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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196화 (194/262)

< -- 19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 덜컹덜컹

불규칙하고 매우 거칠었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것처럼 온 세상이 흔들리는것 같았다.

"으윽...."

설화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고 아팠지만 꾹 참았다.

눈을 떠보니 사방이 온통 어두웠는데, 유독 천장에 달린 희미한 조명이 그녀의 눈동자를 찔러댔다.

"정신이 들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초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심할 정도로 얼굴에 멍이 든 초의 모습이 보였다.

"너 얼굴이 도대체 왜...."

"......"

"소장님이 반항한다고 병사 들이 저렇게 만들었어요."

설화가 대답을 못하자 소라가 대신 말해줬다.

"그게 정말이야?"

설화는 깜짝 놀라 여러번 되물었지만 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 새끼가 그랬어?! 빨리 말해!"

"난 괜찮아, 언니. 그보다...."

초는 매우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쪽 구석을 응시했다.

설화가 흥분한 와중에도 그곳을 살펴보니, 스탠이 무릎 사이에 얼굴을 쳐박고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쟤 왜 저래?"

"일단 놔두자. 지금 이 상황에서 혼란스러운게 당연하잖아."

"....."

결국 설화는 초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지금 같이 최악의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따진다는것 조차 무의미한 일이었다.

차라리 그럴 정신이라면 지금 이 곳에서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도록 궁리를 하는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야?"

"후송 차량이야. 우린 지금 런던으로 후송되고 있어."

"런던?"

"응. 언니 런던에 가면 안되는 거야?"

초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설화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런던이라면 필시 군사 재판이 열릴 거야."

"군사 재판이라니. 언니. 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설화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초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난 반역자야. 그리고 넌 반역자를 숨긴 죄인이고."

"반역이라니.... 도대체 언니가 누굴 반역했다는 거야?"

"USN과 연합군 놈들이겠지..."

"....."

설화가 힘빠진 얼굴로 대답하자 초는 더욱 더 기가막혔다.

"그럼 아이 들은 왜 여기 있는 거야?"

"스탠이야 내 아들이니까 그런 거고.... 이 아이 들은 네가 숨겼다는 이유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하겠지. 그리고나서 좀 쓸만하다 싶으면 데리고 가는 거고....."

"그럴 수가...."

초는 머리에 큰 망치로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모든것을 연합군에 강제로 빼앗긴 거나 다름 없었다.

"카일 중령.... 나보다 훨씬 세다. 그리고 저 아줌씨 보다 훨씬 세고 말이야...."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사무엘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자 모두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난 연합군에서 일하기 싫어. 그들은 우릴 가둬놓고 싫든 좋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일 들만 시킬 거야. 혹시 모르지. 자금이 부족하면 은행 서버를 해킹하라고 할지도....."

"난 그냥 군대가 싫어."

소라와 소피아는 각자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연합군에 가기 싫은 이유를 말했다.

"나 역시 마차가지다. 연합군의 횡포가 이 정도이지 몰랐어."

사무엘 역시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스탠에게 향했다.

하지만 스탠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스탠."

설화가 다가갔지만 스탠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혼자 심각한 거야? 고개 좀 들어봐."

결국 설화가 뒷목을 잡아끌자 스탠이 어거지로 고개를 들었다.

"어이, 아들. 뭐라고 말 좀 해봐."

"무슨 말?"

스탠이 차가운 표정으로 대꾸하자 설화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왜? 지금 이 사태가 네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으니까 마음에 안드냐?"

"언니...."

보다 못한 초가 팔을 붙잡았지만 설화가 거칠게 뿌리쳤다.

"네가 도대체 원하는게 뭔데?"

"원하는 거 없어. 다만 사태가 안 좋아질수록 엄마가 감춰 왔던 것들이 드러날 뿐이야."

"......"

뭔가 심오한 대답에 설화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렇다고 스탠의 말을 못 알아듣는게 아니었다.

"좋아. 그럼 엄마가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여기서 우리 모두를 꺼내줘."

"....."

좀 의외의 대답이었지만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고 난 후에는? 여기서 우리 모두 탈출하면 그 다음에 지명 수배가 떨어질 거야."

"왜?"

"뭐?"

"왜 지명 수배가 떨어지는데? 우리가 뭘 잘못 했는데?"

스탠의 질문에 나머지 아이 들이 설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건...."

설화가 말을 흐리자 스탠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졌다.

"엄마는 연합군의 음모를 알아내려고 반 강제로 군복을 벗었고, 여행을 핑계로 나와 같이 BPA에 와 버렸어. 비슬리씨는 나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죽기 직전까지 편지까지 썼는데, 정작 내 옆에 있는 엄마는 나에게 티끌 하나라고 숨기려고 했다고!"

"그래서 어젯밤에 진실을 알려줬잖아!"

"진실? 날 어린애 취급하면서 감춰왔던게 도대체 무슨 진실인데?"

"누가 널 어린애 취급했다는 거야? 다만 사정이 있으니까 엄마가 그런것 뿐이라고."

"....."

설화는 필사적으로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스탠에 냉담한 반응이었다.

이제 아예 얼굴도 보기 싫다는 식으로 고개를 홱 돌려 버린 것이다.

"언니."

"왜?"

초가 설화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할 말 있어."

설화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자 초가 스탠의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초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언니. 스탠이 눈치챈 거 아닐까?"

"뭘?"

"내가 자기 친 엄마라는 걸 말이야...."

설화는 흠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닐 거야. 비슬리씨가 그것까지 말 할 이유는 없어."

"하지만...."

-쿠과광!

"꺅!"

초가 무슨 말을 할려는 찰나 갑자기 트럭이 굉음을 내며 심하게 요동을 쳤다.

그 바람에 모두가 정신없이 굴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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