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223화 (221/262)

< -- 22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뭔데, 그래?"

사무엘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설화와 소라 사이에 서서 노트북을 쳐다보았다.

"어, 쟤, 쟤네들....."

"감염된 모양이야...."

사무엘 역시 인상을 구기자, 소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쉰소리를 내뱉었다.

소라의 말대로 피부가 시멘트 회색빛으로 물든 감염자 들이 빼곡히 모여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소라. 다른 곳도 구석구석 촬영해봐."

"예."

소라가 짧게 대답하면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러자 헬기는 호버링(Hovering : 공중 정지 상태)상태에서 몸체만 휙 뒤틀더니 대각선으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갔다.

"소라! 좌측 1층 2번째 창가."

"옙!"

설화가 빠르게 주문하자 소라의 타자 속도도 무척 빨라졌다.

"여기도 마찬가지야."

소라의 헬기는 다른곳을 구석 구석 촬영해 나갔지만, 일행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져 갔다.

"염병할.... 이제 그만 합시다. BPA는 이미 틀렸네."

사무엘이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설화는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고민하다가,  뭔가 눈에 띄었는지 모니터를 유심히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소라가 모니터와 설화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묻자, 설화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쪽 구석진 창가를 비춰봐."

"예."

소라가 핼기를 조종해서 건물 구석진 창가를 비추었다.

"저, 저 사람..."

"왜?"

"왜 그래?"

소라가 기겁하자 사무엘과 소피아가 고개를  들이댔다.

"대장님. 저기 저 사람이 설마?"

소라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설화가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자식......'

확실히 화면 속에 비춰진 사람은 설화에게 매우 낯이 익은 인물이었다.

'확실히 세월이 세월인지라 많이 삭았긴 했는데, 김성식 얼굴이 맞긴 맞군.'

설화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쌓였다.

반갑다고 할것까지는 없지만,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마주친 기분은 그리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 여.... 이게 누구신가?

조용히 의자에 앉아있던 김성식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매우 탁하고 무미 건조했지만, 어딘가 거만과 증오가 잔뜩 낀 목소리였다.

"오랜만이군."

- 글쎄.... 이걸 오랜만이라고 해야하나...? 나는 당신 들에게 워낙 안좋은 기억만 있어서 말이야..

"그건 여기도 마찬가지야. 너.... 그 놈들한테 붙은거 확실하지?"

-새시대를 열 사람들에게 놈 들이라니... 말 실수야. 더러운 잡종.

더러운 잡종이라는 소리에 설화 일행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야말로 더러운 배신자다. 여기까지 오면서 별의별 괴물 들을 마주쳤으니까.  어떻게 멀쩡한 사람 들에게 그런짓을 할 수가 있어?"

설화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녀는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 어차피 세상이 이지경이 됐는데 아직도 그런것을 신경쓰나?

"세상을 이지경으로 만든 새끼 들이 누군데?!"

설화가 다짜고자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는 진심으로 분노한 것이다.

- 그들을 모욕하지마. 더러운 잡종.

김성식은 고개를 치켜들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 하긴 여기  BPA에 있는 잡종 들도 너와 똑같은 말을 했지. 그래서 내 나름대로 교육을 시키긴 했지만 말이야.

"이런 개자식! 네 놈이  여기 학생 들을 다 감염시켰다 이거냐?"

사무엘이 화면에 뛰어들 정도로 으르렁거리자 소라가 그를 무의식적으로 붙잡았다.

- 그래. 너같은 짐승 들이 많아서 말이야.

"이 새끼가!"

사무엘이 주먹을  들자 설화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진정해.  그것보다 너 혼자 여길 이렇게 만들었나?"

- 그런셈이지. 좀 힘들긴 했지만....

"......."

설화는 점점 고민에 휩쌓였다.

어차피 BPA가 이지경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가깝게는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는 김성식의 힘과 이곳의 전력이었고, 멀게는 유럽의 생존자 들이 과연 무사할것인지였다.

-그런데 네 년이 여기까지 다시 온 이유가 뭐지? 나같으면 두번 다시 쳐다보지 않았을 거야.

"그건 네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야. 다만  네가 나랑 붙는게 정 껄끄럽다면, 물건 하나만 건내주면 돼."

- 건방진 년. 네가 날 이길 수있을것 같아?

"그럼 서로 대화는 끝난거네."

설화가 어깨를 으쓱거리자,  김성식이 피식 웃었다.

-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되나 보네. 아까 건물 내부 다 둘러본것 같은데 말이야.

"그럼 그 감염자 들이 다 네놈 부하라도 된다는 소리냐?"

- 뭐  지금부터 부딪혀보면 알겠지.

"그게 무슨 말...."

설화가 자기도 몰래 당황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장님! 저기 ..."

소라가 벌떡 일어서면서 전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우어어어!

건물 안에서 좀비 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것이다.

설화는 멍하니 그것을 지켜보다가 겨우 모니터를 응시했다.

- 자, 붙어볼만 하지? 그런데 좀 힘들 거야. 특수 개량된 놈 들이라서.

"야. 김성식."

설화가 모니터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 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 그럼 난 안에서  느긋하게 지켜볼테니까 잘해보라고. 아! 이 장난감은 내가 알아서 분리수거 할게.

김성식이 헬기를 덥썩 집더니 그대로 벽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화면은 그대로 꺼져버렸다.

"으악! 내 헬기!"

소라가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했지만, 절망할 시간조차 없었다.

사무엘이 그의 뒷덜미를 붙잡고 강제로 일으킨 것이다.

"헬기 값은 저 놈들에게 받아라."

"쳇!"

결국 설화 일행은 쉴 틈도 없이 좀비 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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