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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62화 (260/262)

< -- 262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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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들은 이상해.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것만 믿지."

"......"

"우리는 이 세상을 바꿔보려고 했어."

"......"

"그런데 뭐가 문제지?"

누군가.

내 귓속에 대고 소곤거리는것 같았지만.

빌어먹게도 나는 초록색 액체 속에 갇혀있다.

내 머릿속은 누군가에 의해 조종된것만 같았다.

난 그 기억이 진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큰 혼돈 속에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30년 동안...

지구상에 남은 모든 인간 들은 이 초록색 액체에 갇혀있다.

난 실험체다.

나는 그 긴 시간 동안 세번 눈을 뜰 수 있었다.

실험관에 갇혀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내가 보이는가, 인간?"

눈 앞은 온통 초록색 아지랑이가 흔들렸다.

그 아지랑이에 굴절되어 내 앞에 보이는 것들은, 매우 차갑고 딱딱한 회색 껍질을 가진 이상한 놈들이었다.

그 놈들은 입술과, 입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승....철? 너는 너의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

내가 처음 깨어났을때,

두번째 깨어났을때,

방금 세번째로 깨어났을때,

놈들은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했다.

그러나 나는 대답을 할 수도, 고개를 끄덕일 수도 없었다.

문제없었다.

놈들은 내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래. 그 기간동안 같은 질문을 세번해도 넌 똑같은 생각만 하는군. 그리고 너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

그 놈들은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놈 들은 내 감정을 읽을수 있었다.

놈 들은 그런 나를 매우 흥미로워하고 있었다.

"나약한 지구인들 중에 너처럼 강한 정신을 가진 놈은 네가 처음이다. 모두 우리 실험을 견디지 못하고 산화하거나 녹아버렸지. 육체를 뛰어넘는 정신을 가진자는 없었다는 말이다."

"......"

놈들은 아주 긴 팔을 모으며 팔짱을 꼈다.

그 모습은 매우 우습고 신기했지만 나는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너의 마지막 기억이 어디까지지?"

나의 마지막 기억.

커다란 섬광과 함께 온 세상이 찢겨나가는 듯한......

"크어어억!"

나는 괴로웠다.

갑자기 뇌가 온몸으로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입안으로 초록색 액체가 흘러들어오자 다시 차분해질수 있었다.

"역시 그 이상은 못 뛰어넘는군."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아무런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이승철. 인간. 수많은 현자 들이 너희 역사 속에서 인간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우리의 뜻을 이어받은 수많은 현자 들이 너희를 구원하려고 했지.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왜일까?"

나는 쉴수가 없었다.

저 놈들이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것조차 버거웠다,

단지 쉬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 거부권이 없었다.

내 뇌는 저 놈들에게 통제당하고 있다.

놈 들이 묻는 대답.

한 사람이 다른 인간 들을 변화시키는 것.

일대일이면 가능하다.

그리고 수십명도 가능하다.

단지 시간이 거릴 뿐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모든 인간 들을 변화시키는건 불가능하다.

어떤 철학을 통해 사상을 전파하려는 인간도 수명은 한정되었다.

그래서 예수, 석가모니같은 종교를 통해 불사신이 되었고,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그들이 주장하는 철학이 오래가길 바랐다.

인간은 무지에서 얻는 고차원적인것을 신격화하고 숭배한다.

그것이 인간들의 정신을 묶을 수 있는 기술인것이다.

"맞아. 하지만 종교는 과학 앞에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지. 그래서 실패인것이다. 인간은 절대 우주와 자연에 복종하지 않아. 무엇 때문일까?"

그건 욕심 때문이다.

인간은 욕망의 덩어리이다.

끝없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 그 욕심은 어떻게 채울 수 있는가?"

욕심의 시초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한다는 자체가 본인을 위해서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될 수가 없다.

애시당초 남을 위한 거짓말 자체가 성립이 되질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간은 거짓말을 안하고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왜 그런가?"

같은 뜻일 수도 있다.

인간은 생각을 하는 동시에 허황된 망상을 한다.

모두가 유토피아를 꿈꾸고 자신의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네가 했던 모든 생각 들 역시 망상이군."

나는 그것에 대해 반박할 수 없었다.

누군가 이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면 그것 역시 본인의 욕심일뿐 다른 이들은....

"더 이상 가망이 없습니다. 이승철은 인류를 바꿀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없어요.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놈들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세상은 내 기억 속에서만 멸망했을뿐, 실제로 멸망하지 않았다.

모든 인류는 같은 시간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서도 또 그 한계를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 외계인 들은 수만년전부터 인간들을 지켜보며 수없는 실험을 거듭했다.

미개한 인간이 고차원적인 정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들의 실험을 통과한 인간은 매우 극소수이다.

심지어 20세기 대학살자 히틀러 역시 이들의 실험체였다.

그는 외계인들의 기술까지 전수받고 인류를 하나로 통치하려고 했지만, 인간의 본능인 야욕을 억누르지 못했다.

지금도 51구역에서는 2차 대전에서 빼앗은 외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직접적으로 인류에 관섭하지 않는다.

대신 간접적으로 간섭하여 변화를 일으킨다.

나 역시 그 목적에 의한 희생양일 뿐이다.

"그동안 수고했다, 인간. 하지만 너는 인류의 역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없다."

내 몸은 서서히 녹아갔다.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마치 가루 분말이 분해되어 물에 융화되듯 내 몸은 서서히 산화해갔다.

마지막으로 나는 인류의 역사가 끊임없는 생명의 재창조에 의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사람에 의해 바뀔 수 없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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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데드 끝 -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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