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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46화 (244/262)

< -- 24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

스탠이 다시 눈을 떴을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몸이 무겁다거나 쑤신다거나 뭐 숨시기 어려운 그런 것도 느껴지질 않았다.

마치 어젯밤에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푹 잠이 든것처럼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이제 좀 정신이 드나?"

누군가 터벅터벅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스탠이 몸을 일으켰다.

"워, 워. 아직 몸이 성한게 아니야. 그냥 누워 있어."

"......."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남자가 머그잔 하나를 들고 옆에 앉았다.

그는 두 눈이 푹 패여있었는데, 이상하게 두 눈에서 광채가 일었다.

"마시게."

"이게...뭐죠?"

스탠이 머그잔을 한동안 응시하자, 남자는 피식 웃었다.

"먹고 안죽어. 따뜻한 옥수수 수프이니까."

"예...."

스탠은 김이 모락모락나는 머그잔을 한모금 들이켰다.

따뜻한 기운이 온 몸을 기분좋게 감돌자 스탠은 긴장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

"비를 맞으면서 쓰러져 있는데 그거 보고 지나칠 사람이 있던가? 아무리 세상이 망해도 말이야."

"그럼 저 말고 다른 사람 들은....."

"엥? 자네 일행도 있었나?"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스탠의 얼굴이 굳어졌다.

"뭔가 일이 있었군."

"예. 감염자 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공격했거든요."

"감염자?"

"예. 골목 사이, 사이에서 우르르 몰려나왔어요."

"휴.... 그랬군. 맨허튼 빼고는 아직 위험한건 여전하지."

남자가 작은 한숨을 내쉬자, 스탠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 지내시는 겁니까?"

"응. 한 3년 됐지."

"예? 맨허튼 빼고 위험하다면서 왜 이런곳에 계세요?"

스탠이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로 묻자, 남자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맨허튼에 있다면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꾸준히 식량이 있어서 좋겠지. 하지만 그 뿐이야."

"예?"

"저 안에서 나올 수가 없다고. 10년... 아니 한평생 나올 수 없을 거야. 내 듣기로는 맨허튼 생존자 들은 다우 회장의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더군. 저기 장벽도 그가 쌓았을테고, 무장 군인들이 수시로 감시를 하겠지. 저길 벗어나려면 다우 회장의 특별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하늘에 별따기야. 그는 매우 겁이 많은 인물이거든."

"그건.... 생존자 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아니. 과연 그럴까?"

남자는 의미심자한 미소로 스탠의 말을 잘랐다.

"처음 저 벽을 쌓을 때만해도 사람 들은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어. 그래. 더 이상 지긋지긋한 감염자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안정적인 삶 속에서 잠도 실컷 자며 먹을 수 있다."

"그게 뭐가 문제죠?"

"지구에 맨허튼 단 하나 뿐이던가?"

"......."

스탠의 머릿속에 뭔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건 유럽에서 생활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뭔가 알 것 같아요."

"뭐를 말인가?"

"저는 영국에서 살았어요. 하지만 유럽 여러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죠. 그건 모두 우리 생존자 들이 이룩한 거에요. 오늘은 전기를 되살렸으니, 내일은 상수도에 맑은 물을 흐르게 하자. 또 그 다음날은 도로를 깔고 무너진 집을 짓자. 하루하루가 희망이었고 미래였죠. 그리고...."

스탠은 또 다시 다른 기억을 떠올렸다.

그것은 설화 일행이 뉴욕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건물 사이에서 드럼통에 불을 지피고 삼삼오오 모여들던 사람 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얼굴 들이 어두웠고 음산했으며, 무언가 잔뜩 불만에 쌓인 모습이었다.

"사람은 먹고 자는것만 하는게 아니니까...."

스탠이 말을 흐리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야. 뭐 보호 받으면서 사는건 나름 좋은 일이지만, 자식은 부모를 떠나 독립적으로 사는게 지구상 모든 동물 들의 본능이야. 사자도 자기 새끼를 일부러 바위에서 밀어 떨어트리지. 그게 바로 치열한 생존 방식을 가르치는 거야. 그래야 험난한 먹이사슬 고리에서 우위를 설 수 있으니까."

"......"

스탠은 머그잔을 움켜쥐고 노란 수프를 응시했다.

유럽에서 설화에게 보호받고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동안 자신은 한게 무엇인가 스스로 되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자네는 이름이 뭔가?"

"아, 저는 스탠입니다."

"스탠? 음..... 그런데 자네가 왜 뉴욕에 있나?"

"아. 그게...."

스탠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유럽에서 뉴욕까지 온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워낙 이야기가 길어 한시간 반만에 끝낼 수 있었다.

"으음..... 유럽은 그럼 이미 희망이 없겠군."

"예. 다시 찾아간 포르투갈은 이미 SBIC 손에 넘어간 후였죠."

"그렇군..... 그럼 이 뉴욕도 조만간 그들이 덥치겠어."

남자는 팔짱을 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혼자서 지내시는 겁니까?"

"아, 그렇게 됐어. 3년 전, 맨허튼을 빠져 나온 후로 줄곧 혼자서 생활했지."

"그러시군.... 예?!"

스탠이 수긍하려다가 뭔가 이상한점을 느끼고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남자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뭐가 그리 놀랍나?"

"아니, 방금 맨허튼에 계셨다고...."

"그래. 맨허튼에 있었어. 그것도 다우 회장 밑에서. 아마 내가 맨허튼을 스스로 빠져 나온 유일한 인물일 거야. 그런데 다우 회장이 나에 대해서 무슨 말 안하던가?"

"예.... 전혀...."

"쯧쯧. 그 인간 나에게 단단히 화가 났군. 나를 아예 지워버리고 싶은 모양이야."

남자는 혀를 차며 침대 옆 두번째 서랍장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긴 줄이 채워진 명찰이었다.

그는 스탠에게 그것을 주었다.

-딕 스탠몰리

============================ 작품 후기 ============================

야구 제발 이기게 해주세요....

6:0으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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