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스탠. 넌 계속 배우고 경험을 쌓아야 돼."
"아휴! 이 멍충아! 너 일루와봐!"
보다 못한 소피아가 열을 내며 떠드는 사무엘 귀를 잡아 끌었다.
"아악! 아퍼! 아프다고!"
하지만 소피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무엘을 구석으로 세운뒤 짐짓 눈을 매섭게 했다.
"넌 나아갈 때랑 멈춰야 할때도 모르냐?"
"빌어먹을! 그게 무슨 뜻인데?"
사무엘이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짓자 소피아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나이를 헛으로 먹었냐?"
"뭔 소리냐?"
"으이그! 스탠은 지금 우리 대장이라고."
"뭐? 언제 그게 정해졌는데?"
사무엘이 진짜로 깜짝 놀라자 소피아는 혀를 찼다.
"쯧쯧. 나이를 헛으로 먹은게 맞구만."
"놀리지만 말고 빨리 설명해봐. 무슨 뜻이야?"
"이 바보야. 우리 셋은 이미 스탠을 돕기로 결심했어. 그게 뭐 때문이었어?"
"당연히 아줌마... 아니, 설화대장을 구하기로 한거였잖아."
사무엘이 당연하다는듯이 대답하자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거야. 이 바보야. 우리는 설화님을 구하기로 한순간부터 스탠이 대장이 된 거라고. 스탠말고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사람이 없단 말이야."
"하지만.... 스탠은 아직 약하다고."
사무엘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반박하자 소피아는 약간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스탠은 우리와 달라."
"뭐가?"
"엄마가 있잖아. 아들이 엄마를 구하러 가는건 아주 당연한 거야. 우리와 마음가짐 자체가 틀리다고....."
"........"
사무엘은 뭐라고 해야할지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소피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래도 우리는 어렸을때부터 항상 셋이었잖아. 이제 스탠까지 끼었으니 넷이라고. 혼자라고 생각하지마."
"....그래."
소피아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스탠과 소라는 창틀에 기대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것도 잡화점 창고에서 찾은 귀중한 인스턴트 식품이었다.
"오랜만에 모닝커피 괜찮네."
"그러게. 이럴 여유를 부려도 되는지...."
"......"
온통 시커먼 원두 커피만큼인 스탠의 표정이 어둡자 소라는 머그잔을 잠시 내려놓았다.
"너무 자책하지마. 우리는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
"그래...."
"오늘은 시크릿-X를 너의 의지대로 움직이도록 한번 해보자. 의외로 우리 계획은 빨리 진행 되고 있어. 너는 불과 훈련 하루만에 각성한거라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거지?"
"잘하고 있지. 15일이야. 앞으로 15일 안에 시크릿-X를 네것으로 만든다면 설화님을 당장이라도 찾으러 갈 수 있어."
"....."
스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소라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이야."
"응."
"오늘부터 우리는 너를 따를 거야."
"뭐?"
스탠이 깜짝 놀라 되물었지만 소라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능력이 없어."
"그래 맞아. 리더는 판단력과 결단력이 무척 요구되는 자리야. 아직 실전도 안 겪어본 너가 리더가 되는건 아주 무리지."
"그럼 왜....."
소라의 눈빛은 변했다.
마치 무언가를 작심한 표정이었다.
"리더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해.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를 둥둥 띄워놓고 밑에서 그 이익만 빼먹는 놈들이 만들어놓은 자리이기도 하지."
"뭐야? 그럼 내가 바보라는 거야?"
스탠이 잠시 피식 웃었지만 소라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그래. 너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엄마를 찾을 거야. 그렇지?"
"당연하지."
"그래서 네가 리더가 될 수 있는 거야. 우리 셋은 너와는 달라. 넌 엄마를 구하러 가는 길이고, 우리는 대장을 구하러 가는 길이라고."
"......."
스탠은 그제서야 소라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럼 너희는....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 길을 가라고 하면 따르겠다는 거야?"
"그래. 그래서 나는 바보같은 리더가 필요해. 설화님을 어떻게든 구하겠다는 의지를 완벽하게 가진 사람을 말이야."
"......."
스탠은 고개를 떨궜다.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복잡하게 얽혔다.
"부담갖지마. 넌 너의 신념대로 행동하면 돼. 리더는 항상 옳은 결정만은 내릴 수 없어. 물론 내가 옆에서 냉정하게 잡아줄 수도 있지만..... 너는 네 엄마를 구하겠다는 의지만 내세우면 돼. 그뿐이야."
"......."
스탠은 묵묵히 창 밖을 응시하다가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엄마마 되찾고 이 바보같은 자리에서 빨리 내려와야겠다. 우리 엄마가 알면 무척 놀릴테니까."
"....."
소라 역시 빙긋 웃으면서 머그잔을 다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