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그라프 제플린?"
초가 어리둥절했지만 설화는 속으로 흠칫했다.
'그라프 제플린이라면..... 나치때 건조된 항공모함의 이름이군. 또한 비행선을 최초로 개발한 인물의 이름이기도 하고....'
설화가 자세히 알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중국 첩보원 시절때 익힌 군 교육 덕분이었다.
문제는 뭣 때문인지 몰라도 그 이름을 듣자마자 기분이 썩 내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색할 수는 없었기에 조용히 일행을 따라 잠수 모함에서 내려와 뉴욕 시내로 들어섰다.
"너무 조용하네...."
잠수 모함에서 내린 사람은 기껏해야 200명 정도였다.
아무래도 장교나 고위 간부 들이 먼저 내리고 나중에 병사 들이 내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뉴욕은 과거에 비해서 너무 조용했다.
-부우웅
그때, 도로 반대편에서 검은 세단 2대가 군용 험비에 둘러 쌓인채 다가왔다.
"아, 본사에서 마중나오나 보군요."
카터가 걸음을 멈추자 일행도 멈춰섰다.
"본사요?"
"예. 제네럴 컴퍼니 본사에서 말입니다."
험비에서 무장한 병사 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은 훤칠한 남자를 보호하며 다가왔다.
"어서오십시오. 저는 제네럴 컴퍼니 전략기획부 소속의 릴 도이쉬 팀장입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또박또박 설명을 하자 초가 좌우 눈치를 살피다가 쓰윽 앞으로 나섰다.
"저희는...."
"아, 말씀 안하셔도 잘 압니다. 회장님의 명령을 받고 레일리 함장님께 전달한게 바로 저였으니까요."
초가 말하기도 전에 릴 팀장이 대답했다.
그 바람에 초는 뻘줌한 표정으로 뒤로 살짝 물러났다.
"아, 그럼 저는 이만 빠져도 되겠군요. 그럼 여기서 저는 다음 작전에 투입하겠습니다."
"응. 그렇게 하게."
수고했단 말도 없었는데 카터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사라져버렸다.
어쨌든 릴 팀장은 카터 대위보다 훨씬 다가가기 어려운 스타일임은 분명했다.
심지어 같이 차에 타고 이동했을 때도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차라리 애 들이랑 같이 타는게 이건 뭐....'
초는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설화가 옆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 역시 이 분위기가 어색한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초 눈에 자꾸 무언가가 거슬렸다.
"언니. 봤어?"
갑자기 초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설화가 고개를 까닥였다.
"응. 쥐새끼같이 숨은 놈 들이 많네..."
설화 말대로 후드티를 뒤집어 쓴 사람 들이 골목에 서서 자신 들을 쳐다보고 있는게 보였다.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교도소 복도를 지나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드럼통에 불을 지피고 뭔가를 나눠먹고 있다는 것이다.
"저기 모여서 뭐하고 있는 건가요?"
설화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릴 팀장에게 물었다.
릴 팀장은 앞좌석에서 눈만 힐끔거리고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부랑자 들입니다. 제네럴 컴퍼니에서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 사람 들이 많죠."
"제네럴 컴퍼니에서 일자리도 주나요?"
"예. 5만명의 생존자를 그냥 먹여 살리는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기 때문에 정당한 노동력으로 각종 생필품을 직접 만들고 있죠. 제네럴 컴퍼니는 전자, 전기, 화학. 우주 항공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겁니다."
"흐음....."
설화와 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새삼 제네럴 컴퍼니가 얼마나 큰 회사인지 느꼈다.
"그런데 왜 과거에는 제네럴 컴퍼니 존재에 대해 몰랐을까?"
초가 궁금한 표정으로 묻자 릴 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건 제네럴 컴퍼니라는 회사 자체가 직접 공장을 가진다거나 영업을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즉, 다시 말해 제네럴 컴퍼니는 그런 자회사 위에서 기술만 전수해주고 경영에 관여하는 스타일이라는 거죠."
"그럼 자회사의 최대 주주도 되는 건가요?"
"그렇죠. 그런 자회사 들이 전세계에 걸쳐 몇 백개가 되다보니 일반인 들에게 노출이 될 일도 별로 없구요. 게다가 제네럴 컴퍼니는 외부와의 노출을 무척 꺼렸어요. 아무래도 신기술을 몇 천개씩이나 가진 회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 들이죠."
"아...."
초는 릴 팀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회사는 단순히 돈을 벌기보다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절대적인 자산이 될 수가 있다.
물론 자본력으로 기술을 살 수도 있지만, 자체적으로 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한계가 드러날 것이다.
그런점을 따지고 봤을때, 제네럴 컴퍼니가 아직도 이렇게 거대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게 분명했다.
게다가 잠수모함이라던지, VFV-22 스텔스 전투기라던지, 이런 신개념 무기 들을 제작한다는 자체도 제네럴 컴퍼니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릴 팀장의 말이 멈춤과 동시에 차도 멈췄다.
누가 말할 필요도 없이 사람 들이 우르르 내리자마자 제네럴 컴퍼니 본사 건물을 올려다 보았다.
"약간 좀 의외이긴한데 크긴 크다."
설화가 애매모호하게 말했지만 그건 보이는 그대로 말하는것 뿐이었다.
뉴욕에서 흔하게 볼법한 콘크리트와 유리창이 적절하게 생긴 그런 평범한 건물이었다.
다만 설화가 크다고 한것은 유럽에서 작고 아담한 벽돌 건물만 보던 탓이었다.
어쨌든 릴 팀장이 건물 앞에 서자 일행 들이 주르르 모여 들었다.
"숙소는 이 빌딩 50층에 각자 개인 숙소가 마련이 되어있습니다. 일단 거기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회장님을 뵐겁니다."
"네...."
릴 팀장이 안으로 들어서자 일행이 줄줄이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