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우와...."
"이건 뭐지?"
그러나 밖에서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일행의 눈 들이 모두 커졌다.
"여기는 회장님께서 특별히 꾸미신 별관입니다."
릴 팀장이 잠시 멈춰서서 일행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인물 들의 초상화를 걸어놨죠."
"어째서.... 이런 일들을 하신 거죠?"
설화가 묻자 릴 팀장이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초상화를 쓰윽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인류의 역사를 빛낸 위인 들은 잊지말고 영원히 기억하자는 뜻이죠."
"......."
종의 기원, 찰스 다윈.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이탈리아이 천재 발명가이자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들의 거대한 초상화가 은은한 주황빛 아래 병풍처럼 비스듬하게 걸려있었다.
특히 초의 눈에 찰스 다윈의 초상화가 가장 눈에 띄었다.
생명 공학을 전공한 탓이기도 했지만 웬지 자꾸 눈길이 갔다.
"이제 그만 가시지요."
릴 팀장이 재촉하자, 일행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를 뒤따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야 하나요?"
초가 무의식적으로 뻔한 질문을 했지만, 릴 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50층까지 올라가려면 그래야죠."
"아, 예....."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일행은 서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정말 1분 1초가 하루같다는 말을 절실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다 왔군요."
릴 팀장의 또박거리는 목소리에 다들 입구쪽으로 몸을 돌렸다.
문이 열리자 이제는 공허하리만큼 적막한 복도가 낮설지도 않았다.
-rrrrrrrr
"잠시만...."
단조로운 벨소리가 들리자 릴 팀장이 자신의 정장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예. 실장님. 예, 예..... 아, 그렇습니까?"
사무적인 어조로 무언가 대화를 나눈 릴 팀장이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더니,
설화를 쳐다보았다.
"죄송하지만 회장님 스케줄이 바쁘신 관계로 일정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우선 여기 계신 두 분만 회장님을 뵙도록 하지요."
"....."
릴 팀장의 그 말에 나머지 아이 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무래도 3일 밤낮을 바다 밑에만 있다보니 육지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모양이었다.
"......"
그런데 유독 스탠의 표정만 이상하리만큼 굳어있었다.
자기만의 생각에서 뭔가 자꾸 틀어지는 모양이었다.
그건 친 엄마인 초와 자신을 키워준 설화가 단번에 알아차렸지만,
일부러 서로 모른척하고 릴 팀장을 따라 나섰다.
그렇게 또 다시 대화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80층 꼭대기에 도착한 초와 설화는
문이 열리자마자 넓직한 홀을 마주해야 했다.
물론 잠수모함의 그 홀보다 무척 적은 규모였지만, 80층 전체가 회장실에 관련된 곳이라 이곳 역시 무시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동양과 서양의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절묘하게 조화를 시켜 보는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여기 계시면 회장님이 나올실 겁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예."
릴 팀장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초와 설화는 서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홀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이곳이 마음에 드십니까?"
"헉!"
"꺄악!"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불쑥 나타나자, 설화가 반사적으로 물러섰고 초는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졌다.
"아, 이런... 놀래키려고 그런건 아닌데...."
설화와 초는 휠체어를 타고 자신 들을 쳐다보는 남자를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얼굴이 무척 창백하고 갸름했으며 단정한 단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제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레이디를 놀라게 하다니...."
남자가 진심으로 미안해하자 초와 설화는 오히려 몸둘바를 몰라했다.
"아, 아니에요."
남자는 나이가 30대에 불과했지만 매우 정중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다.
"저는 제네럴 컴퍼니 회장 데이비드 다우입니다."
"아....."
초와 설화는 다시 한번 깜짝 놀라며 다우 회장을 쳐다보았다.
"정말 대단하신 분들을 직접 보니 매우 영광이군요."
다우 회장은 휠체어를 움직여 창가에 다가갔다.
80층 전체는 콘크리트 벽 대신 자외선 차단 유리가 병풍처럼 둘러쌓여 있었다.
몸이 불편한 다우 회장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듯 싶었다.
"뉴욕에 오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불쑥 튀어나온 질문이었지만 설화와 초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냥 봤던 그대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폐허 같았습니다.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없었죠."
"뉴욕은 분명 과거에 대단한 도시였지만.... 저도 설화 언니 말에 동감해요."
"그렇습니까?"
다우 회장은 씁쓸한 얼굴로 창 밖의 뉴욕시를 응시했다.
그 모습에 초가 속으로 뜨끔하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무슨 말 실수라도...."
"아뇨. 있는 사실 그대로 잘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다우 회장은 천천히 뒤로 돌았다.
"월가의 바쁜 아침과 화려한 타임스퀘어의 밤.... 뉴욕을 대표하던 모든게 먼지와 바이러스에 의해 지워져 버렸죠."
"하지만 생존자가 5만명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잠깐 오면서 보니까 사람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던데...."
"그 들은 밖으로 나오길 꺼려합니다. 이 큰 도시에서의 비극이죠."
"왜 밖으로 나오길 꺼려하죠?"
"그건...."
다우 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