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2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어째서?"
설화가 덤덤하면서도 짧게 질문하자 소피아는 바로 입을 열었다.
"근육이 뼈를 감싸고 있는게 아니라, 뼈가 근육을 감싸고 있잖아요......"
"정말?"
이제서야 발견했는지 소라와 사무엘이 괴물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정말이네? 뼈가 마치 회오리처럼 근육을 감싸고 있잖아?"
"희안하네..."
다 들 다시 한번 괴물을 자세히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워낙 핏덩어리라 뼈와 근육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지만, 강렬한 햇빛에 말라버린 핏줄 들이 근육과 뼈를 서서히 구분해 놓았다.
하지만 설화는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근육량이 적은데 어떻게 그만한 힘과 스피드가 나오는 거지?'
설화는 괴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녀의 눈에 아주 희안한게 띄었다.
'이건 뭐지?'
괴물의 뼈는 그냥 뼈가 아니었다.
약간 투명하면서도 탁한 회색이었는데, 그 속에 뭔가 기다란것이 흐물흐물 기어다녔다.
"대검."
"예?"
설화가 쳐다보지도 않고 뒤로 손을 내밀자 모두가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대검 달라고, 이것 들아!"
"아, 예."
소라가 엉겹결에 내놓은 대검을 설화는 휙 빼앗듯이 받아들었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괴물의 뼈를 날카로운 칼 끝으로 찔렀다.
- 끼에엑!
마치 고무관을 찌르듯 칼 끝이 관 안을 파고 들자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아까 대장님 팔을 그렇게 만든 것들하고 비슷하군요."
"그러게. 내 생각에는 아마 이것들이 근육을 단단하게 하거나 조직을 바꾸는것 같아."
소피아가 옆에서 맞장구치자 설화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냐?"
"그럴 수 밖에 없잖아요. 신체 구조도 특이하지만 지금 이 죽은 시체에서 살아 움직이는건 저것 들 뿐이라고요."
"그래. 그리고....."
설화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 끝을 흐리자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뭐요?"
사무엘이 채근하듯 묻자 설화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옷에 먼지를 툭툭 털었다.
"아니다. 그냥 혼잣말이야."
"참. 싱거운 사람이네."
사무엘은 툴툴거렸지만, 소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설화를 응시했다.
악마가 세상을 집어 삼키는 듯한 날씨였다.
그만큼 구름은 시커먼 먹구름이었고 빛이라곤 전혀 내려쬐지 못했다.
방금 BPA에 도착한 설화를 김성식 대신 맞이하는것 같았다.
"다시 왔군."
"그런데 반갑지만은 않은걸?"
사무엘과 소라는 각자의 소감을 말했지만 소피아는 입술만 굳게 다물었다.
"넌 별로 감흥이 없냐?"
설화가 물었지만 소피아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예. 별로....."
설화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소피아가 말은 하지 않아도 무슨 심정인지 대충 이해할만 했다.
'하긴... 저기서 자라고 배웠는데 이런식으로 다시 찾아오는게 굳이 기쁠 일은 아니지.'
설화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소라를 쳐다보았다.
"소라. 정찰 가능하지?"
"당연하죠."
소라는 등 뒤로 맨 군장을 내려놓고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뭐냐? 그건?"
갑자기 커다란 박스가 나오자 사무엘이 커다랗게 눈을 뜨고 물었다.
"RC헬기야."
"그게 뭔데?"
"원격 무선 조정 모형 헬기."
소라는 또박또박 대답하면서 박스를 열어 120cm 정도되는 모형 헬기와 노트북을 꺼냈다.
"원래는 전용 리모컨으로 조종 해야 하는데, 항공 촬영도 해야 하고 비행 시간이 최소한 2시간 이상은 되야 하니까 개조를 좀 했어."
소라가 노트북을 열어서 USB 연결선을 헬기와 연결했다.
그러자 프로그램이 자동 실행되면서 RC 헬기 3D 모델링이 리뷰가 되었다.
그제서야 사무엘은 관심있게 쳐다보며 소라 옆에 다가섰다.
"그런데 이건 뭘로 움직이냐?"
"이건 휘발유가 아닌 전기로 움직이는 헬기야. 그래서 대용량 리튬 배터리가 장착됐어."
"호오. 그럼 이 카메라는 뭔데?"
"동영상하고 사진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특수 카메라야. 화질은 2300만 화소에 동영상 10시간, 89만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게다가 야간 투시, 128배속 줌까지 가능한 특수 초소형 렌즈라 가격이 어마어마 하지. 아마 널 팔아도 이건 못살걸?"
"뭐, 임마?!"
사무엘이 울컥했지만 소라는 큭큭거리며 헬기를 평평한 지대에 올려놓았다.
"자아, 이제 움직여볼까?"
소라가 손바닥을 비비면서 키보드를 두드리자, 헬기가 쉭쉭거리면서 공중에 서서히 떠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BPA 건물 외벽까지 다가가서 서서히 카메라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별로 특이한 사항은 없네요. 그냥 쥐죽은 듯이 조용해요."
소라는 노트북을 응시하며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댔다.
"다들 어디 간건가?"
"글쎄....."
소피아, 사무엘 역시 별다른 특이한 사항을 못찾았지만, 설화의 눈은 점점 가늘어졌다.
"소라. 저기 3층 좌측에서 네번째 창가 비춰봐."
"예? 아, 예."
소라가 키보드를 두드리자, 헬기는 서서히 좌측으로 움직였다.
"저건!"
소라가 깜짝 놀라며 카메라를 줌 시켰다.
그러자 창문 안에 여러 사람 들이 서있는게 보였다.
"뭐죠?"
"조금 더 확대시켜봐."
설화가 소피아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노트북 화면에 얼굴을 들이댔다.
"대장님. 이건...."
"젠장....."
소라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고, 설화는 인상을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