제였다.
“기념비적인 싸움도 있었겠다.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쾅!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마호가니로 만들어진 고급스런 사무용 책상이 부르르 떨리며 쩌렁한 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매웠다.
서울의 한복판. 한국의 맨하탄 거리라 불리는 이곳 중심가의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건물의 최상층 사무실에선 대한민국 기업계에 손에 꼽히는 커다란 인물이 부르르 손을 떨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범인을 알아보려 했지만, 피해자 측에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말 뿐이어서······.”
“감히··· 감히··· 내 아들을···.”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삼진그룹.
그 삼진그룹의 최고 권력이 머무는 최 심처.
그리고 그곳의 주인 김세중은 그 거대한 노기를 한 점의 조심스러움도 없이 사방으로 흘렸다.
“버러지 같은 놈이 감히 삼진의 다음 후계자를 건드려?!”
그 태산과도 같은 분노에 보고를 하던 이마저 부르르 떨며 몇 걸음 물어날 정도였다.
< 4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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