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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29화 (227/262)

< -- 229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너희들 도대체 어디서 뭘 했던거야?"

브리튼이 겨우 정신을 추스리고 소라와 소피아를 천천히 훑어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소라가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브리튼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랬구나.... 어쨌든 소장님이 무사하시니 다행이네."

"그런데 교수님은 여기서 뭐하시는 거에요?"

"보면 모르겠니? 여기서 우리 아이들 지키고 있잖아."

"그렇군요."

소피아가 브리튼의 등 뒤를 힐끔쳐다보았다.

낯익은 얼굴과 어린 학생 들이 그녀와 소라를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쿠궁!

갑자기 굉음이 울리면서 지축이 흔들리자 모두가 기겁하며 쥐죽은 듯이 서있었다.

그러나 모두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여기에 숨어 있을 수는 없겠군."

"예? 설마 저희가 저렇게 만들어서 그러신 거에요?"

소라가 무너진 벽을 가리키며 깜짝 놀랐지만, 브리튼은 고래를 저었다.

"아니. 언젠가는 여기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은 항상 했었어. 다만 저 어린 친구 들이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숨죽여 있었던 거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설화님도 저렇게 싸우고 있는데 몸만 사릴 수도 없잖아. 게다가 여기는 지하라 공기도 탁해서 애들 건강에도 안좋을 거야."

"그래도 무작정 나가는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밖에는 감염자...."

"감염자라니, 무슨 소리야?"

소피아가 말끝을 흐리자 브리튼이 재촉했다.

"사실...."

소라가 바깥 사정을 설명해주자 브리튼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찼다.

"결국 우리 학생 들을 그 꼴로 만들다니. 이 자식 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 그렇다면 더더욱 여기에 있을 수만은 없지."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세요? 이대로 모두 끌고 나갔다가는 똑같은 일을 당할 거라구요."

소피아가 걱정스럽게 반문하자 브리튼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생각없이 여길 빠져나갈려고 했겠니. 잠깐 이리좀 와볼래?"

브리튼이 손짓하자 소라와 소피아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따랐다.

그는 지하 벙커 좁은 복도를 한참 지나다가, 이윽고 천장에 푸른등이 비추는 철문 앞에 서게되었다.

"여긴 어디로 통하는 문인가요?"

"여기가 비밀 백신 보관 장소야."

소피아가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브리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그동안 피땀 흘려서 개발한 백신 들이 사실 이 안에 있단다. 물론 전세계 감염자 들을 치료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이정도 양이라면 10만명쯤은 되살릴 수가 있지."

"그렇군요. 아! 교수님. 그렇다면 이 백신부터 좀 찾아주시면 안될까요?"

소라가 뛸듯이 기뻐하며 묻자, 브리튼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백신? 왜?"

"그게... 설화님의 아들이 시크릿-X 유전자를 물려받았는데, 체내 저항력이 강해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서요."

"설화님 아들이? 무슨 사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 그렇게 하자꾸나."

브리튼은 혼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문 인식으로 철문을 열었다.

그러자 살갖을 파고드는 차가운 연기가 흘러내렸다.

"소피아. 너도 알고 있지? XC-09AA 백신은 온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항상 -20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그럼요. 소장님께 귀가 따갑도록 들었는걸요."

소피아는 팔짱을 끼고 애써 추위를 견뎌내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이걸 이 가방에 담아서 얼른 여길 빠져 나가자."

브리튼은 철제 케이스 가방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항상 영하 -20도를 유지하는 특수 냉동 가방이었다.

"그런데 교수님?"

"응?"

브리튼이 캡슐을 가방 속에 넣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소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 캡슐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하시겠다는 건가요?"

"밖에 있는 감염자 들 말하는 거냐?"

"예."

"그런거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브리튼은 빙긋 웃으면서 캡슐 입구를 막고 있는 마개를 엄지손가락으로 툭 쳤다.

그러자 날카로운 바늘 끝이 나타나더니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이건 아주 빠르고 손쉽게 쓸 수 있는 거란다."

"아..."

그제서야 소라는 이해가 됐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이 들이 약 100여명 정도가 있으니 한 사람당 열개씩 사용하면 되겠구나. 이 가방에 300개씩 캡슐을 보관할 수 있으니까, 한 사람당 하나씩 들자."

브리튼은 소라와 소피아에게 가방을 건내주고 밖으로 나섰다.

"우이씨! 무겁잖아!"

"불평하지마. 지금은 남자 여자 가릴 때가 아니닌까."

소라는 두 손으로 낑낑거리며서 가방을 드는 소피아에게 넌지시 말을 건내며 브리튼 뒤를 따랐다.

"참! 어이가 없어서! 누가 너보고 들어달랬냐?"

소피아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소라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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