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5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 쿠와앙
아브라함 전차에서 내뿜는 화끈한 화력은 맨허튼의 지축을 울려댔다.
그럴때마다 감염자 들은 사지가 찢겨져 사방에 피와 살점을 튀겼다.
하지만 그 수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몰려 오는 감염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다우 회장은 긴급 보고를 받고 월스트릿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느닷없이 감염자 들이 차이나 타운에서 몰려 나오는 바람에 유니온 스퀘어로 급선회하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감염자 들이 어디서 나오는 거에요? 브루클린 브릿지 방어선이 뚫린 겁니까?"
다우 회장이 방탄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에게 따지듯 물었다.
"아닙니다. 그게...... 허드슨강에서 나왔습니다."
"예? 강에서요?"
해안 경비 대장 찰스가 얼른 뛰어와서 대답하자 다우 회장이 눈을 크게 떴다.
"예. 물 속에서 갑자기 말입니다. 지금 월스트릿은 물론이고 차이나 타운도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해안 경비대는 그 지경이 되도록 도대체 뭘 했다는 말입니까?!"
다우 회장이 휠체어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려치자 찰스 대장이 고개를 숙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저희도 브루클린 브릿지가 뚫린줄 알고 병력을 그쪽으로 급파했으나, 이미 그때는 감염자 들이 상륙하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이런 젠장....."
다우 회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아브라함 전차 화력 때문에 감염자 들의 진격 속도가 늦어졌다는 것입니다."
"대충 수는 파악이 됩니까?"
"그게 확실하지 않지만 대략 5만은 되지 않을까....."
"뭐라구요?!"
찰스 대장이 대답하지기도 전에 다우 회장의 몸이 들썩거렸다.
만약 두 다리가 멀쩡했다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을 것이다.
"그, 그 많은 수가 허드슨강을 건넜다구요?"
"예. 현재 수색대가 브루클린에 급파됐으니 공격 시발점이 어디인지 곧 찾아낼 겁니다."
"브루클린뿐만 아니라 퀸스,스태튼섬에도 수색대를 급파하세요."
"알겠습니다."
찰스 대장이 물러서자, 이번에는 예선과 브리튼 교수가 다급히 다우 회장에게 다가왔다.
"회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차이나 타운에서 자꾸 포성이 들리는데....."
"아무래도 차이나타운까지 넘어간 모양이군요....."
"예?"
"뭐라구요?"
다우 회장이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쥐자, 예선과 브리튼은 깜짝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스탠군은 잘 따돌린 모양이군요."
"예. 방공호에 숨어있겠다고 했더니 안심을 했나 봐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들도 방공호에 숨어계시는게 맞는데...."
"아닙니다. 저희가 신세를 지고 있는데 무슨 도움이라도 되야죠."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저를 따라 오시지요."
다우 회장이 경호를 받으며 앞서가자, 예선과 브리튼 교수도 뒤따랐다.
"이곳이 가장 높으니 관찰하기 좋을 겁니다."
그들은 엠파에어스테이트 빌딩에 들어섰다.
하지만 온 사방이 어두워서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임시 발전기를 가동시키게."
"예."
다우 회장의 지시를 받은 참모 들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약 10분 후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체에 불이 들어왔다.
"이럴 수가....."
브리튼 교수는 주위가 환해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내부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옛날 휘황찬란한 인테리어는 온데간데 없었다.
오히려 거미줄과 먼지로 가득찬 폐허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벽 군데 군데를 뚫은 온갖 식물 들이 제멋대로 자라 있어서, 꼭 천년 뒤에 발굴된 오래된 유적 같은 기분이었다.
"생존자 들을 위한 전력은 무척 아껴야 했습니다. 옛날같이 빌딩 전체를 반짝반짝 만들어 놓는건 사치기 때문이죠."
다우 회장은 약간 침울한 표정으로 앞서 가면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래도 발전기가 있다는 자체가 다행이네요."
"예. 지금 상황을 놓고 보면 우스운 소리이지만, 혹시 세상에 평화가 다시 찾아온다면 뉴욕의 랜드마크는 모두 재건할 생각이었죠."
"......"
다우 회장과 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02층까지 올라갔다.
그곳은 놀랍게도 벽과 문이 없는 텅빈 공간이었다.
마치 거대한 홀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곳은 뉴욕 전체를 감시하기 위해 해안 경비대가 망루처럼 사용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
다우 회장이 창가에 가까이 다가서자, 바로 발밑에서 아브라함 전차 3대가 급하게 도로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 앞에는 수십대의 아브라함 전차를 비롯하여, 자주포와 무장한 군인 들이 쉴새없이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월스트릿이나 차이나 타운은 공터나 다름없지만, 소호는 생존자 들이 500명 가량 있습니다. 저곳이 무너지면 생존자 들이 위험해집니다."
다우 회장은 초조하게 전방을 주시하다가, 갑자기 예선을 쳐다보았다.
"소장님. 감염자 들이 물 속을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 보고를 듣고 믿지 못했지만.....아무래도 기존의 감염자와 차원이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세월이 많이 흐를동안 S.B.I.C는 이 세상에 내놓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만들어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