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궁금한게 있어요."
"간단히 말해. 여기 위험한 곳이야. 넋놓고 있을 때가 아니야."
"당신이 날 도우려는 이유는 정말 뭔가요?"
-스르릉
스탠은 대답을 듣지 못했다.
-크아아악!
좌, 우 골목에서 감염자 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기 시작했다.
"좌측!"
"....!"
스탠의 눈이 한번 번뜩이자, 왼쪽에서 달려들던 감염자의 목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좋아. 신경전달은 이상이 없군. 군더기기 없는 동작이었어. 시크릿-X가 제대로 반응하고 있어."
"눈으로 그게 다 보여요?"
"수다 떨 시간 없어. 일단 저것들부터 처리해."
"예."
스탠이 바로 앞에서 달려드는 감염자의 목을 날리는 순간부터, 딕은 더욱 유심히 그를 지켜보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흐른 후...
"......"
"왜 그래? 다쳤어?"
딕은 말없이 벽에 기대 앉은 스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아뇨. 그것보다...."
스탠은 슬며시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 가슴을 대었다.
"전혀... 힘들지가 않아요. 예전에는 열놈만 상대해도 온 몸이 녹아내릴것 같았는데...."
정말 그랬다.
스탠은 딕과 함께한 보름동안 몰라보게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 가장 큰 약점이었던 체력은 예전보다 몇 배는 더 좋아진게 사실이었다.
"그게 시크릿-X가 몸에 잘 융화가 되고 있다는 뜻이야."
"그럼 지금이라도 당장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건가요?"
스탠은 잠시 들떴지만 딕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니야. 언제든지 부작용은 도사리고 있어. 그건 누구나 한번씩 겪는 증상이야. 시크릿-X랑 절친 맺은 할아버지라도 말이야."
"그 부작용이라는건.... 어떤게 있죠?"
스탠이 아까와 반대로 걱정서운 표정으로 묻자 딕은 바지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뭐,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여러가지가 있겠지. 내가 알고 있는 확실한 한가지는...."
"뭐죠?"
딕은 먼 곳을 응시하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생명이 70% 줄어들어."
"......."
"왜? 오래 살고 싶은데 이 말 듣고 정내미가 확 떨어졌냐?"
"아니, 그보다..... 왜 생명이 줄어들죠?"
"그냥 있는 그대로 생각하면 돼. 몸에 바이러스가 계속 공생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오래 살 수 있겠어."
"....."
스탠이 멍하니 쳐다보자 딕은 킥킥 거렸다.
"큭큭. 농담이야. 농담. 생명하고 아무런 상관 없어."
"무슨 그런 농담을...."
스탠이 정색하자 딕은 더욱 즐거워했다.
"이야. 너 정말 오래 살고 싶은 모양이다. 큭큭."
"예. 그래야 엄마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엄마를 찾기 전에 죽어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요."
"....."
이번에는 딕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 어떻게든 엄마를 찾을셈이냐?"
"당연하죠. 제가 죽어서라도....."
"만약 그게 이미 소용없는 짓이라면."
"그렇지 않아요!"
스탠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자, 딕도 따라 일어섰다.
"S.B.I.C에서 데려갔다며. 그것도 거기 수장이..... 의욕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야."
"하지만."
"고만 소리지르고 이 아저씨 말 잘들어."
딕이 담배를 뱉어내고 두 손으로 스탠의 어깨를 붙잡았다.
"실전은 애 들 장난이 아니야. 물론 네 실력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어. 시크릿-X도 잘 융화하고 있고 말이야. 하지만 너만 잘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인가요?"
"너 네 동료들을 믿나?"
"예. 당연하죠."
스탠은 한치의 망설임없이 대답하면서 고개까지 끄덕였다.
"그럼 만약에 말이야. 그 믿는 동료 들을 버려야 엄마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어쩔래?"
"예?"
"다같이 손잡고 엄마를 구해내는 그런 아름다운 동화같은 상황을 기대한거 아니잖아. 최소한 현실 감각이 뛰어난 너라면 말이야. 너는 그럴 상황이 충분히 올 수 있다고 생각할거야. 안 그래?"
"......"
스탠은 왜 자신이 망설이고 있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망할놈의 입은 움직이질 않는다.
"봤지? 이게 현실이야."
"전...."
딕이 그럼 그렇지란 표정을 지었지만, 스탠은 간신히 입을 떼었다.
"엄마를 구하고 싶지만 동료 들을 잃고 싶지 않아요."
"그건 네 욕심이겠지."
"예. 맞아요. 제 욕심이겠죠. 하지만...."
스탠은 말을 멈추고 힐끔 고개를 들었다.
또 다시 저녁 노을이 불그스름하게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저에게도 선택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을수 있도록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들을 일어버릴 일은 없겠죠."
"......"
딕은 한동안 스탠을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은근히 싱거운 놈이군. 재미없게스리."
"하지만 이게 제 본심인걸요. 동료의 죽음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요. 머리 아프거든요."
"그래. 솔직해서 좋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하지."
딕이 앞장서자 스탠은 그 뒤를 따랐다.
'소라... 사무엘.... 소피아.... 다 들 뭐하고 있을까?'
하도 생각에 잠긴 탓인지 스탠은 하수구 맨홀에 발을 헛디딜뻔 했다.
그 모습을 딕이 놓칠리가 없었다.
"헛생각 그만해. 실전에서도 그러면 너 진짜 동료 잃는다."
"......."
스탠은 씨익 웃으며 오늘 하루만큼은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