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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13화 (211/262)

< -- 21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인간은 자신의 상식선에서 벗어나는 무언가를 대면했을때, 크게 두가지 반응이 일어난다.

하나는 경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외(敬畏)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두가지 반응은 절대적인 뜻에서 같은 뜻을 지닌다.

그것은 두려움이다.

"부대장님.... 저게 가능한 일인가요?"

소라가 묻자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변신 로봇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겠지."

"그럼...."

설화는 이맛살을 구기며, 이제 막 떠오른 기억을 곱씹었다.

'20년전 승철이한테 얼핏 들었던게 저건가? 끔찍하군.'

-쿠어어어!

괴물이 괴성을 지르자 일행이 뒷걸음질쳤다.

없애느냐, 도망치느냐.

포르투갈에 도착한지 불과 1시간만에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뭐, 좋아. 우리가 도망가면 도망갈수록 저런것들이 점점 쌓이기만 하지 않겠어?"

"그렇게 나오셔야지."

사무엘은 설화의 대답에 만족했는지 팔뚝을 걷어 올리고, 등 뒤에 차고 있던 거대한 대도를 꺼내들었다.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건 또 언제 챙겼냐?"

"크큭. 카터 대위한테 잘 썰리는 것 좀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이걸 주더라고"

사무엘은 입꼬리를 올리며 한 손으로 1.8m나 되는 대도를 치켜올렸다.

'220파운드는 족히 되보이는걸 한 손으로 다루다니.... 정말 미친놈이군.'

설화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소총을 등 뒤로 매고 오른팔을 검으로 변형시켰다.

"어차피 저 놈한테 총알은 콩알만큼 안 박힐거야. 너희 둘은 뒤로 물러나 있어."

"......"

소라와 소피아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자 설화가 사무엘을 힐끗 쳐다보았다.

"난 대가리를 노릴건데 넌 어딜 공략할래?"

"뼈와 살을 남김없이 분리해주지."

"......"

설화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오랜만에 실전이라 그런지 양 손이 찌르르거리며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아드레날린은 최고조였다.

"좋아. 간닷!"

-쿠어어!

설화가 소리치며 전속력을 내며 뛰쳐나가자 괴물도 쿵쾅거리며 달려들었다.

-쿵!

괴물이 오른팔을 높게 들어 땅에 내려 찍었지만, 설화는 이미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푸우욱!

설화는 아주 손쉽게 괴물을 옆구리에 검을 박아넣었다.

-크아아아!

괴물이 큰 괴성을 내지르면서 잠시 비틀거렸다.

옆구리에서 검붉은 피와 진녹색 액체가 분서처럼 터져나왔다.

"진짜 구역질 나는 놈이군."

괴물의 피가 떨어진 땅에서 또 다시 액체가 부글부글 끌어오르자 설화가 토할것 같은 표정으로 멀찌감치 물러섰다.

"이제 내 차례인가?"

사무엘이 대검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괴물 앞으로 다가왔다.

"세로로 썰어줄까? 가로로 썰어줄까?"

-쿠어어어!

괴물은 대답대신 괴성을 내지르며 팔을 위 아래로 흔들어 댔다.

"아~ 세로를 원한다고?"

사무엘이 덩치에 안 어울리는 목소리로 대검을 높게 치켜 들었다.

-쿵쿵쿵!

사무엘 역시 설화처럼 거침없이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거의 200kg가 육박하는 무게가 전속력으로 달리니 지축이 울릴 정도였지만, 공중에 높히 뛰어 올랐을 때는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소에 생각할 수도 없는 민첩함이었다.

-크어어!

괴물 역시 두번 당하지 않을 심산인지 거칠게 팔을 휘둘렀다.

"커헉!"

안타깝게도 공중에서는 어떤 공격도 피할수 없는지라, 사무엘은 괴물의 육중한 팔을 고스란히 받아낼 수 밖에 없었다.

-쿵!

그대로 날라가 나무에 쳐박힌 사무엘은 주르르 땅으로 떨어졌다.

"쳇! 그렇게 까불더니만!"

그 모습을 지켜본 설화가 다급히 오른팔을 치켜들었다.

"젠장! 나둬! 내가 처리할 거야."

"......"

사무엘이 거칠게 말하며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냈다.

대검 손잡이를 잡고 겨우 일어섰지만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건 사무엘이라서 그 정도였다.

설화가 만약 저런 상황이었다면 그 어떤것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 역시 그것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기에 침을 꿀꺽 삼킬수 밖에 없었다.

"이런 뒤질..... 괴물도 한 입 가지고 두 말하냐?"

사무엘이 이번에는 대검을 비스듬하게 쥐었다.

"흐압!"

이번에도 사무엘이 전속력으로 뛰어들었다.

'아까는 어깨 뒤로 대검을 잡고 뛰었고..... 지금은 허리춤에 대검을 들고 뛴다라.... 그렇다면....'

설화의 예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무엘은 괴물의 옆구리를 정확히 노리고 달려들었다.

아까 설화가 일격을 가한 곳이었다.

-쿠어어어어!

하지만 괴물의 반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다시 육중한 팔을 들어 사무엘을 내려 찍으려고 한 것이다.

"위험해!"

소피아가 크게 소리쳤지만 사무엘은 이미 육중한 팔 그림자 속으로 거의 가려진 상태였다.

"부대장님!"

소라 역시 다급하게 설화를 불렀다.

그러나 설화는 미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팔짱까지 끼었다.

"설레발 떨지마. 너희는 20년 가까이 같이 살았으면서 동료 하나 못 믿나?"

".....하지만....."

-쿵!

소라가 말끝을 흐리는 동시에 괴물의 오른팔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주인을 잃은 오른팔은 힘없이 땅 위로 굴렀다.

"크크큭....."

사무엘은 대검을 땅에 거칠게 쳐박고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반면 괴물은 한순간에 사라진 자신의 오른 팔뚝을 멀뚱거리면서 쳐다보았다.

"아이고~ 고객님. 다음에는 어딜 썰어 드릴까요?"

사무엘의 표정은 말 그대로 악마의 그것이나 다름없었다.

설화는 거 보라는듯 소라와 소피아를 쳐다보았다.

"봐라. 저게 저 정도로 뒤질 놈이냐?"

설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엘은 대검을 이리저리 휘둘러댔다.

그가 무차별로 휘두른 대검은 눈이 부실 정도로 잔영을 일으키며, 괴물을 피와 살점을 공중으로 튀어 오르게 했다.

마치 팝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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