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이 양반이 장난하나?
설화가 대놓고 그런 표정을 지을려는 찰나, 갑자기 바다 수면이 심하게 흔들렸다.
"우왁!"
갑자기 바다 속에서 거대한 물체가 튀어나오자 사무엘이 고함을 질렀다.
"우, 우주선인가?"
설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카터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우주선 모양의 잠수함이었다.
"제네럴 컴퍼니는 세계 최고의 방위 산업을 했었습니다. 이건 미군에서 극비리에 개발한 잠수 모함입니다. 정식 명칭은 '레오니다스'입니다."
"잠수.... 모함?"
설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뜻 항공 모함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잠수함에 그런 개념이 도무지 입혀지질 않았다.
하지만 카터는 불가능이라는 표정이 아니었다.
"예. 잠수 모함은 옛 소련의 타이푼을 50정 정도 합쳐놓은 크기입니다. 배수량은 175만톤이며 수심은 최장 1000m에다가 최고 속도 20노트이지요."
"그, 그럴 수가...."
설화는 입을 쩍 벌리며 기절 초풍했다.
당연히 '초'나 아이 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설화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하. 말로만 들어서는 잘 모르시겠죠?"
-끄덕끄덕
그 모습을 지켜본 카터가 껄껄 웃으며 묻자 설화 일행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 최고 항공모함은 미국의 CVN-65 엔터프라이즈호입니다. 미국 최초의 원자력 항공모함으로서 엔터프라이즈급에서는 단 한척 밖에 건조되지 않았죠. 엔터프라이즈호 전장은 330m인 반면, 잠수 모함은 780m 정도입니다. 월드컵 경기장을 3개 합쳐놓은 크기이지요."
"흐억!"
"말도 안돼!"
다른 말은 다 못 알아 듣다가 '월드컵 경기장 크기'에 비유하니까 그제서야 입을 쩍 벌렸다.
"자아, 이제 잠수함에 오르시죠."
"......"
카터가 친절하게 잠수함 입구 앞으로 안내했지만, 일행은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그러시죠?"
"당신을 못 믿는건 아니지만 우리가 뉴욕에 가야 할 이유를 명확히 모르겠네요."
초가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말하자 카터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겠죠. 느닷없이 저희를 만나 이런 괴상한 잠수함을 보셨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당신 들을 돕고 싶어합니다. 이유는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
설화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혹시나 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미국을 청소하길 원하시는 겁니가?"
"아닙니다. 이미 그건 저희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럼......"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S.B.I.C와 원수지간이라고."
"설마....."
초가 정신이 번쩍 뜬 얼굴로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하자 카터가 얼른 입을 열었다.
"예. 저희는 S.B.I.C를 이번에 작정하고 붕괴 시킬 생각입니다."
"......"
설화와 초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도무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그 들의 대답을 카터가 대신했다.
"그럼 이 잠수함에 올라 탈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건가요?"
잠수 모함은 그 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웅장했다.
조명도 매우 밝은 편이었고 내부 인테리어도 여기가 군용 잠수함 내부인가 싶을 정도로 심플하면서도 꽤 운치있었다.
무엇보다 중앙에 탁 트힌 홀이 있다는 자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일단 묶을 곳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신 다음에 잠수 모함 내부를 둘러본 다음, 이곳의 함장이신 레일리 사령관을 뵐 겁니다."
카터는 설화 일행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얼마나 실내가 넓은지 엘리베이터 층수가 무려 20층에 도달았다.
일행이 멈춘곳은 4층이었는데, 문이 열리자 은은한 조명과 함께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뒤덮인 복도가 나타났다.
"여기는 장성급 들이 묶는 특등실입니다. 사령관님께서 여러분 들을 특별히 이곳에 모시라고 했습니다. 문 앞에 'GUEST'라는 푯말을 달아놨으니 원하시는 방을 찾아 쓰시면 됩니다."
"1인실인가요?"
소피아가 대뜸 묻자 카터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1인실이니 편하게 쉬십시오. 저는 3시간 후에 여러분을 다시 데리러 오겠습니다."
카터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사라지자 일행은 복도에 한참 서서 두리번 거렸다.
"언니. 꼭 5성급 호텔에 온 기분이야."
"그러게.... 도대체 회사가 얼마나 크길래 이런 어마어마한 것을 만든 거야?"
일행은 천천히 복도를 거닐며 문 앞에 'GUEST' 푯말을 찾아냈다.
"전 여기에 묶을래요."
"그래...."
소피아부터 시작해서 차아이 들이 차근차근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자, 결국 마지막에 남은건 설화와 초, 스탠이었다.
"........"
그러나 그 셋은 서로 어색한 표정으로 다른곳을 쳐다볼 뿐이었다.
-덜컥!
그러다가 스탠이 아무 말없이 방 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아 버렸다.
아직 뭔가 풀리지 않은 기색이었다.
"저런 성질 머리 하고는..."
설화가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젓자 초가 어깨를 살짝 붙잡았다.
"언니. 우리도 좀 쉬자. 그 다음에 우리 둘이 심각하게 이야기 해봐야 할 것 같아."
"그래....."
결국 설화와 초역시 밀려오는 피곤을 못 이기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늘 하루종일 정신없고 피곤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