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 그래서 우리는 뉴욕에서 일단 준비를 한 다음 움직여야 해."
다음 날.
설화는 초와 아이 들을 불러놓고 간단 명료하게 설명했다.
초는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아이 들은 뭔가 불만이 있어 보였다.
"다 들 표정 들이 왜 그래?"
"완전 자기 마음이잖아. 이게 뭐야?"
"뭐?"
스탠이 궁시렁거리자 설화가 째려보았다.
"아 솔직히 그러잖아! 엄마랑 소장님이랑만 따로 움직이면서 숙덕숙덕거리고 우리한테는 그냥 통보식으로 이래라 저래라하면서..."
"그래서 불만이냐?"
"어."
스탠이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 아이 들도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설화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지만 우리도 뭐 좋아서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나가는 줄 아냐?"
"그럼?"
"그건 내가 말할게."
초가 앞으로 나서자 설화가 눈썹을 올리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스탠만 빼고 나머지 셋은 입 닥치고 우리가 하자는대로 해. 알았냐?"
"......"
느닷없는 초의 모습에 모두가 토끼처럼 눈을 크게 뜨며 쳐다보았다.
"쪼그만 것들이 어른이 하자고 하면 할것이지 꼬장꼬장 말대꾸나 하고 말이야.... 뭘 야려! 이 덩치만 산만한 시꺄!"
"저, 저요?"
"그래 임마! 덩치가 산만한 놈이 여기에 너말고 더 있어?"
사무엘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자기 자신을 가리키자 설화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왜 나한테만 그래요?"
"너한테만 그러는게 아니야. 너랑 소라, 소피아는 앞으로 설화 언니랑 죽으나 사나 같이 움직여야 해. 그리고 이건 선택이 아닌 의무야."
"의무?"
소피아가 새초롬하게 묻자 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 우리는 생존자 들을 위해 싸우고 있어. 너희는 분명 이승철처럼 되고 싶다고 했었고 말이야. 하지만 지금 유럽에 있는 생존자 들은 점점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고 있어. 더욱 심각한 것은 그 길을 가고 있는게 다름 아닌 USN과 연합군이라는 거야."
"그런 이유로 우리가 그들을 막아야 하는게 의무다?"
사무엘이 덤덤하게 말하자 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스탠은 이제 해야할 일이 생긴것 같지 않니?
"제가 해야할 일이요?"
"그래. 스탠 너는 날 따라서 51구역에 가야해."
"51구역이라면...."
소라가 짐짓 미간을 찌푸렸다.
"예상대로야. 뭐가 있을지도, 가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곳이지."
설화가 초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하지만 그곳에 가야만 우리는 모든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될거야."
"열쇠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소라가 물었고 아이 들이 대답을 원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화는 초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으면 어차피 되지도 않을 일이었다.
초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살짝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비록 예상이기는 하지만.... 시크릿-X 바이러스 최초 발원지가 51구역이라고 의심하고 있어."
"......."
소라는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아이 들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 슈우우욱!
그때였다.
느닷없이 쇳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잠수모함이 심하게 덜컹거리자 모두가 벽에 바짝 붙었다.
"괜찮으십니까?!"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카터 대위가 비틀거리며 다가오는게 보였다.
"이거 왜 이러는 거죠?"
"지금 뉴욕 맨허튼 허드슨강에 도착했습니다. 잠수 모함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중이죠. 선체 절반 정도를 띄워야 해서 진동이 심할 겁니다."
초의 질문에 카터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와우! 드디어 땅을 밟을수 있는 건가?"
사무엘이 주먹으로 벽을 툭치며 독특하게 기쁨을 표시했다.
다른 아이 들도 마찬가지였다.
스탠의 한결 표정이 부드러워졌고, 소라와 소피아는 자꾸 천장을 쳐다보았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기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덜컹
'슈욱'거리며 여기저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이제 아예 정박한 모양이었다.
아니라 다를까 카터 대위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따라오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뉴욕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오, 뉴욕!"
"꺄악!"
정말로 뉴욕에 왔다는게 믿기지 않는지 저마다 함성을 지르며 계단을 올랐다.
"짜식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투덜투덜거리더만 뉴욕은 좋나 보네."
"그러게."
설화와 초도 서로 툭툭치며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
"말도 안돼...."
바깥의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도크 위로 올라선 이 들의 표정은 결코 밝지 못했다.
날씨 탓이었던가?
안 그래도 회색빛의 우중충한 뉴욕은 매우 을씨년스러웠다.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
타임스퀘어.
자유의 여신상 등.....
모든게 검은 먼지에 휩쌓인체 제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시커먼 바다 수면 위로 둥둥 떠다니는 시체 들이었다.
"우욱.... 우웩!"
결국 비위가 한참 약한 소피아가 속 내용물을 게워냈다.
다른 사람 들도 마찬가지인 심정이었지만 억지로 꾹 참아냈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거지?"
사무엘이 인상을 구기자 카터 역시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뉴욕은 10년전만 하더라도 감염자가 득실거렸습니다. 도시를 청소하고 나니 그 시체 들 수가 어마어마해서 깨끗하게 청소하지는 못했죠."
"그런데 왜 그런 뉴욕을 생존자 들의 본거지로 한 겁니까?"
설화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으로 묻자 사무엘이 고개를 살짝 떨궜다.
"미국이 시크릿-X 바이러스가 전역에 퍼지고나서 제대로 살아남은 사람은 2만명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절망했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회장님 생각은 다르셨습니다. 회장님은 미국의 자존심을 이렇게 쉽게 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셨죠."
"회장님이라면.... 제네럴 컴퍼니 CEO를 말하는 건가요?"
"예. NASA 수석 개발자도 하셨고, 펜타곤에서 항공모함을 설계도 하셨죠. 세상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천재 중에 천재이시죠."
카터가 방금과 달리 환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마치 자신의 동경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분위기였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신 가요?"
초가 조심스럽게 묻자 카터가 잠시 숨을 고른 뒤 대답했다.
"그라프.... 그라프 제플린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