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250화 (248/262)

< -- 25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이제 되셨습니까?"

"그래. 그녀 말대로 훌륭한 조건을 갖추었더군."

"그렇습니까...."

잡화점 건물 옥상 위에 올라선 두 남자는 멀어져 가는 무장 군인 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 남자는 모두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공격 날짜는 언제 입니까?"

"조만간이다."

"정확한 날짜는....."

"이제 곧. 모든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조만간 큰 비가 내릴 조짐이다.

"이제 우리는 끝을 향하고 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이 지구의 고등 생명체는 몇 일후에 바뀌게 된다. 우리는 그들의 불멸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

한 남자가 로브를 벗었다.

덥수룩한 수염.

푹 패인 날카로운 두 눈매.....

"딕. 네가 맨허튼을 벗어난건 잘한 일이었다."

"제2정화는 당연한 일입니다."

딕이 또박또박 대답하자,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제 2정화는 스탠, 그 아이에게 달렸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딕이 말 꼬리를 흐리자, 남자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우리를 믿고 있습니까?"

"51구역에 있는 연체 동물들 말인가?"

남자가 비이냥거리자 딕이 소리없는 헛웃음을 들이켰다.

"크큭... 알만하군요."

"건방진 것들이야. 문명 좀 발달했다고 관섭하기는.... 어쨌든 맨허튼을 끝으로 제2정화는 시작된다. 여유는 이제 없어."

"예."

"그들을 대기 시켜라."

"알겠습니다."

딕이 옥상에서 내려가자, 남자가 비로서 로브를 벗었다.

백지장같이 하얗게 질린 피부.

붉게 물든 핏빛 눈동자.

무엇보다 감정 하나 없는 무표정한 얼굴.

"이제 세상은 나에 의해 정화된다."

한편 스탠은 모두와 함께 제네럴 컴퍼니 본사로 무사히 귀환했다.

하지만 막상 그를 기다리고 있는건 떠나기 전에 여러가지 의견을 나눴던 회의실이었다.

그곳은 그때와 다르게 분위기가 축 가라 앉었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예선은 아까부터 스탠 곁에 앉아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물었다.

"......"

"너 대답 안할거야?"

스탠은 고개만 숙일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스탠.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너가 그렇게 사라지고나서 모두가 걱정을 많이 했다."

"......"

브리튼 교수까지 나서서 물었지만 스탠은 대답하지 않았다.

"너 정말 대답 안할 거야?!"

예선이 소리지르자 모두가 움찔거렸다.

그러나 스탠은 여전히 창 밖을 응시할 뿐이었다.

"저기... 제가 나서도 될지 모르겠지만...."

다우 회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스탠군이 많이 지쳐보이는데 다음에 물어봐도 늦지 않을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소장님. 그렇게 하시지요."

"....."

예선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스탠이 어떻게 된 줄 알고 정신을 놓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겨우 느껴졌던 것이었다.

"그래. 스탠. 자꾸 보채서 미안하다. 그만 쉬렴."

"네."

스탠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예선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나 미쳤나봐. 겨우 살아서 돌아온 애한테 내가 무슨 짓을....."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소장님도 경황이 없어서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다우 회장이 위로했지만 예선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스탠이 사라진게 모두 자기 잘못 같았다.

"저, 제방에 갈게요. 미안해요."

"아, 소장님...."

예선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리나케 나가자 브리튼 교수가 뒤따랐다.

"소장님! 헉! 헉!"

브리튼 교수는 겨우 예선을 따라잡았다.

"브리튼. 자네도 방에서 쉬어. 스탠이 사라진 동안 한 숨도 못잤잖아."

"아, 그보다...."

"뭔데?"

"스탠이 당장 내일이라도 설화님을 찾으러 갈거랍니다."

"뭐?"

예선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한시도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합니다."

"그 말 누구한테 들었는데?"

"소라가 그러더군요. 스탠이 맨허튼을 벗어날때부터 귀에 딱지가 들도록 훈련이 끝나자마자 설화님을 찾으러 간다고요."

"......."

예선은 처음에 인상을 찌푸리다가 긴 한숨을 내쉬고 걸었다.

그 모습에 브리튼이 깜짝 놀라 따라 걸었다.

"안 말리실겁니까?"

"이미 결심을 했는데 내가 어떻게 말려? 내가 말린다고 그 애가 말을 들어?"

"하지만...."

"됐어. 이미 다 큰애 이래라 저래라 관섭하는거 나도 싫어. 자기가 선택한 일이니까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

예선이 자신의 객실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고 브리튼을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어디까지 따라올거야?"

"예? 아, 아닙니다. 편히 쉬십시오."

- 쾅!

예선이 객실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세게 닫자, 브리튼은 멍하니 쳐다만보았다.

"서운하셨나....?"

브리튼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객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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