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
모두가 깜짝 놀라 서있기만 했다.
그러나 레일리 함장은 선한 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다들 시장하실텐데 제가 너무 늦었죠? 갑자기 긴급 회의가 열려서요.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설화가 반사적으로 군대식으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레일리 함장이 입고 있는 새하얀 제복 때문에 그런것 같았다.
"아, 그러고보니 그쪽은.... 생존자 육군 1사단장 설화 중장이시군요?"
"저를 아십니까?"
"그럼요. 우리 제네럴 컴퍼니는 유럽에 있는 생존자 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우리는 당신 들의 안전을 위해 항상 대서양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언제라도 당신 들을 돕기 위해서요."
"그렇습니까...."
설화가 말을 흐리자 레일리 함장이 이번에 초를 쳐다보았다.
"BPA 소장님을 이렇게 실제로 뵐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아, 아니요. 제가 더 영광이죠. 이런 거대한 잠수 모함의 대장이시니...."
"후후. 그런가요? 하지만 레오니다스는 저 혼자서 움직일 수 없어요. 저를 포함한 승무원 6000명이 있기 때문에 이 잠수 모함이 움직일 수 있죠."
"어마어마하군요...."
초가 고개를 절래절래 젓자, 이번에는 소라가 쓰윽 몸을 내밀었다.
"저기 불쑥 끼어들어서 죄송한데 이 잠수 모함 왜 레오니다스인가요?"
"'왜'라는 질문을 좋아하는가 보군요?"
"예?"
소라가 당황해하자 레일리 함장이 빙긋 웃었다.
"호기심이 많아 보인다는 뜻이에요."
"치,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라가 뒷통수를 긁적이며 어쩔줄 몰라했다.
아무래도 칭찬에 약한 타입인것 같았다.
"레오니다스는 페르시아 30만 대군을 협곡에서 단 300명의 정예 군사로 막아낸 스파르타의 영웅이죠. 인류는 지금 거대한 위험에 근접해 있어요. 우리가 레오니다스처럼 큰 용맹과 큰 결단력이 없으면 지구에 있는 인류는 흔적도 없어지겠죠."
"그렇군요...."
"어찌되었건 여러분을 보게 되서 정말 좋네요.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레일리 함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요리사 들이 음식 쟁반을 들고 줄줄이 나왔다.
마치 미리 짜놓기라도 했는지 그들은 식탁 위로 정확히 음식 들을 내려놓았다.
갈릭 소스를 얹은 큼직한 스테이크와, 신선한 야채 샐러드,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양송이 수프와 프랑스 부르고뉴산 로마네 꽁티 와인이 식탁 위로 올라왔다.
일행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멍하니 음식 들을 쳐다보았다.
마치 고급 다이아몬드를 처음 보는 듯한 표정 들이었다.
"차린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이래뵈도 레오니다스호 요리사 들 실력이 꽤 있거든요."
"어서 들자."
설화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포크, 나이프를 집어들자 나머지 일행이 겨우 식기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연합군에게 붙잡혀 있었습니까?"
"예?"
설화가 부지런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레일리 함장을 쳐다보았다.
"좀 안좋은 일이..... 있으신 건가?"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자 레일리 함장이 부담스러운 얼굴로 눈치를 살폈다.
그 바람에 설화가 얼른 식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아, 그게......"
설화가 눈치를 살피자 초가 옆구리를 찔렀다.
"그냥 말해."
"알았어."
설화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결심한듯 그동안 있었던 일을 줄줄이 늘어놨다.
그러자 레일리 함장의 얼굴이 좋았다가 굳었다가 무한 반복을 거듭했다.
".....그렇게 된 겁니다."
"휴.... 그렇군요. 상당히 고생하셨네요."
레일리 함장이 팔짱을 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저희가 연합군에 잡혀간 줄 어떻게 알고 구해내셨습니까?"
초가 대뜸 묻자 레일리 함장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저희 제네럴 컴퍼니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바로 초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예? 저를요?"
초가 동그랗게 눈을 뜨며 자기 자신을 가리키자 레일리 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BPA에서 시크릿-X 바이러스를 인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백신으로 변환시키는 연구를 계속 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럼 저희 바이오 기술이 필요하신 건가요?"
"뭐,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 그건 아닙니다."
"그럼....."
초가 슬며시 묻자 레일리 함장이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좀 듣기 힘드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보다 식사부터 얼른 하시지요."
"예...."
일행은 무척 궁금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물어볼 수조차 없었다.
결국 어색한 침묵 속에서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을 뿐이었다.
"아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네."
사무엘이 찡그린 표정으로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게. 난 스테이크가 목구멍에 걸려서 야채만 먹었다니까. 짜증나. 내가 무슨 토끼도 아니고...."
소피아가 맞장구쳤지만 소라와 스탠은 둘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란히 걸을 뿐이었다.
"저것 들은 뭐가 저렇게 심각해?"
"몰라. 아까부터 자기네 들끼리 이야기만 하고. 에이. 우리끼리 놀자."
소피아가 사무엘 팔목 잡고 휙 가버렸지만, 스탠과 소라는 제 자리에 멈춰섰다.
"왜 레일리 함장이 엄마랑 초 소장님만 따로 불렀을까?"
"뭐?"
스탠이 갑자기 묻자 소라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듣기 힘들다는 말이 도대체 뭘까?"
"휴... 너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냐?"
소라가 팔짱을 끼며 한숨을 내쉬자 스탠은 고개를 저었다.
"다 들 나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는것 같아. 젠장."
스탠이 머리를 북북 긁자 소라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뭔가가 있겠지."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