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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38화 (236/262)

< -- 23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꿈은 솜사탕과 같다.

짧은 시간 달콤함 속에 빠지다가도,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그 존재는 희미하게 사라져 간다.

'엄마....'

스탠은 먼 발치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설화를 향해 걷고 있었다.

'엄마가 저렇게 웃는건 처음봐.....'

스탠은 행복했다.

그가 그동안 보아온 엄마는 늘 긴장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항상 겉으로 웃고 있으도 어둠이 깔린 모습....

스탠은 그게 설화에게 엄청난 불행이라고 생각했다.

쓰라리 과거 속에서 얽매여 무엇인지 모르는 답을 찾기 위해 헤매는 것 같은.....

"엄마. 행복해?"

스탠이 물었다.

그러나 설화는 대답이 없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어디 갔길래 그렇게 행복해? 왜 안 돌아오는데?"

대답은 여전히 없었다.

"엄마. 돌아와."

대답은 여전히 없었다.

스탠은 초조했다.

"엄마. 내가 구하러 갈게."

그 순간.

설화의 몸이 종이처럼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렸다.

"안돼!"

스탠은 벌떡 일어섰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입안에서 쓴내가 돌았다.

"괘, 괜찮아?"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형광등을 켰다.

눈부신 빛이 두 눈을 파고 들자 스탠은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엄마?"

"아니야."

예선은 덤덤하게 대답하며 팔짱을 꼈다.

"꿈꿨니?"

"......"

스탠은 아무말없이 넋놓고 앉아 있기만 했다.

"꿈 아니었으면...."

"뭐?"

"꿈인가요?"

"스탠. 왜 그래?"

스탠의 눈은 심하게 풀려 있었다.

마치 뭔가에 정신없이 홀린 모습이었다.

"스탠....."

결국 스탠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예선은 한숨을 크게 내쉴뿐 더이상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스탠."

"......."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거니?"

"......."

"밥은 먹어야 할거 아냐."

"......"

벌써 3일째.

예선은 끈질기게 스탠과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모든게 헛수고였다.

아무리 예선이라도 스탠이 그런식으로 나오니 지칠 수 밖에 없었다.

"넌 어떻게 네 생각만 해?! 지금 너만큼 힘든 사람 들은 눈에도 안보여?"

결국 예선은 소리를 지르게 됐지만, 그 역시 헛수고였다.

"그래! 너 알아서해. 굶어 죽던지 말던지!"

예선이 방문을 쾅 닫고 나오자마자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친엄마로서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스탠을 제대로 못 이끌어 준것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나도 컸다.

"아니, 소장님!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브리튼 교수가 깜짝 놀라며 예선을 일으켜세웠다.

"스탠이 또 발작한겁니까?"

"아니요. 아니에요...."

예선은 힘겹게 손사래를 친 후, 어디론가 무작정 걸었다.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브리튼이 졸졸 ㅤㅉㅗㅈ아오며 묻자 예선이 제자리에 멈춰섰다.

"모르겠어. 뭘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스탠의 마음을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 거지?"

"소장님...."

"저희가 해볼게요."

예선과 브리튼이 동시에 돌아섰다.

"소라.... 너희들..."

"거, 시크릿-X 바이러스 감염된 놈 들이 그 사정을 잘 알지, 댁들같이 멀쩡한 사람 들이 설득한다고 잘 될 것 같수?"

사무엘까지 나서자, 예선이 브리튼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살짝 뒤로 물러섰다.

"너희가 나설 문제가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해."

예선이 살짝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돌아설려고 했다.

그런데 누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소장님. 저희를 믿으셔야 해요. 그렇게 해야 하구요."

"소피아.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물론 너희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건 맞아. 하지만 이 문제는 차원이 달라."

"뭐가 다른데요?"

소라가 불쑥 끼어들자 예선이 그를 쳐다보았다.

"스탠은 내가 가장 오래 전에 지켜봤어. 그래서 잘 알아."

"오래 지켜본다고 해서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

예선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다.

마치 뭔가 뒷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느낌이 들었다.

"소장님?"

"......"

예선은 서서히 주저 앉아 머리를 감싸쥐었다.

"죄, 죄송해요. 상처 드릴려고 한 소리는 아니었는데...."

갑작스러운 모습에 소라는 크게 당황해했다.

하지만 예선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야. 소라. 네 말이 맞아. 어쩌면 내가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

"그럼 너희는 스탠을 어떻게 할 수라도 있다는 거냐?"

브리튼이 딱딱한 표정으로 묻자 소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설마 그런 생각도 없이 저희가 주제 넘게 말하겠어요?"

"그래? 그럼 너희 생각 좀 들어보자."

브리튼이 묻자 소라는 침착하게 자신 들의 계획을 구구절절 쏟아냈다.

처음에 브리튼과 예선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듣다가, 점점 서로의 눈을 쳐다보게 되었다.

"하,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어. 스탠은 아직 완전하게 시크릿-X에 적응된게 아니야."

"그건 내가 장담할 수 있수다. 스탠은 머리도 좋고 몸도 날렵하지. 우리 계획은 그 놈 성향에 아주 잘 맞춰져 있어."

"......."

사무엘은 확실히 자신있어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예선은 쉽게 그 의견을 수용할 수 없었다.

"이거 제가 나설 때가 된것 같군요."

갑자기 누군가 맞은 복도에서 쑤욱 나타났다.

"회장님. 여긴 어쩐 일로...."

"아, 근처에 지나가다가 우연히 여러분의 대화를 듣게됐는데 이거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군요."

"예?"

다우 회장이 빙긋 웃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젊은 친구들 계획은 제가 들어도 완벽합니다. 다만 그 무대가 없었다는게 흠이었죠. 하지만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 무대라 하심은....?"

"예. 당연히 그 무대는...."

소라가 조심스럽게 묻자 다우회장은 명쾌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모두가 이 모험에 찬성을 했다.

물론 예선은 끝까지 걱정의 끈을 놓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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