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아까와는 차원이 틀려졌어."
"그런것 같아. 마치 쉴드라도 친것 같은 느낌이야."
설화의 상태를 확인한 사무엘과 소라는 이제 괴물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분명 그들의 대화대로 괴물은 한차원 더 강해진듯 싶었다.
"어이, 소라."
"왜?"
"그... 뭐더라? 너네 동양인 속담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뭐 그런 명언 있잖아."
뜬금없지만 소라는 그게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들었다.
"뭐?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어, 그래. 그거. 아무튼 우리가 백마디 떠드는 것보다 직접 부딪히는게 나을것 같아. 내가 저 놈 급소를 한번 노려볼테니까, 넌 저 놈이 어떻게 방어하는지 잘 봐라."
"그래."
소라는 사무엘의 침착함에 속으로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설화의 리더쉽에서 나오는 효과인듯 싶었다.
"어이, 괴물. 형이 네 놈 심장을 노릴테니까 잘 막아보라고."
사무엘은 비실비실 웃으면서 오른쪽 주먹을 부풀렸다.
"간닷!"
사무엘이 달려들자 괴물도 두 팔을 들었다.
아무래도 사무엘의 팔을 붙잡을 모양이었다.
"틀렸어! 어퍼컷이다!"
그 덩치에 도무지 믿기지 않는 속도로 괴물에게 달려들던 사무엘이, 갑자기 허리를 숙이더니 그대로 주먹을 퍼 올렸다.
-빠각!
"엥?"
사무엘은 바위에 자신의 주먹을 내려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게 너무 얼얼할 정도라 괴물에게 몸을 피하고나서 한참동안 자신의 오른손을 쳐다볼 정도였다.
"뼈야. 뼈가 튀어나왔어!"
반대편에서 소라가 크게 소리치자 사무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방어할 때마다 뼈가 튀어나온다면....'
그러나 사무엘은 복잡하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다.
'그럼 양동 작전으로 나가야겠네.'
오히려 단순함에서 진리를 얻는것이 더욱 빛을 발휘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이다.
사무엘은 자신의 이어폰을 입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소라. 들리냐?"
- 가까운 거리에서 이어폰은 왜 쓰냐?
소라가 핀잔을 줬지만 사무엘은 게의치 않았다.
"어허! 전략이 적에게 새어나가면 안 된다는걸 모르나? 아무튼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아무래도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 뭐? 어떻게?
말투 뿐만이 아니라 멀리서 보이는 소라의 표정은 물음표가 가득했다.
하긴 소라가 직접적으로 무언가에 부딪쳐 본적은 아주 드물었다.
"네가 괴물의 심장을 노리면서 들어가. 나는 그 틈을 노릴테니까."
- 무슨.....
소라의 표정은 황당함으로 물들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그래. 경험자의 말이니까 따라야지...'
소라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허리춤에 찬 대검을 꺼내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붙어 보는거라 잘 될지 모르겠네.'
소라는 긴장반 걱정반을 하며 괴물을 노려보았다.
사무엘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의외의 상황에 빠르게 몸으로 대처하는 타입이라면, 소라는 미리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달려드는 타입이었다.
'가장 상책(上責)의 시나리오는 괴물의 심장에 내 대검을 박는 거고, 중책(中責)은 사무엘의 말대로 돌악는 거고, 하책(下責)은 내가 당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최소한 중책까지는 가야해.'
소라는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움켜쥐었다.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한 거였는데, 이제서야 빛을 발휘할 때가 된것이다.
- 야! 뭐해? 빨랑해. 괴물이 심상치가 않다!
사무엘이 재촉하자 소라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의 말대로 괴물은 소라를 매우 노려보면서 허리를 웅크리고 있었다.
그건 공격 준비 자세였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간닷!"
소라는 망설이지않고 뛰었다.
"빠, 빠른데?"
겨우 몸을 추스리고 멀리서 지켜보던 설화가 깜짝 놀랐다.
그러자 소피아가 씨익 웃었다.
"소라는 자신의 신체 능력을 잘 사용하지 않은편이에요. 하루종일 책읽고 컴퓨터에만 빠져 있죠. 말 그대로 범생이에요."
"그럼 저게 시크릿-X의 능력인가?"
"아니요."
설화의 질문은 매우 당연한건데 소피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소라는 하루에 한시간씩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요."
"이미지 트레이닝?"
"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그려 보는 거에요. 그리고 실전에서 그 기억을 떠올려서 자신의 몸에 입히죠."
"그, 그게 가능해?"
"가능하니까 저렇게 뛰는 거죠. 저도 그 이상은 몰라요. 소라가 말하기를 그냥 동양의 신비래요."
소피아가 새침하게 대답하자 설화는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눈으로 보이는 왜소한 체격이 지금까지 그를 말해 줬을뿐, 그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간닷!"
소라 역시 사무엘과 똑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누가봐도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 소라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것이다.
"받아랏!"
소라가 괴물의 얼굴에 뭔가를 휙 뿌렸다.
그건 붉은 빛의 가루였는데, 괴물이 바로 두 눈을 손으로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