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5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단도직입적으로 S.B.I.C 본거지는 없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 그대로입니다. S.B.I.C는 조직 체계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단기 프로젝트로 움직이는 팀입니다. 그래서 핵심구성원만 빼고 나머지 구성원 들은 죽음을 당하거나 실험체로 전락하죠."
"그렇다믄 말은...."
브리튼 교수가 말을 흐리자 다우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S.B.I.C 수장, 즉 제 형과 핵심 연구원 2명만 빼고 모두가 실험체라는 뜻입니다."
"......."
브리튼 교수가 떨리는 눈빛으로 다우 회장을 응시했다.
"그, 그럼 본진은 어디 있는 겁니까?"
"본진도 없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위해 임시 거처를 마련할 뿐, 그들은 늘 항상 움직입니다. 아마 저 어마어마한 감염자 들 수를 조종하고 있다면, 필시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브리튼 교수가 다시 절망하는 표정을 짓자 다우 회장은 얼른 입을 열었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저희는 만일의 사태에 늘 항시 대비해 왔습니다. 물론 감염자 들이 강 속을 가로질러 쳐들어올지 예상도 못했지만, 전차 부대는 늘 운용해왔고, 보시다시피 차이나 타운 이상으로 진격을 하지 못하고 있죠. 이제 저희도 앉아서 방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만약 S.B.I.C가 외계 세력과 같이 움직여서 맨허튼을 노린다면, 우리는 그 빈틈을 찔러 51구역으로 가겠다는 뜻입니다."
"저, 정말 입니까?"
브리튼 교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우 회장의 표정은 결연했다.
"예. 이미 그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제가 특별히 훈련시킨 정예 요원 들이 이미 51구역으로 급파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이제 아시겠습니까? 아직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예....."
브리튼 교수가 고개를 숙이자 다우 회장은 빙긋 웃었다.
"그럼 우리도 어서 예선 소장님에게 가보지요. 아무리 그래도 여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
다우 회장이 휠체어를 돌리자, 수행원 들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말입니다."
"......!"
브리튼 교수 목소리가 180도 변하자, 모두가 놀라 뒤를 돌아 돌아보았다.
"아직도 당신은 꿈만 꾸고 있는것 같아."
"설마..."
다우 회장이 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너무나 차갑고 감정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서 묻어나오는 톤은 그의 귀에 매우 익숙했다.
브리튼 교수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자, 경호원 들이 다우 회장을 감싸며 극도로 경계했다.
"쓸데없는 짓을...."
브리튼 교수가 오른팔을 내밀자, 갑자기 긴 팔 소매에서 날카로운 검이 튀어나왔다.
"마, 말도 안돼....."
"건강한 모습을 보니 정말 기뻤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는 이게 마지막이구나."
브리튼 교수는 차갑게 변해버린 회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다우 회장을 응시했다.
"클레버리....."
다우 회장이 백지장같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알아보자, 브리튼 교수는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오랜만에 형을 만났는데 얼굴이 그게 뭐야?"
"그 얼굴은 도대체 뭐야? 브리튼 교수는 어디있어?"
"아..... 그 BPA 아이들을 살려 달라면서 울고 불고하던 철부지 아저씨 말인가? 그거 그냥 우리애들 밥으로 줬어. 뭐 어차피 그 애들은 여기로 오기 위한 미끼였을 뿐이니까. 멍청하게 그 미끼를 덥썩 문 설화가 아주 큰 공을 세웠지."
"......"
다우 회장은 그 말을 얼른 알아들을 수 있었다.
브리튼 교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너 설마...."
"맞아. 내가 개발한 페이스 오프(Face off)기술이야. 너무 완벽해서 브리튼 해마를 가지고 습성, 몸동작, 말투 등을 완벽하게 복사할 수 있지."
클레버리가 왼손으로 자신의 턱을 잡고 잡아당겼다.
그러자 창백한 피부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남자가 나타났다.
"이럴 수가...."
다우 회장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지만 클레버리는 꽤냐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 BPA 소장이란 여자도 참 멍청해. 어떻게 자기가 몇십년을 데리고 있던 연구원을 못 알아보는지...."
"원하는게 뭐야?"
다우회장이 겨우 정신 차리고 묻자 클레버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하는 거? 이제 바보같은 소꿉놀이는 그만했으면 좋겠어."
"소꿉놀이. 네가 이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그딴 소리가 입 밖에서 나와?!"
다우 회장의 목소리는 건물 내부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늘 조근조근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목소리의 소유자가 낼 수 없는 고함이었다.
"넌 너무 나약해. 그래서 이 꼴을 하고 있지. 자기 잘못을 남에게 돌리면 안되지."
"남? 그래.... 넌 남이었어. 할아버지의 의지를 받을 수 있는 자질은 애초부터 없었지."
"그 영감탱이의 의지라....아, 그런게 있긴 했지. 내가 제너럴 컴퍼니 후계자 시절에 아주 귀에 딱지가 지도록 듣던 말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