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다크위저드-3화 (3/200)

< 3 >

지혜는 어스름한 새벽을 걷고 있었다.

지혜는 이렇게 걷는 새벽의 길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일대는 서울에서도 유명한 유흥지역이라 평일 새벽에도 길거리엔 각종 유흥전단지와 쓰레기들이 장식처럼 흩어져 있고, 아직 술에 취한 채 길거리를 배회하는 인영들도 가득했다.

두 눈이 풀린 채 술기운으로 달아오르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짐승들에게 추행을 당한게 두 번. 그게 아니라도 부모의 돈으로 호의호식하며 즐겁게 인생을 소모하는 사람들을 보며 약간의 박탈감도 느끼곤 했었다.

그것들이 부럽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이 자신에겐 부모가 물려준 머리와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는 끈기가 있었기에 찬란한 미래를 꿈꿔볼 수도 있었다.

‘어서 이곳에서 빨리 나가자.’

그렇게 다짐하며 지하철로 향하는 지혜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종철은 서서히 아침 해가 밝아오는 것을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이대로 아무런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패배자는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주변에 앉아 담배를 피며 물을 마시고 있는 친구들. 아까 초저녁에 한껏 꾸미고 나타났던 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땀과 술기운에 젖어있는 패잔병들의 모습 같았다.

그러던 그때 종철의 눈이 번뜩 뜨였다. 골목 어귀에서 걸어오는 한 여대생.

옷차림은 수수했고, 얼굴엔 화장기 하나 없었다. 너덜한 가방과 오래 쓴 듯 보이는 파일철. 본래는 관심도 없는 대상이었지만, 그 차림은 그저 딱딱하고 쓸모없는 조개껍데기 같아 보였다.

질끈 동여매었지만 부드러워 보이는 머릿결과 화장기 하나 없음에도 핏줄까지 비칠 것 같은 피부. 메이커를 알 수 없는 스키니진 사이로 보이는 각선미와 파일철이 기울어질 정도의 볼륨감.

‘S급이다.’

더욱이 수수한 그 차림이 종철의 성욕을 더욱 자극 시켰다.

“야야! 일어나봐. 완전 대박이다.”

종철은 친구들을 일으켰다.

“오! 예쁜데.”

“그년 물건이네.”

“야야. 관둬라 딱 봐도 학교 가는 범생이구만.”

“미친 새끼 범생는 여자 아니냐?”

“야. 다들 닥치고! 어쨌든 꼬시면 내꺼다.”

종철이 비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친구들을 보았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종철과 비슷한 비웃음을 지어보였다.

“또 지랄하세요. 아까 테이블에 있던 애들이랑 놀자니까”

"시발 돈 보고 달려드는 년들이 재밌냐? 남잔 모름지기 매력으로 승부 봐야지."

종철의 말에 친구들은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종철의 집안은 자신들이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집안이다. 그가 하루에 쓰는 술값만 해도 자신들의 아버지 월급보다 많이 쓸 때도 있었다. 그런 그가 재벌자제들처럼 그들만의 세계에서 놀지 않는지 물어보았었다.

'질렸어. 그런 애들론 흥분이 안돼.'

종철의 말론 그의 아버지도 호색한이라 종철의 유흥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과연 어떤 유흥을 즐겼는지는 자신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옆에서 친구인척 호응이나 해주고 떨어지는 떡고물이나 먹으면 그만이었다.

"또 꼬시다 안된다고 지난번처럼 그 지랄 하지 마라."

“꼬시는 게 아니다. 이미 내꺼다 이 새끼들아.”

종철은 앞으로 쏘아져 나가며 외쳤다.

“저기요! 잠깐만요!”

지혜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지난 밤 환희에 찬 하루를 보낸 것처럼 화려한 옷차림이었다.

“저요?”

“네. 그쪽이요. 아니, 제가 저쪽에서 친구들과 해장국을 먹으러 가는 참인데. 마침 그쪽이 딱! 보이시 길래요. 정말 한눈에 반해서 이렇게 부끄러움을 극복하고 왔습니다.”

“죄송해요. 전 지금 일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지혜는 종철을 지나쳐 걸었다. 그때 종철이 지혜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요.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그냥 진짜 너무 예쁘시고 아름다워 보이셔서요. 어떻게든 인연을 좀 이어나가고 싶어서 그래요.”

종철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 지금 누군가와 연애를 할 상태가 아니라 서요.”

지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종철은 다시 한 번 지혜의 팔을 잡았다.

“아. 그러지 마시고, 그럼 저희랑 밥만 먹고 가세요. 식사하셨어요? 공부하시는 분 같은데 아침을 든든히 드셔야 공부도 잘 되고 그러죠. 진짜로 저희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저희 나름 명문대 다니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종철은 자신의 지갑을 꺼내어 학생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혜는 점차 떨려오는 두려움과 함께 서서히 무서워지기 시작하며 한걸음 두 걸음 종철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저 아침 먹었어요. 진짜 죄송해요. 저 그만 가볼게요.”

지혜가 다시금 몸을 돌려 가버리자 종철의 친구들이 키득키득거리며 종철을 비웃었다.

종철은 그 웃음소리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종철이 다시금 지혜의 어깨를 잡아채어 멈춰서게 했다.

“아 진짜 비싸게 구네. 좀 사람이 말을 하면 가만히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왜 이러세요?”

“아 진짜. 존심구기네. 야. 내가 세 번이나 말했으면 대충 알아먹고 와야 할 거 아냐.”

“······.”

지혜는 심상치 않아져 가는 분위기에 슬금슬금 몸을 뒤로 뺐다. 그리고 도로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종철은 이미 지혜의 느린 행동에 웃음이 비어져 나올 것 같은 것을 참아가며 지혜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악!”

“아 이런 미친년을 봤나. 누가 잡아 먹냐? 시발 좀 좋은 말 할 때 말 좀 들으면 안 돼?”

“아··· 사, 살려주세···읍!”

이미 종철의 행동을 보며 그의 친구들이 키들키들 웃으며 지혜의 몸을 잡고 입을 막았다.

“병신,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새꺄.”

“아놔, 이런 씨발년이 친구들 앞에서 존심 상하게. 야. 일단 안쪽으로 들어가자.”

종철은 골목 안쪽으로 턱짓을 했고,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바둥거리는 지혜를 골목 안쪽으로 끌고 갔다.

“읍! 읍! 읍!”

“악!”

지혜의 입을 막고 있던 근택이 손을 때고 소리를 질렀고, 지혜는 재빨리 비명을 지르려 했다.

찰싹!

“이 개 같은 잡년이 사람을 무네. 야! 얼굴 완전 갈아버리기 전에 가만히 있어라.”

근택은 동시에 지혜의 복부에 깊게 주먹을 박아 넣었다.

‘컥! 컥!’

강렬한 통증과 함께 숨이 쉬어지지 않는 지혜는 눈물을 흘리며 바둥 거렸지만 아무것도 변하는게 없었다. 이미 종철은 자신의 허리띠를 푸르고 있었으며 나머지 짐승들이 지혜의 몸 구석구석을 만지고 있었다.

“와. 이년 가슴 장난 아니네.”

찌지직!

결국 참지 못하고 근택이 지혜의 남방을 찢어발기고 브라를 뜯어내었다. 거친 그들의 행동이 이어질 때마다 지혜는 끔찍하고 아픈 고통이 온 몸에 엄습함을 느꼈다.

찢어진 남방과 터진 브라자 사이로 하얗고 봉긋한 태초의 순수와 같은 그녀의 가슴이 불쑥 튀어 나왔다. 그것에 더 흥분한 탓인지 종철과 그 일당들의 손길은 점점 더 거칠어 졌다.

종국에 종철이 바지를 완전히 내리고 지혜 앞에서 그녀의 바지 단추와 지퍼를 내렸다.

“살려···억!”

퍽! 퍽!

진정 마지막 발악을 하며 몸을 발버둥 치고 소리를 치자. 근택이 결국 참지 못하고 지혜의 얼굴에 깊게 주먹을 날렸다. 동시에 발로 지혜의 배를 차고 머리를 다시 밟았다.

“아 더럽게 비싸게 구는 년이네 옷은 어디 거지같은 것을 입고 다니면서 더럽게 비싼척 구네. 이 개 같은 년아 너 때매 옷이 더러워 졌잖아 이게 얼마짜린 줄 알아!”

“야 기절하면 재미없다. 적당히 해라.”

종철이 지혜의 바지를 내리며 그 안에 분홍색 속옷의 끝자락을 보기 시작했을 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왜. 재밌을 거 같은데 제대로 해보지 그래?”

종철과 근택을 비롯한 친구들은 등줄기가 싸늘하게 변하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3 > 끝

ⓒ 진(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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