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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197화 (195/262)

< -- 19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아... 씁.... 도대체 어떤 새끼가 이딴식으로 운전 하는 거야?"

주위가 잠잠해지자 설화가 허리를 붙잡으며 욕을 내뱉었다.

"아야... 도대체 뭐지?"

초가 머리를 붙잡으며 겨우 일어서자, 나머지 아이 들도 각자 허리, 다리, 얼굴을 붙잡으며 일어섰다.

-투다다다!

그러나 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느닷없이 총성이 들렸다.

그 바람에 모두 그 자리에 엎드려 머리를 감싸쥐었다.

-쿠구궁!

"꺅!"

또 다시 트럭이 요동을 치자 초와 소피아가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사무엘 역시 기겁을 하며 바싹 엎드리자 설화가 낮은 포복으로 스탠에게 얼른 다가갔다.

"괜찮냐?"

"......."

스탠이 말없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자 설화는 이 와중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에휴.... 도대체 저 꼴통은 누굴 닮아서 고집이 세?'

그 사이 다시 총성과 지진같은 요동이 멈췄다.

소란스러웠던 바깥도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끝.... 난 건가?"

설화가 조심스럽게 일어서자 나머지 아이 들도 똑같이 따라했다.

"너희 들은 그냥 엎드려 있어. 혹시 모르니까."

설화는 손으로 아이 들을 진정시키며 슬그머니 트럭 문 앞에 다가섰다.

이미 조명이 깨진터라 사방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까 심하게 요동을 칠때 트럭 철판이 찌그러진터라 그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끼이이익....

다행히 굳게 닫혔던 트럭 문이 슬그머니 열렸다.

그런데 설화가 미처 다 열기 전에 누군가 밖에서 문을 홱 잡아당겼다.

그 바람에 설화는 앞으로 고꾸라질뻔 했지만 겨우 중심을 잡고 간신히 트럭 기둥을 붙잡았다.

"으윽!"

갑자기 들어오는 빛 때문에 설화가 눈을 가렸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고 필사적으로 전방을 응시했다.

그러자 총을 든 남자 들의 형상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

"당신이 설화입니까?"

누군가 설화를 부축해 트럭에서 내려주자, 나머지 인원 들이 줄줄이 따라내렸다.

설화가 정신을 차리니 평상복에 AK-74 소총을 들고 있는 우락부락한 남자 들이 보였다.

"너흰 누구야?"

설화가 경계를 하자 그 무리 들 중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슬며시 앞으로 나왔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겠지만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저희와 함께 안전한 곳으로 가셨으면 합니다."

"뭐? 너희가 누군줄 알고 따라가?"

"아, 그게.... 일단 저희는 제네럴 컴퍼니에 고용된 용병입니다. 제 이름은 제임스 카터이구요."

자신을 카터라고 소개한 남자는 다급하게 말했지만 설화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름이었다.

"야, 너 제네럴 컴퍼니라고 아냐?"

설화가 초에게 슬쩍 물었지만 그녀 역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무슨 회사 이름 같은데?"

"예. 제네럴 컴퍼니는 예전에 미국에 있던 아주 큰 기업이었습니다. 이름은 조금 생소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굵직한 기업을 거느리고 있던 거대 기업이었죠."

"......"

'카터'의 말투에서 조금의 거짓이라도 들리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지금 여기서 피하셔야 합니다. 운이 좋게도 여러분이 타셨던 트럭이 중간에 고장이 난 바람에 연합군 선발대와 조금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틈을 저희가 노린 겁니다."

설화는 얼른 그 말을 알아듣고 '카터'부대가 끌고 온 험비에 올라탔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으니까 얼른 타!"

설화의 말에 나머지 일행 들도 뒤에 서있던 험비에 올라탔다.

"출발해!"

카터가 소리를 지르자 험비가 거친 엔진음을 내뿜으며 현장을 빠져나왔다.

워낙 급했던 탓인지 길이 아닌 ㅤㅅㅡㅍ지를 헤쳐 나오느라 승차감은 최악이었지만, 아까 그 트럭에 있을때 보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우리가 있는줄 어떻게 알고 온 거요?"

설화가 대뜸 묻자 주변을 경계하던 카터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우린 그 분의 명령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 분께서 당신이 강제로 군복을 벗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를 급하게 급파하셨습니다."

"......"

순간 설화는 강한 의혹에 휩싸였다.

단지 군복을 벗었다는 소문을 들었을 뿐인데, 자신한테 무장 병력을 보냈다는 자체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그 분이라면 누굴 말하는 거죠?"

"제네럴 컴퍼니 3대 회장님이십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으시려고 하는 분이죠."

"잘못된 역사라니?"

"S.B.I.C 말입니다! 제네럴 컴퍼니가 그 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만 일단 말해 두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그 들과 한 패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그 들과 아주 오랜 원수지간이었습니다."

"......."

설화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S.B.I.C와 원수라는 말에 위안을 느낄 뿐이었다.

"우린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뉴욕입니다."

"예?!"

설화가 기겁을 했지만 카터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미국이라면 '아스카디아'라는 외계인 들이 점령하고 있는 곳 아닙니까?"

"예? 아스... 뭐라구요?"

설화는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오히려 카터가 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스카디아가 미국을 점령했다구요! 외계인 들이 말입니다!"

설화가 잘못 들었나 싶어 큰 소리로 말했지만 카터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외계인 들이라니.... 미국에 그런 외계인은 없습니다. 다만 감염자 들이 미국 전역을 휩쓸었을 뿐이지, 그마저도 회장님께서 뉴욕을 대대적으로 청소하고 생존자 들의 안식처로 만들어 버렸죠."

"........"

설화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스카디아'의 존재는 연합군과 USN에서 기밀로 다룰 정도로 꽤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실상 뉴욕에 산다는 사람 들이, 그것도 미국 본토에 외계인의 존재를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51구역은 가보셨습니까?"

설화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묻자 카터는 고개를 저었다.

"뉴욕을 되 살리는 것도 기적이었습니다. 맨허튼을 벗어나는 것도 힘든데 네바다주 사막까지 가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그렇군요...."

그제서야 설화는 조금 이해가 갔다.

설화의 정보에 의하면 '아스카디아'는 51구역에 박혀서 뭐하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미국 본토에 사는 사람 들이 '아스카디아'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자체가 조금 이해가 가질 않을 뿐이다.

-끼이익!

갑자기 험비가 멈춰서자 설화가 바짝 긴장했다.

설마 카일이 냄새를 맡고 급하게 자신 들을 ㅤㅉㅗㅈ은게 아닐까?

"여기서 저희가 준비한 잠수함에 올라 탈 겁니다."

다행히 그런것은 아니었지만 설화는 걱정이 가시질 않았다.

"잠수함이라니... 연합군 레이더에 금방 들킬텐데요. 게다가 미국으로 가는 항로는 다 막혔습니다."

그 말에 카터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희가 뉴욕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겠습니까? 저희가 준비한 잠수함은 평범한게 아닙니다."

카터가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내리자 설화가 따라내렸다.

그 들이 내린 곳은 절벽 사이에 깊게 패인 웅덩이 근처였는데, 수심이 매우 깊어보였다.

"잠수함이 어디 있다는 거죠?"

설화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자 카일이 웅덩이를 가리켰다.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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