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어이, 아가씨. 어제는 내가 16살짜리 애들 셋과 잘 수 있었지. 한명은 백인이었고, 한명은 혼혈, 한명은 동양애였어. 끝내줬다니까. 다들 너같은 처녀였다고."
세르지오는 음흉한 얼굴로 소피아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지옥이나 떨어져."
소피아가 치를 떨며 손을 세게 내치자 세르지오가 더욱더 비열한 표정을 지었다.
"오, 아직까지 신을 믿고 있나?"
그때였다.
갑자기 사무엘이 튀어나오더니 세르지오에게 그대로 달려들어 주먹으로 뒷통수를 갈겨버렸다.
-빠각!
목이 180도 돌아간 세르지오는 처참하게 땅바닥에 널부러졌다.
"아, 저 새끼 또 사고치네."
그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던 설화는 이마에 손을 얹고 좌절했다.
"넌 뭐냐?"
그런데 주앙의 반응이 이상했다.
마치 그럴줄 알았다는듯 팔짱을 끼고 사무엘을 덤덤히 쳐다보기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무엘은 그런 상대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었다.
"뭐긴 뭐냐? 신이지. 너도 저 꼴 당하기 싫으면 가만히 있는게 좋을 거다."
사무엘이 으르렁거렸지만 주앙은 오히려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서서히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오 마이 갓...."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설화는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가만히 있기 싫은데 그래."
사무엘조차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앙의 오른팔이 마치 설화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변한 것이다.
"꼴을 보아하니.... 군인인가?"
주앙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지만 사무엘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와우... 이거 오랜만에 화끈하게 맞아보는데?"
목이 돌아간체 쓰러져 있던 세르지오가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이리저리 돌렸다.
사무엘은 미동없이 눈동자만 움직여서 세르지오의 위치를 확인했다.
"네 놈은 어디서 왔나?"
"........"
무슨 까닭인지 몰라도 사무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묵비권을 행사하시겠다.... 그럼 억지로라도 입을 열게 만들어야지."
세르지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오른팔을 검으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듯 빠르게 사무엘에게 달려들었다.
-캉!
"뭐, 뭐야?"
세르지오가 깜짝 놀라 오른팔을 황급히 거두려고 했다.
그러나 5배나 부풀어진 사무엘의 손에 이미 잡혀 버린 후였다.
"너네만 시크릿-X 감염된 줄 알았냐?"
사무엘이 씨익 웃더니 그대로 세르지오를 들어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우지직!
"크아아악"
세르지오는 엄청난 고통의 비명을 내질렀다.
두 다리가 순식간에 나무 젓가락처럼 부러져 버린것이다.
그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미안. 살살하려고 했는데 너무 힘이 들어가서.... 그래도 평생 휠체어를 타면 되니까 괜찮을 거야."
사무엘은 별로 마음에도 없는 위로를 하면서 주앙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네 차례인것 같은데?"
"헉....."
확실히 주앙은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었다.
인간은 단 시간내에 뭔가 엄청나거나 끔찍한 것을 보면 페닉 상태에 빠진다.
불행하게도 아직 그들은 인간에 불과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주앙이 무릎을 꿇자 사무엘이 씨익 웃으면서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살려달라..... 대장! 어떻게 했으면 좋겠수?"
"나 참....."
설화가 뒷통수를 긁적이며 창고에서 나오자 주앙의 두 눈이 커졌다.
"다, 당신은...."
"뭐야? 대장을 아는 거야?"
사무엘은 물론 설화 역시 놀란 표정이었다.
"나를 아나?"
"알다마다....."
주앙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체 설화를 올려다 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경멸이 뒤섞여 있었다.
그것을 의식한 설화가 입을 열었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그리 곱지는 않군. 말해라. 나를 어떻게 아나?"
"우리 보스에게 들어다. 당신이 리스본을 몰살시켰다고......"
"뭐?"
설화가 어이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물론 다른 부대원 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리스본을 몰살했다고?"
"그래. 연합군이 BPA를 포위했을때 그에 대한 보복으로 호송 병력을 잔인하게 살인하고 리스본을 몰살시켰다고 말이다."
"........"
설화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음 질문을 해야했다.
"너희 보스가 누군가?"
"말해줄 수 없다."
"이게 진짜 맞아야 정신을 차리나?"
사무엘이 앞으로 나서자 설화가 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대답을 하던 안하던 네 자유다. 하지만 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사무엘이 아닌 내가 널 고문할 거다."
"......"
주앙은 입술을 곱씹었다.
확실히 눈 앞의 목숨이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아까 너희가 한 말 다 들었다. 감염자 들이 곤죽이 되어 서로 합체하는 것도 너희가 한 짓이라고?"
"그건 ......"
"대장. 그냥 산채로 내장을 끄집어 내서 꼬아버려요."
주앙이 우물쭈물하자 사무엘이 험악하게 인상을 쓰면서 거칠게 말했다.
그런데 그게 설화에게는 협박이 아니라 진심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대검을 끄집어냈다.
-퍽!
"커헉!"
설화가 주앙을 발로차서 쓰러트리더니 대검을 복부에 대었다.
"예전에 나였다면 정확히 네 놈의 복부 가죽만 벗겼겠지만....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눈 앞이 침침하거든. 하지만 네 놈의 복부를 찔러서 내장을 꼬챙이처럼 뽑아낼 수는 있어."
"....."
주앙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벌벌 떨었다.
복부를 찌르는 대검 때문이 아니라, 표정이 전혀 없는 설화 때문이었다.
게다가 무미건조한 설화의 협박은 주앙을 페닉 상태로 빠트렸다.
"자아,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그 괴물 너희 건가?"
"그, 그렇습니다."
"그건 S.B.I.C에서 만든걸로 아는데?"
"우리가 유전자 샘플을 받은겁니다."
"누가 그 샘플을 너희 마피아에게 넘겼나?"
"그건...."
주앙이 뜸을 들이자 설화가 망설임없이 대검의 끝을 복부에 찔러넣었다.
"크악!"
"아, 미안. 네가 대답을 늦게 하니까 나도 모르게 짜증나서 말이야."
"흐흐흑...."
결국 주앙은 눈물을 터뜨렸다.
"제발 살려주세요...."
"그래. 알았으니까 어서 대답해봐. 누가 그 샘플을 너희 같은 마피아에게 넘겼지?"
"기... 김..."
의외의 말이 튀어 나오자 설화는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 누구?"
"김성식.... 김성식입니다. S.B.I.C 핵심 일원입니다."
"......."
사무엘, 소라, 소피아는 누군지 몰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나 설화는 손에 들고 있던 대검을 놓칠뻔 했다.
이승철만큼 너무 귀에 익은 그 이름.
'김성식이 살아 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